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일탈 혹은 ‘나쁜 손’에 대한 블랙코미디 <애욕의 개구리 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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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진 글ㆍ그림의 성인만화 <애욕의 개구리 장갑>은 2013년 레진코믹스에 연재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 글은 만화 전문 비평 웹진 <크리틱엠>의 ‘성담론’의 특집 주제에 따라, 강태진의 성인만화 <애욕의 개구리 장갑>에 대한 텍스트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분석 텍스트는 위시에서 나온 2014년 출판본(총 2권)을 중심으로 하였다.

 

인물과 사건, 병맛의 범죄 수사극
<애욕의 개구리 장갑>은 프롤로그와 총 14회로 구성되어 있다. 변강쇠와 옹녀의 현대판 인물이라 할 수 있는 ‘거시기가 국내에선 볼 수 없는 사이즈’인 최대근과 ‘거유부인’으로 유명한 변태희가 중심인물로 나온다. 우선 최대근과 변태희의 이름이 재미있다. 최대근은 1980년대 에로영화의 남성 섹스 심볼인 이대근의 이름을 최대로 과장한 ‘최대 대근’이라는 뜻이겠고, 변태희는 미녀의 대명사격인 김태희와 변태를 합성한 ‘변태 태희’쯤 되겠다. 이름에서부터 자유분방한 B급 상상력에 충실하다. 성인만화이지만 끈적끈적하고 질척질척한 에로만화가 아니라 병맛의 코믹 코드를 기본축으로 삼고 있다.

병맛 코드, 곧 ‘찌질이들’이 나오는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여성 인물들이 평균적 인체 비율을 지키고 있는데 비해 남성 인물들은 흡사 가분수처럼 삼등신의 캐릭터로 희화화되고 있는 점도 인물들을 과장된 희극성의 인물로 바라보게 한다. 참고로, 최대근이 키우는 유기견의 이름도 ‘잡종이’고 삼등신이다. 성인만화답게(?) 성행위 묘사의 횟수는 많지만 일본 몬스터 만화의 변신과 합체 장면처럼 기계적이고 과장되게 묘사되고 있어 흡사 명랑만화의 보건체조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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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변태희의 가죽공예 아트숍에 드나드는 이웃 김을숙이 남편의 폭력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면서 시작된다. 김을숙은 내연관계에 있던 최대근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우연히 살해현장을 목격하게 된 변태희는 그녀를 쫓아다니던 일본 만화 오타쿠 고등학생 오덕훈과 함께 김을숙의 남편 정필호의 시체를 어딘가로 감춘다. 살인은 벌어졌지만, 시체는 사라진 상태이다. 이때 엉뚱하게도 정필호가 건드린 조폭 두목의 여자 때문에 정필호를 쫓고 있던 조폭이 강력반 형사 맹경사에게 사라진 정필호를 찾아내라 으름장을 놓게 되고, 정필호의 변사체가 성기가 잘린 채 발견된다. 그리고 연이어 발견되는 성기가 잘린 남성 변사체들. 이 극은, 최대근과 변태희 부부, 가정폭력의 희생자 김을숙, 왕따 고등학생 오타쿠 오덕훈 등 네 인물을 중심으로 우연히 벌어진 살인사건과 이후의 연쇄살인, 그리고 형사의 추적이 이루어지는 범죄 수사극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구성과 형식, 익숙한 일탈의 과정들
이야기는 ‘거시기가 큰’ 변강쇠 캐릭터 최대근과 ‘유방이 거대한’ 옹녀 캐릭터 변태희로부터 시작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김을숙이 우발적으로 저지르게 된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1회부터 4회까지 최대근과 변태희에 대한 소개가 주를 이루고, 5회에서 남편에게 구타당하던 김을숙이 우발적으로 남편을 찌르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총 15회의 구성상 1/3 지점인 5회에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점은 이야기 구성상 출발지점이 다소 늦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극은 범죄 수사극의 장르적 관습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더더욱 의아한 지점이다.

그리고 이어서 6회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으레 등장하기 마련인 형사가 나온다. 조폭에게 사채를 지고 있는 강력반 형사 맹경사와 프로파일링 수사를 펼치는 젊은 수사관 김형사가 등장한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와 김상경 콤비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들 앞에 사라졌던 정필호의 변사체가 나타난다. 그리고 이후 각 회마다 총 여섯 번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연쇄살인 사건의 스토리는 주로 ‘연쇄’ 살인의 동기와 규칙이 무엇인가를 추리하는 재미라고 할 때, 이 극의 연쇄살인의 이유는 익숙한 것들이다. 가정폭력, 성폭력, 왕따와 학교폭력에 대한 분노 살인이 그것이다.

각 회마다 성기가 잘리는 변태적인 살인이 벌어지지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이 고조되지 않는 것은 그러한 살인이 이미 익숙한 일탈의 과정들로 기계적으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살인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 그것도 성기가 잘려나가는 변태적인 연쇄살인 사건이라는 특이성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살인이 가정폭력에 대한 우발적인 살인이며, 두 번째 살인이 잡지사 기자의 지위를 이용한 대가성 성폭력에 대한 징벌적 분노 살인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이후의 살인사건들에 대한 궁금함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각 인물별로 과거의 전기적 사실들을 설명해주는 삽입장면들이 친절하게 제시되고 있는 것도 극의 흐름을 느리게 하고 있다. 극 전체에 산재해 있는 ‘최대근에 대하여 1-3’, ‘오덕훈에 대하여 1-4’, ‘오드리변(변태희의 예명)에 대하여 1-3’, ‘김을숙에 대하여 1’ 등의 장면들이 그것이다. 별도의 장면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삽입장면들은 각 인물들의 전사(前史)를 설명해주는 것으로, 살인을 하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동기를 바로바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곧 이 작품은 독자의 궁금함을 유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략하거나 숨기는 트릭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친절을 반복해서 베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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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삽입장면들은 귀여운 그림체와 “그날도 대근이는 쭈쭈바 두 개를 샀어요.”(최대근에 대하여 3) 식으로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서사적 서술로 본 극과는 다른 이질적이고 소격화된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반복적인 설명은 극적 긴장감과 속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2-6

예컨대 김을숙의 남편 정필호, 월간 레자 기자 권상기, 오덕훈의 아버지 오상택, 왕따 가해자 박호진에 대한 징벌적 분노 살인은 죽어 마땅한 이유들이 모두 설명된 이후의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고, 피해자는 무조건 복수를 한다. 여기에 독자들의 궁금함이나 호기심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극적 긴장감을 위해서는 이러한 자동화된 살인 과정의 일부를 교란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살인 이후 모든 등장인물들은 마치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듯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는 살인 충동을 보여주는데, 첫 번째로 우발적인 살인을 저질렀던 김을숙마저도 자신의 살해현장을 목격한 변태희를 죽일 것을 최대근에게 강요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벌이고 있는 변태희와 오덕훈과 달리 김을숙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변태희와 오덕훈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김을숙이 자수하는 것, 곧 발각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런데도 김을숙마저 살인기계가 되어 변태희와 오덕훈과 똑같은 인물이 되는 것이 극적으로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 극 후반부에 모든 인물들이 살인에 가담하게 되어 인물들 간의 변별력도 사라지고 있다. 역설적으로 김을숙이 자수하려고 노력하게 될 때 김을숙과 변태희, 최대근과 오덕훈 사이의 긴장과 갈등이 더 입체화될 수 있지 않을까? 김을숙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도그빌>의 여주인공처럼 모두가 악마로 변해가는 과정에서도 홀로 희생자의 역할을 견디며 마지막에 대학살의 반전을 이루는 강력한 여성 인물로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후의 이야기는 모든 인물들이 살인기계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그 과정에서 맹경사마저도 쉽게 제거된 채, 최후의 승리자로 오덕훈이 남게 된다. 오덕훈은 완전범죄를 이루고 최후의 승자로 남는다.

 

애욕의 개구리 장갑, ‘나쁜 손’의 사회학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상기할 사실이 있다. 이 작품의 첫 장면은 김을숙이 남편에게 주먹으로 구타당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정리해보면 김을숙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최대근과 변태희의 변강쇠와 옹녀 이야기로 흥미를 끌었다가, 변태희의 명령을 받는 살인기계 오덕훈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면서, 최종적으로 오덕훈의 완전범죄로 끝난다. 현대판 변강쇠와 옹녀의 이야기인 최대근과 변태희의 이야기는 서두 부분의 배경으로만 작용할 뿐 실제로 극을 이끌고 가는 것은 일본 만화에 나오는 ‘히나짱’ 캐릭터 인형에 꽂혀있는 10대 오타쿠인 오덕훈인 셈이다. 이야기의 중심축이 여러 갈래로 분산되면서 극적 집중이 끝까지 유지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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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현대판 변강쇠의 이야기인 최대근의 이야기가 충분히 전개되지 못한 점이다. 최대근은 작품 초반에 그의 ‘최대 대근’의 능력만이 과장되게 제시될 뿐 현대판 변강쇠로서 가질 수 있는 새로운 해석이나 극적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의 ‘거대한’ 성적 능력은 바가지 긁는 아내 앞에서 여지없이 작아지는 평범한 것일 뿐이다. 최대근은 이 작품에서 가장 기대되었던 강력한 역할이었으나 단지 성기의 크기만 큰 평범한 인물일 뿐이다. 최대근은 현대판 변강쇠로서 유약한 남성성에 대한 전복적 해석도, 자유분방한 성적 쾌락도 보여주지 않는다. 최대근을 포함한 모든 인물들의 성적 관계는 일종의 거래처럼 서로에게서 대가를 얻고 있을 뿐이다. 김을숙은 최대근이 변태희를 살해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변태희는 살인의 도구로 삼기 위해 오덕훈의 요구대로 히나짱의 옷을 입고 히나짱 역할을 한다. 이들의 성적 관계는 거래일 뿐 성적 쾌락이 없다.

한편 이 극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가죽공예가 변태희가 제작하고 있는 작품 ‘애욕의 개구리 장갑’과 관련해서이다. 변태희는 어렸을 때부터 의붓아버지의 성폭력에 시달렸고, 핸드백 공장 미싱공 시절에도 공장의 상급자 남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폭력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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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희는 핸드백 미싱공에서 가죽공예가가 되었고, ‘동물의 가죽을 다루는 예술가’답게 “인류의 역사는 번식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섹스를 자신의 예술관의 중심 주제로 삼고 있다. 이는 극 초반의 변태희의 옹녀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변용한 것으로 관심을 끈다. 비록 변태희가 아니라 김을숙에 의해서 첫 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나긴 했지만, 변태희는 이를 계기로 남성의 성기로 손가락장갑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남성의 성기로 만드는 손가락장갑의 설정은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것이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해왔던 변태희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일이다. 실제로 변태희는 두 번째 살인 대상자로 대가성 기사를 미끼로 변태희에게 성적으로 접근했던 잡지사 기자를 감금하고, 그에게 자신의 예술관을 다시 설명한다. 변태희는 ‘블루하우스 그래버’라는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며 다음처럼 말한다.003-2

“남자로 태어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움켜쥐어야 할 때를 안다는 건 중요한 거야. 기회가 왔을 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움켜쥘 줄 아는 용기, 그게 진정한 남자다움이라고 난 생각해. 그게 설사 대통령 앞이라고 하더라도 말야.”

비로소 이 장면에서 이 작품의 제목이 왜 ‘애욕의 개구리 장갑’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후는 변태희가 작품의 완성을 위해 남성의 성기 5개를 얻는 과정, 곧 다섯 번의 연쇄살인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극적 흐름상으로도 이러한 설정은 흥미롭다. 예컨대 이 작품의 첫 장면이 김을숙을 구타하는 남편의 주먹으로부터 시작해서 맨 마지막 장면이 변태희의 ‘애욕의 개구리 장갑’이 완성되는 손가락 장면으로 끝난다는 점은 여러 가지로 시사적이다.

 

화성 연쇄살인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1980년대의 군부독재를 상징하는 군홧발로 고문을 하던 나쁜 형사 조용구의 ‘나쁜 발’이 마지막에 절단되는 응징을 받듯이, <애욕의 개구리 장갑>에서는 일상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성추행과 성폭력의 ‘나쁜 손’들에 대한 응징이 잘려진 성기로 만들어진 다섯 손가락의 장갑으로 희화화되고 있다. 이전의 골목길들에 노상방뇨를 경고하는 담벼락에 가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면, <애욕의 개구리 장갑>에서는 아예 잘려진 성기로 손가락 장갑이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이 마지막 장면은 남성성 거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모티브를 떠올리게 한다. 최대근은 연쇄살인의 마지막 희생자가 되며, 그의 ‘최대 대근’은 ‘개구리 장갑’의 거대한 엄지손가락이 되어 작품을 완성한다. 마지막 장면의 ‘개구리 장갑’은 ‘나쁜 손들’에 대한 살벌한 경고이자 유쾌한 블랙 코미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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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란

문화평론가, 연극평론가.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와 연극학과에서 극작법과 현장비평을 강의하고 있다. 1980년대 대중문화 세대로, 거리와 광장의 힘과 자유분방한 에너지들이 만들어내는 문화현상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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