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_ 이제 이 세상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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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명문사립 정글고등학교>,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김규삼 작가가 분명한데, 너무나 다른 스타일의 만화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원래부터 이런 스타일의 만화만 그려왔던 것처럼, 1회부터 엄청난 몰입감을 보여준다. 그리고 놀랍게도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스타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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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 산소농도가 크게 높아지며 식물이나 동물이 비대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사람보다 큰 벌레가 나타나 사람을 죽이기에 이른다. 벌레에 물린 사람은 숙주가 되어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벌레에 물리지 않은 사람은 이 무정부 상태에서 인간 본성을 드러내며 악랄한 짓을 일삼는다. 다른 사람을 짓밟고 내가 살 수 있다면, 보이는 대로 빼앗고 죽이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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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처음 보는 신선함’ 때문에 이끌린다기보다는, ‘상황의 긴박함’ 때문에 이끌린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월드워Z> 에서도 그랬듯이, 갑작스레 인간을 공격하는 존재가 끝없이 나오는 설정이 신선한 것은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단순히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만으로 재미있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주인공이 죽지 않을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왜 이 만화는 “이제 숨 쉬어도 됩니다.” 같은 댓글이 계속해서 베스트 댓글로 선정될 만큼 긴박감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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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 캐릭터인 이 과장과 성 대리의 설정이다. 1화에서부터 공격당한 이 과장은 닷새 동안 잠들었다 깨어난다. 그 닷새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 한다. 그리고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할아버지 캐릭터는 <더 파이팅>의 마모루처럼 일종의 전지전능한 캐릭터인데, 그 할아버지의 찜찜한 모습의 컷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소위 말하는 ‘떡밥’이 계속해서 투척되고 있는데, 이 ‘떡밥’은 이 과장과 성 대리에 집중된다. 그들이 과연 피해자이기만 한 것인지, 혹은 다른 내막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닐지 의심과 걱정이 교차하는 마음을 안고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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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이 모든 일이 벌어지게 된 원인, 즉 배후에 대한 궁금증이다. 단순히 자연현상이라기엔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당연히 이 배후에는 누군가가 있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이런 일을 벌이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흑막을 걷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물론 악역은 악역대로 납득할만한 사정을 갖고 오길 바라는 마음을 안고서. 그렇지 않으면 이 만화는 그저 그런 재난 만화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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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디테일한 묘사 덕분이다. 이 만화는 마치 실제처럼 서울의 지명을 언급하고 특정 장소를 그대로 묘사하여 사실감을 더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총을 쏘고 수류탄을 터뜨리고 사람보다 큰 벌레가 사람을 덮치는 일이 일어나는데도 그다지 위화감이 없는 것은 이런 묘사 덕분이라고 본다. 게다가 군대가 투입되고 무기를 다루는 장면들도 허투루 그려진 장면들이 없다. 그림의 묘사도 디테일하지만, 장면 연출도 밀도가 있다. 이 부분은 장점이자 단점인데, 추격 신이나 사람들과 대립하는 신, 벌레들을 진압하는 신 등이 상당히 밀도 있게 그려지기 때문에 빠져드는 재미는 있지만 내용의 흐름이 빠른 편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전작 같은 스타일보다 이런 종류의 만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작가의 변화가 너무나 반갑다. 1년 반 동안 연재됐지만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남은 것 같다. 마지막까지 마음먹은 그 이야기를 쭉 풀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영화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면 욕심일까.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갈 만한 소재이긴 하지만, 그다지 긴 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기에 적절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본다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박경찬

취미로 운영하기 시작한 만화 커뮤니티 코믹시스트 (www.comixest.com)를 제대로 해보려고 퇴사하였다. 취미가 직업이 되어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다. 취미가 만화보는 것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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