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저랬는데… 우리들의 첫사랑”, 박수봉의 <올해의 벚꽃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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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봉 작가의 <올해의 벚꽃도 함께> 작품을 감상한 후, 버스커 버스커의 <첫사랑>을 다시 들어보았다. 왜냐하면 작가후기에서 군 복무 시절 그렸던 만화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버스커 버스커의 <첫사랑> 노래에서 이 만화의 전체적인 영감을 받게 되었다고 기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스커 버스커의 그 노래와 박수봉 작가의 이 웹툰은 정서적으로 다른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 노래와 이와이 슌지(岩井俊二)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四月物語, 1998)>가 정서적으로는 더 비슷한 느낌이었다. 물론 버스커 버스커의 <첫사랑> 노래 가사에서의 “나는 어떡하죠. 아직 서툰데. 이 마음이 새어나가 커져버린 내 마음이 자꾸만 새어나가…”라는 가사에서 ‘서툴다’라는 개념은 이 만화에서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아무튼 정서의 차이는 있지만 위에 언급된 모든 작품은 ‘첫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 이 만화는 한마디로 10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장치로서 ‘벚꽃’과 연결한 만화이다. 박수봉 작가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계절 중 ‘봄’을 ‘청춘’과 비유하고, ‘봄’의 달콤한 로맨스를 봄에 피는 ‘벚꽃’과 연결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습적인 상징성을 바탕으로 해서 세밀한 작가만의 독창적인 비유들이 새롭게 살아있는 만화가 <올해의 벚꽃도 함께>이다. 그럼, 이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매력(재미)들을 살펴보자.

 

하나, 박수봉 작가에 의해 표현되는 새로운 순정(감성)만화

<올해의 벚꽃도 함께>는 네이버 웹툰에서 2015년 4월 6일에서 5월 18일까지 총 7화가 연재되었던 단편 작품이다. 이 만화는 네이버 웹툰에서 순정과 감성, 일상만화 장르로 구분되고 있다. 이러한 장르에서 남성작가가 활동하기는 쉽지 않은데, 박수봉 작가는 남성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만의 독창적인 순정만화 혹은 감성 만화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올해의 벚꽃도 함께>에서도 전작인 <수업시간 그녀(2013)>에서 보여줬던 ‘짝사랑의 두근거림’을 섬세하게 연출하고 있다. 작가는 쿵쾅거리는 드라마틱한 사건도 제시하지 않고, 감정의 격랑도 없이 감상자에게 캐릭터의 작고 미세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반응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7화에서 주인공 소년이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소년의 ‘걷자’라는 짧은 대사지만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 노래의 가사가 떠오른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박수봉 작가는 <수업시간 그녀>에서 20대의 로맨스를, <올해의 벚꽃도 함께>에서는 10대의 ‘첫사랑’, ‘짝사랑’, ‘설렘’ 등의 사소하고 일반적인 소재 및 내러티브를 작가만의 감성만화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들은 늘 따뜻한 러브스토리를 듣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그래서 감상자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관점의 섬세한 만화 연출과 표현의 탁월함을 갖춘 박수봉표의 순정(감성) 만화를 기대하게 된다. 이 작가를 통해서 섬세하고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만화로도 진지하게 나눌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느낌이다.

이레 출판사에서 출간된 <Love(정현종 역)>라는 사진집에 있는 글 중에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우리는 사랑에 둘러싸여 있다. 사랑이라는 격렬한 감정은 우리의 심장을 터질 듯 부풀어 오르게 하며, 최악의 상황은 극복하고 경이로움은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랑은 달콤한 과즙이다. 그 과즙은 우리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우리를 시인이면서 부모이게 하고, 동료이자 이웃이게 하며, 형제자매이자 시민이 되게 한다. 우리를 규정하고 우리의 휴머니티를 표현해주는 것은 바로 감정의 깊이다. 그것은 노인들의 향수와 젊은이들의 꿈을 이어주는 강이며, 우리 삶에서 가장 심오하고 강한 포용력이다.”

혹자는 사랑은 없다고도 하고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도 하지만, 우리가 늘 변함없이 꿈꾸는 것은 ‘사랑’이다. 살아오면서 ‘Moments 순간들’, ‘Intimacy 친밀감’, ‘Laughter 웃음’, ‘Kinship 가족애’를 통해서 우리는 서로(자아와 타자)가 특별하다는 감정을 공유해 왔으니, 그 느낌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올해의 벚꽃도 함께>를 읽고 나면 “아, 나도 저랬는데…”라는 그 느낌들을 기억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작가만이 들려주는 첫사랑의 설렘이 아닌 보편화된 ‘우리들의 첫사랑’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02-1 02-2 02-3 02-4 2화에서 실연당한 주인공 소녀의 첫사랑 ‘설렘’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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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에서 버스를 타고 떠난 소녀에게 소년이 “너한테 설레는 게 맞아!” 라고 외침.

필자는 앞서 작가의 ‘첫사랑’과 ‘짝사랑’에 대한 해석이 영화 <4월 이야기>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언급했는데, 두 작품 모두 단편 분량이라는 점과 결말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이 비슷하다. <4월 이야기>(67분)에서의 여주인공도 좋아하는 고등학교 선배를 향한 짝사랑(첫사랑) 때문에 무작정 ‘무사시노(대학)’를 희망하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은 6개월 동안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해 열심히 공부한 결과,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여 홋카이도 시골에서 대도시 도쿄로 삶의 무대를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리고 짝사랑 선배가 아르바이트하는 서점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 성공하고, 영화는 여기서 끝난다. 마지막까지 주인공은 홋카이도처럼 먼 곳에서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왔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는 사소한 일상을 미화시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상당히 섬세한 시선과 세밀한 표현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점이 이 영화의 본질이다. 박수봉 작가의 두 편의 순정(감성) 만화에서도 이와 같은 미학적 가치들이 읽힌다. 마치 만화로 그려진 심리적인 그래픽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랄까. 즉 리얼리티 감성이 극대화되는 새로운 순정만화의 탄생이라고 해석된다.

 

둘, 섬세한 만화연출력과 시적인 화면구성력

두 번째 이 작품의 재미는 섬세한 만화 연출력과 화면 구성력이다. 다른 순정만화와 비교해 볼 때 전체적으로 섬세하면서도 색다르다.

작가의 전작 <수업시간 그녀>는 드라마 형식에 가깝게 구성했다면, 이 만화는 전작과 다르게 영화 시나리오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해서 영화처럼 결말을 위해 오직 직진하는 형식으로 내러티브를 전개하고 있다. 어쩌면 평범하고 지루한 이야기이지만, 정해진 이야기 안에서 그림과 연출을 세밀하고 깊게 고민한 흔적들이 돋보인다.


각 화마다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연결시켜서 스토리텔링을 진행하는데, 처음에는 중학교 교과서에 기록된 낙서들을 통해서 과거의 대화를 현재 이야기로 이끌어 오고 있고, 다음에는 검은 나무의 면을 이용해서 컷의 프레임을 쪼개고 과거와 현재의 막(연극에서 막의 기능)을 연출하고 있다.

섬세한 만화 연출력은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색다른 표현을 보여준다. <수업시간 그녀>에서 작가는 캐릭터의 눈을 그리지 않고 전체적인 인물들 제스처로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했던 바가 있다. <올해의 벚꽃도 함께>에서도 캐릭터의 감정을 표정이 아닌 동작으로 다수 표현한다. 이러한 연출은 프랑스 작가 바스티앙 비베스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캐릭터의 감정들은 인물들의 전체적인 자세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대화할 때 누군가에게 관심이 있다면 상대방에게 몸을 기울일 거고, 누군가가 불편하다면 가방을 그쪽으로 두거나 어깨를 뒤로 뺄 거다. 그런 무의식적인 행동들이 감정을 드러내기에 좋은 효과 같다. 연기를 하지 않는 이상 몸은 솔직하지 않나. (중략) 관찰 덕인 것 같다. 그림을 공부하던 시기에는 그림을 어떻게 해야 더 잘 그릴지에 중심을 두고 외형적인 것에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은 저 사람이 왜 저 행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걸로 관심이 바뀐 것 같다.” – 네이버캐스트, 박수봉 웹툰 작가 인터뷰 중


위의 네이버캐스트 박수봉 작가의 인터뷰 글에서 언급한대로 캐릭터의 감정들이 인물들의 자세와 연속동작에서 다수 표현되고 있다. 또한 연속동작을 통해서 심리적인 시간의 연출도 진행시키고 있다.

박수봉 작가는 위의 인터뷰에서 “착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쓰레기를 한 번 줍는 행위를 보여주는 것이 휠씬 설득력이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그래픽 언어인 만화로만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 방법들을 찾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학습된 방식으로 그리기보다는 작가의 눈으로 관찰해서 그리는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만화 드로잉을 구사한다. 또 글보다는 시각적으로 전달되기를 지향하므로, 대사와 캘리그래피의 조형성도 작가의 만화 드로잉에 맞춰 매우 절제되고 담백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이 만화는 분명 코믹스인데도 읽다 보면 시적인 감각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절제되고 담백한 카투닝(Cartooning) 같은 느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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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만의 자연스러운 만화 드로잉, 배경, 만화그래픽 부호, 캘리그래피, 명암 등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서 절제되고 담백한 시적인 화면 구성력을 완성하고 있다.

만화 이론가 스콧 매클라우드는 <만화의 이해>에서 만화 이미지는 본래 생략과 변형을 통해서 그려진 전달효과를 높인 그림 양식이며, 형상을 단순화하여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기능이 우리의 관심을 어떠한 이야기, 개념에 집중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세부 묘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분에 초점을 맞춰 그려나가는 양식이다. 박수봉 작가의 웹툰도 이러한 카투닝 양식의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잘 살린 작품이다.

 

셋, 일상생활의 작은 것들을 표현하는 재주

이 만화를 감상하면서 매화마다 놀랐던 것은 일상생활에서의 작고 소소한 것들에 대한 작가의 세밀한 시선과 그것을 표현해 내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사소한 일, 사소한 시간을 만화의 사건으로 만드는 작가의 연출력과 연결된다. 또 그 사건들 속에 만화 시간의 ‘틈’에 대한 작가의 해석들이 이 만화의 재미의 근원이기도 했다.

문화이론가 김용석은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에서 일상생활에서의 ‘사이’, ‘틈’에 대한 미학적 가치를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일상생활(everyday life)이 매일이라는 총체성을 내포하므로 일상의 사이는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영역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사이’의 의미와 실용성을 발견한다는 것은 고부가 가치적 창조 행위다. ‘사이’는 가시적이지도 않고, 쉽게 감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존재를 발견하고 그것에 의미와 역할을 부여한다면, 즉, 그것을 ‘창조’ 한다면, 사이를 숨기고 있는 가시적 현상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세상을 전혀 달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중략) 사이의 개념은 우선적으로 복수의 ‘구체적 존재’를 전제한다. 예를 들면, 몸과 몸 사이, 너와 나 사이, 이 집과 저 집 사이 등이…그렇다.

작가가 영화 같은 구성으로 스토리 진행을 하면서 자유자재로 배치한 일주일의 시간, 일 년 전의 시간, 현재의 시간, 연속동작의 시간 등이 각 화마다 혼재되어 세밀하게 쪼개져 있다. 또한 만화 속에 등장하는 소도구는 캐릭터의 성격이나 정서, 이야기의 상징성 등을 나타내는 중요한 장치가 되기도 한다. 이 예로 버스, 헌 교과서, 펜, 벚꽃 꽃잎, 벚꽃나무, 교복과 사복, 이사 박스 등이 사용된다. 그리고 각 화마다 연출되는 작고 사소한 유머들도 일상생활에서의 작고 소소한 것들에 대한 작가의 관찰과 표현 능력을 보여준다.

<2화> 중 유머러스한 대사
“형, 1년이면 연애 오래 한거야?!”
“어? 어? 너 여자친구 있… 었으면 봄마다 봤겠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1년이면 오래 사귄거냐구!”
“그치…? 1년이면 오래 만난거지… 요즘 애들은 200일도 오래 사귄 거 아냐?
“200일이나 1년이 오래 사귄거면!!… 그럼 결혼은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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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소도구는 이야기의 상징성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벚꽃 꽃잎의 핑크색과 소녀가 들고 있는 펜의 색을 동일시하여 강조하고 있다.


매화마다 연출되는 소소한 유머들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만화처럼 드라마틱하고 강렬한 감동을 받는 경우는 별로 없이, 대부분 ‘아, 어’하고 작은 미동으로 마무리되는데, 이 만화에서도 그런 점이 반영되어 있다. 만화의 마지막에도 소년이 ‘걷자’ 라고 말하고 소녀의 소매를 당기는 것으로 끝나며 열린 결말을 보여준다. 또한 특이한 점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주인공들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름이 있는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아는 너, 누구의 이야기가 되기에 감상자가 공감하고 참여할 여백이 생기기도 한다.

흔히들 사랑은 타이밍이라 하고, 오는 빈 택시를 잡는 것으로도 비유하지만, 박수봉 작가는 사람의 인연이란 것도 꽃을 피우는 시기가 있고 그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함을 벚꽃이 피고 지는 때와 연결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해마다 만발하는 벚꽃을 느끼고 설렘의 감정을 갖는 것과 첫사랑의 설렘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연결하기도 하였다. <3화>에서 설렘은 벚꽃이 피고 지는 시기처럼 짧지만, 사랑의 설렘은 사라진 것 같다가도 다시 찾아오는 게 그것임을 작가의 관조적인 해석을 드러내기도 한다.

박수봉 작가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학과에 재학생이다. 작가 개인 블로그 만화가 입소문을 타면서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수업시간 그녀>가 네이버에 정식 연재되었다. <수업시간 그녀>, <올해의 벚꽃도 함께> 두 작품을 통해서 담백한 그림체에 극도로 절제된 연출로 풀어나가는 만화 스토리텔링에 독자들은 공감했다. 박수봉 작가의 <올해의 벚꽃도 함께>는 ‘첫사랑’, ‘짝사랑’ 하면 떠오르는 만화 10선이나 인상 깊은 감성 만화로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이화자

철학,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지털콘텐츠 등 다양한 전문적 지식을 쌓고 융합해 왔으며, 현재 공주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글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만화를 많이 읽었었고, 앞으로도 많이 읽을 예정, 만화 보는 것이 연구라니... ^^;; 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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