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잇는 시대와 미래

제18회 부천국제만화축제
필자는 부천국제만화축제를 앞둔 8월 12일 퇴근시간 무렵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000에 근무했던 000입니다. 이번에 축제에 가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티켓을 몇 장 구할 수 있을까해 실례를 무릅쓰고 염치없게 문자를 보냅니다.”

라는 장문의 내용이었다. 2010년 또는 2011년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업무를 볼 때 만난 인연일 것이다. 사실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당일 우편으로 축제 초대권이 도착해 가지고 있었다. 호기로운 마음에 내가 가진 초대권을 주겠노라 하니 급히 주소가 적힌 답장이 도착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8월 14일이 임시공휴일인 관계로 13일 우편을 보낼 수 없는 형편을 전하자 14일 아침 일찍 직접 찾아왔다. 자택인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시 노원구까지 60km 거리를 달려와 초대권을 받아 바로 40km 거리의 축제 현장으로 출발했다. 뒷좌석에는 아이들을 태우고서….

여기에 제18회 부천국제만화축제를 바라보는 두 개의 관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문자의 주인공처럼 무려 5년 전 얼굴도 가물가물한 누군가에게라도 표를 구해 방문하고 싶은 간절한 매력을 갖춘 행사로서의 시각이다. 두 번째는 필자처럼 누군가 부천국제만화축제에 대해 물어봤을 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추천할 정도로 내실 있는 행사로서의 관점이다. 하지만 이 두 시각은 아직 축제에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일 뿐이다.

BICOF에 방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대중교통으로 지하철 7호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삼산체육관역 5번 출구는 행사장 입구까지 이어진다. 5번 출구를 찾으면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한 에스컬레이터가 있는데 탑승구까지 가는 회랑이 꽤 길다. 그런데 올해는 부천만화대상,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작품의 캐릭터들을 클로즈업하여 시원하게 벽에 부착했다. 자연스레 양옆의 만화 속 캐릭터들을 보고 있노라면 만화 속 대사도 생각나면서 내가 지금 목적지에 잘 가고 있구나 안심하게 된다. 에스컬레이터의 상승 구동 소음은 이제 BICOF가 곧 시작된다는 무언의 암시로 느끼면서 행사장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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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만축을 아시나요?
작년 BICOF의 가장 센세이셔널한 사건은 코스튬 플레이어의 대규모 운집이었다. 작년 코스프레 참가자는 2,171명이었는데 올해는 사무국에서 3천여 명으로 밝힘에 따라 그 열기는 올해도 지속됐다.

코스어들 사이에서 BICOF는 부만축으로 불린다. 부천국제만화축제를 줄여서 부르는 말인데, 주최 측 공식적인 약어는 BICOF 혹은 비코프가 맞다. 하지만 요즘 세대들은 말을 줄여 부르기 편하게 자체적으로 조어한다. 마치 고속버스터미널을‘고터’로 영등포구청을‘영구’로 부르듯이 부천국제만화축제는 비코프가 아닌 ‘부만축’이라고 새로운 줄임말로 정의한 것이다. 또래 문화에서 이런 줄임말은 해당 주체에서 제시한 약어보다 더욱 공식적이다. 실제 2014년도 이전에는 부만축이라는 단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2015년에 행사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만화축제에서 이런 줄임말은 서울 코믹월드를‘서코’로 부산 코믹월드를‘부코’로 불리는 동인행사에 주로 사용됐다. 과거 종합만화 행사들(SICAF, BICOF)의 지상목표가 동인행사의 열기를 행사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관 주도의 행사에서 제약이 많았고, 시기적으로나 매력도면에서 동인들의 참여는 매번 요원했다.

BICOF는 과거부터‘코스프레 최강자전’이라는 타이틀로 코스프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20대 중심의 전문 코스프레어의 참가대회라 참여에 의의를 두는 10대의 코스프레어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작년부터 참여형 코스프레에 방점을 찍고 봉사활동시간 인정이라는 매력적인 당근을 제시한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올해는 연타석 홈런을 달성한 샘이다.

그리고 특히 올해 코스프레의 주목할 점은 만화애니메이션을 잘 모르지만 누구나 참여 가능한 코스프레로 발전한 모습이었다. 광복절을 맞이하여 유관순 열사를, 3·1운동에 참가하는 학생을, 광복군복을 입은 코스프레어들을 보면서 부만축을 대하는 참가자들의 코스프레에 대한 진입장벽이 허물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흡사 특별한 졸업사진 앨범으로 유명해진 모 고등학교의 사례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장의 즐거움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어 작년 코스프레는 한 학급에 몇 명 존재할 만한 만화마니아들이 그동안 응축된 만화 에너지의 발산한 것이라면 올해는 공부밖에 모르던 우리 반 1등도 부만축에서 만날 법한 현장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선보인 코스프레 플래시몹은 부만축 코스프레의 전통이 되면 좋을 듯하다. 플래시몹을 위해 사전의 연습 과정들을 생각해 보면 개인의 문화 에너지들이 뭉쳐 사회적으로 얼마나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 외에도 관람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며 BICOF 2015의 추억을 선사하는 모습은 그들이 만들어가는 부만축이 미래의 BICOF가 될 것이라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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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소통하는 문예적 만화 전시의 성찬
한국만화박물관으로 들어와 정면에 부천만화대상 수상작 전시에 다가 가 보니 전시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공지사항이 올해의 수상작품을 안내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수상작품을 편히 볼 수 있게 독서공간을 마련해 뒀던 것 같기도 했는데 올해는 수상작 안내대에 덩그러니 책 한 권만을 비치해 놓아 아쉬운 마음으로 3층 기획전시 공간으로 올라갔다.

3층 기획 전시실에서 열리는 <만화의 울림-전쟁과 가족>에 입장했다. 전시장 입구에 낡은 철조망을 형상화하여 써놓은 전시명은 관람객의 마음을 다잡게 만든다.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 우리 삶에 대한 끈질긴 여정을 만화로 살펴 본 전시로서 과거 전쟁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와 전쟁이 사라진 시대에 전쟁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현재를 아우르는 13편의 만화를 마주 할 수 있다. 전시서문에서 쓰인“만화가 단순히 보고 즐기는 소일거리로 생각한다면 이번 전시의 만화 작품은 어렵고 힘든 주제를 담은 ‘보기 불편한 만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잊히면 안 되는 것들이 있음을 외치고 있는 이 만화에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처럼 전시 작품의 선정, 작품 속 전시 내용 발췌, 전시에 몰입감을 높이는 전시공간 구성 등에 전시기획자의 고심의 흔적이 느껴지는 완성도 높은 전시였다.

4층 <전설은 살아있다.-한국의 슈퍼히어로>전시에 담긴 정보는 매우 특별했다. 우리 만화 역사 속에 존재해 있는 슈퍼히어로적 속성을 가진 작품과 캐릭터를 발굴해 연대기 순으로 전시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슈퍼히어로의 범람 속에 우리나라 영웅들의 시대적 계보와 전 세계적 등장 시점을 정리해 놓은 전시 구성은 이곳이 만화박물관임을 새삼 느끼게 했다.

그리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내려오자 <전국학생만화 공모전>, <세계어린이만화가대회+틴툰 수상작전>, <앙굴렘 만화축제 수상 도서전>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수상자들이 가서 자신의 작품이 걸린 이번 전시를 봤다면 적잖이 당황했을 것 같다. 수상작품에 대한 예우 없이 단순히 그림이 벽에 붙어 수상작이란 손가락만한 캡션이 전부였다. 그 앞에서 수상을 축하해주러 온 가족들이 사진 한 장 기념으로 찍을 만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세계어린이만화가대회+틴툰 수상작전> 역시 다를 바 없었다. 투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생층에 대한 무배려한 정치처럼 종합만화행사에서도 학생층은 소외되고 있음에 씁쓸했다.

<앙굴렘 만화축제 수상 도서전>은 BICOF와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이 서로 협약을 맺고 부천만화대상 수상작품과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수상작품을 상호 교환하여 전시하기로 한 후 첫 번째 전시였지만 별다른 특색은 찾아 볼 수 없었다.

1층으로 내려오자 좌측 편에 올해 BICOF 2015 주제전시 가 나타났다. 전시설명에 따르면“앞으로 다가오는 미래 30년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어느 사이에 있을 삶의 모습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보여주는 전시로서 이현세, 윤태호, 권혁주 작가 등 총 14명의 국내 대표 만화가들이 다가오는 30년에 대한 모습을 만화로 그려 대형 미디어 벽으로 구현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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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에서 미래를 예측하거나 SF장르를 통한 미래 세계를 묘사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미래에 대한, 정치·사회·경제적 측면에서의 전망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녹여낸 것이다. 전시 오픈시 작품의 비례문제와 해상도 왜곡이 발생해 관람에 지장이 있었으나 행사가 이어지며 안정되었다. 전시용으로 제작된 웹툰들을 한정된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관람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관람객이 작품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처럼 흘러가버리는 웹툰의 칸들을 읽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주제전시는 BICOF가 끝나고도 10월까지 연장하는 전시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수정이 이루어져 소중한 작품들이 되도록 많은 관람객들에게 읽히길 기대해본다.

그 옆의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 수상작>전시는 출품작을 읽어볼 수 있게 한 배려는 좋으나 통로에 놓여있어 관람 여건에서 방해가 된 점은 아쉽다. 마지막으로 <응답하라 1988‘만화방’>전시는 계단을 내려가며 80년대 지하에 위치한 만화방의 모습을 환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실제 당시의 만화책을 읽을 수 있도록 열람 환경까지 조성해 본격 추억여행형 전시였다.

박물관을 나와 <박건웅-짐승의 시간 : 김근태 남영동 22일간의 기록> 특별전으로 향했다. 과거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았지만 현재 낙후된 유휴 공간을 남영동 대공분실로 전면 탈바꿈하여 작품이 가진 진정성을 밀도 있는 전시로 만들어 냈다.

원작은 책 두께가 성경만하여 들추어볼 엄두가 안 나는 분량이었지만 각 페이지를 풀어헤쳐 전시한 모습은 신기하게도 스멀스멀 읽힌다. 그리고 실제 고문의 현장을 만화책 칸 그대로 따내어 현실에 옮겨놓은 구성은 이번 전시의 백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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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겪은 고문의 기억보다 사회의 기억 속에 잊혀버리는 것이 더 큰 아픔임을 상기 시켜주는 의미로서 역시 축제 주제와 맥이 닿아있는 전시였다.

BICOF 2015의 주제‘만화70+30’에 걸맞게 만화 전시들에는 모두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과 공간이 녹아져있다. 마치 관람객은 만화 속에 담긴 시공간을 여행하는 시간여행자와 같았다. 그리고 그 구심점으로의 만화박물관과 만화도서관이 보유한 소장자료들은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박물관의 학예적, 문예적 기능과 축제 주제에 부합한 전시 프로그램 구성이 더할 나위 없이 일관성 있는 전시였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견문록
글로벌 전시관의 전시 콘텐츠는 <무민70, 시계태엽을 감다>,<마스다 미리-수짱의 공감일기>,<몬스터카바레 같은 세상>,<샤를리 엡도의 입을 막아라!> 전시 순으로 진행된다.

핀란드산 글로벌 캐릭터 무민이 BICOF 전시의 일환으로 참여한 것은 대중적으로 킬러 콘텐츠로서 역할을 가진다. 무민 70주년, 원작자 토베 얀손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무민 더 무비’영화 개봉 시점에 맞춘 홍보적 측면도 작용했겠지만 말이다. 과거 ‘스머프’, ‘땡땡’, ‘아스테릭스’등의 글로벌 캐릭터들은 으레 SICAF에서 만나는 콘텐츠였지만 최근에 명맥이 끊기고, 그 역할과 위상이 BICOF로 치환된 것으로 해석된다. 보통 첫 번째 사례는 두 번째를 동반하는 기운을 가진다. 무민을 통해 보다 전향적으로 글로벌 킬러 콘텐츠 전시의 명맥을 이어갔으면 한다. 완성도 높은 무민 전시품과 그것을 활용한 포토존, 애니메이션 상영, 적절한 휴식공간 배치 등 무민에 대해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전시로서 손색없는 구성이었다. 다만 전시 이미지들의 열악함은 문제로 지적된다. 70주년으로서 오래된 이미지 효과를 위해 색이 바랜 것처럼 누렇게 프린팅한 콘셉트는 이해 가지만, 프린트 아웃 된 후 용지에 남겨진 하얀 여백 처리 없이는 액자에 담은 건 아쉬운 부분이다.

<마스다 미리-수짱의 그림일기>전시는 2014년 부천만화대상 해외 작가상 수상 작가 특별전이다. 일본의 현재를 살아가는 30,40대 여성의 삶을 담백하지만 위트 있는 관조로 그려내어 국내에도 많은 독자층을 가진 작가의 전시였다. 바다 건너 만화 속 캐릭터 수짱이 겪는 삶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어 위안을 주었다. 전시 공간은 여유 있는 구성인 반면 전시 디자인 중 텍스트 영역에서 딱 떨어지는 쫀쫀함이 느껴져 전시 집중도를 높였다.

<몬스터 카바레 같은 세상>은 한국-체코 수교 25주년 기념으로 체코 만화를 소개하는 기획전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체코의 만화를 원화로 직접 볼 수 기회가 제공됐다. 프랑스, 벨기에로 대변되는 서유럽 만화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지만 미지의 영역인 동유럽 만화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2015년 1월 프랑스 시사주간지‘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사무실에 이슬람 무장단체가 테러를 가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은 세계적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의식이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다. 매체에 대한 소개와 각 호별 표지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실제 어떤 작품들이 실리고 있는지에 대해 전시한 것이 <샤를리 엡도의 입을 막아라!>이다. 언론에 등장한 만화들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매체에 실린 작품의 특성을 알기 어려웠으나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다만 그 맥락과 의미에 대한 해설이 좀 더 친절했다면 관람객에게 한 걸음 다가오는 전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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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밀착되어 퍼지는 만화의 온기
BICOF는 대외적으로 국제행사를, 대내적으로 종합만화행사를 지향하지만 기본적으로 만화도시 부천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첨병이기도 하다. 부천의 서부 상동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한국만화박물관, 만화비즈니스센터)이 위치해있고 동부 원미동에 부천 만화창작스튜디오가 있다. 동부는 구도심 지역으로 서부에 비해 생활 편의 인프라가 낙후되어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전신인 부천만화정보센터(만화박물관)는 동부(춘의동)에 위치해 있었고, 부천만화도서관(도당동)이라는 전국 최초 공립 만화도서관도 같이 운영되었다. 진흥원 개원으로 동부지역의 만화문화 인프라는 일시에 이전되어 지역 주민들의 상실감은 꽤나 컸다. 그래서 동부가 가진 유일한 만화 자산은 현재 작가들의 창작 공간인 부천 만화창작스튜디오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동부지역에도 만화 이미지 조성을 위해 시에서는 많은 노력을 했다. 부천역 북부 광장 인근에 부천특화만화거리를 조성하여 만화 캐릭터와 만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간판, 조형물 등으로 채우는 등이다. 그곳에 BICOF 행사 기간에 맞춘 부천만화창작스튜디오 작가 중심의‘만끽 페스티벌’은 서부 중심의 BICOF를 부천시 동부 권역으로 퍼뜨리는 역할을 하며 올해 4회 행사를 부천 북부역 상상거리에서 개최했다. 평소에 볼 수 없던 만화가들이 팟캐스트, 버스킹 및 록밴드 공연, 캐리커처, 팬시 판매 행사 등을 통해 만화가와 만화팬 그리고 시민들과 만나고 BICOF 2015를 홍보했다. 특히 작가들의 요청으로 부천지역구 국회의원 원혜영 의원을 토크쇼 게스트로 초청해‘부천 그리고 만화’라는 주제로 진행된 점은 만화도시 부천에서만 가능한 이례적인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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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7호선 개통으로 동부-중부-서부 이동 편의성이 증대되었고, 특히 중부지역에 위치한 부천시청역은 BICOF의 영향력을 넓히는 거점으로 작용한다. 1차적으로 부천시청에 잘 갖추어진 갤러리와 넓은 로비는 전시 프로그램 개최에 좋은 여건이다. 갤러리에서 열린 <아버지 고우영>전은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전시를 마치고 BICOF 행사기간에 특별히 고별전시이자 앙코르 전시 형태로 이동 전시했다. 부천시청을 찾는 시민들의 연령대에 오히려 익숙한 故 고우영 작가의 유품들과 아버지로서의 삶을 켜켜이 들여다본 관람객들에게서 뭔지 모를 엄숙함과 비장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공공 브랜드 만화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 전시를 시청 로비에 마련한 것은 시민들에게 알리는 목적으로써 장소선정이 적절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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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적으로 부천시청 인근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허영만 특별전>이 열렸다. 허영만 특별전은 국내 만화가 최초로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하고 얼마 전 막을 내린 <허영만展-창작의 비밀> 전시의 주요 부분만 당의정 형태로 선보인 전시이다. 유료 전시로서 개최되었던 전시를 시민 대상 무료 전시로 재편집하여 다시 연 것은 서울에서 개최하여 미처 가보지 못한 관람객과 유료 전시여서 방문하기 힘들었던 청소년들에게 만화 문화 저변 확대 측면에 큰 의미가 있다. 백화점 전체에서 허영만 특별전과 BICOF에 대한 안내가 끊임없이 홍보되는 것을 보면서 지역사회와 밀착되어 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백화점 전시 홀의 인프라는 매우 훌륭해 향후 BICOF의 주요 전시 거점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중부권역 전시 공간 확보는 BICOF 전시 공간과 프로그램 확대, 지역 균형발전 및 문화 복지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잡힐 듯 말 듯 한 만화마켓의 성취
올해 행사장 내에 페어 대형 텐트 두 개가 열려 페어 행사의 규모를 실감케 했다. 아마도 작년도 성공 개최에 힘입은 조치였으리라.

특설만화마켓 2관은 만화가 중심의 공간으로 작가들 개인 작품 소개 및 작품 활동을 홍보하는 장이었다. 하지만 현장은 캐리커처 마켓이었다. 취지도 좋았고, 작가들 역시 할 거 없으면 캐리커처 그리겠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왔을 터인데 모두가 캐리커처를 그릴 줄은 주최 측도 만화가도 몰랐을 것이다. 해당 공간에 대한 프로그램 구성이 좀 더 세밀할 필요가 있다.

특설만화마켓 1관은 2관 보다 좀 더 큰 규모였으며 만화관련 기업들이 참가했다. 출판사-웹툰 플랫폼-캐릭터-완구 등 만화 연관 기업들이 참여 자사 제품 및 서비스 홍보와 판매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도 뭔가 허전했다. 참가기업의 말을 빌면 “작년에 성과가 좋아서 더 많이 준비해서 참여했는데 전년대비 반 정도 수준”이라는 평이었다. 두 공간의 분리가 과연 효과적이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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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두 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은 것은‘만화가 사인회’ 및 ‘만화 팟캐스트’프로그램이었다. 두 공간에 총 18명의 만화가 사인회가 개최되어 지속적으로 관람객을 마켓관으로 입장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대작스멜>, <주간웹툰>, <웹투니스타>, <모퉁이만화방> 만화관련 팟캐스트들의 만화방송은 만화에 애정을 가진 참여자들의 에너지가 빛났다.

한국국제만화마켓(KICOM)에서 10개국 13개 기업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 32개 기업들과 만나 사상 최대 규모인 100억 원의 수출 상담 실적을 기록했다. 상담에서 실제 계약으로 이뤄지는 비율과 자비를 들여 찾아오는 바이어는 극히 일부일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만화산업관련 해외바이어를 유인하는 가장 지름길은 초청이다. 부천국제만화마켓이 아닌 한국국제만화마켓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초기 몇 년간 반짝하는 초청이 아니라 지속적인 의지를 가지고 진행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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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즐기는 새로운 플랫폼 BICOF
BICOF 2015가 막을 내린 직후 축제 사무국은 “1,000여명의 만화가, 2,000여명의 만화산업관계자, 3,000여명의 코스튬 플레이어, 320여명의 해외 관람객 등을 포함해 5일간 총 13만 명이 방문했으며 특히 전면적인 유료화 시도로 유료 관람객 수가 전년대비 88% 증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라고 밝혔다.

보통 축제 평가의 첫 번째 준거점은 관람객 수이다. 발표대로라면 올해 약 13만 명으로 전년 120,216명에 비해 약 7% 내외 증가폭으로 예측된다. BICOF 2014 증가폭 1%에 비해 매우 비약적 증가이다. 과거 관람객 수은 2010년 7만, 2011년 8만, 2012년 9만, 2013년 11만, 2014년 12만 그리고 올해 13만 매년 일 만 명 단위의 상승곡선 추이다.

BICOF같이 실내 행사와 야외 행사를 겸하는 공간은 정확한 입장객 수 산출이 어렵다. 제한된 실내 행사 공간의 매표시스템이 작동하거나, 야외행사장이라도 테두리를 고정하여 독립적 공간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BICOF 역시 실내공간으로 입장하는 관람객 수 산출은 입장비표를 통해 정확히 집계가 된다. 다만 야외에서 벌어지는 각종 참여형 이벤트 관람객 집계는 아날로그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관람객 집계 방식에 대한 모호성은 차치하고 본질적으로 살펴볼 것은 첫째 전체 관람객 중 유료 관람객의 비중이다. BICOF 최근 3년간 전체 관람객 중 유료 관람은 2012년 11%, 2013년 9%, 2014년 10%(1만 2,530여 명) 이었는데 올해 18%(2만 3,500여 명) 정도로 급상승했다. 그동안 한국만화박물관이라는 유료 공간에 복합적으로 개최되기 때문에 이 둘의 관람객 구분하기 어려웠던 점을 개선하여 전체를 유료 공간화한 정책의 성공적 결과이다. 유료 관람객은 행사에 대한 직접적 지표이자, 내실과 규모를 발전적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두 번째는 사전등록자의 참여율이다. 사전등록은 최초 1만 명 규모에서 현재 5만 명 이상으로 성장했고, 발권율도 50%에서 70%이상으로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BICOF 마니아들의 증가는 수치상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 이상의 BICOF를 위한 제언
BICOF는 2014년 기점으로 모든 면에서 SICAF를 압도하며 만화행사의 리더가 됐다. 성상민 만화평론가는“199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만화 분야에 투자를 해온 부천이 시작은 창대했지만 2012년 이후 꾸준히 SICAF는 물론 다른 만화 관련 사업에 있어서도 계속 사업 규모를 줄여온 서울의 행사를 능가했다는 것은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내실 있는 행사와 정책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BICOF의 성공적 개최에 대해 평했다.

이제 BICOF는 사람도 모이고, 인지도도 오르고, 콘텐츠는 찾아오고, 운영 노하우는 쌓이고, 지역과도 돈독한 상황이다. 지엽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지점은 있으나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강점을 개발해야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만화계와 부천시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라이징 스타는 BICOF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BICOF가 가진 아쉬움은 남는다. BICOF의 내용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대중들의 기억에 대한 아쉬움이다. COEX, SETEC과 같은 전문 컨벤션 공간에서 SICAF가 보여줬던 축제의 위용이다. 분명히 컨벤션 공간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컨벤션 공간이 필요한 콘텐츠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참여 공간이 그렇다. 참가기업 수를 늘리거나 기업들이 참여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런 공간이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의 가설 텐트는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라 발전 과정의 경유지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람객들의 머릿속에 BICOF는 가설 텐트의 옹색한 기억만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서적 감동을 주는 행사로의 발전이다.“애정과 능력이 힘을 합칠 때 걸작을 기대해도 좋다.”영국의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의 말이다. 여기서 애정은 관람객이 행사를 대하는 마음이고 능력은 BICOF의 역량이라 한다면 관람객의 애정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즉 BICOF만의 서비스 혹은 만화축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에 대해 관람객을 연령별, 니즈별로 세분화해 접근하는 축제 서비스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코스프레 참여자들에게‘화장실에서 탈의금지’라는 공지보다 전국 최고 수준의 정말 안락한 탈의공간 제공 또는 아이 동반 가족관람객을 위해 멀리 있는 주창자의 경우 현지에서 유모차 대여 서비스 등 찾아보면 무수하게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더 많은 사람들을 찾아오게 하기 위해 재미난 볼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BICOF만의 추억을 선사하는 일에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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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BICOF 홈페이지 및 BICOF 페이스 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