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틱엠> ‘만화평론 신인상’ 수상 소감

 

대상

 

선우 훈
2013 서울대학교 조소과 졸
2014 다음 만화속세상 “데미지 오버 타임” 연재

 

일단, 대상을 수상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지원 작품이 적었다는 아쉬움도 큽니다. (물론 지원 작품이 늘어날수록 제가 상을 탈 가능성은 줄어들었겠습니다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여러모로 만화계의 현실을 시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저는 만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글을 쓰게 되었고, 덕분에 독자, 작가, 평론가라는 세 관점에서 만화를 좋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누리며, 만들고,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입니다. 좀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함께 말이지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최우수상

 

오혁진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부산 민주언론연합회 편집위원

 

만화의 첫 경험은, 어머니 말에 따르면, 옆집 만화방에서였습니다. 그때 저는 한글도 모르면서도 만화를 보며 즐거워했고, 만화방 주인아줌마도 그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저의 만화방 출입을 막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만화 인생의 서막은 초등학교 1학년, ‘보물섬’과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청소년기에는 ‘아이큐점프’, ‘소년챔프’를 통해 한국 만화 잡지의 전성기를 경험합니다. 이렇게 과거를 되돌아보니, 만화는 지금까지 항상 제 주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바로 이 경험이 제가 만화 평론을 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분야를 평론한다는 것은 그 분야에 대한 애정을 전제로 하는 것일 테니까요.

물론 만화를 좋아하는 것만으로 평론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평론을 한다는 것은, 그때부터 좋아하는 것을 넘어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점에서는 명사들의 성공담처럼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소극적이었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다행히, 만화 평론을 위한 준비를 작게나마 꾸준히 하긴 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글에서 ‘만화 평론을 하려면 다양한 만화를 봐야 한다’는 구절을 보고, 이 후 다양한 서구 만화를 보려 노력 했고, 웹툰’의 경우도 하루에 목표량을 설정해서 기계적으로 꾸준히 봤습니다.

이제 마지막 여정인 글쓰기 단계로 들어가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만화 평론을 쓴 것은 작년 9월부터입니다. 처음에는 만화를 보다 떠오른 생각을 페이스북에 적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 적은 글들을 ‘디지털만화규장각’ 개인 리뷰와 블로그에 옮겨놓으면서, 본격적인 만화 평론을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창작에 대한 많은 환상과 달리 아주 규칙적이고 엄격한 노동만이 뭔가를 만들어낸다’라는 천계영 작가의 말처럼, 만화 평론을 매주 규칙적으로 썼습니다. 그렇게 쓰고, 또 쓰고, 그러다 ‘만화평론 신인 공모전’을 지원했고, 그리하여 지금 이 자리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복학왕’은 정치적으로는 옳은 작품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각 에피소드의 수준도 기복이 지나치게 큽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학왕’을 평론한 것은 작품 속 ‘기안대 학생들’이 마치 날것처럼 생생하게 살아 움직여, 그래서 이 청춘의 민낯이 현재 젊은 세대 삶의 일부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글을 쓰고 나서 아쉬웠던 점은 만화에서 느낀 저의 공감이 ‘남성적 시각’에서 공유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복학왕’ 제목에서 암시하듯, 남성적 시각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는 작품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지 않은 것은 제 평론에 명백한 한계라 생각됩니다. 차라리 ‘복학왕’을 대학생활을 소재로 한 다른 만화 ‘치즈 인 더 트랩’과 비교 분석했으면, 만화 속 젊은 세대를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평론이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수상

 

손지상
2007 <인간돼지> 사이버문학광장 주간 우수상
2008 <당신의 苦를 삽니다> 사이버문학광장 장르부문 최우수상
2009 <괴수가 나타났다>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문학’
2011 <패어웰, 마이셀프>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문학’
2012 연극 <정명 – 어항을 나온 다섯 물고기> 출연
2013 <당신의 苦를 삽니다> 단편소설집 출간
2014 단편집 <옆집누나 엔솔로지>, 단편 <스쿨 하프보일드>, 중편 <데스매치로 속죄하라 – 국회의사당 학살사건> 출간, 미디어스 오피니언 코너 <세상의 모든 책들> 서평 연재
2015 KB국민은행 레인보우문학 <손지상의 과학환상곡> 연재

 

좋아하는 만화가는 너무 많다. 싫어하는 만화가는 정체되어 있는 만화가. 한번 읽어보고 싶다고 최근 생각한 만화는 도오쿠만(どおくまん)의 <아아, 꽃의 응원단(嗚呼、花の応援団)>, 아라이 히데키(新井英樹)의 <더 월드 이즈 마인(ザ・ワールド・イズ・マイン)>, 그리고 이탈리아의 <딜란 독(Dylan Dog)>.

산불과 장갑차, 들개 떼와 지프차, 만화책과 군화, 저의 어린 시절을 구성하는 키워드 중 일부입니다. 아버지가 대대장으로 있던 양평의 장갑차 부대 관사 앞에는 야산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 거기서 산불이 나는 것을 봤고, 그 시절 열심히 보던 <명견 실버>에서 봤던 것과 똑같이 들개 떼가 야산을 내달리며 도망치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곰은 없었지만요.) 저게 인견(忍犬)은 아닐까, “천랑발도아!”를 하지는 않을까? 상상하는 사이, 비가 와 불은 꺼졌습니다. 집이 멀다보니 지프차를 타고 등교해야 했는데, “아이큐 점프가 만든 하나 뿐인 오리지널” <드래곤볼>을 보면서 40~50분 동안 나메크성의 풍경과 주변 풍경을 겹쳐보곤 했습니다. 그 사이 운전병 아저씨는 군화로 액셀을 힘껏 밟으며, 다 보고 자기에게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게 벌써 20년 전이네요.

지방에 살면서, 자주 이사를 전전하다보면 일상감각이 묘하게 일그러집니다. 지역은 달라도 군인 아파트나 관사는 대부분 구조나 형태가 같지요. 지역은 아직 익숙해지기 전에 이사를 가버립니다. 새로 이사 간 지역의 생소한 지역색과 사투리를 익히려고 진을 빼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돌아오면, 분명 익숙한 구조인데 남의 집 같습니다. 구조에 기억이 쌓이지 않고 계속 리셋 되어버립니다. 용돈도 받지 못했던 데다가 지방이었기에, 대중문화의 유입도 늦었습니다. 만화도 제대로 2권, 8권, 12권, 띄엄띄엄 구해다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야 했습니다. 유행하는 만화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만화에 대해 이야기 할 친구도 없습니다. 그 정도로 친해지기 전에 다시 리셋되니까요. 그런 제게 일상은 “정신과 시간의 방”이었습니다. 그다지 임장감(reality) 있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만화가 더 임장감이 있었지요.

친구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많았지요. 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수행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충청도로 이사 가면 충청도 사람이, 경상도로 이사가면 경상도 사람이 되어야 했지요. 하지만 역시나 피상적인 사귐 이상으로는 가지 않았습니다. 더 친해졌다가 헤어지면 저만 힘들거든요. 저는 저도 모르게, 스스로를 일종의 만화 캐릭터처럼 여기며, 연기해온 셈입니다. 사람들은 저더러 명랑만화 속 캐릭터 같다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얼굴은 “고양이버스”를 닮았지만요. 저는 진심으로 친구들과 우정을 쌓았습니다. 그러나 이사 가면 곧 잊어버렸지요.

제게 있어 만화는 프로레슬링이나 마술과 마찬가지로, 우직한 태도와 기믹(gimick)으로 비현실적인 세계에 임장감을 느끼게 만드는 예술입니다. 제가 만화에게 기대하는 면도 이런 점입니다. 철저히 비현실이지만, 우직할 정도로 현실의 단면을 그려내는 만화를, 저는 좋아합니다.

“문설트 프레스(moonsault press)”라는 프로레슬링 기술이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절대 맞을 리가 없는 기술입니다. 링 위에 뻗은 상대를 향해, 기둥에 올라가 공중에서 반회전하면서 덮치는 기술입니다. 저는 이 기술이 좋습니다. 최대한의 노력으로 도약해 상대를 덮치면서도, 과하게 회전하거나 몸을 뒤틀어 기교를 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바보 같은 면이 좋습니다. 죽어도 “이건 고작 쇼일 뿐이에요, 거짓일 뿐이에요, 환상일 뿐이에요” 라고 말하지 않는 우직함에 전율하고 맙니다.

저는 만화도 그렇게 봅니다. 단순히 시간 때우기야, 라는 식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만화가 본인이 그런 기분으로 그렸다 하더라도!

철저히 우직한 태도로 작가와 프로레슬링을 하려고 합니다. 과연 어떤 수단으로 제 뒤통수를 칠 지, 제게 기술을 걸지 기대합니다. 작가가 기둥 위에 올라가 문설트 프레스를 준비하면, 저는 얌전히 링 중앙에 누워, 제대로 떨어지기 좋도록 몸을 살짝 움직여 방향을 틉니다. 그리고 실눈을 뜨고, 얼마나 열심히 작가가 도약하는 지 지켜봅니다. 어디 한 번 해 봐! 하는 마음으로요.

프로레슬러는 공격을 피해선 안 됩니다. 아무리 위험한 공격이라 하더라도, 상대의 공격을 모두 받아내야 합니다. 패배 일보 직전까지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고, 종이 한 장 차이로 역전!

상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저는 기쁨을 넘어 멍한 상태였습니다. 한창 다른 원고의 마감을 하던 와중이었지요. 작업을 한 숨 돌리고 나서, 제게 든 생각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온 힘을 다해 내게 주어진 기회와 책임을 받아내자.

평론이라는 프로레슬링을 최대한 성립시키자.

어떤 만화든 철저히 체중을 받쳐주고, 충격을 받아내자.

그리고 종이 한 장 차이로 역전!

…그런데 아직도 뭐가 역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상관없죠. 프로레슬링에서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닙니다. 얼마나 멋진 시합을 했느냐니까요. 앞으로 얼마나 멋진 시합을 하겠다는 호언장담은 (프로레슬러라면 누구나 하는 짓이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열심히, 우직하니 로프 반동을 하러 달리겠습니다. 상을 주신 심사위원 분들의 기대와, 앞으로 제 글을 읽을 독자 분들에게 최대한으로 보답하기 위해.

아! 그리고 제게 공모전 정보를 알려주셨던 저의 맹우(盟友)이자 동료 작가, DCDC 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우수상

 

이연숙
팟캐스트 <퀴어 방송>, <주간 웹툰> 진행
블로그 http://blog.naver.com/hotleve

 

무엇보다 <미지의 세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글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