가장 소중했던 1년을 다시 한 번 <리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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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 끝에 들어간 대학교를 졸업하고 힘든 취업 전쟁에서 도망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후 남들 보다 뒤늦게 들어간 회사를 고작 석 달 만에 그만둔 대책 없는 청년백수 카이자키 아라타. 최종면접까지 갔던 회사에서는 불합격 소식이 날아들고 고향의 어머니로부터는 송금을 끊어 버리겠다는 전화까지 받은 어느 날 카이자키는 정체 불명의 남자로부터 ‘리라이프’ 임상실험 대상자로 뽑혔다는 말을 듣는다.

 

리라이프_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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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일체의 생활비를 제공하고 실험이 종료되면 결과에 따라 취직기회까지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의 대가는 1년 동안 고등학생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호기심에 남자로부터 건네 받은 알약을 먹은 다음 날, 카이자키는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되돌아 간다. 결국 전학생이 되어 하필이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되돌아 간 카이자키.

웹툰 전문 사이트 코미코에 연재중인 야요이 소우의 만화 <리라이프 –ReLIFE->의 내용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가고 싶다거나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바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젊은 날로 돌아가 그 때는 몰랐던 젊음을 만끽한다거나 헛되게 보내 버린 시간을 다시 되돌리고 싶거나 혹은 잘못된 선택을 바로 잡아 보고 싶은 마음에서 말이다. 리라이프 연구소는 인생의 낙오자를 대상으로 갱생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회사다. 그래서 실험대상이 되는 사람은, 대다수의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에게는 그다지 아름다운 시절이라 할 수 없는 ‘고3’시절로 되돌려 보내진다. 일본에는 ‘입시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의 입시지옥만큼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도 명문대 입학을 위해 많은 학생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노력한다. 인생에서 뒤처진 이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다짐과 자극을 주기 위해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을 무대로 설정한 것이다.

고등학생이 된 카이자키는 버릇대로 챙겨 넣은 담배를 들켜 개학날부터 반성문을 쓰기도 하고 외모만 젊어진 약 덕분에 열 살이나 어린 반 친구들 틈에서 체력장 연습을 하다 넘어지고 다치기도 한다. 고3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면 그 때만큼의 성적과 체력도 함께였으면 좋으련만 10년 만에 풀어보는 시험에서는 모든 과목이 낙제점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하루 아침에 고3이 된 아저씨의 좌충우돌 학교 생활이지만 웃음 속에 진지함도 묻어 난다. 전교 1등의 성적이지만 교우 관계는 전교 꼴지 급인 히시로에게 해 주는 카이자키의 조언이 그렇고 자신보다 두 살 어린 담임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건네는 존경의 말이 그렇다. 그 나이엔 몰랐던 것이 어른이 된 카이자키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다.

이야기의 중간중간에 카이자키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은 카이자키가 겪은 어두운 과거를 암시한다. 한국의 청년 실업과 고용 불안정이 심각한 사회 문제이듯 일본의 많은 청년들도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오며 꿈과 희망을 놓아버렸다. 리라이프의 카이자키가 실은 꽤 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리라이프의 작가인 야요이 소우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회사를 3개월 만에 그만두고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만화를 그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체험으로부터 학생과 사회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던 작가의 말처럼 리라이프는 일본어판 코미코에서 인기 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고 한글판 코미코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깝게 보내버린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간절함은 누구나 경험한다. 이러한 보편적인 공감대와 어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학원물 이라는 특수성은 다양한 독자층을 만족시켰다. 리라이프는 2015년 4월 3일 고단샤 만화상 일반 부문에 선정 되었다. (수상작 발표는 2015년 5월 12일)

리라이프가 연재되고 있는 코미코는 스마트 폰 앱 기반의 글로벌 웹툰 사이트이다. 일본에서는 2013년 10월부터 NHN Play Art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미코 전용앱은 2015년 3월 일본에서만 900만회 다운로드를 넘어섰고 전 세계에서 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만화를 비롯한 출판물의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고 일본의 만화도 변하고 있다.

김소원

유치원 때부터 동네 만화가게를 들락거리다 중학교 때 읽은 만화 [비천무]에 꽂혀 역사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사학과에 들어갔다. 서교동의 모 만화 학원에서 기본기를 다진 후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유학을 감행했다. 스토리 만화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한일 소녀만화의 비교 - 순정만화의 성립과 발전을 중심으로’라는 개성 없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청춘을 일본 교토에서 보냈다. 다양한 분야의 얕고 넓은 ‘덕질’에 능하며 현재는 대학에서 만화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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