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좀비로 변하고 살아남은 극소수의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싸워야만 하는 세계, ‘좀비아포칼립스(Zombie-Apocalypse)’는 다양하게 활용되는 소재이다. 만화를 비롯해 게임, 영화, 소설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인기 소재이다.

‘캡콤(CAPCOM)’에서 만든 게임 ‘바이오해저드(Bio Hazard)’시리즈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가 된 사람들과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 일행의 모습이 역동적으로, 한편으로 호러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동명 만화 원작을 드라마로 만든 것이 ‘워킹데드(Walking Dead)’이다. 여기서 좀비들은 ‘워커’로 불리는데, 인간보다 훨씬 많은 수로 인간을 위협한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극한의 조건과 공포를 딛고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지만, 눈앞의 좀비들의 머리통을 날리며, 힘겨운 일상을 버텨 나간다.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연재작인<언데드킹> 역시 이런 좀비아포칼립스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하지만 다른 작품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요소를 더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 흥미를 끈다. 그것은바로 ‘강시’이다.

부두교에서 시작된 좀비는 인간을 공격하는 시체를 뜻한다. 의미상으로 강시는 좀비와 유사하다. 다만 익히 알려진 강시의 이미지는 매우 동양적이다. 머리에 붙은 부적이 떨어지면,두 팔을 들고 콩콩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은 과거 강시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통해 익숙해진 모습이다. 이미 대중적으로 각인된 좀비와 강시의 존재는, 닮은 구석이 있다 하더라도 이들이 한자리에 있는 걸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강시의 모습은 아니더라도<언데드킹>에서는 이들을 한꺼번에 등장시켜, 좀비 이야기의 차별화를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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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로 변한 아버지에게 가족이 먹히는 충격적 이미지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 주인공이 도망쳐 피신한 곳은 그의 학교이다. 좀비들에 의해 종말을 맞은 세상에서 주인공은 학교 문을 두드리는 한 소녀를 발견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녀를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선 주인공은 도리어 그 소녀에게 생명을 의지하는 처지가 된다. 소녀의 이름은 ‘윤윤’, 강시이다. 이 작품에서 강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보다는 강한 좀비, 혹은 인간에 가까운 좀비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02 강시 윤윤과 주인공의 첫 만남(강시 윤윤과 주인공의 첫 만남)

 

좀비로 가득한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절망을 이겨나갈까? 미국 펜타곤은 좀비 사태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만들어 내놨다. <바이오해저드>에서는 좀비를 상대하기 위해 지능을 가진 좀비를 만들거나 또는 자기 자신을 좀비로 만들어 위기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존재들은 강하고 날렵하지만 일반적으로 인간과 거리가 먼 모습을 하고 있다.

<언데드킹>에서는 매우 이색적인 방법이 제기된다. 바로 강시를 만들어 좀비와 싸우게 하는 것이다. 절망의 나락에 빠진생존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강시를 만드는 비법이 알려지고 전해진다. 처음에 사람들은 믿지 않았지만 성공 사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강시는 생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된다. 강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좀비나 시체에 침을 놓아 만드는 ‘강시’와 좀비에 물린 사람으로 만들거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유시’가 그것이다. 시체에서 비롯된 강시에 비해 유시는 매우 강하다. 그런데 이 작품 속에서 좀비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강시들은 기존 좀비아포칼립스 작품들에서 좀비에 맞서는 상대에 비해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비록 지능이 떨어지고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이 또한 성장이라는 개념으로 짧은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바뀔 수 있다.

주인공과 동행하는 윤윤은 굉장히 귀여운 여자 아이의 모습이다.또한 주인공도 윤윤을 친 여동생과 같이 대하며 아낀다.이는 비단 윤윤의 모습만은 아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유시들의 모습은 매우 인간적이며, 매력적이다.

 

03 언데드킹 유시모습들(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유시’들)

 

사람들은 호칭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을 나타내는 기본적인 이름 또는 상황에 따라 불리는코드네임이 있다. 웹툰 <언데드킹>의 제목은 작품 상에서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한 사람의 코드네임이자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뜻한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인사를 하고 서로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보통의 일상이라면, 이런 당연한 것이 모두 파괴된 세계에서는 이 일상적인 것이 더 이상 일상이아니게 된다. 지금 이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기 때문이다. 처음 작품을 감상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어, 주인공 이름이 뭐였지?”라는 의문이었고, 그것에 대한 답변은 이야기가 더 진행된 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은 사람들의 이름에 대해 인색하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처음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김씨 아저씨도 끝내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직접 작품을 보면서 확인해 줄 것을 부탁한다. 작가는 이름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04 김씨 아저씨와의 초반 에피소드(김씨 아저씨와의 초반 에피소드)

 

드라마 <워킹데드>와 같이 종말의 극한 세계에서는 작은 집단들의 다툼과 그 속에서 있는 인간 군상 민낯을 디테일하게 그려 보여준다. <언데드킹>은 주인공은 살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움직이는 가운데 어느새 세계를 이끌어가는 큰 조직들 중앙에 위치하게 된다.좀비들이 가득한 작품 속에‘역천’이라는 흑막이 걸쳐있다. 그 목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남아 있는 세계 정부와 싸우고 있다. 코드네임 ‘언데드킹’은 역천과 싸우기 위해 실력있는 동료들을 모아 단체를 만든다.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을 제외한 사람들의 신뢰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룹의 리더인 ‘언데드킹’ 조차 이야기 속에서 신뢰에 대해 끊임 없이 질문을 하게 된다.

 

05 언데드킹이라 불리우는 그(그녀)는 누구인가(‘언데드킹’이라 불리는 그(그녀)는 누구인가 )

 

<언데드킹>은 만화적 상상력을 한껏 살린 좀비아포칼립스 작품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다. 많은 찬사를 받았던 ‘바이오해저드’시리즈가 지적 받은 것처럼, 이 작품 또한 점차 상향되는 강시들의 능력으로 인해 스토리 진행이 단조로워지는 인상이다. 하지만 윤준식 작가는 이전의<베리타스>나 지금 연재 중인 <클러스터>에서 보여준 것처럼 빠른 템포의 진행과 다양한 복선들로 이야기를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우

웹툰 정보 플랫폼 ‘웹툰인사이트' (http://webtooninsight.co.kr) 운영자. ’웹툰과 게임‘을 사랑하는 ’웹투니스타‘이자 ’게이머‘이다. 90년대말부터 웹에서 올라오는 작품들을 즐겨 보았으며, 이와 같은 형태가 미래의 한 콘텐츠가 될 것이라 예상하였다. 2014년부터 웹툰 정보들을 제공하여 주고 있는 웹툰인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다양한 웹툰 관련 서비스 등을 만들고 싶어 한다. 과연 미래의 웹툰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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