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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핵심 요약

 

7월 5주차 베스트셀러 차트

만골남 1회 표

 

만골남의 선택

최규석의 [송곳]

 

이벤트 참여(문자)

010-3001-7506

 

팟빵 링크: http://www.podbbang.com/ch/9914

방송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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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골남01

“만화 골라주는 남자, 만골남 M씨!”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는 더위에 몸이고 머리고 녹아내릴 것 같은 8월 초입니다. 안녕하세요 만화 골라주는 남자, M씨, 서찬휘 인사 올립니다. 처음 뵙는 분들도 계시고, 팟캐스트로 오랜만에 만나뵙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모두 반갑습니다. 이렇게나 더운 여름에 어찌들 버티고들 계신가요. 모두 무사히들 나시길 바라면서 만골남 M씨 첫 회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앞서서, 아예 안내 없이 시작하면 이게 뭔가 싶으신 분들도 계실 듯하니 간단하게 안내를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일단 이번 팟캐스트는 ‘만화 골라주는 남자’라는 제목에서 이미 알아차리셨겠지만 만화를 골라주는 방송입니다. 그 뒤에 붙은 M씨라는 건 래퍼나 진행자를 뜻하는 MC가 아니라 Mr.M 쯤 되겠는데요. 여기서 M은- 뻔하긴 한데 만화의 M입니다. 만화 쪽 브랜드가 c나 m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있긴 합니다만 뭐 어쩌랴 싶죠. 이 방송이 만화 평론 전문 웹진 크리틱M에서 ‘제작’하는 팟캐스트라서 이런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다시 말씀 올리자면, 방송 제목이 만화 골라주는 남자 – 만골남 M씨입니다. 기억해주세요. 요즘 어느 만화 출판사가 느닷없이 만추남이라고 만화 추천하는 남자라는 이름을 쓰고 있던데, 쓰기로는 만골남 쪽이 훨씬 오래 됐어요. 혼동하시면 안 됩니다. 저쪽은 추남, 이쪽은 골남입니다.

그럼 이 방송에서 어떤 걸 어떻게 다루려고 하는가에 관해 조금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이 방송은 만화 골라주는 방송이라고 했는데요. 그럼 리뷰 방송이냐. 아니면 웹진 성격 따라서 평론 방송이냐. 글쎄 저는 조금 생각을 달리 해 봤습니다. 사실 팟캐스트에서 만화 리뷰는 차고 넘치고, 방송으로 평론을 제대로 하겠다고 덤비면 이 방송을 몇이나 들을까 싶어지더라고요. 거의 만 단위에 육박하는 팟캐스트 홍수 속에서 그래도 겸손하게 100위권, 목표는 30위권 안에 좀 계속 진입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요. 안 그래도 만화 팟캐스트 없는 것도 아닌데 다들 정치 시사 이슈에 밀리잖아요. 워낙에 정치 시사 사회 이슈를 거국적으로 섭취하지 않으면 곤란한 시기기도 하니까 이해를 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당연하다고만 생각할 순 없으니까. 기껏 하는 걸 하는 데 의미를 두는 데에서 멈추게 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근데 그렇다고 제가 안 해도 차고 넘치는 만화 리뷰 방송을 또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고민고민고민하다가, 방향을 이리 잡아 봤습니다. “어깨에 힘 좀 빼자”라고요. 만화를 소개한다고 할 때 예전에 제가 자주 빠졌던 함정이 있어요. 꼭 봐야만 할 걸 소개하겠다. 이거 명작이니까 꼭 봐야 한다. 아니 어떻게 이걸 몰라 좀 봐봐. 이런 기분 있죠. 근데 이러다 보면 자꾸 당위론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이거 정도는 봐 줘야지 말이지, 아니 이 만화를 여태 안 봤단 말야? 만화 좋아한다면 이건 봤어야지 뭐 이런 이야기들. 저는 최선을 다해 그러지 않으려고 애를 써 왔다고 생각했는데 몰라요. 어디서 또 그러고 있었는지. 근데, 제가 평론한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 작품을 보지 말아야 할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부류들을 참 싫어하거든요. 또 근데 어느 순간엔가 섬뜩해지는 거예요. 그거나 이거나 비슷하잖아 싶어서. 물론 방향은 반대지만 결국은 당위론이거든요.

그게 좀 싫어져서 어느 순간엔가 제가 작품 리뷰나 소개를 가급적 안 하고 알아서 보세요, 저는 이번에 이거 재밌게 봤어요 해 왔는데요. 근데 어쩌다 보니 방송을 이런 걸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결국 제가 선택한 방향은 이렇습니다. 어떤 만화를 읽으면 시간이 덜 아까울지 모르겠다. 또는, 선물로 해 줄만한 만화책이 뭐가 있을까? 그도 저도 아니면 요즘 제일 잘 나가는 만화책이 뭐야? 이렇게, 그냥 만화를 접하는 사람들이 별 다른 정보 없이 별 다른 생각 없이 듣다가 호오 그렇단 말이지? 하고 한 번 검색을 해 보든지 서점 사이트엘 가 본다든지 하게끔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어떤 작품에 관한 심층 분석이 아니라 별 생각 없이 듣다가 그 작품을 보고 싶게 하는 데에 방점을 찍고 싶습니다. 좀 편하게 들리게 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되려나는 모르겠지만요.
막 그래서 미리니름이 잔뜩 묻어나거나 하는 게 아니라, 작품 자체에 관한 이야기보다도 작품을 둘러싼 주변의 맥락이나 반응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좀 해 보려고 해요. 감상도 좀 받고요. 맨입으로 하면 아무도 안 할 테니까 상품도 걸 겁니다. 상품 뭐냐고요? 일단 우리 방송도 거국적으로 시작하는 마당이니까 거국적으로 먹히는 우리 멋대로 최고 히트 상품, 문상. 문화상품권부터 시작하고요. 상품 협찬 들어오면 그걸 제공해드릴 수도 있어요. 잘 생각해 보세요. 감상만 잘 남겨도 문상 1만 원이라니까요? 궁금하면 다음 회차 기다렸다 들으시면 됩니다.

그래서 작품 이야기 많이 없는 만화 방송, 별 생각 없이 들어도 되는 만화 방송. 그래도 듣고 나면 만화가 읽고 싶어지는 만화 방송. 이게 제 목표입니다.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는 크리틱엠이 있으니까 그쪽을 보시면 되겠고요. 작품 소개하고 더불어서 지난주치 통합 만화 베스트셀러 차트도 소개하고 해설할 예정이에요. 다른 거 몰라도 어쨌든 이거 들으면 많이 나가는 책이 뭔지는 알게 되니까 안전빵 확보하게 되죠. 여러분의 지갑을 지키는 데 유용한 방송입니다 이게. 아 이렇게 이야기하면 출판만화만 이야기하고 웹툰은 이야기 안 할 거라고 착각하시는 분이 계실 것 같은데 그럴 리가요. 웹툰도 소개 많이 할 거고요. 저 혼자 이야기하기 심심하다, 좀 단조로와지지 않았나, 분위기 다운됐다 싶으면 게스트도 부를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본편 방송은 주 1회 방송이고, 그 외에 부정기 편성되는 덤 편이 있습니다. 대담이라든지, 아니면 어디 갔더니 이런 걸 하는데 좀 들려드려야겠다 싶은 게 있으면 덤을 통해서 이야기드리도록 하겠고요. 기본적인 구성은 일단은 만화 이야기에 맞추려고 해요. 본편 방송은 회당 40분에서 1시간 정도 진행할까 하고 있습니다.

대충 안내 됐죠? 석 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본방송은 한 주 한 번에 회당 40분에서 1시간, 둘째 깊이 파지 않고 수박 겉 핥기 할 것이며, 셋째, 매 회 방송 듣고 그 작품이나 방송에 관한 감상 보내오면 다음 방송에 소개도 되고 상품도 팍팍!입니다. 일단 여기까지 하고, 본편 들어가 보죠. 전하는 말씀부터 듣겠습니다.

만화 골라주는 남자 만골남 M씨는 만화 평론 전문 웹진 크리틱 엠에서 제작합니다. c, r, i, t, i, c, m .com, 크리틱엠.

 

“지난주 베스트셀러”

네, 크리틱엠 시그널 듣고 오셨고요. 이제 코너로 들어가봐야겠지요? 첫 코너는 지난 한 주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일까를 살펴보는 지난주 베스트셀러 코너입니다. 먼저 7월 다섯째 주 베스트셀러 만화책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8월 첫 주기도 하죠. 토요일 일요일뿐이긴 합니다만.

이 베스트셀러는 알라딘,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네 곳의 주별 50위권 만화 베스트셀러를 기준으로 산출한 통합 순위입니다. 주 독자층이 각기 다른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차트를 기준으로 작성하여 신뢰성을 어느 정도 담보하고 있습니다.

그럼 10위부터 쭉 소개하겠습니다.

만골남 1회 표

 

원피스나 명탐정 코난은 이제는 그냥 변수도 아니고 상수 같은 느낌이어서 제쳐놓기로 하고요. 눈에 띄는 것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일단 「밤을 걷는 선비」의 추세가 생각보다 빨리 꺾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아쉬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선 영조 시대를 배경으로 매혹적인 뱀파이어 선비와 사연 많은 책팔이 남장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의 TV 드라마판이 7월 8일 방영을 시작했는데요. 7월 셋째 주에 세 주치 차트를 통계 내 봤을 때 지금까지 출시된 단행본 열한 권 전부가 20위권 안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그 약발이 드라마 방영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에 벌써 꺾이고 있다는 데에 있겠죠. 영상화하면 단행본 판매고가 동반상승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게 마련인데요. 밤을 걷는 선비가 7월 넷째 주에는 9, 10, 11권이 10위권에 올라와 있었는데 7월 다섯째 주에는 이미 가장 최근 권인 11권 한 권만 10위권에 남아 있습니다. 드라마판이 그다지 힘을 못 쓰면서 일어난 현상인 듯합니다만, 조금 아쉽죠. 드라마는 현재 전 채널을 통틀어 파악한 TV 드라마 순위에서 16위쯤 하고 있는 걸로 나오고 있습니다. 드라마판 자체는…… 네, 일단 논외로 하기로 하고요.

어쨌거나 「밤을 걷는 선비」가 힘을 못 쓰면서 덩달아 한국 작품의 비중이 10위권 차트에서 많이 빠졌습니다. 10위권에서 나머지 아홉 권이 모조리 일본 만화입니다. 조금 더 분발이 필요할 것 같고요. 「트라이건」 작가 야스히로 나이토의 신작 액션만화인 「혈계전선」은 대체로 전작의 묵직하던 주제 의식을 맛보긴 어렵지만 액션 죽입니다-라는 평이 많습니다. 풋풋한 학창시절 청춘 러브스토리인 「아오 하 라이드」가 6위.

그리고 또 주목해 볼만한 작품이 「원펀맨」인데요. ‘원 펀치 맨’을 줄인 말인데 말 그대로 한 방 사나이죠. 온갖 괴수들이 나타나 마을 하나 박살내는 게 일도 아닌 상황에 혼자서만 그림체가 다른 것 같은 대머리 총각이 취미로 히어로 노릇을 하는 만화입니다. 인터넷에 콘티 수준으로 올라오며 인기를 끌던 만화였는데 「아이실드21」의 무라타 유스케 씨가 트위터에서 이 만화를 처음 알게 되고 원작자인 ONE씨에게 “내가 작화를 맡게 해 달라”라고 부탁하면서 이런 괴물 같은 만화가 나오게 됐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작가가 작가니만큼 그림이나 연출은 더할 나위 없이 매우 좋습니다. 개그가 취향을 좀 타서 그런데, 맥락 같은 거 생각할 겨를을 별로 주지 않는데다가 한 장르의 퇴화 증상이라 할 수 있는 장르 그 자체의 특징을 비트는 류의 개그가 많습니다. 클리셰 덩어리구나 싶은 느낌이 드는 것도 종종 있어서 부품 조합 개그에 피로를 느끼는 분들에게는 그리 추천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뭐 정말 별 생각 않고 볼 수 있는 개그로는 좋더군요. 에피소드들 결말이 늘 주먹 한 방으로 끝난다는 점은 있어서 과연 이 패턴을 어떻게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걱정이 좀 있습니다. 여하간 국내에 정식 출시되기 전부터 많이 유명했고 또 많이들 기대했던 작품입니다. 출시되자마자 7월 넷째주 차트 1~2위를 차지했었습니다. 7월 다섯째 주에서는 3~4위.

지금까지 7월 다섯째 주 만화 베스트셀러 차트였습니다.

 

“만골남의 선택”

매주 만화 골라주는 남자가 골라드리는 만화 한 편, ‘만골남의 선택’ 시간입니다. 처음으로 소개할 만화는- 때마침 긴 휴식에서 돌아온 작품이죠. 바로 「송곳」입니다.  이 방송 녹음하고 있는 8월 3일, 어쩜 시기도 적절하게 딱 그 날 4부 첫 화가 올라와줬네요. 타이밍이 참 좋습니다. 마침 또 드라마화도 발표가 됐다고도 하고요.

이 작품은 여러모로 심상찮습니다.  사실 첫인상부터 심상찮았죠. 뭐가 그리 심상찮았냐 묻는다면 일단 제목부터가 그렇습니다. 딱 두 글자죠. ‘송곳’. 제목을 시각적인 힘으로 바꿔내는 캘리그래피도 심상찮습니다.  「참이슬」 소주의 글씨를 쓴 걸로 잘 알려져 있는 캘리그래퍼 강병인 씨가 작품의 제호를 썼는데, 그 글씨가 정말 세로로 서 있는 철판에다 콱 찍어 내리 그은 듯한 인상을 주는 터라 정말 강렬합니다.

그런데 스크롤을 조금 내린 순간에 살짝 당황하게 됩니다. 어라 전부 흑백이네. 이거 웹툰 아니었나? 물론 흑백 웹툰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만 어쨌든 뭔가 시작부터 느낌이 다릅니다. 그리고 1화를 읽어 내려가다가 말미쯤 되면 어어……하는 심정에 입을 벌리고 있게 됩니다. 무대가 외국계 대형마트고, 주인공은 그 마트의 한 코너를 맡고 있는 과장입니다. 다시 말해 관리직이죠. 그 과장이 1화 말미에 점장 지시라면서 부장에게서 전해 받는 말이 이렇습니다. “지금 있는 판매 사원들,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전부 내보내세요. 질문 안 받습니다” 네. 이 만화, 1화부터 주인공이 자기가 맡고 있던 직원들을 내보내라는 명령을 받아 듭니다.

2화로 이어지는 전개는 또 어떤가요. 명령을 전해 받은 주인공은 인격모독이든 징계든 해서 제발로 나가게 하라, 장교 출신이잖느냐는 힐난을 받는데, 정작 이 주인공은 군에서도 소대장으로서 비무장지대에서 포복으로 남하해오는 사람 그림자를 보고 적으로 판단했으면서도 클레이모어 대인 지뢰 스위치를 누르지 못했고 총의 방아쇠도 당기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적인 줄 알았던 대상이 길을 잃고 헤맨 부하 병사였음이 드러났지만 주인공은 이 사건으로 스스로가 군인이 될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고 명령을 받은 시점에 회사원도 될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지시받은 대로 움직이면 될 뿐인 관리직이 자기 관리 대상을 내치라는 명령에 조용히 반발하고 만 겁니다. 이 주인공은요. 살짝만 떠밀어주면 알아서들 나간다면서 제 발로 나가게끔 만들라는 지시에 이렇게 말합니다. “그거, 불법입니다”라고요.

「송곳」은 이렇게 외국계 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을 내보내라는 지시를 주인공, ‘이수인’이 거부하고 나면서부터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만화입니다. 무대가 되는 프랑스계 대형마트 푸르미는 실제 프랑스계 대형마트였던 까르푸가 모델인데요. 까르푸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이 이 작품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고 합니다. 주인공 이수인은 불법적인 정리해고 방침을 거부하고 노동조합이라는 틀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서 많은 일들을 겪게 됩니다. 노동조합을 해 보는 게 어떻냐는 아이디어를 내고 찬동했던 동료 관리직들은 금세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피할 뿐더러 어느 사이엔가 회사측이 원하는대로 사원들에게 더 모욕을 주기 시작하고, 앞서 같은 대형마트의 타 지점을 통해 설립된 노동조합 지부는 큰 힘이 없습니다. 그리고 부장을 비롯해 회사측은 노골적으로 이수인을 따돌리고 괴롭히기 시작하죠.

급기야 프랑스인 점장은 쳐내려던 이들과, 이들을 쳐내기를 거부한 관리자인 이수인을 앞에 두고 말합니다. 얘 떄문에 당신들은 다 망했다고. 그걸 또 그 ‘얘’의 입으로 통역시키면서 말입니다. 많은 경우 이렇게까지 압박을 하면 무너져내리거나, 알아서 회사편에 붙어야 할 텐데 문제는 이수인이 그런 인간이 못 됐던 겁니다. 눈 딱 감고 세상사 편하게 살면 될 텐데, 적당히 자기 몸 하나만 지킬 수 있으면 됐을 텐데, 그럴 수 없어서 끝끝내 “그거 불법입니다”라는 말을 입 밖에 내고 마는 별종이 여기 있었던 거지요. 그리고 그런 이수인이, 노동상담소 소장을 하고 있는 구고신이란 인물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조합 설립의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여기까지 쭉 이야기를 했는데 뭔가 위화감이 들지 않으시나요? 이 만화는 말 그대로 노동조합, 줄여서 노조 이야깁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회사의 폭압적인 처사에 맞서기 위해 노조를 만드는 이야기죠. 사실 이 작품이 네이버에서 연재됐던 것부터가 심상찮은 일이기도 합니다. 현재 웹툰 플랫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 웹툰의 운영사 NHN…… 뭐 현재는 웹툰이 사내 독립기업으로 분리됐다네 하고 있긴 합니다만 어쨌든 그 NHN이 삼성SDS의 사내벤처에서 시작한 업체임을 생각해 보자면 참 미묘하죠. 우리나라에서 무노조인 걸 기꺼이 자랑하는 기업에서 파생됐고 기업 논리나 내부 문화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는 업체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소재로 한 만화가 연재 중인 겁니다. 일단 그 점이 굉장히 신선했죠. 근데 그보다도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노동’과 ‘노조’란 낱말이 전면에 등장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자. 퀴즈 하나 내 볼까요 여러분. 5월 1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똑딱똑딱- 네, 아마 답변이 네 가지 정도로 나올 겁니다. 달력을 찾아보신 분은 “근로자의 날”이라고 하실 것이고 어떤 분은 “노동자의 날” 또는 “노동절”, 그리고 영어로 “메이데이(mayday)”라 답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법정 유급휴일이니까 쉬어도 돈 받을 수 있고 돈 안 주면 그 사업자를 신고할 수 있어요. 저 같이 프리랜서에겐 해당 안 됩니다만 뭐 어쨌든 그래요. 흔히 노동절로 불리는 이 날을 우리는 근로자의 날이라고 하고요. 노동자란 표현 대신 근로자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씁니다.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번 돈으로 생활하는 사람이고,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남의 지시나 명령을 받아 일을 부지런히 해 주는 자를 뜻합니다. 노동이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 육체적 또는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라면 근로는 ‘부지런히 일하는 것’입니다.

일이란 관점에선 비슷한데, 사실은 주체성에서 차이가 좀 있죠. 굉장히 정치적인 함의가 담겨 있는데, 노동이란 표현에는 능동성이 있고 근로란 표현에는 수동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원래 노동절로 불리던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이라고 개명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란 말의 어감을 계속해서 안 좋은 쪽으로 만들어 왔죠. 우리는 회사에 들어가려면 ‘근로계약서’를 쓰죠. 근로의 근자가 부지런할 근 자인거 아시나요. 사장님 밑에서 부지런하게 일하겠다고 도장 찍고 시작하는 겁니다. 언어가 사회적 약속이자 암묵적 구속력을 지닌다는 점을 생각하자면 우리는 부지런한 부품이 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렇게 된지 수십년, 노동이란 말이 어떤 위치인지에 관해 그냥 한 번 생각해 볼까요. 작가인 최규석 씨가 이 작품을 위해 한창 취재 다닐 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던 하종강 교수의 일화인데, 노동법 강의 중이었나 학생 하나가 이러더랍니다. “교수님 저는 대기업 들어갈 거라서 노동자 안 될 건데요?”

딱 이 정도 수준까지 내려온 겁니다. 노동자는, 대기업보다 아랫 단계로 여겨지는 작은 데에서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 나는, 대기업에서 넥타이 매고 일하는 사람. 쟤들은 블루칼라. 나는 화이트칼라. 계급과 성분이 다릅니다. 이런 거죠. 방송 들으시는 분들 가운데에서 노동자란 말 듣고 이렇게 생각하신 분들 생각보다 많을 겁니다. 그리고 노조라고 하면, 사실 이 「송곳」이란 작품 속에서도 대사로 대놓고 나오긴 하는데요. 사람들 인식이 확실히 이렇죠. “한국의 노조는 야만적. 그들은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이고 기업을 파괴하는 과격분자들. 언론들도 모두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건 프랑스인 점장이 교육받고 온 내용이라고 나오는데, 자. 노조란 표현을 들었을 때 이렇게 생각하신 분이 없을까 하면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무노조가 신화로서 존경받고, 노동자라고 하면 능력 안 되는 하층민들이며, 노동조합은 능력이 안 되는 주제에 돈 더 받으려고 아우성인 목소리 큰 놈들-이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근로자란 건 어느 사이엔가 편리하게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이 된 지 오래입니다. 성능이 맘에 안 들면 버리고 새로 갈아끼우면 그만인. 근데 문제는, 부품은 부품이고 사람은 부품이 아니라는 데에 있겠지요.

우리가 세상 많은 곳의 일터에서 만나는 수많은 이들이 사실은 나와 같은 사람이고, 인격이 있고, 존중받아야 하며, 그들이 들고 나는 모든 것에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잘 모릅니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저도 프리랜서 생활만 오래 하다가 딱 1년 안 되게 회사 생활 중에 임금체불 징하게 당하고 회사원들 대표해서 노무사 만나고 고용노동부에 진정 넣고 퇴직하고 나서도 1년 가까이 오랜 시간 씨름해보지 않았으면 노동 관련 법률이나 권리, 절차, 사장과 노동자의 역할, 실업급여, 퇴직금 조건, 노무사의 역할, 사장이 내 앞에서 다른 사람을 어떻게 깎아내리며 돈을 아끼려 하는지 같은 거 거의 몰랐을 거예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온갖 모멸감과, 어쨌든 먹고 살기 위해 실업급여 타려고 같은 자리에 모여든 사람들의 기묘하게 풀죽고 약아진 눈빛까지…… 제가 다니던 곳은 작은 회사라서 노조는 없었지만, 어쨌든 고작 그 기간 중에도 별 일은 다 있었으니 회사 생활 긴 분들은 한층 더 많이 겪어 보셨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사실 사람들은 대체로들 자기가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모르고, 남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리고 그 정도는 당연하다고도 생각하기도 하죠. 남의 돈 받는 게 어디 쉽냐는 말로 위로하기도 합니다.

근데 그럼에도, 아닌 건 아닌 거예요. 설령 더러워서 내가 사장이 되고 사장 입장에서 사장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곤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아닌 건 아닌 거죠. 현실이 어떻고 이상이 또 어떻든, 아닌 건 아닌 거죠. 아무리 다들 참고, 저도 마찬가지일진 몰라도, 아닌 건 아닌 거죠. 그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끝내 생각하는 사람이, 어느 한 구석엔 있게 마련입니다.

이 작품 제목인 「송곳」은 바로 그런 인간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제 스스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기어이 한걸음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라는 독백이 있는데요. 이수인이 바로 그런 인물이죠. 이쯤에서 1화를 다시 보시면, 이수인 또한 지나가는 말이지만 투덜대는 직원들을 “잘라버리고 싶다”라며 이를 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는 분명 회사에 충실한 인물이었습니다. 다만 지나가는 말이 지나가는 말이 아니게 됐을 때에야 노동조합을 더듬더듬 찾아보았을 뿐입니다. 누구든 마찬가지로 잘 모릅니다. 하지만 알게 됐을 때 어떻게 하느냐로 그 사람의 방향이 갈리게 돼 있지요. 이수인의 싸움은, 그래서 이미 다 갖춘 영웅의 무쌍난무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고민하면서도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싸움입니다. 지리멸렬하고 어설픈데다 현실의 벽이 너무 높기도 합니다. 이수인과 푸르미 노동조합의 자문 역할이다시피 한 구고신의 말을 빌리면, 이수인은 겁도 많고 싸움도 싫어하는데 싸움을 피할 줄을 모른다-고 합니다.

상대 입장에서는 이질적이고 이단적인 인물이고, 그래서 상대하기가 몹시 까다롭고 껄끄러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회사가 크면 클수록 집단의 위계와 질서가 생성되게 마련이고 그로 말미암은 불합리가 내부 문화로 포장됩니다. 이건 뭐 회사만이 아니라 집단의 속성이기도 한데요. 그 말도 안 되는 골목대장 놀이가 견고하긴 또 무지 견고해진단 말이죠. 유치한데, 현실에서는 대놓고 유치하면 대적하기 정말 쉽지 않아서 입을 닫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로들 다 그러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어느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은 일일이 싸우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돈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도 그래요.  이수인이란 캐릭터는 그러한 부조리한 질서 한 구석에서 삐져나온 송곳입니다.

이 작품의 강점이 이겁니다. 영웅 서사도 아니고, 무조건 누구를 무조건 악으로 몰아가는 것도 아니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을 닫고 말거나 쉬 포기하고 고개를 돌리는 모습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같이 노조 하자던 관리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회사 앞잡이가 되어서 직원들을 괴롭혔습니다. 근데 그조차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인정하고, 너네가 자리 바뀌면 안 그럴 거냐며 구고신의 입으로 한 방 먹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이수인이라는 송곳으로 철판 같이 단단하던 부조리한 질서에 흠집을 냅니다. 제호의 그 느낌 그대로 끼기기기긱 흠집을 내 가는 겁니다. 구고신의 적절하고도 적나라한 조언이 이를 더 정교하게 만들고요. ‘노동’하면 많은 이들이 생각할 법한 그 이미지들은, 작품 속에서 오히려 드러내놓고 나옵니다. 너네 생각하는 게 이런 거지? 근데 이런 거거든? 이런 거죠.

작품은 절대로 그 지식들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지 않습니다. 노동법 학습만화가 아니니까요. 대신 작품은 두 주인공들의 감정과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시야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말합니다. 이거 어디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나와 당신의 이야기다. 그걸 정말 재밌게, 설득력 있게, 그리고 영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게 강점입니다. 이게 제일 무서운 겁니다. 최규석 작가가 무서운 점이기도 한데요. 이 작가분은 어떻게 해야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 가슴에 효과적으로 들어가 박히는지를 잘 압니다. 결정적으로 대사가 그렇습니다. 「송곳」 하면 대사빨이 정말 끝내주는 작품이라는 평이 많은데요. 입에 착착 감기는 대사가 캐릭터를 생동감 넘치게 만드는 건 물론이거니와 계속 곱씹게 만들기도 합니다. 재미가 다른 데에서 오질 않습니다. 현실감 있으면서도 힘 있는 말들이 인물의 의지를 담아낼 때, 비로소 “이건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남 귓등을 넘어 귓구멍에도 들어갈 수 있는 법이죠. 현실의 숱한 현장만큼이나 이 작품 속 인물들의 싸움도 그리 행복하게만은 흘러갈 것 같진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주효한 건 그러한 싸움이 어딘가에는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고 있고 그 주인공이 자신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일 겁니다. 교조주의와는 거리가 멀기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만, 읽다보면 생각이 참 많아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신기할 정도로 말이죠. 어쩌면 네이버 연재는 그런 점에서는 신의 한 수에 가까운 선택일 법도 합니다. 노동 이슈에 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런 거 생각 많이 안 해 봤을 법한 이들에게야말로 가장 필요한 전달 방식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죠.

작품을 보다 보면 최규석 작가는 전작인 「100도씨」가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습니다. 「100도씨」는 1987년 6월 항쟁을 소재로 삼은 만화인데요. 작가 자신이 그 시기를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니고 기념사업회에서 의뢰를 받아 만들었음에도 단순히 역사를 전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역사를 살아 냈던 민중이 그 시기 어떻게 하여 움직였는가를 극을 통해 설득력 있게 그려냈었죠. 「송곳」에도 나오는 대사인데, 사람들은 시위하면 쾌감 느끼는 변태들이라 거리로 몰려 나와 있는 게 아니었죠. 그건 지금도 매한가지고요. 직접 가족이 느닷없이 끌려가는 경험을 하기 전까지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는 시위 하면 빨갱인 줄 알고 세상에 불만 품은 불순분자인 줄 알고 그러게 마련입니다. 근데 평범한 사람을 투사로 만드는 건 그 사람이 원래 빨갱이여서나 어디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다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100도씨」가 그런 말 하다가 끌려가서 사람이 죽고 시위하다 최루탄에 직격당해 죽는 시대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송곳」은 구고신 말마따나 노동법 이야기하다 끌려가지 않을 정도까진 된 시기엔 왔어도 합법이란 테두리 안에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는 코리안 스타일 시스템에서 이유도 모르고 잘려 나가야 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이야기라고 어디 특이한 일부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거 들으시는 분들 대부분도 어딘가 취직해 일하는 노동자들인 이상 결국 이거 우리 이야기들인 셈이죠. 데뷔 이후 꾸준히 사회 구조와 현실을 작품 속에 담아 온 최규석 작가 작품 가운데에서도 「송곳」은 「100도씨」를 통해 얻어낸 전달 방식을 확실하게 업그레이드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전작들이 대체로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면, 「송곳」이 나올 수 있게 된 밑바탕엔 「100도씨」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심층 취재를 통해 설득력 있는 극과 대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요. 그래서 「송곳」을 즐겁게 보신 분들이라면 「100도씨」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라고, 두 작품을 안 보신 분들이라면 먼저 「100도씨」를 보신 후 「송곳」을 이어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뭐 이밖에도 「송곳」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나름대로들 열심히 살겠다고 하는 것이긴 하겠으나 사측 입장에 서 있는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실로 난감한 속물성이 의외로 노동 이슈 아니고도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꽤나 볼거리겠습니다. 그럴싸하게 훌륭해빠진 꼰대 캐릭터들도 어딜가든 한둘 씩은 있어주고요. 제 인생에 갑질 한 번 해 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다가 아니란 걸 안 순간 더 일그러지는 바보도 나오죠. 경찰서 앞 달리기 장면 같은 건 그야말로 웃기고도 서글픈 현실 속 장면들이죠. 조용한 듯 뜨거운 이수인과 활달한 듯하면서도 곧잘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는 구고신의 케미도 은근히 재밌습니다.

근데 더 재밌는 건 이수인과 개스통 점장의 관계인데요. 개스통 점장은 나름대로 법규 잘 지키려는 인물이었다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코리안 스타일에 적응하면서 변질됐죠. 사실 이 사람은 이수인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적이 되고 말았는데, 그럼에도 마치 이수인에게 변명하듯 자기 선택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개스통과 그런 그에게 넌 너 할 일 해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다 하고 선전포고를 던지는 이수인의 모습이 굉장히 또…… 어딘가의 뭔가를 자극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아니 대놓고 이야기해서 이 둘을 갖고 BL, 보이즈러브 이야깁니다만, 이쪽 장르스러운 장면으로 패러디한 팬아트도 나온 적이 있거든요. 캐릭터가 개성이 확실하고 재밌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게 패러디임을 보자면, 이 작품은 확실히 메시지로서도 소비 대상으로서도 놀이 대상으로서도 성공한 셈입니다. 아니 진짜 둘이 은근히 끈적하고도 애증스러운 뭔가가 있어요. 표정이 표정이- 어우. 이건 보고 확인하시면 좋겠고요.

그리고 책이 일단 세 권까지 출간돼 있습니다. 1권에서 3권까지가 한꺼번에 나와서 꾸러미로 팔리고도 있는데 값은 권당 11000원입니다. 출판사는 창비. 웹툰으로 보면 되지 뭐하러 책을 사냐, 책이 뭐 다르겠냐 하시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요. 웹툰판하고 편집이 정말 다릅니다. 그냥 적당히 옮긴 수준이 아니라 말풍선이나 효과음, 칸의 크기 등이 굉장히 세밀하게 재조정돼 실려 있습니다. 책으로 읽을 맛이 나고요. 서두에서도 제가 심상찮다고 눙치긴 했는데 흑백 원고라서 오히려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수월합니다. 시각 정보를 이야기 전개를 전달하는 데에 최적화한 결과물인데, 이 또한 영리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최규석 작가의 전작들을 보면 여타 상당수 웹툰들마냥 색을 못 쓰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울기엔 좀 애매한」 같은 경우 수채화풍 색칠이 굉장히 감성을 잘 전달하거든요. 아 물론 이야기만을 위해서라기보다도 주간 연재를 감당하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긴 합니다만, 어느 쪽 해석이 맞든, 아무리 구고신이 개그를 맛깔나게 친다 해도 작품 속 현실이 자아내는 묵직한 무게를 잘 반영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종이 만화 시절을 보내 온 독자 입장에서 흑백 원고가 반가운 마음도 없지 않지만, 이게 향수만은 아니라 말하고 싶습니다. 웹툰들에서 흑백이 시도되는 경우도 종종 늘고는 있는데, 색 만큼이나 색 정보를 줄임으로써 이야기에 집중하게끔 하는 데 능한 작가들이 좀 더 많이 나와주길 바랍니다.

자. 첫 시간 작품으로 「송곳」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힘 좀 빼자고 생각했는데, 작품이 작품인지라 하고픈 이야기가 너무너무 넘쳤던 것 같기도 합니다. 재밌게 들어주셨길 바라고, 작품을 보신 분들에게는 아 그래 이랬었지 하는 생각을, 안 보신 분들은 그럼 한 번 볼까 하는 생각을 품을 수 있게 됐다면 참으로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자. 마치기 전에 공지. 「송곳」에 관한 감상이랑, 이번 방송에 관한 감상을 보내주시면 다음 2회차 방송에서 소개하고 상품도 드리겠습니다. 상품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문화상품권 1만 원 권이고요. 아직 문상입니다.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공유하시고 더 많이 알려주시면 그만큼 광고도 붙고 상품도 커질 테니까 에브리바디 해피하겠죠. 광고 주실 업체분들 연락주시고요. 송곳 감상이랑 이번 화 감상이랑 적어주실 곳도 안내합니다. 010-3001-7506. 010-3001-7506 입니다. 이쪽으로 문자를 보내 주시면 추첨 통해서 ‘문상’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많이 많이 보내주세요.

그럼 저는 여기서 인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들어주신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모두 만골만골한 한 주 보내십시오. 서찬휘였습니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이자 만화정보저널 사이트 '만화인' (http://manhwain.com) 운영자. 글쓰기와 만화를 좋아하던 프로그래머 지망생이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만화와 얽힌 글을 쓰면서 만화 정보를 묶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짜고 있다. 자생한 1.5~2세대 한국형 오덕으로 덕업일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츄럴 본 프리랜서. 칼럼, 연구, 비평, 강의, 방송, 캘리그라피 등 만화와 관련해서는 오는 의뢰 안 막는 자판기형 용병의 삶을 구가 중이다. 최근엔 열심히 애 아빠로 클래스 체인지 시도 중. 봄이야,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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