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 여직원들> 즐기며 자란 것을 만들 때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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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중 후반은 온라인 게임으로 시간을 보냈고 20대 초반에는 초창기 웹툰을 즐겼으니 이 두 서브컬처에 개인적으로 많은 애정을 품고 있는데, 이는 나뿐만 아니라 현 2-30대 대부분의 공통된 경험이었으리라 짐작한다. 물론 두 분야에서 얻는 즐거움 자체도 컸지만, 무엇보다 청소년기에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콘텐츠가 무료인 ─ 쾌락의 가격 대 성능비가 뛰어난 ─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바일에서 게임과 만화를 접하기가 한층 쉬워진 지금도 여전히 비슷한 이유로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으리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어쨌거나 두 서브컬처와 함께 성장을 겪은 그 세대는 이제 게임을 만들기도 하고 만화를 그리기도 한다. 다음에서 2014년 9월부터 연재 중인 <게임회사 여직원들>의 작가 마시멜은 둘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실은 2014년 5월, 2010년부터 4년간 개인적으로 연재한 <게임회사 여직원>의 출간이 먼저였다. 플랫폼 밖의 인기에 힘입어 다음 웹툰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같은 작품은 아니고, 전작의 가벼운 풍을 유지하되 <게임회사 여직원들>은 두 작품의 제목 차이(여직원‘들’) 에서 느낄 수 있듯 캐릭터 간의 관계에 방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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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게임회사 여직원들>은 사장, 팀장, 그래픽 디자이너, 기획자, 프로그래머 2명이 전부인 작은 게임회사 ‘식빵 소프트’에 다니는 세 여직원이 마시멜(그래픽), 이기혜(기획), 아름(개발)이 주축이 되어 진행되는 일상을 다루는 만화이다. 물론 회사가 주 무대이므로 그들의 일상은 필연적으로 업무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지만, 단순히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희로애락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게임 제작사 내부의 직군과 역할, 진행 단계부터 산업적인 부분인 투자자-퍼블리셔-게임 제작사의 관계까지 가볍게 등장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다루고 있다.

게임과 만화를 동시에 즐겨온 독자에게는 더욱 흥미로움을 배가시킬만한 구성이다. 이는 애초에 개인 연재가 출판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와도 연관이 있는데, 관련 직종 종사자가 독자층을 이룰 만큼 게임 시장이 커지고 세대가 성장한 것. ‘미생’과 같은 회사 이야기지만 이야기 자체의 무게 차이와 별개로, 소재가 모두가 한 번쯤 경험해본 대상이라는 점에서도 차별성을 가진 것이다.

 

002전작에서 계승되어 한층 발전한 소재를 다루는 솜씨와 더불어 눈여겨볼 것은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다. 업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속적인 드라마로, 산뜻하지만 너무 가볍지 않게 전개하는 동안 업무와 관련된 암담한 모습도 조명하는 동시에 (잦은 야근과 당연하게 지급되지 않는 야근수당, 게임이 출시되지 않아 7년째 경력이 없는 상황을 겪는 캐릭터 등) 단순한 캐릭터로 4컷 형식 안에서 로맨스까지 담아내는 작가의 능력이 출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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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로를 의식하며 단계를 밟아가는 사내 연애 이야기나 이상적으로 밸런스가 맞는 팀 조합 등은 현실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판타지다. 그러나 언급한 게임업계의 부정적인 측면과 더불어 직원들에게 무조건 일하라고 꾸짖으며 게임 출시를 아무렇지 않게 뒤집는 사장, 별 능력 없이 자리보전에 급급한 팀장, 심지어 대책 없어 보이는 주인공인 마시멜마저 가끔 현실적이자 직업인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광경은 드라마 진행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이는 다시 파스텔 톤의 귀여운 그림체와 의외의 모습으로 만나 가볍게 볼 수 있는, 그러나 들뜨지 않는 작은 이야기로 전환된다. 작가는 우리가 게임과 만화를 접할 때 기대하는 작은 기쁨을 잘 이해하는 듯하다. 더구나 작품 안에서 (특히 작가의 자기투영적 캐릭터인 ‘마시멜’에게서) 게임이든 만화든 즐기며 창작하는 기쁨까지 느껴진다.

<게임회사 여직원>출간 시기에 한 인터뷰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볼 정도로 <아즈망가대왕>을 좋아한다고 밝혔듯,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방식에는 확실한 지향점이 있다. 그러나 본인이 문과를 나와 게임공학과에 입학해 게임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 경력의 소유자인 만큼, 각 직군에 대한 이해도가 더해진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려지는 인물들은 생생하고 게임과 만화라는 소재와 형식으로써 결합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또한 그 두 분야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가진 독자들에게 향유되고 있다는 것 역시, 작품이 좋은 만큼이나 즐거운 광경이다.

 

 

선우 훈

웹툰을 읽어왔고 웹툰을 그리게 되었다. 조회 수가 곧 작품의 가치인 환경에서 거의 의미가 없는 작품 [데미지 오버 타임]을 연재했다. 실은 나도 내 조회 수를 모른다. 이쪽이 그렇다. 연재하게 해주신 것만도 감사한데 딴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괘씸하다고 느끼실지도 모르니까. 언젠가 노블레스처럼 가치 있는 만화를 생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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