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틱엠> ‘만화평론 신인상’ 심사 총평

by -
0 573

짧은 공고 기간과 제한된 홍보영역, 그리고 신춘문예 같은 등단의 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1970년생부터 1995년생까지 거의 한 세대를 어우르는 연령대에서 총 26명의 예비비평가들이 응모했다. 등단제도의 온갖 폐해에도 불구하고 정식등단 제도가 없어서 아쉬웠던 것은 크리틱엠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크리틱엠 신인상은 그동안 고사 중이었던 만화비평에 새로운 피의 수혈이며, 동시에 등단의 목마름에 대한 해갈이다. 글의 수준은 고르지 않았다. 어떤 글들은 아직 텍스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도 있었고, 어떤 글들은 자신의 관점과 의견이 무엇인지 정확히 제시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글들은 심자자들의 피를 뜨겁게 만들 정도로 여러 번, 숙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역량 있는 신인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크리틱엠의 행운일 뿐 아니라 향후 만화비평계, 나아가 만화계의 건강한 확장에 기여할 것이다.

만화비평은 텍스트에 대한 ‘따듯한 의혹’에서 출발한다. 따듯한 의혹의 시선으로 텍스트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그 스스로 자족적인 텍스트를 생산하는 일이다. 독립적인 텍스트로서 향유할만한 깊이와 미학적 향기를 지니지 못한 비평은 차가운 미혹(迷惑)이거나 교조적인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크리틱엠이 주목한 네 명의 신인들은 모두 이러한 미덕을 가졌다. 텍스트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종으로 횡으로 섬세하게 읽고 있으며, 그 결과를 자기만의 음성으로 변별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부터 우수상까지 순위를 선정하지만 그것은 순위라기보다는 오히려 차이에 가까웠다. 텍스트를 읽고 평하는 역량은 물론 그 결과를 미학적으로 재구성해내려는 뚜렷한 비평에 대한 자의식이 무엇보다 돋보였다. 최근에 접했던 웬만한 필자 수준은 금방 뛰어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개개의 작품에 대한 심사평보다는 그들의 비평 전문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이 새로운 신인들이 어떠한 글을 쓰는 저자들인지 충분히 알게 될 것이라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생각이다.

크리틱엠은 향후 독자들이 이 네 신예의 글들을 지면에서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새로운 얼굴들이 오래오래 역량을 발휘해 주기를, 그리고 신선하고 활기찬 만화평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기를, 심사위원들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원할 뿐이다. 독자분들도 이 참신한 신진 평론가들의 글을 즐겁게 읽어주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더 욕심내어본다.

 

 

크리틱엠 만화비평신인상 심사위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