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상_ <복학왕> 자신들의 언어로 그려낸 젊은 세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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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론이 무성하다. ‘88만원 세대‘로 본격적인 서막을 연 세대론은 이후 청년들을 ‘G세대’,’삼포세대‘,’달관세대’등 다양한 이름으로 호명한다. 그동안 세대 담론은 젊은 세대의 삶을 포착하며, 그 나름의 메시지를 사회에 제시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많은 세대 담론은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젊은 세대를 작위적으로 규정하는 한계도 노출했다. 최근 한 언론사 기사는 이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달관 세대 사는 법’이라는 이 기사는 젊은 세대들이 ‘영화관’대신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는 것을 마치 자발적인 선택인 것처럼 묘사한다. 게다가 100만원을 벌어, 25만원 월세내고 20만원 저축하여, 55만원으로 생활하는 삶을 풍족한 삶이라 말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기성세대의 왜곡된 시각은 이제는 젊은 세대에게 냉소의 대상인데,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더 이상 ‘위로’가 아닌,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자기 말만 반복하는 ‘꼰대질’일 뿐이다.

현재 세대 담론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세대론이 젊은 세대를 끊임없이 다루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당사자인 ‘젊은 세대’의 목소리는 듣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오직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는 기성세대의 목소리뿐이다. 그나마 언론사에서는 유행처럼 20대 젊은이들에게 칼럼 한 면을 할애해주기도 했지만 이나마도 역부족이다. 이같이 공적인 발언에서 소외된 젊은 세대의 모습은 현재 젊은 세대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한다.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고사하고 기성세대의 세계에 진입하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젊은 세대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며 그래서 그들 자신의 삶을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웹툰’이다. ‘웹툰’은 젊은 작가 지망생들이 기존의 시스템, 즉 문하생 생활 없이도 데뷔가 가능한 공간으로, 과거에 비해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실제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조석’, ‘정다정’ 작가 역시 포털 사이트에서 직접 발굴한 대표적인 웹툰 작가다. 이들은 젊은 세대의 언어와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젊은 세대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 글에서 다루게 될 <복학왕>의 작가 ‘기안84’ 역시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있다. 그는 <패션왕>, <노변가>, <복학왕>으로 이어지는 청춘 3부작을 그리며 젊은 세대의 일상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다. 그는 젊은 세대의 풍속과 감정을 리얼하게 묘사하는데, 20-30대에게 전폭적 지지를 받은 ‘윤태호’ 작가의 <미생>가 비교하면, 그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미생> 주인공 ‘장그래’는 11살 나이에 한국 기원에 입단해, 젊은 세대가 일반적으로 공유하는 경험이 부재하다. 또한 그에게는 오락, 음악 등 젊은 세대가 즐기는 취미의 흔적을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물론 그도 직장에서 보통 젊은이들처럼 미숙함을 보이지만, 그것은 20대의 미숙함이라기보다, 그냥 새로운 환경에 노출된 인간의 일반적 양상에 가깝다. 사실 <미생>은 청춘의 이야기라기보다, 청춘이 제거된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다. 다시 말해, <미생>은 젊은 세대의 열망을 투영한, 그들과 다른 세상의 ‘판타지’라면, <복학왕>은 현재 그들이 딛고 있는 현실을 담아낸 ‘팩션(faction)’에 가깝다.

 

대학, 젊은 세대의 공유된 기억
<복학왕>은 <패션왕> 주인공 우기명의 대학 생활 이야기다. 여기서 ‘대학교’는 젊은 세대의 삶을 담아내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세대론이 가장 비판 받는 지점 중 하나는 계급문제를 생략한 채, 젊은 세대를 동일한 집단으로 묶고 분석했다는 점이다. 부모의 도움을 받고 유학 가는 20대가 있는 반면, 아르바이트와 대출로 대학생활을 겨우 이어가는 20대도 있다. 이같이 같은 대학생이라도 확연한 계급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학 생활을 통해 젊은 세대를 이야기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우선 ‘대학 진학률 세계 1위’의 대한민국 현실에 있다. 대다수 20대는 대학이란 ‘인생의 통과의례’를 공통적으로 경험한다. 다음으로 대학이 가지는 ‘시간’과 ‘공간’의 특성이다. 대학은 입학, 신입생 환영회, MT, 중간·기말고사, 종강, 방학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결합축’에 대학교 강의실, 자취방, MT 리조트, 피시방, 편의점 등으로 구성된 장소의 ‘계열축’이 삽입된 공적인 시스템이다. 대한민국 젊은 세대는 이같이 유사한 대학 시스템을 경험함으로써, 계급 차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만의 동일한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대학에서 반복되는 시간과 공간의 경험은 젊은 세대의 ‘일상성’으로 편입된다.

대학은 젊은 세대의 삶을 재현한 공간이다. 하지만, <복학왕>의 배경이 되는 ‘지방 대학’이 과연 대학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주인공 우기명의 학교 ‘기안대’는 일명 ‘지잡대’로 불린다. 지잡대는 ‘지방의 잡스러운 대학교’라는 뜻을 가진 인터넷 신조어로 일반적으로 지방의 일부 대학을 제외한 모든 지방대를 지칭한다.[1]지잡대는 즉 지방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을 비하하는 용어이다. 하지만 <복학왕>은 단순히 무기력하고, 공부 못하는 특정 학생들만의 서사가 아니다. 비록 과장되기는 했지만, 만화 내내 지배하는, ‘우린 안 될 거야’라는 지답대 정서는 젊은 세대를 짓누르는 정서 ‘좌절감’의 연장선 위에 있다. 게다가 <복학왕>에서 지방대학의 고질적 문제점인 취업 문제를 다루게 될 때는 <복학왕>은 지잡대 비하 만화를 넘어 젊은 세대의 풍경이 된다. 칼럼니스트 한윤형이 지적했듯 과거의 ‘루저’는 학벌 구조의 바깥에 위치했다면, 오늘날의 ‘루저’는 학벌 구조 안쪽까지 확장된다. 취업의 어려움은 젊은 세대,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저성장과 실업이 만성화된 시대, 그래서 많은 20대들은 <복학왕>의 인물들을 통해 우울한 자신의 현재를 본다.

 

기성 세대 편견에 대한 반론
기안84 작가는 정교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는 아니다. 만화 독자 사이에서 회자되는 <패션왕>의 뜬금없는 우기명의 ‘늑대 변신’은 이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작가의 개연성 없는 작품 구성은 많은 독자의 비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작가의 이야기 구성은, 작가 의도와는 상관없이, 서사 자체가 불가능한 젊은 세대 삶[2]을 묘사하는데 적합하다. 기성세대가 경험한 안정적인 일자리와 지속 가능한 삶들은, 현재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고등학교 때는 입시 경쟁을, 이후 대학교에서는 학점과 스펙 쌓기에 열중하며 미래를 대비하지만, 삶은 더 이상 예측 가능하지 않으며, 종종 우연에 휘둘린다. 이러한 이유로 개연적인 사건들로 연결된 탄탄한 구성보다는, 오히려 기안84 작가의 부조리한 구성이 ‘예측 불가능한’ 젊은 세대의 현실과 더 닮아 있다.

<복학왕> 에피소드는 다음 에피소드로 개연성 있게 이어지지 않으며, 각 에피소드는 무책임할 정도로 갑작스레 마무리 된다. 사건의 주체인 기안대 학생들 역시 에피소드만큼이나 일관된 삶을 살지 못한다. 그들은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을 결심하다가도, 이내 곧 ‘생긴 대로 사는 거야, 이미 틀렸다구!’라고 외치며 정신 줄을 놓아버린다. 기성세대 시선에는 그들은 정말 꿈도 없고 생각도 없는, 말 그대로 지잡대 학생이다. 하지만 우기명을 포함한 기안대 학생들은 기성세대의 편견처럼 그들의 무거운 현실을 인식 못하는 것은 아니다. <복학왕>의 시점이 전지적 시점일 경우 기안대 학생들은 단순히 풍자 또는 조롱의 대상이지만, 각 개인으로 1인칭 시점이 변환되었을 때는, 그들은 ‘청년실업’, ‘학벌구조’ 그리고 ‘현재 자신의 위치’를 냉정하게 이해한다. <8회 즐거운 대학생>에서 우기명 후배 봉지은은 학기 초에 성실한 대학 생활을 하려 노력한다. 수업도 늦지 않고, 전공 과제도 열심히 하지만 가슴 한편에는 사라지지 않는 불안함이 있다. 그녀의 눈에는 점차 무기력한 학생들의 모습, 관성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들, 대기업은커녕 중소기업조차 취직하기 힘든 대학 현실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봉지은은 ‘지잡대’인 기안대 학생으로 매몰되지 않고, 그 대상들과 심적 거리를 확보하여,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자신의 현실을 직시한다. ‘애초에… 이곳은 답이 없는 곳 아닐까? 이 대학교 자체가… 노답’이라고.

봉지은의 비판의 대상인 다른 기안대 학생 역시 계속해서 비판의 객체로 머무르지 않는다. 봉지은 관점에서 생각 없는 선배 우기명 역시 자신의 시점으로 전환되었을 때는 비판적 시각으로 자신과 대학을 바라본다. 우기명의 관점에서는 봉지은 역시 다른 학생들과 다를 바 없는 현실에 무력한 학생이다. 그는 막막한 자신의 미래가 불안하다. 새로운 삶을 모색하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아는 것은 대학교가 비루한 현실은 바꿀 수 없다는 사실뿐이다. 그리고 그의 그런 생각은 대학교를 졸업한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더욱 확실해진다. 선배는 재학 시절에 학회장이었으며, 장학금을 매 학기 받고, 교수들에게도 사랑 받는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선배가 취직한 곳은, 기안대 학생 시절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패션 브랜드 상하차 물류창고’일 뿐이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한다. ‘졸업 후 할 것이 없다’라고.

 

삶과 분투하다
<복학왕>에서 각 인물들은 서로를 응시하며, 현실에서 그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지한다. 이렇게 관성적인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처지를 객관화한 그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삶을 이끌어갈까? 어떠한 결정도 못하던 봉지은은 선배의 집합을 받고나서, 마침내 자퇴를 결심한다. 그녀는 현재의 선택지인 ‘지잡대’로는 미래를 위한 답이 없다고 판단하고, 선택지 자체를 바꾸기 위해 입시 준비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녀는 기숙사형 입시학원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그녀는 자퇴서를 제출하러 기안대에 갔을 때 그녀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발생한다. 학과에서 광고모델 선발전이 열린 것이다. 기안대 패션학과 학생들은 선발전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워킹 하는 그 순간만큼은 지잡대생인 그들 역시 열정과 재능이 넘치는 젊은이다. 옆에 있던 선배는 봉지은에게 말한다. ‘여기는 패션학과야. 다른 건 몰라도 패션에 목숨을 건 아이들이 온 곳이란 말이다. 잘 보거라. 니가 지잡대라고 무시했던 이곳이 어떤 곳인가를’. 결국 모델 선발전에 감동을 받은 봉지은은 ‘학교가 뭐가 그렇게 중요해.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하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녀는 그렇게 자퇴를 취소하고 기안대로 다시 복귀한다.

우기명의 경우 동창모임에서 열등감을 느끼고, ‘학점과 취업의 신’, ‘미래와 결혼의 자격을 갖춘 남자’가 될 것을 다짐한다. 그는 봉지은처럼 과감한 선택을 시도하지 않지만, 대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학과 공부’를 우선 시작한다. 이후 그는 도서관에서, 강의실에서 그리고 실습실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특히 워킹 시험에서 보여준 우기명의 모습, 목까지 내려간 다크서클, 코 밑에 흘러내린 코피는 ‘자신의 청춘마저 반납하고 과제, 학업에 미친’ 젊은 세대의 삶 그 자체다.

우기명과 봉지은 앞에 놓여 있는 삶의 과제는 단순히 공부만이 아니다. 학생의 정의는 공부하는 사람이지만, 그들은 공부도 하고 또한 학비와 생활비를 위해 일도 해야 한다. 생각 없이 놀기만 하는 대학생 이미지는 기성세대에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지만, 그들에게 노출된 젊은 세대의 모습은 전체 삶 중 일부분일 뿐이다. 비록 그들은 보지 못하지만, 젊은 세대는 학교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직장에서 자신들만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다. 주인공 우기명 역시 방학 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곧 노가다를 하며 돈을 번다. 비록 독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우기명은 월급을 ‘대학생 바’에 탕진하지만, 그의 일하는 모습은 학비 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방학에 공부 대신 일을 택하는 20대의 모습과 겹쳐진다. 봉지은 역시 학기 중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대학 생활을 한다. 작품 내에서는 아르바이트가 학업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대신 아르바이트로 인해 선배와 갈등하는 장면에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젊은 세대의 어려움을 암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방학 동안 ‘대학생 바’에서 일을 한다. 그녀는 그곳에서 500만원을 벌어 월세 보증금을 내지만, 그녀의 어려움과 상관없이 ‘쓰레기 같은 X’라는 도덕적 비난을 받기도 한다. 봉지은에게 일과 공부는 분리된 것이 아니다. 그녀의 정체성 안에는 공부와 함께 일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그녀의 양 눈동자는 종종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리는 ‘사시’로 표현되며 희화화 되는데, 그것은 일과 학업이 충돌하는 분열된 내면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 이렇게 봉지은을 포함한 많은 청춘들의 삶은 애달프다.

 

젊은 세대의 우울한 자화상
지잡대에 대한 편견과 달리, <복학왕>의 학생들은 무기력하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 각자 방식으로,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새벽까지 일하기도 한다. 그래서 종종 등장하는 ‘라면’ 또는 ‘밥버거’를 우겨넣는 장면은 자신의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삶을 표상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벽은 젊은 세대에게 너무나 높고 단단하다. 노력은 쌓이기보다 소모되어서, 그들은 열심히 뛰어보지만 현실은 언제나 제자리다. 우기명 역시 학업에 매진하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비록 패션 전공학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도 하지만, 기초가 부실한 영어나 변덕스러운 목사의 채플 학점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1학년 때보다 성적은 올랐지만, 우기명은 여전히 미래가 불안하다. 우기명의 전공 교수는 우기명의 열정에 ‘이딴 것이 다 무슨 소용이야’라고 하며 그의 진지함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은 ‘그냥 교수 자리나 해 먹으려고 여기 있는 것뿐이야’라고 자책하며, ‘니들이 졸업 후 갈 곳은 없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후 우기명의 삶은 교수의 생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방학 때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중단한다. 또한 교수님 추천으로 취직을 하지만 그것은 IT 업계는 ‘PC방’, 패션 영업은 ‘ACD 신발마트’ 아르바이트임이 밝혀진다.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우기명의 현실은 그의 꿈과 멀어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여기서 반복되는 ‘희망과 좌절의 롤러코스터’는 <복학왕> 학생들만이 겪는 경험은 아니다. 그것은 <복학왕>을 보는 많은 20대 독자들 역시 겪거나 겪어내야 할 삶인데, 그들 역시 학점, 토익에 매달리고, 심지어 자신의 삶을 ‘스토리텔링’하여 자기소개서를 채워 넣지만,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젊은 세대는 ‘좌절’하고 더 나아가 ‘부끄러움’의 감정을 안고 산다. 특히 그들은 자신을 키워주신 부모에게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삶은 부모의 기대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지기만 한다. <복학왕> 우기명 역시 이러한 부모님과 관련된 ‘미안함’과 ‘부끄러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우기명이 어머니가 일하는 가게를 들렀을 때 일이다. 처음 어머니에게 인사드릴 때, 그는 예의바르고 당당한 아들이다. 하지만 어머니와 일하는 아줌마가 그를 그녀의 딸과 비교하는 순간, 우기명은 부족하고 부끄러운 아들이 된다. 그녀의 딸은 장학금을 받는 명문대 출신인 반면에 우기명은 이름도 모를 지방 촌구석 대학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일 뿐이다. 이같이 젊은 세대는 자신을 부끄러운 존재로 여긴다. 그들은 부모에 의존한 삶을 살지만 막상 부모에게 해줄 것은 거의 없다. 심지어 취업하여 독립해 사는 것도 버겁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면의 ‘수치심’과 ‘죄책감’은 동료 아줌마로 상징되는 기성세대의 시선에 의해 강화된다. 그 시선에 비춰진 젊은 세대는 소극적이며, 지체된 존재일 뿐이다. 젊은 세대는 이 시선을 부정하지 않는다. 마치 <미생>의 대사 ‘열심히 안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해서인 걸로 생각 하겠다’처럼 자신들의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자책할 뿐이다.

 

‘초현실주의’를 통한 ‘현실성’ 재현
뒤풀이 방에 단체로 뒤섞인 신발, 자취방에 놓여 있는 작은 냉장고와 뒹구는 아령, 도서관 책상에 깨알같이 적혀 있는 낙서. <복학왕>에서 기안 84작가는 마치 ‘리얼리즘’ 작가처럼 젊은 세대의 풍속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이러한 세밀한 대학 생활 묘사는 독자들에게 사실적인 실감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감정이입을 용이하게 만든다. 또한 <복학왕>의 현실성은 사실적 묘사와는 정반대 방식인, 과장되고 왜곡된 연출 방식을 통해 재현되기도 한다. 특히 작가는 사회 모순의 단면을 드러내고자 할 때, 기안대와 학생들을 ‘초현실주의’기법으로 재현한다. 초현실주의 기법은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의 표현을 지향하는데[3], <복학왕> 역시 젊은 세대의 음울 미래를 풍자할 때, ‘꿈’또는 ‘환상’을 빈번히 이용한다. 예를 들어 <5회 오티 마무리>에서 봉지은은 과 점퍼를 만졌을 때 자신의 욕망과 좌절이 뒤엉키는 환상을 체험한다. 그녀가 과 점퍼를 입는 순간, 주위가 캄캄해진다. 이윽고 밝은 빛이 새어 나오면서 미래의 그녀 모습이 보인다. 졸업식에서 봉지은은 희망으로 가득해 보인다. 하지만 취직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중소기업을 거쳐 심지어 직업소개소에서도 이주 노동자에게 밀리는 비참한 신세가 된다. 이후 그녀는 마지막 도전으로 ‘햄버거 가게’에 면접을 본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 달리, ‘기안대 학벌로는 감자 튀기기도 힘들다’는 비난을 받으며 면접에서 떨어진다. 이렇게 봉지은은 꿈 또는 환상을 통해, 자신의 소망을 표출하지만, 결말에는 차가운 현실만 재확인할 뿐이다.

<35회 우기명의 여름방학>에서 우기명은 취업이 불가능한 ‘디스토피아’의 환상을 경험한다. 처음 우기명은 피시방에서 오락을 한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다른 곳과 달리 엄청난 속도로 흘러간다. 이후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가득 쌓여 있는 휴대폰 메시지만이 지나간 시간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할 뿐이다. 다시 정신을 차린 우기명은 자신의 영상 메시지를 하나씩 확인해본다. 처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그의 친구, 어느새 나이가 들고 머리가 벗겨진 윤두준이다. 윤두준은 지잡대 ‘개불대’를 졸업하고 취직을 못해 노가다를 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차례대로 친구들의 비참한 삶을 이야기 한다. 다음 메시지는 후배 봉지은이다. 그녀는 자신이 기안대 전체 2등으로 졸업했지만 편의점에도 취업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는 이어 ‘학생들은 모두 청년 실업자가 되고, 더 이상 인간이 취업할 수 없는 땅’이 된 황폐화된 미래를 보여준다. 이 모습에 경악한 우기명은 공포감에 휩싸인다. 그래서 그는 컴퓨터에 재빨리 접속하여, 일자리를 구하려 애써 본다. 하지만 우기명에게 남은 시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그의 뒤에는, 거대한 블랙홀이 그를 포함한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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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왕>에서는 취업 문제와 함께 ‘삼포 세대’ 즉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풍자할 때, 초현실주의적 표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때는 환상이 현실세계에 틈입하여, 기안대는 현실과 환상 사이 어느 지점에 위치하게 된다. <복학왕>은 젊은 세대 청춘을 다루는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연애가 부차적으로 다뤄진다. 이것은 이전 작품 <패션왕>에서 우기명-봉지은의 연애가 서사의 주요 요소였다는 사실과 대조된다. 기안대에서는 연애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학생들은 연애 감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기껏해야 ‘썸’만 주고받을 뿐이다. 게다가 <복학왕> 곳곳에는 연애 이후 이어지는 삶, ‘결혼’과 출산’의 두려움이 어른거린다. <출산율 1위>는 이러한 젊은 세대의 정서를 함축시킨 에피소드다. 이 에피소드는 2학기 개강과 함께 시작된다. 학교의 모습은 1학기 때와 사뭇 다르다. 학교는 임신으로 배가 부르거나, 유모차를 미는 여학생으로 가득하다. 수업시간에는 우는 아기들로 수업이 진행되지 못한다. 기안대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한 초현실적인 공간이 된 것이다. 여기서 봉지은의 친구 설주 역시 임신한다. 설주의 남자친구는 자취방계의 꿀벌 김지노다. 그는 여학생 자취방에서만 사는 바람둥이로, <복학왕>에서 대학 연애, 동거를 풍자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연애 하는 인물이다. 여기서 김지노는 설주를 책임지기 위해 결혼하고, 자취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이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번번이 그 시도는 좌절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르바이트’ 같은 저임금 노동뿐이고, 그 월급은 결코 그의 가정을 책임질 수 없다. 그렇게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김지노는 비상식적으로 학교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이 황당한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농사가 잘되자, 기안대 출산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한다, 이제 기안대는 트랙터가 굴러가고, 소가 돌아다니는 ‘초현실적인’ 공간이 된다. 이같이 작가는 ‘학교’와 ‘트랙터’같이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을 배치하고, 이를 통해 출산율, 취업과 같은 대한민국의 부조리한 현실은 풍자한다.

 

맺음말: 젊은 세대 언어의 모색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미술학원에 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학원에서는 석고 소묘만을 가르쳐 줄 뿐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서양화과로 진로를 택하게 된다. 이후 대학교 생활을 잠시 하고, 곧 군대를 간다. 제대 후에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도 해본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복학 후에는 단조로운 생활만이 반복되고, 불안감은 점점 쌓여만 간다. 현실의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때, 나의 눈에 ‘웹툰’이 들어왔다. 이것은 기안 84 작가가 인터뷰에서 밝힌 작가 데뷔 전 여정이다. 그는 ‘그냥 그때그때 얼추 맞춰서 움직이며’ 살아갔지만, 그 느슨한 과정 속에서도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의 요구를(대학, 군대)를 이행하며, 비록 부족하지만 그 상황에 맞는 최선의 길을 택한다. 여기서 작가의 삶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그가 웹툰 작가로 성공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의 삶의 과정들이 많은 20대의 모습과 겹치기 때문이다. 즉 그는 기성세대의 언어가 아닌 젊은 세대 언어 즉 자신들의 언어로 자신들의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평범한 ‘자신’의 이야기며, 또한 그와 동시대 정서를 공유하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다. <복학왕> 학생들은 무기력할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미래를 향한 열정을 갖고 있다. 또한 그들은 생각 없이 놀기도 하지만, 때때로 자신의 삶을 위해 치열하게 살기도 한다. 그들의 모습은 비록 기성세대의 시선에서는 일관되지 않고 심지어 모순되어 보이지만, 이것이 바로 이 시대 젊은 세대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작가 기안84는 사진작가처럼 그 누구보다 청춘의 민낯을 실감나게 작품 속에 담아낸다. 하지만 사진의 은유가 암시하듯 <복학왕>의 젊은 세대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은 아니다. 거울에 비친 대상처럼 투명하게 재현되는 세계는 없다. 현실을 재현할 때, 작가의 주관적 개입인 필연적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가의 한계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한다. <복학왕>의 기안 84작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복학왕>에서의 ‘지잡대’ 풍자는 줄타기 하듯 아슬아슬하다.

복학왕002그것은 종종 사회 풍자라기보다 ‘지잡대’에 대한 조롱에 가깝다. 젊은 세대 남성이 공유하는 ‘여성 비하’ 유머 코드 역시 웃음을 줄 수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는 않다. 또한 사회 구조 모순을 인지하지만,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냉소주의가 작품 내에 짙게 깔려 있다. 이같이 작가는 <복학왕>에서 기성 세대와 다르게 경험하고 행동하는 젊은 세대의 삶을 이야기 하지만, 한편으로 젊은 세대를 여전히 ‘기성 세대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재현하기도 한다. 이것은 작가 역량의 한계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젊은 세대의 한계일 수도 있다. 젊은 세대는 다른 삶을 모색하며 고군분투하지만, 그들 역시 기성 세대의 한계를 안고 있으며, 그들이 부딪혀야 할 현실은 너무 거대하다. 그것이 <복학왕> 내내 생기 넘치는 학생들의 모습과 달리, 실사 형식으로 만화 중간 중간 삽입된 봉지은과 우기명의 모습이 처연하고 불안해 보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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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엔하위키미러, https://mirror.enha.kr/wiki/%EC%A7%80%EC%9E%A1%EB%8C%80
[2]김수환, 웹툰에 나타난 세대의 감성구조
[3]네이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16363&cid=40942&categoryId=32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