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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내 남자친구>는 표절인가, 참고인가.

 

들어가며
표절은 인류 문화의 오랜 숙제이다. 일찍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오늘날 거의 모든 창작물은 ‘베끼기’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심지어 작가의 말투나 단어 자체가 작가가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회에 있는 표현을 가져다 사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예술 표현은 일종의 ‘문법’을 따르기 마련이다. 가령 우리가 화살표 표시를 본다고 하자. 우리의 눈이 화살표를 인식하면 우리의 뇌는 자동적으로 화살표의 머리가 가리키는 부분을 보도록 훈련되어 있다. 이러한 습관은 아마도 후천적으로 습득한 사회적 정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인류는 문화 분야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사회적 정보를 담은 수많은 약속을 만들어 왔고 그것은 문화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특히 입체적인 현상을 이차원적인 평면으로 옮길 때는 더 많은 약속과 상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회화는 실제로는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하여 이미지를 묘사해왔다. 가령 아래 그림을 보자. 이 그림은 14세기 이탈리아의 작가 시모네 마르티니가 그린 <수태고지>의 일부이다. 이 작품에서 왼쪽의 천사는 오른쪽의 성모에게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은 보이지 않으므로 시각화하여 나타낼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 말을 보이도록 하기 위해 시모네 마르티니는 천사의 입에서 성모 마리아의 귀까지 연결되는 문장을 써넣었다. 그림에서도 그 문장을 볼 수 있다. 그 문장의 내용은 물론 “태중의 아기까지 복되시니…” 하는 긴 내용이지만 마르티니는 이 중요한 메시지를 멋지게 그람에서 나타내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이 오늘날 만화에서 사용되는 말풍선의 원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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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네 마르티니는 이렇게라도 해서 대화의 내용을 회화 속에서 표시하려고 했으며 그 방식은 그 후 하나의 약속으로 굳어진 것이다. 오늘날 단지 만화나 회화에서 뿐만이 아니라 영화, 음악, 문학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약속’이 굳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저작권법의 표절에 대한 원칙
이러한 사회적 약속은 어느 특정한 삶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이미 독자들의 머릿속에 굳어진 하나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후 15세기에 제작된 두 편의 수태고지를 본다면 시모네 마르티니의 수태고지가 이후 작품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davinchi다빈치의 <수태고지>

pra_angelico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두 작품 모두 천사의 위치, 성모 마리아의 자세, 옷 색깔, 들고 있는 꽃과 같은 여러 면에서 시모네 마르티니의 작품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시모네 마르티니의 작품이 하나의 모범으로서 후세에 수 없이 인용되고 비교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모두 다 아는 바와 같이 만화를 비롯한 각종 작품은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저작물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으려면 스스로 ‘독창성’을 지녀야 한다. 여기에서 독창성이란 표현의 독창성을 말한다.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을 다른 사람의 표현형식을 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표현할 경우에 독창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문법’이나 ‘사회적 약속’을 충실히 따르는 표현은 어느 누구라도 혼자 독점권을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이디어와 표현
또한 저작권법은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고 표현만을 보호한다. 이는 지나친 독점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디어와 표현은 어떻게 구분할까? 가령 우리나라 드라마들은 대개 ‘신데렐라 스토리’ 또는 ‘키다리 아저씨 스토리’라고 하는 데 그 말은 재벌가의 이사님이나 실장님이 가난한 집안의 착하고 꿋꿋한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구조라는 뜻이다. 물론 여기에 출생의 비밀이나 치명적인 질병이라는 요소가 더해진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어느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대체적인 구조에 만약 귀신이 보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 그 드라마는 <주군의 태양>이 되고, 비가 올 때마다 남녀 주인공들의 몸이 바뀐다면 <시크릿 가든>이 되는 것이다. 이때 귀신이 보인다든가 몸이 바뀌는 구체적인 설정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표현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법에서 표현에 대한 표절을 인정하려면 두 가지가 입증되어야 한다.

첫째는 ‘실질적 유사성’이고 두 번째는 ‘접근가능성’이다. 실질적 유사성이란 두 작품이 얼마나 비슷한지에 대한 것이고 접근가능성은 두 번째 작품의 작가가 첫번째 작품을 접한 기회가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 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실질적 유사성인데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저작권법은 유사한 작품사이에 가급적 표절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령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헐크 등 세상을 구하는 슈퍼히어로 스토리는 미국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스토리이다. 슈퍼히어로이야기는 사실 성경에 있는 구세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예수가 목수출신의 보잘 것 없는 신분으로 태어나 결국 구세주가 되었듯이 대부분의 슈퍼히어로들은 범생이거나 왕따였다. 그러나 세상에 결정적인 위기가 모면 이들은 돌변하여 세상을 구하고 미인을 얻는다. 이러한 설정은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누구든지 자신만의 슈퍼히어로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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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콘셉트를 여성에게 적용하면 ‘원더우먼’이 되고 쥐에다 도입하면 ‘마이티 마우스’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캐릭터를 모방한다면 저작권침해가 될 수 있다. 1951년도의 슈퍼맨 재판은 그 좋은 예일 것이다. 이 재판에서 슈퍼맨의 저작권자는 캡틴 마블이란 캐릭터가 슈퍼맨을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해서 승소함으로써 캡틴 마블은 영영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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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이 슈퍼맨, 왼쪽이 캡틴 마블

 

유사성의 요소 – 스토리와 컷
우리나라 판례를 보면 만화의 표절은 스토리의 표절과 컷의 표절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01년의 ‘차카게살자-두사부일체’ 사건에서는 스토리의 유사성이, 2005년의 ‘전략 삼국지-슈퍼 삼국지’ 사건에서는 해당 작품들 간의 스토리뿐만이 아니라 컷의 유사성이 문제가 되었으나 우리나라 법원들은 표절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두 작품 사이에 유사한 스토리는 아이디어에 불과한 것이며 또한 일부 컷이 유사하다고 해도 그 정도로는 표절로 보기가 어렵다고 판결한 것이다. 가령 10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의 경우, 주인공들의 모습이나 스토리가 유사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스토리는 대체로 학생들 간 혹은 학생과 교사와의 로맨스가 중심인데 종종 일본 만화의 영향인지 약간의 동성애 코드가 들어가기도 한다. 우리나라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처럼 만화의 남자주인공은 멋지고 키가 크고 날씬하며 이에 비해 여주인공은 명랑하지만 학업면에서나 가정형편면에서 남자주인공보다 뒤떨어진다. 스토리 설정상 이런 정도의 유사점은 저작권법상 표절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만화의 일부 컷들이 유사하다고 해도 그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표절로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가령 영화에서 보면 사랑하는 연인의 이별과 같은 슬픈 장면을 나타낼 때 카메라의 각도와 위치 등은 이미 어느 정도 문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슬픈 장면을 찍을 때 흔히 사용되는 카메라 워크를 한 사람만이 독점한다면 다른 많은 촬영 감독들은 매우 곤란할 것이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오프닝 신에서 현장감을 주기 위해 감독이 핸드헬드(Hand-held) 카메라를 이용하여 실감나는 촬영을 하였지만 그러한 촬영기법이나 장면들에 대해 혼자만의 독점권을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런 기법은 다른 감독들도 계속해서 사용하는 기법이 되었다. 그러므로 아직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영화감독이나 촬영감독에게 영화의 장면들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만화에서 컷들이 서로 유사한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만화의 컷에 대해 매우 익숙한 문법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가들도 그러한 문법을 따라 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전혀 다른 컷들로만 구성된 만화는 매우 희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동영상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비해 만화의 경우, 컷에 대한 저작권을 지나치게 인정한다면 사실상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도 있다.

 

결론
만화의 표절 문제를 다룰 때에는 스토리와 컷의 유사성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다. 현재 박미숙 작가의 <내 남자친구>를 보면 그 스토리와 컷들이 일반적인 10대 취향의 만화들에서 볼 수 있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찍부터 만화가 발달한 미국과 일본의 만화들이, 오늘날 우리들이 익숙한 이른바 만화의 문법을 만들었고 그러한 영향으로부터 우리나라와 중국의 만화들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우리나라와 중국의 10대 만화들이 서로 매우 유사한 것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마치 사람들이 대부분 슈퍼히어로가 망토를 두르고 장화를 신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슈퍼히어로들이 그런 복장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영화에서 장면 컷에 대한 저작권이 인정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만화에서도 특정한 컷에 대해 일부 작가가 법적 독점을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형진

법무법인 정세 소속 국제 변호사, KAIST 겸직교수,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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