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동성의 사랑이 아니라 사랑하고 있다는 것, <버니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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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마켓 웹툰에서 연재되는 <버니 로즈>는 BL 장르이다. BL은 Boys Love의 약자로 남성간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일본의 ‘야오이’문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야오이’라는 말은 ‘야마나시(やまなし)’, ‘오치나시(おちなし)’, ‘이미나시(いみなし)’ 단어의 앞 글자로 만들어진 약어로, ‘주제 없고,’ ‘소재 없고,’ ‘의미 없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단어만 봐도 알겠지만 BL장르는 생성된 이유에서부터 존재 자체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힘든 것’이라는 암묵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니 로즈>는 그들을 이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며, 그들이 ‘사랑’을 응원하게 만든다.

<버니 로즈>에 등장하는 버니는 딱히 게이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바이였으나 이안을 만나게 되면서 바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게이가 되었다. 버니는 작가 지망생이지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이안은 호텔체인 V호텔의 CEO로 떠오르는 기업인이다. 둘은 카페에서 만났고, 사업으로 바쁜 이안이 버니와의 만남을 아쉬워하며 동거를 제안하는 것으로 둘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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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와 이안의 관계는 ‘캔디 콤플렉스’로 나타난다. 긍정적인 것 외에 별다른 능력이 없는 버니와 미모에 재력을 갖춘 이안의 만남은 우리가 알고 있는 <들장미 소녀 캔디> 스토리가 정형화된 ‘캔디 콤플렉스’이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관계 설정에 매너리즘을 경험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잘 학습된 무의식이 발휘되어 그들의 관계에 어떠한 의구심을 품지 않고 사랑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게 만든다. 때문에 <버니 로즈>의 ‘캔디 콤플렉스’는 이들의 성(性)은 잊어버리게 만들고,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이들의 에피소드는 사랑이라는 판타지를 형성하기엔 너무나 현실적이다.

<버니 로즈>의 시간은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시간을 메우듯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로맨스의 판타지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클라이맥스를 경험하기는 힘들다. 첫 화에서 둘은 이미 오랜 동거로 인해 권태를 맞이한 커플임을 보여준다. 이때부터 시간은 거꾸로 흘러가거나 다시 원래의 흐름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때문에 지나간 추억을 곱씹는듯 하는 버니의 관점에 의해 우리는 사랑에 들뜨기보다 조금 쓸쓸하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미 익숙해진 관계에서 일어나는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우리가 외면하려는 사랑의 이면을 드러낸다. 특히 “너 없으니까 잠이 안 와.”라는 이안의 한마디에 마음을 푸는 버니의 모습은 자존심을 세우고 싶지만 상대방의 한마디에 마음이 풀리는 어이없는 이면을 그리는 것으로 상황적 진실에 공감하여 실소를 흘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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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버니는 점점 이안에게 의존적이 되어가고, 자신은 별로 원하지 않지만 이안의 아이라면 괜찮다는 생각에 아이를 갖는 것에 찬성할 정도로 이안에게 맞춰간다. 하지만 이안은 그런 버니의 모습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때문에 독자들에게 뭇매를 맞지만, 간간이 버니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은 각각의 사랑방식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만든다.

현재 버니와 이안이 사랑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작품 속에 존재하는 몇 가지 불안요소가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버니가 바이임을 숨기고 있는 사실이나, 취미, 아이 등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그러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불안요소는 버니의 ‘여자사람친구’인 리사와 이안 회사의 CMO 칼이다. 이 둘은 단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불안한 요소가 되지 않는다. 버니와 리사의 사이에는 모든 것을 공유하는 대화가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이며, 이안과 칼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취미가 같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는 사소하지만 이런 인간관계에 의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의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이 둘의 관계에 균열이 생길 것 같은 불안감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작품에 몰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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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로즈>는 너무나도 사소해서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익숙해져버린 관계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고 하는 감정이 가진 이면성에 공감하게 만들며, 버니와 이안이 동성이라고 하는 것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마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버니 로즈>는 BL장르에 편견을 가진 이들이 ‘입덕’하기에 가장 적절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선영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만으로 참을 수 없어서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연구의 길을 걸을수록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더 없어지는 아이러니를 겪고 있는 1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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