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의 작품 수가 늘어남과 비례해 나타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그것은 기존 만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수는, 그래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연출 방식을 선보이는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을 합성하는 방식은 이제는 너무 흔한 일이 되었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뉴미디어 기기의 특징에 접목하여 멀티미디어 기능이 돋보이는 작품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보니 <조선왕조실톡>과 같은 기묘한 형식의 작품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누가 보더라도 ‘조선왕조실록’을 패러디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지니게 한다.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거기에 현대인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바일 메신저의 명칭을 더하여 신조어를 선보인 셈이다. 요컨대 ‘조선왕조’는 핵심적인 소재가 되고 있으며, ‘톡’은 그 소재를 이야기로 만드는 연출의 핵심이 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그렇게 이 작품은 조선왕조의 이야기를 ‘톡’ 방식으로 구성해냄으로써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웹툰을 완성시켜 나간다.

01 <조선왕조실톡>은 이처럼 모바일메신저의 대화창에 임금과 신하 그리고 백성들이 등장해 대화로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이제 내용을 살펴보자. 조선시대를 소재로 삼은 만큼 작품 속에는 세종대왕, 연산군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왕들이 등장하고, 황희 정승이나 수라간 궁녀도 한몫한다. 육식을 즐긴 세종대왕의 특징과 춤과 노래를 즐긴 연산군의 특징도 스토리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여러 번의 사직서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퇴짜를 맞고 현직으로 복귀해야 하는 황희 정승의 일생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존재는 메신저 화면에 뜬 이름과 썸네일로만 존재할 뿐 그 어디에도 표정과 행동이 드러나지 않는다. 메신저로 나누는 대화처럼 등장인물들은 그저 이름 옆에 뜨는 대사로만 얘기를 나누고, 그것으로 사건은 진행되며 또한 그렇게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캐릭터는 존재하되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것이 적절할까. 요컨대 모바일 메신저의 형식을 빌려 대사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은 성군과 폭군의 모습이 그림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채 오로지 신하들과 주고받는 대사를 통해서만 이미지화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꽤 영리한 작품이기도 하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그림에 대한 수고를 덜고 있으며, 독자의 입장에서는 실생활에서 매일 즐기는 메신저 방식을 통해 스토리에 접근하게 되니 그만큼 이해도 빠르다. 게다가 이야기 구성 자체가 우리 역사를 기본으로 삼고 있어 꽤나 지적(知的)인 작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전개는 이른바 학습만화처럼 노골적인 가르침은 지양하면서 매번 웃음으로 결말을 짓고 있다. 그렇게 보는 이로 하여금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습득해나간다는 뿌듯함과 더불어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까지 지니게 한다. 뭐 이런 작품이 다 있나 싶다.

헌데 자세히 보면 또한 꽤 주도면밀해 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가령, 작품에는 세종, 문종, 숙종, 중종 등 여러 명의 임금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그들이 행한 덕치는 톡방의 대화를 통해 매우 소상히 독자에게 전달된다. 물론, 연산군과 같은 폭군의 행실 역시 독자들에게 고해진다. 이렇듯 태평성대를 이룬 성군과 흥청망청한 폭군을 번갈아 등장시킴으로써 우리 시대 많은 이들에게 타산지석과 반면교사의 가르침을 은연중에 유도하고 있다. 설령 작가의 의도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실재하는 가르침은 없어지지 않을 터. 이 작품, 앞에서는 개그로 웃기고 돌아서서 생각하게 만든다.

 

02에피소드에 담겨진 정사(正史)와 픽션을 구분하여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하고 있다.

 

“한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은 정말 재미있게 볼 웹툰이고, 한국사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무슨 일이 생겨도 챙겨볼 웹툰이며, 한국사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완결 후 유료전환 됐을 때에나 ‘그때 볼걸’하고 땅을 치고 후회할 웹툰이다.” (‘시나몬’ 님의 댓글 인용)

위와 같은 댓글이 절대 과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아마도 당신은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은 없을 듯 싶다. 이미 <조선왕조실톡>을 열렬히 애독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03매 회 마지막 부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사관의 모습은 이 작품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입증해 보인다.

김성훈

편집, 기획 등 만화와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즐겁게 일하고 있으며, 관련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만화 속 백수이야기>, <한국 만화비평의 선구자들>, <한국 만화비평의 쟁점>, <한국만화 미디어믹스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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