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의 인생일 수도… <어쿠스틱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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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툰, 에세이툰이라고 불리는 장르(이하 일상툰)가 있다. 만화작가의 자신의 생활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장르인데,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웹툰의 조상(?)격인 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웹툰이 만화의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는 플랫폼이 된 지금에도 모든 웹툰 서비스에서는 잔잔한 일상을 보여주는 일상툰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학시절을 살아가는 모습, 결혼 준비과정,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생활하는 모습, 야식 등 먹방의 모습, 아이를 키우는 육아의 고충 등등 다양한 일상의 모습이 웹툰이라는 창을 통해 독자를 만난다. 이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 바로 다음 <만화속세상> 에서 연재중인 난다의 <어쿠스틱 라이프>이다.

2010년 8월 11일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를 시작하여 단행본 8권을 발간하였고, 현재 시즌10을 연재중이다. 30세의 유부녀인 작가가 난다가 지난 5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하는 모든 것을 현재진행형으로 그리고 있다.

시즌10 예고편

모든 일상툰의 가장 큰 키워드는 공감일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나도 그런 적이 있는데….’, ‘맞아, 이랬었지….’ 등으로 독자들과 작가 함께 공감을 이루는 것이 일상툰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특히 이 작품의 다양한 일상의 공감이 등장한다. 나이, 여자, 연애, 결혼, 부부관계, 취미, 육아, 성격… 이 모든 것이 독자들과의 공감을 이루면서, 장기 연재 일상툰으로 성장해 나아가고 있다.

왠지 만화가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직업을 가지면 유부녀라도 일상적으로 주부들이 가지는 고민이 없을 것 같음에도, 주부 중심의 커뮤니티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댁과 갈등을 풀어내는 방식에서는 작가의 위트에 무릎을 치곤한다. 시댁어른들이 남편의 건강에 대해서 하는 끊임없는 잔소리들들 뻔뻔함이라는 키워드로 넘기는 거라든가, 제사가 많은 시댁(부산)에 프리랜서를 직업 탓에 혼자 시댁에 가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제사를 지내고 왔기에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제사왕’이라는 타이틀로 남편을 부리는 모습에는 배꼽을 잡게 된다.

003_왕vs왕

육아의 경우도 그렇다. 쌀이라는 태명을 지난 여자아이가 태어난 뒤로 난다의 작품은 꽤나 많은 분량을 육아에 할애하고 있다. 비록 자신의 아이이지만 “사실 만난 지 얼마 안 됐으므로 잘 모른다.”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난다의 모습(212화 자식 관찰기)을 보며,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많은 엄마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아무리 내가 낳은 아이지만,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것이 또한 아이라는 것을 죄책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응원해 주었기 때문인데, <어쿠스틱 라이프>의 공감 코드가 잘 발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12-자식관찰기

소심한 성격을 그리는 방식도 또한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기분 나쁜 일을 당했을 때 우리 모두가 야무지고 똑똑하게 항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난다 역시 본인은 그런 것에 약하다고 하지만 ‘세상 최고로 차가운 걸음걸이’를 걷거나,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본인의 마음을 위안하는 모습에서 나의 소심함을 엿보기도 한다.

기름튐 방지망을 애정하는 초보 주부에서 이제는 단행본에 ‘리빙포인트’라는 부록을 넣을 정도로 살림에 능숙한 작가 되고 있는 작가를 보며, 좀 바보스럽지만 나는 얼마만큼 성장하고 있는지 돌이켜보기도 한다. 정겨운 손글씨와 담담한 그림체,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가득 찬 <어쿠스틱 라이프>. 일상에 지쳐서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다면, 난다, 한군, 쌀이를 만나보자. 입가에 슬며시 스며드는 미소가 큰 위안이 될 것이다.
000_예고편

백수진

만화를 좋아라 했고, 아직도 좋아라 하고있고, 앞으로도 좋아라 할 1인. 너무 좋아하해서 만화관련 기관에서 일을 하고, 만화와 미디어로 공부도 하고 있는데, 결과는 아직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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