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 8강전~4강전 결과

반전의 드라마와 일교(一校)독식의 쇼 사이에 서다
-2015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 리뷰: 8강전

 

더 이상 배고픈 만화가는 없다?
그림1_네이버 웹툰 10년사 결산 중에서
지난 8월 14일에 열린 부천국제만화컨퍼런스 중에 재미있는 말이 흘러나왔다.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이해광 교수가 “사교육의 중심 대치동에서 만화 관련 학원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저 온라인에 퍼진 과장된 소문이라고 여겼던 게 더 이상 웃으며 넘길 수 없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소득 전문직과 대기업 입사를 위한 대한민국 사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치동 학원가의 입시 경향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일까? 운 좋게 연재에 성공하면 최소 월 200만 원 보장에 TV 드라마와 영화화 기회도 얻으니 부귀영화와 입신양명을 모두 얻을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웹툰 작가가 간택된 것일까?

네이버는 지난 해 네이버 웹툰 10년을 맞아 재미있는 통계를 공개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도전만화에 등록한 작가 수는 약 13만 9천 명이고 네이버 웹툰 최고 작가 수입은 약 월 7천8백만 원이었다. 각 대학의 만화학과의 경쟁률 또한 증가했다. 2014년 상명대 만화학과 입시 경쟁률은 올해 두 배로 뛰었고 공주대와 청강문화산업대(이하 청강대)도 약 1.5 배로 증가했다. 60~70년대에 이어 90년대 우리나라 만화의 부흥으로 대학생이 뽑은 10대 인기 직종으로 만화가가 뽑혔던 시절이 웹툰 작가로 바뀐 것인지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다.

웹툰을 본 적 없을지라도 웹툰이란 말은 들어봤을 정도로 온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게 지금 대한민국의 웹툰과 웹툰 작가다. 그 뜨거운 기대에 부흥하듯 오늘도 수많은 예비 웹툰 작가들이 아마추어 무료 연재 작가에서 프로 유료 연재 작가로 넘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의 웹툰 토너먼트전으로 공개 오디션 방식을 적용한 것이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이하 최강자전)이다.

 

4년차 국내 유일 대학 웹툰 공모전의 득과 실
2012년부터 시작된 최강자전은 올해로 네 살에 지나지 않지만 만화창작학과나 그와 관련된 학과와 대학에서는 여느 만화 공모전과 다르게 여긴다. 박석환 만화평론가는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화, 드로잉 위주의 비전문적 커리큘럼, 졸업 후 개별 수련과 재교육 미비로 만화교육과 인재 양성, 관련 인력 창출이란 부분에서 만화 관련 학과의 단점을 지적한 바 있다. 최강자전은 그런 만화 관련 학과와 대학들에게 새 숨결을 불어넣은 것이다.

국내 최대 포털이자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인 만큼 대학과 학과의 홍보는 말할 것도 없으며 상위권에 들어서 입상만 된다면 상금뿐만 아니라 그토록 바라던 연재 기회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대학 관계자와 학생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최고의 대학 공모전에서 최대 입상자를 배출한 학교의 명예와 재학 중에 최대 웹툰 포털 사이트에서 유료 연재를 할 수 있는 기회. 만화학과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교수와 학생이 한 팀을 이뤄서 참가하는 이 공모전은 1회였던 2012년에는 약 140여 팀이 참가했지만 올해에는 186개 팀이 출전해서 그 인기가 더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2012년부터 참가해온 세종대, 상명대, 공주대, 청강대 출신 팀이 상위권에 꾸준히 입상하고 있어 학교의 위상과 실력을 드러낸다. 상위권 입상자나 훌륭한 작품을 선보였음에도 토너먼트에 살아남지 못한 참가자들도 네이버뿐만 아니라 레진코믹스등 다른 매체에서 연재를 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최강자전은 학교와 학생들에게 최고의 만화전문 교육기관의 홍보부터 프로 만화가의 등용문이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최강자전의 유명세가 강력한 만큼 매회 문제점도 새롭게 지적됐다. 가장 큰 논란은 순수 독자투표로 승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인기투표처럼 작용해서 경기 초반에 얻은 득표율이 후반에서도 거의 변하지 않는 경향으로 지금까지 굳어졌다. 1회 때 예선 1위였던 <OH, MY GOD!>이 결승까지 1위를 유지해 우승했고, 2회에는 조의 1, 2위를 달리던 <둥굴레차!>가 결승에서 또 다른 조의 상위권 작품인 <바로잡는 순애보>에게 5표 차로 역전패 당했다. 초반 상위권에서 우승자가 결정되는 경향은 3회에서 바뀌기 시작했다. 예선 14위로 스타트한 <썸남>의 우승이 그것. 초반에는 우승 예상작으로 <철벽! 연애 시뮬레이션>(이하 철연시)나 <미라클! 용사님>을 꼽을 만큼 <썸남>은 눈에 띄는 작품이 아니었다. 게다가 16강 상대는 예선 득표 3위에다가 조 내 최고 득표작인 <써커트릭>이었다. 반전의 드라마는 여기서 시작됐다. <썸남>이 1500여 표 차로 <써커트릭>을 이긴 것이다. 게다가 4강은 강력한 우승후보인 <철연시>였다. 변화의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6700여 표 차로 <철연시>를 누르고 결승전에 오른 기세를 몰아 <미라클! 용사님>을 20000여 표로 가볍게 누르고 우승했다. 예측불허의 경기 끝에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이런 변화가 2015년에도 계속될지 속단할 수 없지만 최강자전을 주도하려면 작품의 질보다 우선하는 게 표를 더 많이 던져주는 독자의 눈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천편일률적인 소재를 반복하는 것이든 작가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건 상관없이 말이다. 그럼에도 치열한 공모전에서 상위권에 입상한 뒤 정식 연재에 들어가도 당시의 뜨거운 인기를 유지했던 작품은 찾기가 드물다는 게 씁쓸하기만 하다.

독자투표의 또 다른 논란은 네이버 아이디를 가졌다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고 높은 득표를 위해 가족, 친구, 지인 등 인맥을 동원한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단 점이다. 작품이 아닌 누가 더 많은 사람들을 투표에 끌어들이냐가 승패를 가르는 데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모전이 아닌 홍보전으로 변질될 우려가 엿보인 사태가 보이기도 했다. 2회 최강자전에 참가한 허세녀는 <고딩몬> 말미에 또 다른 연재작인 <살신성인>의 작가라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며 작품의 투표를 유도했다. 이에 주최 측은 작가의 온라인 홍보활동을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했지만 쓴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이런 현상으로 꾸준히 무료 연재를 한 경력이 있는 즐바센 같은 아마추어 작가들은 의심 아닌 의심 어린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이외에도 이번 4회 최강자전에 참가한 <바토리의 아들>은 루리웹 만화게시판과 다음 온라인 만화 공모대전에도 중복 투고된 작품으로 드러나자 후에 최강자전에 진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비록 이번 대회부터 이와 비슷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본인이 투표한 작품의 득표수만 알 수 있고 참가팀의 출신학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작품에 의한 득표가 아니라 인기와 홍보에 의한 고득표율이 두드러지는 것을 약화시키진 못하고 있다. 주최 측 또한 명확한 기준이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기작의 득표 쏠림 현상은 대학에도 나타났다. 1, 2회에는 세종대, 상명대, 공주대, 청강대 등 각 대학이 고르게 상위권에 진입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올해에 이르러 청강대의 강세가 유독 두드러진다. 1, 2회 때만 해도 16강에 오른 청강대 출신 팀은 3개 팀을 넘지 않았다. 게다가 우승팀은 세종대 출신이었다. 그러나 3회의 16강엔 절반이 청강대였고 우승도 청강대 출신의 <썸남>이었다. 이번 4회에는 그런 현상이 극심하다. 16강의 10팀, 8강의 7팀이 청강대 출신이다. 상명대 부발의 <포근한 그남자>가 득표율이 높지 않은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대회 우승은 청강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상에 대해 청강대는 전문화된 창작 커리큘럼과 최신 기자재를 구비한 창작 환경 등을 내세워 웹툰 제작에 능숙한 교육 환경과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창작활동에 기인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제까지 최강자전에 참가한 청강대 출신의 작품이 판타지 로맨스나 학원 로맨스의 유려한 컬러와 자연스러운 연출이 장기인 것도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8강의 7팀을 청강대로 채운 이유로 충분할까?

 

<썸남> 현상의 재현? 청강독식의 시작?
4회째 맞는 이번 최강자전에서 현재 8강작이 결정되자 누가 우승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의 문제를 답습하거나 더 견고하게 드러나고 있는 듯하다. 웹툰인사이트에 따르면 16강에 오른 작품의 장르가 판타지 28%, 순정 16%, 개그 16%, 학원 13% 등으로 나타났다. 작년 공모전 때 판타지와 순정, 학원물이 조합된 작품이 이번에도 대다수를 이뤘다. 여전히 정통 스릴러나 코믹, SF, 역사 드라마와 같은 장르적 특징이 강한 작품은 살아남지 못 했다. 순정 코미디만화인 <로맨틱포르노>, 술에 취해 동물원에서 라마를 훔친 고3들의 독특한 설정이 빛나는 <라마다운>, 영화 <그녀>를 연상케 하는 <휴지통 관찰기>와 같이 개성이 넘치는 코믹만화들은 예선에서만 빛을 발하고 말았다.

 

그림2_4회 최강자전 16강 대진표그림3_4회 최강자전 16강 대진표

 

좀비를 소재로 해서 영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보이스 메일>, 정통 스릴러를 표방하는 <흉터>, 색맹 킬러를 내세운 <모노/컬러>, 유럽만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페어웰블루>,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경성 미치광이회>와 같은 흥미로운 액션 만화도 살아남지 못했다. 이외에도 <그림 그리는 생각>, <글루미 히어로>처럼 신인답지 않는 표현력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32강의 벽을 넘지 못 했다.

8강 진출작들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청강대 출신의 독식에 가까운 점유율이다. 여덟 작품 중 일곱 작품이 청강대 출신 작품이다. 상명대 부발의 <포근한 그남자>의 득표율에 큰 변화가 없다면 청강대 출신이 이번 대회에 우승을 차지하는 건 기정사실이 된다. 또한 <아테나 컴플렉스>가 32강에서 12000여 표를 얻었지만 17000여 표를 얻고 16강을 겨룬 <우산도둑>을 2000여 표 차이로 역전한 것을 제외하면 이른바 ‘썸남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그림4_4회 최강자전 8강 대진표

 

A조의 <예쁘니까 괜찮아>는 미모의 여장남자 전학생에 의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름다운 외모로 남녀 학생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 영희의 무표정한 얼굴과 무뚝뚝한 태도가 주변의 학생들과 대조적으로 그려져서 더욱 긴장감과 코믹함을 더하고 있다. <예쁘니까 괜찮아>와 겨루는 <요괴의 주인>은 안정적인 그림과 연출, 판타지와 학원물이라는 인기 소재를 조합해서 A조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강력한 우승후보작이었던 <예쁘니까 괜찮아>가 <요괴의 주인>에게 역전당하면서 예측불허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질 듯하다.

B조에서는 기계 인간이 등장하는 판타지인 <마이너스의 손>과 귀신을 보는 주인공, 여리와 동거하게 된 미남 귀신과의 순정 드라마 <투명한 동거>가 B조에서 겨룬다. 기계 인간을 부리는 암울한 시대 배경으로 한 판타지 만화와 달콤하고 아름다운 캐릭터보다는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건조한 정서에 초점을 맞춘 공포 순정 만화라는 점에서 보기 힘든 작가적 개성을 느낄 수 있다.

C조에서는 <제로게임>과 <내 ID는 강남미인!>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두 작품 모두 16강에서 30,060표와 30,936표로 <내 ID는 강남미인!>이 우세하게 8강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미 베스트 도전 같은 자유 무료 연재만화와 이전 최강자전에도 꾸준히 도전했던 즐바센의 팬덤이 유리하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다른 참가자들보다 창작 경험이 있는 작가인 만큼 <제로게임>은 판타지의 연출과 캐릭터, 표현 효과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내 ID는 강남미인!> 또한 외모지상주의를 상징하는 성형미인을 소재로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갈등관계를 무기 삼아 선전하고 있다. 현재 4개 조 중 가장 고득표율의 조가 되어 우승후보작이었던 <예쁘니까 괜찮아>보다 훨씬 높은 득표수를 보이고 있어 새로운 우승후보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D조의 대결도 흥미롭다. 예선 4위로 32강에 진출, 득표율 5위로 16강에 진출한 <2분의 1 부동산>이 작업 분량과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여 기권했고 32강 때, 조별 내에서 5000여 표 앞선 <우산도둑>을 2000여 표 차이로 누르고 8강에 오른 <아테나 컴플렉스>가 부전승으로 오른 <포근한 그남자>와 대결한다. 올림포스 신화의 아테나를 소재로 한 판타지인 <아테나 컴플렉스>가 담요에서 남자로 변한 코믹 판타지인 비청강 출신작인 ‘포근한 그남자’를 이기고 청강시대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제 최강자전은 어떤 기로에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개성적인 작품으로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는 대전장과 막강한 화력을 보유한 일교(一校) 독식 시대의 서막이 오르는 기로에 서있는 듯하다. 무엇이 됐건 아직은 고된 웹툰 작가로의 미래를 선택한 대학생들에게 기회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2012년부터 지금까지 장밋빛 미래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단점까지 드러낸 만큼 참가자와 투표자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 속에서 재미있고 개성적인 작품을 얻을 수 있길 기대한다.

 

커버스토리-우측배너_4강

청강독주 속에 숨은 반전의 재미: 4강전 결과

청강천하에 반전의 결과마저 더해졌다. 4강 대전 결과로 <마이너스의 손>과 <제로게임>이 준결승에 진출하고 <아테나 컴플렉스>가 3위로 결정된 것이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여겼던 A조의 <예쁘니까 괜찮아>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제일 득표수가 높았던 C조의 <제로게임>의 비해 약 15,000여 표 차이가 나는 39,164표를 얻고 8강에서 멈춰야했다. 같은 A조의 <요괴의 주인>과는 16강에서는 16,000여 표 차이로 가뿐하게 8강에 올랐지만 3000여 표의 차이로 4강에서 역전패했다.

그림1

<예쁘니까 괜찮아>의 4강 탈락만큼 예상치 못한 승부를 보인 작품은 B조의 <마이너스의 손>일 것이다. 8강에서 42,251표를 얻은 <요괴의 주인>을 4강에서 14,000여 표 차로 누르고 <제로게임>과 우승을 겨루게 된 것. 그러나 이번 최강자전에서 흔들림 없이 꾸준하게 독자투표에서 높은 득표수를 얻은 작품도 <마이너스의 손>이 유일하다. B조에서 32강부터 지금까지 가장 높은 득표수를 유지하며 지금의 자리에 이른 <마이너스의 손>은 어떠한 역전도 허락하지 않고 독자투표에서 꾸준한 사랑을 얻고 있다. 만약 이런 기세를 유지한다면 우승을 점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최강자전에서 가장 뜨거운 혈전은 C조의 경합일 것이다. 준결승에 오른 <제로게임>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예쁘니까 괜찮아>가 아니라 <내 ID는 강남미인!>이었다. 32강과 16강에서는 <내 ID는 강남미인!>이 우세했지만 8강에서 4,000여 표 차이로 <제로게임>이 뒷심을 발휘하여 4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제로게임>이 16강의 득표순위 3위에서 8강에서는 1위로 뛰어오른 것이 이번 최강자전의 가장 극적인 드라마였다. 그러나 <제로게임>은 32강부터 득표순 상위권에 있었기 때문에 상위권에 있는 작품이 우승할 확률이 높은 전례를 깨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썸남>의 드라마만큼은 아니지만 이번 최강자전을 꾸준히 지켜봤던 독자들에겐 흥미로웠던 사건임은 분명하다.

D조의 <아테나 컴플렉스>가 높은 득표수를 유지했던 <요괴의 주인>을 물리치고 3위를 차지했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예쁘니까 괜찮아>를 누르고 4강에 진출한 <요괴의 주인>이 <아테나 컴플렉스>에게 패한 것에 아쉬운 독자들이 꽤 많을 것이다. <요괴의 주인>의 멘토인 한혜연 교수의 후기처럼 시간에 쫓겨 똑같은 장면을 반복하다보면 한계에 부딪혀 무너지기 마련인데 만약 <요괴의 주인>이 이것을 극복했다면 강력한 다크호스로 성장하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0000

우승을 향한 단 한 번의 진검승부를 준비하는 <제로게임>과 <마이너스의 손>은 여러모로 정반대의 성향으로 눈길을 끈다. 캐릭터와 스토리 설정, 그림과 연출 구성 등이 대조적이다. 제목처럼 <제로게임>은 대전형 게임을 기반으로 각종 능력과 정보를 게임플레이 화면처럼 구성했다. 캐릭터와 사건의 구성도 현실 세계와 이계(異界)에서 만난 인물들이 적과 동지로 팀을 짜고 대결하면서 생기는 갈등과 화해를 그린다. 그에 따라 형광톤의 컬러와 화려한 효과, 다양한 게임 캐릭터와 아이템을 선보이며 마치 게임을 하는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경향은 게임과 만화를 접목시키는 최강자전의 꾸준한 작품 특성이 올해에도 강력하고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000-

이와 반대로 <마이너스의 손>은 <제로게임>에 비한다면 심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심플하다. 귀족의 압제로 상징되는 전투로봇과 싸우는 주인공 제오의 상황은 여느 영웅이야기의 시작과 다름없다. 숨겨진 제오의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 뒤쫓는 귀족세력과 그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의 대결이 낡고 빛바랜 컬러로 그려진다. 마치 산업혁명시대의 신흥자본 귀족계층과 노동자 계층의 역사 속 대립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특별한 화면구성이나 화려한 캐릭터의 변신, 치열한 전투씬도 없이 오로지 폭정의 저항과 악에 굴복하지 않는 강인함을 뚝심 있게 밀고나간다. 어쩌면 <제로게임>의 복잡한 설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게임기반을 기반으로 한 구성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의 표가 <마이너스의 손>에게 향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정도로 단순하지만 묵직한 스토리를 힘 있게 끌고나간다. 그리고 이것은 지난해 <썸남>의 강력한 무기이기도 했다.

이처럼 두 작품의 장점과 단점이 상반된다는 점에서 쉽게 우승작을 점치기 어려울 만큼 접전이 예상된다. 현재까지의 득표수만 본다면 <제로게임>이 우세하지만 <마이너스의 손>의 뒷심이 어디까지 발휘할지도 기대된다. 지난해만큼 드라마틱하지는 않았지만 올해에도 예측할 수 없는 승부로 독자들을 즐겁게 하는 최강자전의 묘미를 마지막까지 느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