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새로운 콘텐츠, 한국발 서비스 모델”

 

“작년부터 웹툰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준비했다. 앞으로 10년간 더 열심히 하면 한류의 핵심이 될 것이다.”

2014년 3월, 정보통신기술(ICT) 민관 전략 설명회에서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 1본부장(현 네이버 서비스총괄이사)은 웹툰의 해외진출 성공 가능성을 강조하며 웹툰 세계화의 4단계 중장기 계획을 밝혔다.
한 본부장에 따르면 네이버는 1단계로 2015년까지 작품과 작가 인지도를 확보, 2단계로 2016~2017년에 해외 독자 확대, 2018~2020년까지 주류 대중문화 영역으로 진입, 2024년까지 다양한 미디어 장르의 원천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2014년 7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LINE)을 통해 미국, 중국, 대만, 일본에서 웹툰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2015년에는 해외 시장 영역 확대를 위해 웹툰․웹소설셀을 첫 번째 사내 독립 기업으로 재편성하였다.

이에 앞선 2013년 10월 NHN 엔터테인먼트의 일본 현지 법인 회사인 NHN PlayArt에서는 코미코(Comico)라는 웹툰 전문 사이트를 일본에 설립, 서비스 출시 후 8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였으며 현재 1,0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코미코는 2014년 7월과 10월, 대만과 한국시장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기도 하였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2014년 1월, 북미권 웹코믹 1위 사이트인 타파스틱(Tapastic)에 200만 달러를 투자, 웹툰의 영미권 시장 진출에 착수했다.

이외에도 미생의 윤태호 작가를 비롯한 국내 대표 웹툰 작가들이 투니온이라는 작가조합을 설립, 북미시장을 겨냥한 한국 웹툰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늦어도 2015년 6월부터 미국의 온라인 뉴스 미디어인 허핑턴 포스트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2013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후 불과 1년 사이에 연매출 100억원이라는 성장을 이뤄낸 레진코믹스는 누적 작품수 536개, 연재 중 웹툰수 197개로 연재수에 있어 다음카카오(99개)와 네이버(161개)를 이미 추월한 상태이다.

레진코믹스 역시 2014년 국제 만화 공모전의 개최를 통해 일본, 중화권, 영어권으로의 진출을 도모하였다. 지난 1년간 일본 콘텐츠를 수급하고 국내 만화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등 일본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과정을 거친 레진코믹스는 2015년 3월 첫 오프라인 행사에서 올 봄 일본 서비스 출시를 공식화했다. 또한 미국 내에서 레진코믹스 연재 만화가 불법으로 번역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 정식 번역을 통한 영어권 서비스를 올 가을부터 시작할 계획에 있다.

 

한국 웹툰, 한류의 새로운 패러다임
한국 웹툰의 세계화에 대한 국내에서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2013년 11월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서양이나 일본도 모르는 문법을 가진 웹툰을 통해 한국도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한국 웹툰이 싸이가 유튜브를 통해 이룬 것보다 더 큰 결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영상대학의 박석환 교수는 웹툰이 해외 시장에서 일본의 망가나 아니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진단, 한국의 웹툰과 플랫폼 체계의 수출에 대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세종대학의 한창완 교수 역시 웹툰의 세계화를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웹툰을 한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문화 콘텐츠로 정의, 웹툰의 독특한 장르 구성에 주목하였다.

네이버의 한성숙 서비스총괄이사가 웹툰의 해외진출에 있어 세계적으로 보편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판타지’ 장르를 선택한 반면, 한교수는 웹툰 시장에서만 존재하는 ‘일상툰’ 장르가 오히려 문화장벽을 무너뜨릴 것으로 전망하였다.

 

‘웹툰 1조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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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경제경영연구소의 경우 2014년 웹툰 시장이 2년 만에 1,000억원에서 2,100억원 규모로 성장한 것에 주목하며, 2018년 국내 웹툰 시장 규모가 8805억원까지 확대되고 향후 1조원대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정부 역시 2015년을 ‘웹툰 1조원 시대 원년’으로 선언, 문화체육관광부는 2,000억 규모의 ‘위풍당당콘텐츠코리아펀드’의 만화 투자비용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한국 웹툰의 세계화에 대한 해외에서의 반응은 어떠한가? 이를 조사하기 위해 필자는 렉시스넥시스(LexisNexis Academy)라는 미국의 뉴스 검색 소프트웨어를 통해 해외의 주요 영자 뉴스 기관들의 웹툰에 대한 기사를 검색했다.

웹툰이라는 단어 자체가 한국의 특수한 용어라는 점을 감안하여 웹코믹스(web comics)나 인터넷/온라인코믹스(internet/online comics)와 같은 키워드를 함께 사용하였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은 코리아 헤럴드, 중앙데일리, 코리아 타임즈와 같은 영문판 한국 신문사에서 제공된 것이었다. 이들은 한국 웹툰의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소개, 국내 주요 인물들의 인터뷰, 웹툰 세계화에 대한 밝은 전망 등만을 다룰 뿐, 해외 소비자 혹은 산업의 시각을 담아내지는 못하였다.

미국 언론 기관의 경우, 웹툰을 주로 경제적 측면으로 접근한다. 웹툰에 대한 기사를 실은 곳은 피알뉴스와이어(PR Newswire), 포브스(Forbes),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와 같은 경제전문지로, 이들은 한국 웹툰 시장의 규모와 성장, 세계화 전략, 주된 플랫폼 제공자 등을 소개한다.

 

해외 언론 “웹툰은 새로운 콘텐츠이자 서비스 모델”
기사들 대부분이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KT경제경영연구소와 같은 국내 기관들의 통계와 네이버나 레진코믹스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쓰였기 때문에, 웹툰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실제적 인식을 제공해주진 못한다.
다만, 웹툰과 웹툰의 세계화라는 주제가 경제적 차원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화두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주목할 점은 웹툰이 미국 시장에서 한국의 독특한 문화․경제적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들은 웹툰이라는 개념이 해외 독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콘텐츠이자 서비스 모델이라고 지적하며, 이와 같은 새로움이 웹툰의 세계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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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엔터테인먼트 수석부사장인 셰블스키(C. B. Cebulski)는 2014년 제1회 세계웹툰포럼에서 스마트폰을 기초로 한 웹툰 서비스 포맷을 높게 평가하며, 아시아 시장과 북미 시장에의 한국 웹툰 진출을 밝게 전망하기도 하였다. 다음카카오와 파트너십을 채결한 타파스틱의 김창원 대표 역시 한국의 웹툰 서비스 포맷을 유튜브에 비교하며, 만화의 생산과 유통의 새로운 범지구적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외에 미국시장에서는 웹툰의 어떠한 독특성에 주목하는가?

신문기사와 미디어/만화 블로그의 내용을 재구성하여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웹툰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에 놀라움을 표하면서 동시에 산업으로서 다양한 수익구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포브스지의 경우 네이버 웹툰․웹소설셀의 김준구 대표를 차세대 혁신가로 조명하며, 그가 계발한 PPS(Page Profit Sharing), PPL(Product Placement), 특허 계약 등에 의해 웹툰이 OSMU의 원천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 만화와는 다른 새로운 읽기 방식에 주목
다음으로, 3분 분량의 웹툰을 모바일과 웹의 일상적 사용 행태에 최적화된 포맷으로 표현하며 웹툰의 ‘읽기 쉬움’에 주목한다. 이러한 읽기 쉬움은 독자의 몰입도를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에 캐릭터나 내러티브, 작가에 대한 독자 충성도는 불안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기사와 블로그는 웹툰의 다양한 장르와 내러티브, 그리고 일주일에 1~2회 업데이트되는 제작구조가 안정된 독자층의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공유나 ‘좋아요,’ 댓글과 같은 소비자-생산사/소비자-소비자 간의 다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들이 기존 만화산업에서 볼 수 없었던 독자층을 생성할 것이라 말한다. 한국 웹툰의 특징 중 특히 주목 받는 것은 새로운 읽기 방식과 독특한 레이아웃 방식이다.

전극진, 박진환의 <브레이커2>처럼 종이 만화의 포맷을 따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 웹툰은 페이지의 구성에 구애받지 않으며 칸의 사용이 보다 자유롭다. 인터넷 온라인 코믹스가 한국처럼 제작, 유통, 소비 형태의 변화가 아닌 유통 형태의 변화로만 발전해온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그리기 방식’의 변화와 그와 함께 발전한 터치 스크롤식의 ‘읽기 방식’의 변화에 큰 관심을 두는 것이다.

 

한국 웹툰시장, 일본 디지털코믹시장 벤치마킹 대상
일본의 경우 웹망가와 디지털코믹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웹망가란 유통․소비의 변화된 형태를 일컫는 용어이다. 즉, 기존의 만화를 웹상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주로 일컫는다. 반면, 디지털코믹 혹은 디지털망가는 한국의 웹툰처럼 생산, 유통, 소비의 방식이 모두 변화된 만화를 특정한다.

집영사의 ‘소년점프+’와 고단샤의 ‘망가박스’를 시작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으로 만화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지만, 디지털코믹시장은 일본에서 아직 초기 발전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한국의 웹툰시장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보인다.

니뽄노마케터라는 마케팅 PR 관련 한 웹사이트에서는 한국 웹툰(디지털코믹)을 집중 조명하면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로 웹툰을 정의한다. 또한 2014년 12월 테레비동아의 ‘월드 비즈니스 세틀라이트’에서는 한국 웹툰을 소개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웹툰시장과 새로운 요금 시스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서의 웹툰 생산 소비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웹툰은 다양한 수익구조, 모바일 친화성, 다양한 장르와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논의되었으며, 새로운 연출 및 읽기 방식이 큰 관심을 받았다. 일본에서도 코미코를 통해 생산, 유통되는 작품들은 스크롤 다운 형태로 스토리의 배열과 현장감이 연출되지만, 많은 경우 기존의 가로 읽기 방식이 지배적 읽기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의 한국 웹툰의 성과와 영향력을 현 시점에서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이 웹툰을 기초로 일본만큼의 만화산업적 지위를 확립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글들은 일본 온라인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2014년 야후 재팬의 잡지 섹션에 실린 기사는 마블엔터테인먼트 수석 부사장 셰블스키의 말을 인용, 한국의 웹툰이 새로운 시장을 제작할 수 있는 힘이 있고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며, 한국 웹툰의 향후 활동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 지적하였다.

라인 코미코2

한국 웹툰 혹은 한국형 웹툰 플랫폼의 성과는 코미코와 라인망가에 대한 몇몇 수치를 통해서도 가늠할 수 있다. 일본에서 1,000만 다운로드를 목전에 두고 있는 코미코의 경우 연재 종료된 36개 작품을 포함하면 총 163개의 작품을 공개하였으며, 연재 중인 코메토카이터 미터의 <나루도마>, 야요이 소우의 <ReLife>, 쿠로세의 <모모쿠리>, 후타마타 쇼의 <난바카>, 그리고 아메카와 큐우의 <슈퍼 쇼트 코믹스> 등은 애니메이션화가 결정되었다. 네이버에 연재되었던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일본 도쿄MX에서 현재 시즌2가 방영 중에 있기도 하다.

또한, 일본 IT전문매체 Itmedia에 따르면 라인망가는 서비스 개시 2년도 채 안 되어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 누계 매출 49억엔(약 49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앱 분석 전문기업 앱애니는 2014년 전세계 iOS 및 구글플레이 매출액 앱 순위에서 라인망가가 6위를 차지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일본의 져스트시스템은 2015년 3월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34.8%가 코미코를, 28.8%가 고단샤의 망가박스를, 28.5%가 라인망가를 주된 만화앱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대방화벽에 막힌 한국 웹툰
중화권의 경우, 네이버가 라인을 통해 2014년 웹툰앱 서비스를 시작하였지만 중국정부의 대방화벽(Great Firewall) 정책에 의해 서비스가 차단된 상태이다. 중국 검색 엔진인 바이두(Baidu) 를 통해 웹툰을 검색한 결과, 2014년 라인웹툰의 중국시장 진출에 대한 소개글 이후 다른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영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민일보(People’s Daily)의 경우 웹 기반 만화의 국내 중국 시장 개척 가능성과 한국 웹툰의 성공적 OSMU 사례 <미생>을 다루었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한국 웹툰의 성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한국 웹툰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기는 어렵다.

레진코믹스의 경우 중국의 대표 IT 기업인 큐큐닷컴과 중국 2위의 게임 기업 유요치(U17)에 인기작인 ‘디어’를 2014년 10월 연재 개시, 서비스 10여시간만에 22만 클릭과 공포 만화 랭킹에서 5위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또한 중국 독자의 경우 가상사설망(VPN․Virtual Private Network)을 통해 정부의 대방화벽을 뚫고 대만에서 제공되는 라인웹툰 서비스에 접근하기도 한다.

실제로 바이두에서는 중국의 만화 독자들이 대만의 라인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토론하는 포럼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앱을 통한 라인웹툰 서비스가 중국에서 차단되긴 했지만, 라인은 2014년 8월 중국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인 웨이보(Weibo)를 통해 하루 1~2회 웹툰을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2015년 3월 현재 60,509 팔로워라는 수치를 고려해볼 때, 웨이보에서의 라인서비스 자체의 인기는 그리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수십만의 팔로워를 가진 웨이보의 블로거들이 라인웹툰을 종종 번역 포스팅하고, 그것이 다시 수천의 사용자들에 의해 공유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 웹툰의 영향력을 폄하할 순 없다.

물론, 이러한 예시들을 통해 한국 웹툰이 일본 망가를 넘어설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기초로 한 한국의 웹툰 서비스 포맷과 컬러풀한 콘텐츠, 한류 드라마의 원천 콘텐츠로서의 웹툰에 대한 관심이 중국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한국 웹툰 콘텐츠와 포맷, 대만에서 인기
중화권에서 한국 웹툰은 대만에서 보다 활발히 수용되고 있으며, 대만의 웹코믹스 혹은 이코믹스 산업(e-comic industry)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대만에 위치한 중국 애니메이션/만화 출판 협회의 로져 카오(Roger Kao)는 모바일 만화의 성장을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정의하며, 출판만화시장의 쇠퇴와 달리 모바일/웹 만화가 대만의 만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전망하였다.

 

대만국제만화축제▲ 대만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축제의 모습

 

2015년 2월, 제3회 대만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축제에서는 처음으로 웹코믹 작가를 위한 부스가 열렸으며, 라인과 코미코는 행사의 주된 참석자로 초청되며 대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대만에서 라인은 블로그, 소셜 미디어, 웹페이지를 통해 소비되고 있으며, 코미코와 함께 웹툰, 즉 웹코믹스/모바일코믹스의 생산, 유통, 소비의 주된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대만에서 코미코는 일본의 모바일망가 제공자로 공통적으로 인식되는 반면, 라인은 신문기사에서조차 그 국적이 모호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때로는 일본의 것으로, 때로는 한국의 모바일메신저서비스로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 웹툰 콘텐츠와 포맷이 대만에서 인기를 얻고 있긴 하지만 그것의 국적 자체가 중요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한국 웹툰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면서 정부와 산업 일각에서는 또다시 ‘한’에 대한 강박관념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산업에서는 웹툰을 한류의 차세대 핵심 콘텐츠로 주목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웹툰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한국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려 한다. 한국의 웹툰과 웹툰 작가는 국제 북페어나 만화 관련 축제에서 큰 인기를 얻어왔다.

 

라인 챌린지리그·레진코믹스 국제 만화 공모전 현지화의 좋은 예
프랑스 온라인코믹스 델리툰(Delitoon)의 대표 디디에 보르그(Didier Borg)는 심지어 웹툰이 망가를 대체할 것이라 공언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흐름을 민족우수성 담론의 일환으로 사용하거나 뛰어난 민족문화의 수출로 여긴다면, 웹툰의 세계화는 생경하기만 할 것이다. 문화의 세계화에 대한 학문적 담론은 초기 중심-주변 모델에서 현지화를 거쳐, 문화혼성화의 개념으로 발전되어 왔다.

즉, 세계화란 단순히 중심국가에서 주변국가로의 문화흐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유통, 소비를 통해 타문화와 섞이고 변형되며 새로이 해석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웹툰 세계화에 대한 계획과 전략, 투자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현지 작가 수급과 작가 인지도 확보를 위한 라인의 챌린지리그와 레진코믹스의 국제 만화 공모전 등은 웹툰 생산의 현지화․혼성화의 좋은 예로 보인다.

 

미생1

한편, 대부분의 플랫폼 제공자들은 웹툰을 기초로 한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웹툰을 유통하고 있다. 이러한 유통 방식은 기존 종이 만화 독자들을 온라인으로 유인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만화 독자들을 형성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웹툰 독자층을 더욱 확대하고 타미디어 소비자들을 웹툰 소비자로 형성하기 위해서는 웹툰 전문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 이외에 다양한 유통 플랫폼을 계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웹툰을 한류의 차세대 콘텐츠로 생각한다면, 기존 한국 대중문화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웹툰을 연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가령, 미국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서비스하는 웹사이트인 드라마피버(dramafever.com)나 비키(viki.com)를 이용한다면 기존 한류 소비자층의 웹툰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2차 사업 다각화 관심 증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의 잇단 성공으로 한국에선 웹툰을 기본으로 한 콘텐츠 다각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웹툰을 활용한 모바일 드라마, 단막극, 캐릭터 콘텐츠 제작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산업에서도 웹툰을 통한 OSMU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을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웹툰을 하나의 킬러 콘텐츠로 성장시키고 있으며, 캐릭터 사업을 전담하는 라인프렌즈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인기 웹툰 캐릭터 제품을 판매하는 웹툰 스토어도 마련하였다. 코미코 역시 웹툰을 활용한 게임 개발, 프로모션, 서적,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판매 등, 코미코를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한 계획을 진행 중이다.

레진코믹스의 경우 2014년 3월 엔씨소프트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웹툰과 게임의 지적재산 확장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힘써왔다. 또한, 영상, 소설, 스토어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연재되는 작품을 원작으로 영화와 TV드라마로 확장, 원작과 파생콘텐츠 모두 레진에서 소비될 수 있는 환경을 순차적으로 구축하는 계획을 최근 발표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해외 언론에서는 다양한 수익 창출 방식과 타미디어와의 연계 등 미디어산업으로서 한국 웹툰의 가능성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콘텐츠 다각화에 대한 노력이 단순히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언어로 변환하는 OSMU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원천’ 콘텐츠로서의 웹툰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정부와 산업 일각에서는 한류의 차세대 원천 콘텐츠로 웹툰을 성장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인식은 웹툰의 발전 및 세계화 가능성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웹툰은 유연하게 변형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매개로 다른 미디어 플랫폼과 공생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 여러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하나’로 소비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트랜스미디어 전략은 마블코믹스를 통해 이미 검증된 바 있다. 마블코믹스에서 시작된 영웅 세계관은 영화라는 매체에 맞게 변형되었고, ‘어벤져스’는 다시 게임이나 그래픽노블의 스토리에 영향을 주었다. 각각의 매체만으로도 스토리는 소비될 수 있지만, 모든 플랫폼의 콘텐츠를 섭렵하는 경우 소비자는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간텍스트성(intertextuality)의 구축은 웹툰 캐릭터와 스토리의 수명 연장, 웹툰 소비 경험의 변형 및 확장, 그리고 새로운 국내외 독자층 형성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CJ E&M과의 제휴를 통해 영화계와, 엔씨소프트와의 협력을 통해 게임계와 tvN과의 MOU를 통해 방송계와 공생을 도모한 레진코믹스는 웹툰의 발전 및 세계화에 있어 트랜스미디어 전략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정재현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 중이다. 초등학교 때 급식으로 나온 우유를 맞바꿔 만화를 본 탓에 ‘키’를 잃었으나,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시작한 만화사랑은 여전하다. 죄책감없이 만화를 읽기 위해 만화를 주제로 석사논문을 썼으며 여러 학술 학회에 참여해왔다. 세계화, 정체성, 집단기억, 구별짓기, 지식담론 등과 같은 주제들을 조명하는데 만화가 훌륭한 창구가 되어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음식과 미디어 담론, 국가 정체성 형성에 대한 박사논문을 마치기 위해 지하 연구실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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