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댓글에 “제대로 약 빨고” 만들었다고 인정(?)받고 있는 <하리랑 에그타르트>는 정식연재작품이 아님에도 인터넷 상에서 상당한 호응과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평점은 만점에 가깝고, 절대 호응에 가까운 댓글들이 달리고, ‘병맛’의 참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웹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니 이 작품을 분석하는 것이 이 시대가 말하는 병맛의 의미와 웹툰으로서의 기능, 그리고 병맛의 시대의식을 살피는 것이 될 수 있겠다.

하리랑01이 웹툰의 제일 큰 특징은 서사(narrative)가 파괴된다는 점이다. 서사는 시간의 순서와 인과관계에 맞게 진행되는 사건을 서술하는 것인데,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이 정확치 않을 뿐 아니라, 사건의 인과관계 또한 자주 무시되거나 생략된다. 1화의 경우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빵집이 무너진 상태로 시작하지만 아무 설명 없이 다시 복구된다. 만화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차피 만화적 상상력에 기대는데, 그 비현실적 상상력을 끝까지 밀어붙여 인과관계를 아예 무시한들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다. 만화에 만화를 더한 상상력이 이 병맛 웹툰의 특징이다. 캐릭터들의 변신에도 별다른 이유나 원인은 없다. 인물들의 행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 ‘느닷없는’ 행위 자체가 웹툰이 노리는 재미라고 볼 수 있다.

서사의 파괴는, 늘 모범적으로 인과관계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일상에 대한 저항으로서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사회가 권위적이고 원칙을 강조하는 피로도가 높은 사회일 경우 인과관계에서의 일탈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수없이 많은 우호적인 댓글들도 이 일탈의 즐거움을 누리는 데서 비롯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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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가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은 권위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심하게 조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장’으로부터 ‘신’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부여한 권위에 대해 끊임없이 조롱하며, 시대의 계층계급적 상식을 무화시킨다. 사장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휴일은 없어, 노동자들아.”라고 하자 노동자인 달래가 바로 사장을 묻고 눈에 흙을 넣으려는 장면이 나온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노조는 안 된다’던 모 재벌기업 총수가 떠오르면서, 재력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하는 사장의 사회적 권위를 완전히 무화시키는 장면이다.

 

하리랑03-1위 이미지는 신이 자신의 생일인 크리스마스에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여러 물의를 일으켜서 함께 자리를 했던 인간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장면이다. 아주 강력한 독신(瀆神)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장면이다. 신의 권위를 이처럼 희화화하는 표현은 정말 보기 힘들다. 이런 권위에의 도전과 독설이 이 웹툰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곳곳에서 돋보이는 풍자의 즐거움도 한 특징이다. 웹툰의 주인공 백일몽은 지구를 정복하러 왔다가 망해버린 악마인데, 그가 망한 이유는 한국에 너무나 많은 붉은 십자가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 종교의 비정상적 확장에 대한 상당한 풍자가 드러나 있다. 힘을 잃고 망해버린 백일몽이 인생 역전을 위해 택한 방법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이다. 원하는 대로 진짜 로또에 당첨된다. 그러나 돈을 찾으러 갔을 때 은행원이 ‘민증’을 요구한다. 악마에게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다. 결국 돈을 찾지 못하고 쫓겨나고 만다. 무엇이든 신분증이라는 증명도구를 통해 자기를 증명해야 하는 촘촘한 증명사회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풍자의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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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소위 매우 현실적인 ‘밀당’의 원칙을 가르쳐주는 것을 ‘참교육’이라고 부른 대목이나, 미국 성조기의 별들의 의미를 “다른 나라를 없앨 때마다 기념으로” 달아놓은 것이라고 할 때, 매우 강한 풍자정신이 드러나곤 한다. 이런 풍자정신의 발현은 이 작품이 가진 큰 미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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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랑 에그타르트>가 지닌 특징은 발랄한 상상력 그 자체에도 있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아주 평화로운 그림에 하드고어적인 그림이 이어지면서 메시지 충돌의 효과를 가져온다. 이미지를 변증법적으로 충돌시키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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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시에서는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의 모습을 난자에 접근하는 정자로 탈바꿈 시켜, ‘원인 모를 베이비붐’과 연결시키고 있다. 지구와 난자, 우주선과 정자를 잇는 상상력이 상당히 발랄하다. 전체 웹툰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런 상상력이 이 웹툰이 인기를 얻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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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웹툰이 지닌 장점들이 모두 칭찬만 받을 수는 없다. 그 장점이 자칫하면 매우 위험한 열정으로 변모될 수 있다는 데 한계가 있다.

서사의 파괴와 인과관계에서 일탈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규칙 위배의 쾌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되었을 때 일탈 자체가 하나의 논리와 규칙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 쾌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계효용 감소의 법칙이 여기도 적용된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강렬한 규칙 위반이 등장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는 않고, 결국 자체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 난망해질 수 있다. 실제로 이 웹툰은 20회에서 연재가 일단 중단되었다. 이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1]

일탈의 쾌락을 주기에 손쉬운 방법은 폭력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폭력은 규칙 위배의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래서 이 웹툰에는 매우 자주, 그것도 꽤 심한 수위의 폭력이 등장하곤 한다. 폭력이 진정한 사회저항의 코드로 예술에서 많이 활용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요소로 쓰이지만, 또 많은 부분에서 지나친 가학성으로 도리어 우려스럽기도 하다. 가령 아래 이미지의 이유 없는 폭력의 경우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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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 연재가 시작되자마자 폭력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에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인과관계 파괴의 쾌감은 지켜지나, 그것이 폭력의 사용을 통해 나타나면서 폭력의 아무런 정당성도 발견되지 않고, 풍자나 상상력의 재미도 나타나지 않아 상당히 위험한 장면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한 폭력의 장면은 학교 폭력의 장면들로도 나타난다. 학교폭력이 재미라는 이름 아래 너무 쉽게 묘사됨으로써 폭력 자체의 쾌감에 경도되는 한계를 보인다.

자주 등장하는 여성 비하와 위험한 성적 관점도 병맛이라는 이름 아래 불안한 상상력을 이루고 있다. 이 만화에서 여성들은 지나치게 성적으로 어필한다. 난데없이 브래지어가 갈등을 야기하는 소품으로 등장하고 여자 등장인물 ‘달래’는 별생각 없이 자기 브래지어를 벗어서 갈등을 해결하려는 생각 없는 여자로 그려진다. 그나마 남자들은 ‘억지로 벗겨내는 게 아니면 의미 없어.’라며 그 제안을 무시한다. 자칫하면 성폭력적 마인드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밖에도 ‘바바리맨’을 유머코드로 차용하면서 자주 남성들이 여성들 앞에서 성기를 노출하는 대목이 나타나는 점도 노출의 욕망이 폭력적으로 드러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여성들은 항상 미모와 가슴의 크기로 평가되고 있으며, 등장하는 여성들 또한 그런 기준을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전체적으로 작가의 성적 의식이 일탈적이기는 한데, 매우 유아적이고 팰러스 중심주의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매우 큰 약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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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위반, 폭력성 강조, 왜곡된 성적 관심 등은 병맛을 이루는 또 하나의 측면이라고 본다. 이런 특성이 사회 비판과 저항의 큰 맥락과 연결되지 않으면 결코 긍정적 역할을 하지 못하리라 판단된다. 그런 맥락을 많이 벗어나게 되면 오히려 논리 일탈과 약자에 대한 폭력, 여성 비하로 대변되는 ‘일베’의 상상력으로 달아나 버릴 가능성이 크다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하리랑 에그타르트>가 지닌 ‘병맛’의 즐거움은 우리 사회의 이중적이고 가식적인 주류적 사고를 해체하여 그 실체를 드러내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지만, 그 긴장 관계가 유지되지 못하는 부분에서는 사회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병맛은 불안한 미학이다. 병맛의 칼을 써서 현실을 풍자의 정신으로 날카롭게 베지 못한다면, 사회를 바라보는 건전한 사고의 힘마저 베어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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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지금은 다시 연재가 개시된 상황임. 21회부터의 내용이 앞선 내용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는 차후에 더 논의될 필요가 있음.

최민성

문익환과 장준하가 몸담았던 한신대학교에 재직 중. 2016년에 새로 출발하는 한중문화산업대학 한중문화콘텐츠학과를 열심히 꾸려갈 희망에 부풀어 있다. 스토리텔링과 미디어를 전공했다. 모든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만화도 예외는 아니어서 초등학교 때는 만화책 콜렉터로, 그 이후로는 만화방 키즈로 자라왔다. 그래서인지 [멀티미디어 시대의 시적 이미지]라는 박사학위 논문에 만화가 한 챕터를 차지한다. 항상 변방의 상상력으로 살아가려고 애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삶 자체가 변방인 듯도 하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변방만이 가지는 창조적 기운을 내뿜어보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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