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알람이 울리나요? 천계영의 <좋아하면 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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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놀이가 아니다. 오로지 타인만을 향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뜨거운 감정을 장난감처럼 다룬다면 여러모로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첫사랑이 지고지순한 설렘만으로 이뤄지지 않듯이 타인만을 향한 내 감정에 치우쳐 어색하고 서툰 첫사랑은 종종 아픈 기억을 남기기도 한다. 더구나 심오한 내면과 개성보다는 어떻게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고 누구와 연애를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조건으로 삼는 요즘 세대들에게 사랑은 나를 드러내는 일종의 놀이일 수도 있다. 연애의 상대가 이성인지, 동성인지, 연상연하인지, 부자인지 빈자인지에 따라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 강점과 약점 등을 파악하려는 얄팍하고 피상적인 세상에 우리는 그저 뜨거운 사랑을 할 뿐인데도 말이다.

다음 웹툰에서 천계영 작가가 연재하는 <좋아하면 울리는>(이하 좋아울)이란 만화는 “사랑은 아직도 순수하게 사랑으로 남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좋아울>은 이제 막 첫사랑을 시작하려는 고교생들이 신종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좋알람’을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고백해서 그야말로 전쟁같은 사랑을 치른다.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좋알람은 어플임에도 극중 제2의 주인공처럼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좋알람’이란 휴대폰에 설치하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반경 10미터에 다가오기만 해도 알람이 울리는 신종 어플이다. 이 어플을 설치하면 일부러 고백하고 차이는 수고를 덜고 커플링대신 서로의 알람을 통해서 사랑도 확인할 수 있다. 가상의 어플, 좋알람이 출시되면서 연애를 하면서 겪게 되는 일종의 절차와 같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좋알람_1

<좋아울>은 현재 총 24화, 2시즌을 발표했고 총 7시즌을 목표로 3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주인공 조조는 이모와 사촌 굴미와 함께 살며 이모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여고생이다. 싹싹한 조조는 선생님들에게도 인정받는 모범생이지만 그런 조조에게 뿌리 깊은 열등감을 가진 굴미는 언제나 조조를 경쟁상대로 여긴다. 조조는 일방적으로 대시하는 일식에게 답답해하던 차에 학교에서 인기남인 선오와 우연히 마주친다.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지만 선오는 오랜 절친인 혜영이 조조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학교 최고의 인기남인 선오와의 연애를 꿈꾸는 굴미는 조조를 눈엣가시처럼 여긴다. 결국 선오는 조조를 혜영에게서 떼어내기 위해 도발적으로 입을 맞추고 그 사실이 학교에 알려진다. 선오와의 입맞춤으로 조조는 일식을 차고 선오에게 꼬리쳤다는 오명을 얻는다. 설상가상 굴미 또한 계속 선오에게 접근하면 조조의 비밀을 밝히겠다고 협박한다.

좋알람_2

 

이 작품에서 ‘좋알람’을 빼놓는다면 이러한 내러티브는 소위 학원순정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다. 밝고 강한 근성을 가진 조조는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사랑을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조조는 또 다른 사랑의 예감을 얻는다. 엇갈리는 남녀의 갈등구조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사랑은 순정만화가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이다. 그러나 <좋아알>은 비극적인 인물의 관계만큼 ‘좋알람’이라는 어플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둔다. 휴대폰에 좋알람을 설치하고 반경 10미터에 날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울린다는 설정은 호감을 가진 상대에게 자신을 노출시키는 도구가 된다. 이러한 간접적인 고백은 실패할 때 더 고통스럽다. 알람이 울리는 굴미의 얼굴을 본 덕구는 눈물을 흘리고 오로지 선오만이 자신의 알람을 울려야한다고 믿는 굴미의 집착이 연애의 기쁨을 얻지 못한 사람들의 비애를 그린다. 사랑에 빠지려는 사람들은 좋알람을 재미있는 장난감처럼 다루려고 하지만 사랑의 실패로 인해 점점 좋알람의 노예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전작인 <하이힐을 신은 소녀>가 고교생들의 파격적인 사랑을 형광 컬러톤과 매끈한 선으로 과감하게 표현했다면 이번 <좋아울>은 거칠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선 표현과 조금씩 연애감정에 빠지게 되는 고교생의 심리를 단단하게 짚으면서 그리고 있다.

좋알람_3

<좋아울>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사랑은 우연한 놀이처럼 시작됐다. 비록 좋알람을 통해서 마음을 드러내지만 깊어지는 감정과 이뤄질 수 없는 관계에 괴로워 눈물을 흘린다. 사람의 힘으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의 감정을 아프게 견디고 나서야 성장하는 것이다. 비밀스러운 과거에서 벗어나 오직 살아남기 위해 사랑을 포기하는 조조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얻었지만 사랑만은 얻지 못한 선오와 굴미, 우정을 위해 사랑을 숨겨야하는 혜영. 이들에게 좋알람은 새 장난감처럼 설렘을 주던 사랑에 깊은 상처를 낸다. 비록 놀이로 시작한 사랑이었지만 쓰디쓴 인생의 첫 발자국을 내디디며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들에게 사랑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