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한국식 웹툰 실험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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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리스크로 운영하는 철학을 가진 만화 매체가 높은 리스크를 감당하는 매체로
    일본 출판만화 업계의 한숨은 2015년에도 그치지 않는다. 일본의 출판만화 업계를 떠받쳐온 구조, 책 한 권에서 나오는 마진은 적게 남기고, 대신 책을 많이 파는 구조(박리다매)를 지탱하기에는 단행본 매출이 너무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잘 되는 만화들도 있다. 권당 수 십만 부, 수 백만 부의 판매수치가 아직도 일본의 오리콘 차트에 오르락내리락 한다. 하지만 모 유명 만화잡지가 공칭 인쇄부수의 절반가량이 반품된다는 사실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잡지의 평균 독자연령이 너무 올라가서 몇 년 뒤에는 잡지의 존폐를 결정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라는 것도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화려한 영상작품들이 영화관과 텔레비전을 수놓는다. 이렇게 작품에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영상화’에 손을 대는 것은, 많은 위험부담을 감내하고라도 만화를 팔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기도 하다. 이전엔 28,000개가 넘었지만 지금은 13,000개 정도로 반 토막이 나버린 종이 잡지가 그만큼 안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매체로서의 힘을 상실한 것이다. 이것은 사실 큰 문제로서,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만화 콘텐츠 상품을 개발하는 중간기지이자 선전매체로 기능하는 저(低) 리스크 매체인 잡지가 힘을 상실해, 텔레비전과 영화 같은 고(高)리스크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 하겠다. 더구나 크게 효과를 얻기가 어렵게 되었다. A사를 대표하는 유명작품 Y는 잡지사가 총력을 기울여 수많은 기획안을 론칭하고 애니메이션도 대대적으로 만들고 선전하였지만, 30만 부의 벽을 뚫지 못하고 있는 판이라 기획자들이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 같으면 애니메이션만 제대로 만들면 원래 팔리던 부수의 3배에 달하는 부스트 효과가 났는데 말이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절박한 노력들. 그중 하나, 디지털
    19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되는 이러한 현상들에 일본에서는 이미 출판만화의 황혼기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를 극복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오타쿠 계층에 집중한 작품을 팔아본다든지, 소년 만화잡지는 여성 독자를 잡으려고 해본다든지. 잡지 브랜드 파워를 옆으로 확장하려고 <애프터 눈>이 <굿 애프터 눈>을 만들고 <모닝>이 <모닝 투>를 만드는 등의 고군분투가 이어지는 중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을 휴대폰 보급과 인터넷 보급으로 인한 오락거리의 다변화와 정보가치 변화에 두고 만화의 디지털화에도 무진장 애를 써오고 있다. 고단샤가 <미챠오!>같은 전자 만화잡지를 창간하고, <소년점프>가 전자 플랫폼을 만들고, 일본의 카카오 톡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인LINE 애플리케이션에 각 주요 만화잡지사가 자신들의 만화를 유통했다. 여하튼 할 수 있는 모든 다방면에서 시도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벌어지는 이런 디지털에 대한 모든 시도들은 결국 필자의 시각에서 보기엔 어떤 한 틀에서 크게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20~30작품의 만화 연재 작품의 정기 분량들을 모아서 내고, 이를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단행본을 내서 수익을 창출하는 ‘잡지 시스템’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 일본의 디지털 만화란 작품을 사고파는 유통이나 작품을 만나는 장으로서의 잡지 운용, 노출 시스템에 디지털을 약간 접목하였을 뿐, 디지털 환경에 가장 적합한 만화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던 것이다. 가령 유명 회사 K사가 일본의 유명 디지털 회사와 손잡고 출범시킨 모 만화 애플리케이션을 보자. 이 만화 애플리케이션은 작가를 모집하는 데서, “기존의 잡지 만화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작가에게 균등한 기회를 준다.”라거나 “무료로 최신화를 휴대폰에서 읽을 수 있다.”라는 등의 기존의 잡지체제에서는 파격적으로 보이는 행보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현재에는 두드러지는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필자 개인의 의견이지만, 이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현재 거두는 성적은 기존의 일본 출판만화를 개조하여 만들어보겠다는 심리가 근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는 기존 일본의 잡지와 같은 개념을 도입하여, “①잡지와 같이 연재분을 연재하고 ②연재분이 준비되면 단행본을 내서 수익을 거둔다.” 는 시스템 골조를 유지한다.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도 기존 만화에서 한치도 나가지 않는다. ①펼친 두 페이지를 우측 상단에서 좌측 하단으로 읽어내려가는 방식을 고수하고, ②흑백을 기조로 펜선과 스크린톤으로 입체를 묘사한다. 기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디지털에서 유통을 시키는 이전의 사고방식에서 조금도 나가지를 않았다는 것이다. 하긴 당연하다, 이 회사를 구성하는 유력 인력의 대부분은 기존 출판 출신이다.

    이런 와중에, 2년 전 등장하여 많은 이들의 주목을 모으는 매체가 있다. 최근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주요 연재 작품을 속속 단행본으로 내면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는 서비스, 코미코가 그것이다.

     

    코미코재팬

     

    출판만화 대국 일본에서 한국식 시스템을 실험하다
    NHN 플레이아트가 2013년 말에 선보인 만화 서비스인 코미코는 1,000만 다운로드 달성을 이루고 동시에 단행본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대표작 는 3권만에 100만 부 출간을 달성했다.) 기존 출판만화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젊은 독자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일본 만화 관련 전자 서비스 중에서는 1/3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막강한 콘텐츠를 무수하게 거느린 여타 출판 콘텐츠 회사들과는 다르게 코미코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이름 모를 신인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각 요일 별로 최상위권에 속하는 <도련님과 메이드 (坊ちゃんとメイド)>나 <나루도마(ナルドマ)>, <보류장의 녀석들(保留荘の奴ら)> 의 작가분들 모두가, 기존 잡지 만화 세계에서 작품을 발표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도련님과 메이드

    코미코의 근저를 이루는 사고방식도 기존의 일본 출판과는 전혀 다르다. 먼저, 단행본을 통해서 수익을 올리려는 수익구조에 기대지 않는다. 기존 일본 만화 서비스가 하나 같이 ‘펼친 두 페이지 연출’과 ‘흑백’을 고수하는 것은 “단행본을 낸다.”라는 절대적인 대명제를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미코는 이에 자유로워서 ○1한국식의 세로 스크롤 연출, ○2풀 컬러 만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일본 만화의 근간을 이루는 또 하나의 요소인 인력구조에서도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면서 파격을 보여줬다. 그것은 ‘챌린지/베스트 챌린지’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철저히 독자가 작품을 평가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정식 연재 작품을 정하는 것이다. 기존 일본출판의 경우는 편집진이 잡지 색깔을 기반으로 연재작가를 정한다는 필터링이 가해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독자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당연시되어 왔다. 하지만, 코미코는 독자들에게 읽고 싶은 작품을 고르게 만드는 파격을 단행했고 이것이 먹혀들어간 것이다. 순위가 정해지는 방식도 마찬가지로 독자에게 크게 의존한다. 각 작품에 추천 버튼을 만들고, 추천 숫자를 토대로 순위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스마트 폰에 맞춘 세로 스크롤 연출, 작가의 자유 연재 코너를 통한 신인 발굴, 모니터 독서를 전제로 한 풀 컬러 만화. 이런 키워드를 나열하면 뭔가 강렬한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다, 이것은 한국식 웹툰 만화 체제이다. 코미코는 한국의 웹툰 시스템을 고스란히 가져오고 일본 현지 인력을 작가로 충원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쏟아지는 주목, 하지만 불안과 적대감이 공존하는 시선들
    코미코는 일단 성공적으로 일본 시장에 안착을 하면서, 일본 만화계 전체의 모순에 대항하는 한 방편으로 한국식 웹툰 체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질문을 던지는 중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회사들의 관심이나 기존 잡지들의 관심도 무척이나 뜨겁다. 자기들이 하나같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디지털에서 발빠르고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들의 시선에는 상당한 불안감이 공존한다. 무엇보다, 한국 웹툰시스템은 편집자, 기획자가 가지는 작가와 독자에 대한 이니시어티브를 완전히 상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본의 편집자가 가지는 가장 큰 능력은, 일반 독자와 초심자 작가들보다 월등한 ‘만화를 보는 능력’인데, 이것은 대부분 펼친 두 페이지 연출을 보는 것과, 유통에 대비한 책으로 만들었을 때의 구성을 미리 내다보는 능력을 가리킨다. 하지만, 코미코가 내보인 새로운 가능성은 이것들을 일체 배제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것은 적대적인 시선을 야기한다. 기존 체제 구성원의 죽음을 시사하는 것이니까.

    리라이프
    또 한가지 가장 큰 의문은, 한국 내부에서도 웹툰에 대해 가장 큰 숙제가 있다. 그것은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하는 질문이다. 한국의 웹툰은 지금 유료화나 광고 수익 등의 여러가지 모델들이 제시는 되고 있지만, 일본의 단행본체제와 같은 투명하고 알기 쉬운 체제가 들어서 있지를 않다. 많은 자본과 사람들이 몰리지만, 누구도 거기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지 않았다. 이런 질문에서, 한국식 체제를 가져온 코미코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 속속 등장할 예정인 유사 코미코 시스템들보류장

    일본의 만화 콘텐츠 회사들 안에서는, 그러나 코미코를 참조하여 새로운 매체를 낼 것이라는 소문이 굉장히 많이 돌아다닌다. 그중에는 굴지의 인터넷 관련 전문회사도 있다. 또한, 레진 코믹스와 같은 한국 업체도 도전장을 들이밀고 있다. 아마 2016년에는 이들 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누가 성공하고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예측을 못한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위에서 제시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누가 던지는지, 그것으로 이 시스템에 참여를 망설이는 작가 예비군과 기획자들의 불안을 불식할 수 있는지를 가르게 될 것이다.

    이 표현형식 상의 파격은, 한국의 독자나 만화 관계자에게는 별다르게 보이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기존 일본의 만화 업계 종사자에게는 “당신들 시대의 종언이다.”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로 충격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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