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관찰인간> 나를 본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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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관찰인간>은 퍼즐 맞추기와 닮아 있다. 의미 없는 조각들이 생각지 못한 그림을 보여주듯 자잘한 단서들로 충격적인 결말이 완성된다.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은 자연스럽게 되감아지면서 본래의 의도를 드러내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재구성된다. 덕분에 작품은 이야기가 끝났을 때, 비로소 온전하게 시작된다.

<관찰인간>은 2014년 8월 19일~2014년 12월 30일 매주 화요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 연재된 웹툰이다. 20회로 완결됐다. 2부 <생존인간>이 2015년 6월 30일부터 같은 사이트에 동일한 주기로 게재 중이다.

<관찰인간>이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여운을 남긴 데는 군더더기 없는 연출과 편집의 힘이 절대적이다. 옆집 관찰이라는 특이할 것 없는 소재는 한정된 공간과 인물의 조합을 거쳐 기괴한 이야기로 부풀어 오른다. 두려움, 혼란, 경악 속에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압권이다. 작가는 ‘냉장고에 코끼리 넣기’도 아주 잘 할 것 같다. <관찰인간>을 이해하는 데 요긴한 질문 세 가지.

 

그들은 무엇을 관찰하는가?

“기괴한 사건, 평범한 듯 보이는 가족, 그 집에 살고 있는 의심스러운 남자. 만약 당신이 옆집에 홀로 살고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작가의 정중한 도발 혹은 거부할 수 없는 초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예고편에서 드러나듯 ‘관찰’은 사건의 발단이자 작품의 핵심 동력이다. 관찰을 통해 사건이 생기고 갈등이 유발되고 결국 끝에 다다를 수 있다.

최미훈은 16살 소년이다. 남들처럼 고등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 인터넷 서핑 등으로 매일을 보낸다. 어느 비 오는 날 옆집에 한 가족이 이사 온다. 엄마와 딸, 개 한 마리. 며칠 뒤 최미훈은 이삿날 보지 못한 남자의 외출을 목격한다. 우비로 무장한 그는 최미훈에게 묘한 두려움을 안겨준다. 이후 최미훈은 우비남자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최근 동네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을 떠올린다. 원인모를 인체 자연발화현상이 우비남자의 외출과 같은 날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옆집 우비남자 관찰에 나선다.

푸코에 따르면 시선은 사람들의 관계와 관련된다. 권력관계로 확장되면 바라보는 사람, 관찰하는 사람, 감시하는 사람은 힘 있는 자다. 보통 그들은 가장 높은 위치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다수의 시선을 받는 자이기도 하다. 반대로 관찰 대상, 감시를 받는 사람들은 힘없는 자다.

<관찰인간>에서 시선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키워드다. 최미훈이 옆집을 들여다보면서 사람들과 관계가 형성된다. ‘보다’는 행위는 ‘은밀하게’와 결합하면 수상한 냄새를 풍기게 마련이다. 때문에 훔쳐보기의 묘미는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데 있다. ‘나는 너를 본다. 하지만 너는 나를 보지 못한다.’ 이럴 때 시선은 힘을 갖는다.

최미훈은 감시자로서, 일련의 화재사건의 용의자로 옆집 우비남자를 주시한다. 그의 방은 2층, 그가 관찰하는 옆집 거실은 1층으로 지켜보기에도 제격이다.

 

관찰_저게뭐지관찰_커튼

 

하지만 이내 옆집에 들키고 만다. 그들도 최미훈의 시선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 훔쳐보기의 재미는 순식간에 공포로 전환된다. 힘의 관계도 전복된다. 최미훈도 감시 대상으로 추락하고 옆집을 염탐하는 수상한 이웃으로 비치게 된다. 내려다보기에 더할 나위 없었던 그의 2층 방은 감옥과 같은 격리 공간으로 변모한다.

실제로 그는 중학교 졸업식 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뒤 공포심으로 집 밖에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다. 병원 진단은 공황장애. 그는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가둬놓고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다.

최미훈이 옆집 사람들을 엿보고 있듯이 옆집 사람들 역시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섬뜩한 눈싸움은 더욱 가열된다. 최미훈의 시선은 고성능 단망경, 잠망경, 캠코더 등으로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정밀해진다. 동시에 옆집 사람들, 타인의 시선이 주는 압박감과 두려움은 더욱 그를 죄여온다. 최미훈의 감시에도 우비남자의 외출은 비 오는 날마다 계속되며 같은 날 화재사건도 이어진다.

양쪽의 암묵적인 훔쳐보기는 최미훈에게 조력자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우비남자를 알고 있는 남자가 최미훈을 찾아오고 어릴 적 친구도 이상한 화재사건에 흥미를 느끼며 적극적인 옆집 탐색에 나선다.

 

조력자1

 

이에 우비남자도 행동에 나선다. 그런데도 관찰은 멈추지 않는다. 최미훈은 왜 우비 남자의 행적에 집착하는 걸까. 옆집 사람들은 왜 최미훈의 시선을 의식하는 걸까. 이들의 공통점이 드러날 때 작품이 품고 있던 거대한 반전도 완성된다.

 

한없이 가벼운 죽음들, 왜 그는 비켜 가는가?

최미훈에게 창문 너머, 바깥은 곧 죽음의 세계다. 부모님의 교통사고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곳이고 끔찍한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그의 가장 지배적인 감정도 공포다. 밖에 나가면 자신도 부모님처럼 죽는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집에만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옆집 사람들을 관찰한 이후 그에게 죽음은 성큼 다가온다. 더 이상 그는 안전하지 않게 된다.

<관찰인간>에서 주목할 것은 죽음의 신속함이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결과만 존재한다. 죽음은 당연한 수순이며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때문에 더욱 섬뜩하다. 긴장감 도는 흑백 화면은 붉은 핏자국과 대비돼 죽음의 기괴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우비남자가 관련돼 있는 죽음은 신속하면서도 기계적으로 이뤄진다. 하나의 공식처럼, 비가 오면 우비남자가 집을 나서고 어김없이 원인모를 화재로 사람이 죽는다. 최미훈이 그토록 막고 싶어 하는 단 하나의 죽음에 대해 옆집 아줌마는 가만히 있으라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해야 할 일이야… 우리는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하고 있을 뿐이야… 그러니… 너무 괴로워하지는 마….”

 

관찰까지는 허용하겠지만 더 이상의 행동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다. 아울러 그들이 말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은 최미훈에게도 해당된다고 암시한다. 그러면서도 가장 많은 것을 본 최미훈은 살아 있다. 여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진실은 창문 너머에?

<관찰인간>에서 공포는 한정된 공간에서 더욱 밀도감 있게 묘사된다. 최미훈과 옆집은 마주 보고 있다. 최미훈은 2층 자신의 방에서, 옆집 사람들은 1층 거실에서 서로를 주시한다.

 

관찰_집최미훈방

 

이야기의 대부분 최미훈의 방에서 진행된다. 침대 하나, 책상과 컴퓨터 이외에는 별다른 가구가 없는 단출한 방이다. 그에게 있어 가장 안전한 곳이지만 옆집에 그의 관찰이 노출되면서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는 막다른 곳이 돼버린다. 어쩔 수 없이 갇혀있다는 점에서 그의 방은 감옥을 연상시킨다.

최미훈의 방에서 유일하게 세상과 연결된 곳이 창문이다. 창문은 일종의 ‘눈’이다. 의미를 확장하자면 컴퓨터 화면, 휴대폰 화면도 눈의 연장선으로 파악할 수 있다. 최미훈이 수상한 우비남자를 본 것도, 그와 연관된 화재사건 정보를 찾아낸 것도, 우비남자의 정체의 실마리를 발견한 것도 이들 창문과 화면을 통해서다. <관찰인간>의 메인화면, 비 내리는 창가에 서있는 사람의 실루엣은 이런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창문을 눈으로 활용하는 것은 옆집도 마찬가지다. 옆집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오히려 최미훈을 지켜보는데 유리하다. 동시에 그를 속이는데도 제격이다. 특히 옆집 창문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들, 독자들에게만 일부 공개된 끔찍한 장면들은 창문에 가려 은폐된다. 창문 너머로 훔쳐보는 것보다 시선을 마주치는 게 더 무섭고 이보다 보이지 않는 게 더 무섭다는 걸 실감케 한다.

공간을 활용한 공포는 2부 <생존인간>에서 업그레이드된다. <생존인간>은 비 내리는 날, 폐쇄된 학교를 배경으로 쫓고 쫓기는 자의 긴박감을 더했다.

<관찰인간>에서 바깥에 나갈 수 없는 최미훈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창문을 통해 보는 것뿐이다. 영원히 방관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관찰이 거듭될수록 우비남자에 대한 심증은 깊어지지만 물증은 잡히지 않는다. 이내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그가 유일하게 만족할 만한 정보를 얻었을 때는 창문을 넘어 타인과 접촉했을 때다. 훔쳐보기만 하던 그가 대화를 통해 단서를 잡게 되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옆집 사람들의 수상한 냄새와 낌새도 직접 만났을 때 드러난다.

 

우비남자접촉

 

한바탕 소란이 있은 뒤 결국 모든 일은 원점으로 돌아온다. 마침내 최미훈과 옆집 사람들은 훔쳐보기를 그만두고 대면한다. 창문이 아닌 얼굴을 마주보고 앉은 양쪽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다.

그동안 옆집 사람들이 숨겼던 것은 최미훈의 비밀. 본인조차 잊고 있었던 과거의 흔적이다. 진실이 드러나면서 그를 둘러싸고 있던 거짓 현실은 무너져 내린다. 결국 최미훈이 흥미를 가지고 관찰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자신이었던 셈이다.



 

김경임

​만화문화연구소 엇지 연구위원, 네이버 캐스트 만화대백과 필진으로 활동 중이다. 재밌는 만화, 뜻 깊은 만화, 특이한 만화 중 재밌는 만화가 으뜸이라고 생각. 통섭의 시각으로 만화를 다양한 분야와 연결시키는 작업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루이 세폴베다의 소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의 주인공처럼, ‘순정만화 읽는 노인’이 되는 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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