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dcast004

 

 

4회 핵심 요약

 

1. 8월 3주차 베스트셀러 차트

8월 3주차베스트

 

만골남의 선택

한송이의 「보통 연애 다들 하고 계십니까?」

이벤트 참여(문자)

010-3001-7506

 

팟빵 링크: http://www.podbbang.com/ch/9914

아이튠즈 링크:  https://itunes.apple.com/kr/podcast/manhwagollajuneun-namja-mangolnam/id1033727933?mt=2

 

방송 전문 보기

 

만골남04

“만화 골라주는 남자, 만골남 M씨!”
안녕하세요, 만화 골라주는 남자,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입니다. 지난주에 제가 장염 때문에 고생했다고 했는데요. 아직도 다 낫질 않아서 애를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9월 말로 가면서 나날이 가을로 접어들고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 여름 정말 괴로웠어요. 어떤 분들은 이번 여름 별로 안 더웠다고 그러시던데 전 습도가 높아서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건 숫제 아열대 아니냐는 심정이 들 지경이었거든요. 근데 습도가 낮아지고 화창한 하늘이 찾아오니까 이제야 좀 살만합니다.

가을이 얼마나 버텨줄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이 계절을 즐기고 싶습니다. 건강만 다시 돌아오면 좋겠는데요. 이젠 쉽게 회복되는 나이가 아니게 된 것인지 한 번 탈 나면 오래갑니다. 장염이 2주차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의사양반! 내가 장염 환자라니! 여하간 장염 조심하세요 여러분 진짜 오래 갑니다.

자. 일전에 지나가듯이 말씀드렸던 사안 가운데에 일간 팟캐스트 순위를 집계하는 프로그램을 짰다는 게 있었는데요. 만화와 웹툰과 관련한 팟캐스트들의 순위를 매일매일 집계를 해서 제가 운영하는 만화인을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걸 보면 만골남 M씨는 초반 3주에 걸쳐 전체 700위에서 900위 대를 오가고 있습니다. 만화 쪽 순위에서는 10위, 11위권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분발해야겠네요. 어쨌든 초반이니까-라고도 할 수 있지만, 초반 러쉬를 일으켜야 앞으로가 밝을 테니까요. 여러분도 많이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팟빵에서 만골남 M씨를 보시면 좋아요도 눌러주시고 별점도 주시고 덧글도 남겨주세요. 방송에 관한 피드백도 남겨주시면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좀 더 재미난 만화 이야기를 해야 하겠지요.

방송에 관한 이야기라 하니까 생각났는데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이런 피드백이 들어왔어요. “팟캐스트 목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라고요. 왜 그러신가 했더니 제 목소리가 좀 느끼하셨다 보더라고요. “녹을 뻔했습니다”라시던데요. “12분 동안 적응했습니다”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그 숫자가 몹시 현실적이더라고요. 아, 목소리가 그리 느끼하단 말인가 하면서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옆에서 그럽니다.

“몰랐어요?”

…네. 느끼한 목소리로 전하는 만화 골라주는 남자 만골남 M씨, 4회 진행합니다. 전하는 말씀 들으시고, 지난 주 베스트셀러 코너 들으시겠습니다.

만화 골라주는 남자 만골남 M씨는 만화 비평 전문 웹진 크리틱엠에서 제작합니다. c, r, i, t, i, c, m .com, 크리틱 엠.

 

 

“지난주 베스트셀러”

8월 3주차베스트

 

자. 지난 주 만화 베스트셀러 차트 시간입니다. 8월 넷째주에 제일 잘 팔린 만화책들 순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0위는 원피스 77권. 9위는 오늘부터 신령님 21권. 8위는 나츠메 우인장 19권. 공동 6위는 명탐정 코난 86권과- 지난 3회차 소개작이었죠. 새벽의 연화, 17권. 그리고 5위는 다시 10위권에 진입해 들어온 밤을 걷는 선비 12권. 4위는 다음 웹툰이죠. 십이야 1권. 그리고 공동 1위가 십이야 2권, 열혈강호 67권, 원피스 78권입니다.

원피스 77권과 78권이 1위와 10위를 차지하고 있고, 8월 셋째주 공동 1위를 차지했던 열혈강호 67권이 여전히 공동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음 웹툰 완결작인 무류 작가의 십이야는 책이 나오자마자 공동 1위와 4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밤을 걷는 선비는 7월 말에 11권이 등장한 다음에 차트에서 물러났었는데, 신간인 12권이 나온 다음에 다시 10위권에 올라 왔습니다. 5위. TV 드라마판이 시청률 6.5%로 드라마 전체 순위 중에선 10위 권을 여전히 유지 중입니다. 이제 4회 정도 남았는데 어찌 되려나 싶네요. 근데 정작 저는 이 작품 소식을 들으면서 같은 영정조 시기의 중요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사도세자 이야기가 영화로 나온다는 것에 눈길이 가더군요. 역시 파도 파도 소재가 샘솟는 영정조 시대입니다.

새벽의 연화는 17권이 6위에 올랐는데, 미청년이 굉장히 애잔한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표지가 여성 독자들의 심장을 저격할 만합니다. 내용 중에도 소년의 애절한 눈물이 나오기도 하니까 미소년 미청년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보시길 권하고요. 엉겁결에 신사의 토지신 노릇을 하게 된 소녀와 여우 요괴의 러브 코미디를 다룬 오늘부터 신령님이 오랜만에 10위권에 진입해 9위입니다. 적당히 가볍고 예쁜 소녀 만화를 보시려면 이 작품도 나쁘진 않아요.

-라곤 하지만 전 역시 새벽의 연화가 좋네요. 지난 3회차에 소개한 작품이니까 여러분 한 번 방송도 다시 한 번 들어보시고 이 작품도 한 번 찾아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소녀 만화로 그려낸 걸출한 왕국 정치 드라마! 함께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8월 4주차 6위입니다.

지금까지 지난 주 베스트셀러 차트였습니다.

 

“만골남의 선택”

이번 주 만골남의 선택 시간에 소개할 작품은 한국 서구 일본 만화를 돌아 다시 한국 만화입니다. 어떤 작품을 골라 왔냐면한송이 작가님의 「보통 연애, 다들 하고 계십니까?」입니다. 근데 이 작품 부제가 뭐냐면요, 「오덕후 이야기」입니다. 오덕후. 네. 「오덕후 이야기 – 보통연애, 다들 하고 계십니까」. 제목이 말해주고 있죠.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오타쿠 커플의 연애 이야기입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연애 성사기 쯤 되겠네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강현수라는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평범한 편집 디자이너. 하지만 쉬는 날에는 드라마 관람에 좋아하는 대상을 주제로 아마추어 만화 회지, 다시 말해 동인지를 직접 그려서 동인지 판매 행사장에 나가 팔기도 합니다. BL(보이즈 러브) 좋아하고, 회사 남자 동료들을 망상 속에서 BL 커플링을 하기도 하죠. 네. 첫사랑, 두 번째 사랑, 세 번째 사랑까지 2D 캐릭터들입니다. 세상은 이런 사람을 가리켜 동인녀, 또는 부녀자라고 부릅니다. 여자 오덕으로 보시면 됩니다. 오덕 하면 남자만 생각하는 분 많으실 텐데 이렇게 오덕의 범주가 넓어요. 즐기는 대상이 적잖게 다를 뿐이죠.

부녀자의 부는 썩을 부(腐)자를 쓰는데, 말하자면 뇌가 썩은 여자라는 자조를 섞은 표현이죠. 후죠시. 참고로 BL 좋아하는 남자는 많이 드물긴 한데 부남자라고 해서 후단시라고 하죠. 천연으로 BL을 즐기는 사람은 우리식으로 치면 산삼이라 부르고 천연은 아닌데 거부감을 크게 보이지 않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장뇌삼 정도로 부릅니다. 어쨌든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그 가운데에서 동인녀, 부녀자라 부르기에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인물입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아주 철저하게 일코 중입니다. 일반인 코스프레죠. 사회인으로서는 건실하게 생활 중인 거죠. 실력 있고, 나름대로 워킹우먼입니다. 엄마한테 만화나 좋아하니 연애 못한다고 연애 못하는 자식다운 구박을 감내하며 살고 있긴 하지만 좋아하는 대상이나 끌리는 인물 구도 앞에서는 삼지안을 발동시키며 두근대는 가슴을 주체 못하니 현실 남자가 눈에 그다지 들어오지 않습니다.

철저히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며 회사 생활도 잘 해 나가는 와중에 자기 좋아하는 것에도 충실한 여자. 그런 현수로서는 누군가를 위해 나 자신을 바꾼다는 건 이해 범주 밖인 일입니다. 휴일에 자기 시간도 부족한 마당이죠. 현수는 자기 이상 누군가를 좋아할 자신도 없고,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는 입장인 여자입니다. 만화와 애니와 친구만 있으면 그만이었는데, 점차 친구들은 짝 찾아 떠나가고 덩그러니 솔로 동인녀로 남은 자신을 보며 ‘나는 남들 다 하는 보통연애는 못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현수에게 연애 이벤트가 느닷없이 찾아 옵니다. 회사 회식에서 잠시 물러나왔다가 마주친 총무팀의 안경남 오덕민. 그와 대화를 나누다 사보에 실린 사진 이야기에 부끄러워하며 잊어달라 하자 덕민이 “왜요 귀엽던데요”라고 하자 현수는 그 와중에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게임을 굴리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호감도 발생 이벤트가 멋대로 머릿속에서 삐릭삐릭 굴러가기 시작하는데요. 망상 속에서 여자친구가 걱정하겠다 → 그런 거 없다 → 인기 많을 것 같은데 왜 없나 → 글쎄요 저는 잘. 이런 대화창이 지나가다가 그만 진짜로 입밖에 다음 선택지 대사를 내뱉고 맙니다.

 

“그럼 저랑 연애할래요?”

 

…….

 

내뱉어 놓은 걸 주워담진 못했는데, 이 남자는 얼마 후 그것이 술 취해서 잊어먹은 말이 아님을 확인한 후 “그러자”고 합니다. 그래서 어쨌든 그래서 현수 인생 최초이자 느닷없는 연애가 시작됐는-데- 어색하고 마음 없는 일상과 주말 데이트가 한동안 지나가고 나서 덕민은 말합니다.

“나중에 회사에서 마주치더라도 인사는 하고 다닙시다”

원 세상에 그렇게 연애가 싱거우리만치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차인거죠. 하지만 현수는 정말 마음에 크게 두지 않은 사이였기에 상처도 없는 나날을 보내는데…… 그러던 어느날 동인지 판매 행사인 ‘코믹팩토리’에 자기 책을 들고 친구인 시은이와 참석했다가 얼결에 시은이네 코스튬플레이 팀에 생긴 결원을 메우기 위해 대타로 코스프레를 하고 마는데- 그 모습을, 하필이면 가장 들키지 말아야 할 인물인 덕민에게 들키고 맙니다. 근데 더 놀라운 건, 덕민이 그 행사 자리에 와 있었다는 사실보다도 그의 정체였죠. 그의 정체는 바로!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건덕후! 바로 기동전사 건담 오타쿠였던 겁니다!

일반인 코스프레인 채로 일반인과 연애를 하다 차인 것도 아니고, 덕후에게 차였다! 이 자체가 현수에게는 꽤나 충격인 사건인데, 그 때문에 이래저래 악담을 쏟아부으며 아는 척 하지 말자고까지 이야기가 나오죠.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이후에 서점을 비롯해 자기 동선과 덕민의 동선이 자주 겹치는 일을 겪으면서 연애할 때보다도 더 많이 마주치고 더 많이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덕민은 자신이 오덕임을 쿨하게 인정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수의 BL 취향에 질겁해 하면서 투닥대기는 하는데 서로의 덕질 기억들을 끄집어내면서 묘하게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그러나 둘은 더 이상 아는 척 않기로 한 사이. 현수는 마지막으로 악수를 건네고 자리를 뜨려 하는데, 덕민은 현수가 내민 손을 꽉 쥐고는 놓아주지 않습니다. 과연, 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오덕민은, 현수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 걸까요?

이 작품은 이렇게 강현수와 오덕민, 일반인 코스프레 중인 두 오덕 남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러브 코메디입니다. 회사 동료끼리의 러브스토리로 볼 수 있겠는데, 이 작품이 독특한 건 오덕, 다시 말해 오타쿠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오타쿠로 불리는 이들의 모습이 비교적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죠. 주인공 뿐 아니라 조연인 시은의 경우도 평소에도 고딕 롤리타룩을 즐겨 입는 등 독특한 복식을 즐겨 입는 코스튬 플레이어입니다. 그리고 작품은 이들을 이용해, 결과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영리한 방식으로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면, 오타쿠의 연애담이라는 소재 자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여러 요소 가운데 위험성은 잘 비껴가고 재미는 십분 살려내고 있다는 말입니다.

작품 안에서 주인공인 현수는 일반인 코스프레를 열심히 감행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놓고 하지는 못하고, “내가 좋아하는 게 부끄럽다면 세상 어떤 일이 당당한 건데?”라며 당당히 일상 속에서도 고딕 롤리타룩을 소화하고 있는 친구 시은이에게 부러움을 느낍니다. 사실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는 까닭은 오타쿠에 관한 세간의 인식 때문이라 할 수 있죠. 현수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드라마를 좋아하는 걸 넘어 2차 창작을 해 책으로 묶어내기까지 하는 동인녀입니다. 그리고 BL을 좋아하고, 어차피 사귈 것도 아니라면서 회사 동료들까지 커플링을 시키며 즐기고 있습니다. 몰래요. 근데 사실, 이러한 일련의 오덕질에 관해 세간의 시선이란 그리 곱지만은 않습니다.

사실 전 여기저기에 이 작품을 자주 추천해 왔는데요, 추천을 할 때마다 나오는 반응이란 게 사실 ‘어우 덕후 이야기야?’입니다. 아니 부제가 ‘오덕후 이야기’니까 틀린 건 아닌데, 돌아오는 반응들을 볼 때면 아 여전히 ‘오타쿠’ 내지는 ‘오덕후’, ‘오덕’, ‘덕후’를 뭔가 굉장히 별차원적인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습니다. 제목에 오덕후란 게 들어간 순간부터 이러하니 현수라는 인물이 자기가 즐기는 대상에 관해 일단 철저히 숨기려 드는 건 자기 방어 차원이라고 볼 수도 있긴 합니다.

뭐 근데 이게 분명 편견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저으기 옆나라의 오카타 토시오 아저씨처럼 일본 에도 시대부터 내려오는 장인 정신의 계승자라고!라든지, 아니면 오타쿠 문화 산업이 일본에서 규모가 얼마나 큰데! 같은 이야기를 해 봐야 제목을 보자마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리 씨알이 먹힐 만한 이야기는 아니겠죠. 실제로 그런 이야기가 그나마 의미가 있는 시기도 애초에 지나갔고, 오덕이니 덕후니 하는 표현쯤 되면 이제 굉장히 캐주얼해졌죠. 범위도 넓어지고요. 심지어 시사잡지인 시사인에서 한창 연재됐던 덕후토피아 같은 코너를 보세요. 거기서 이야기하는 덕후는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밀덕이나 철덕 같은 표현 같은 게 적잖게 쓰이는 경우도 많죠. 밀리터리 오덕이나 철도 오덕. 그러니까 이미 오덕이니 덕후니 해서 ‘덕질’이란 표현을 쓰는 대상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범주를 훌쩍 넘어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이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는 많습니다. 원조 격인 일본에서도 오타쿠가 나름대로 문화 현상의 주체로서 주목할 만한 대상이 되고 재조명되고 그 문화의 파급 효과가 일정 이상임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그 표현 자체에 ‘멸칭’에 가까운 해석이 자리하고 있음을 완전히 부인하긴 어렵습니다. 일본 쪽 신어사전에도 다소 허구성 높은 세계관을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다는 말과 더불어서 특정 분야만을 파고 들어서 그 외 지식과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는 해설이 달려 있기도 하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지나치게 좋아한 나머지 다른 걸 다 포기한 듯한 인상으로 다니는 일부가 ‘오타쿠’나 ‘오덕’의 표상처럼 비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까 언급했다시피 오타쿠, 오덕, 덕후란 표현 자체가 굉장히 적용 범위가 넓은 표현이 됐음에도 여전히 부정적인 인상이 있는 까닭은 말 그대로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면모가 워낙에 유난히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무리 뜻이 어떻게 뭐네 해도 오덕후 하면 사람들 뇌리에선 여전히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그려진 안는 베개. 다키마쿠라라고 하죠 일본어로. 그거 들고 나온 사람이 대표격으로 연상되는 거죠. 원래 제일 충격적인 게 제일 대표적인 이미지로 굳게 돼 있거든요 어느 쪽이든. “모든 사회성을 포기하고 좋아하는 것만 좋아한다” “캐릭터랑 혼인하겠다고 한다” “근데 못생겼다, 비호감이다” 그나마 최근에 데프콘 씨나 심형탁 씨 같이 연예인들 가운데에서 덕스러움을 숨기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잘 활동하는 이들이 나오면서 아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정도까진 왔는데, 그럼에도 어쨌든 그런 거죠. 외모와 옷은 포기한다. 수입은 오로지 좋아하는 것에만 투자한다. 현실의 이성에겐 관심이 없다. 안경 여드름 돼지 아니면 안경 여드름 멸치.

부정적 이미지는 긍정적인 면을 압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엔 또 이런 게 있어요. 오타쿠 하면, 이런 부정적인 인상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일빠. 일본문화에 빠져 허우적대는, 좀 더 나아가서 매국노 같은 이미지가 있죠. 이게 어우러지면, 오타쿠, 오덕, 덕후에 관한 편견이 착실하게 완성됩니다.

뭐 지금 이 방송을 진행하는 저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뭐 딴에는 칭찬을 한다고 하는 건데, 서찬휘 씨는 오타쿠 아니죠? 혼인도 했고. 그럼 대놓고 그래요. 저 오덕 맞는데요. 그것도 진성. 에이 그래도 찬휘 씨는 그런 거 없죠? 왜, 화성인 바이러스에 나온 애가 들고 나왔던 캐릭터 베개. 아니 있는데요. 속은 안 채웠지만 있어요. 인증샷 보여드릴까요? 아연실색해 하는 표정 보는 것도 재밌는데 거기다 몇 개 덧붙여 줍니다. 가슴 마우스패드도 있는데요? 지금은 이사할 때마다 귀찮아서 안 하지만 피규어도 모았고 일러스트 족자도 남부럽지 않게 있었는데요. 이제 이쯤되면 말 잘못 꺼냈다 싶다는 표정이 떠 있는 상대방에게 회심의 카운터 펀치를 날립니다. 전 아내도 오덕이에요. 이 사람은 심지어 자기가 직접 아마추어 만화 회지도 그렸어요. 동인지 말이죠. 저희 둘이 처음 만난 데가 동인지 판매장이에요. 동인지 판매자랑 구매자로 만났어요. 같이 코스튬 플레이도 했고요! 그러다가 가르치던 학생들에게도 발각되는 대참사도 겪었네요! 이쯤되면 이제 표정이 어버버-합니다.

말인즉, 오덕이라는 건 이런 정도의 편견에 늘 노출돼 있습니다. 개중 유난한 경우들이 워낙에 파급력 크게 회자가 되다 보니까 더욱 그러하겠고, 그리고 ‘보통’이라고 하는 선에서 조금만 달라 보이면 묶어서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습성이 사회에 여태 남아 있는 탓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만화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게 일반인 코스프레입니다. 일반인 코스튬 플레이. 줄여서 일코라고 하죠.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덕심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특히나 이걸 잘 합니다. 아까 뭐라고 했나요. 외모나 옷차림 신경 안 쓰고 사회성도 없는 게 오타쿠야, 라고 하는 인식이 있다고 했잖아요. 일반인 코스프레란 건 결국 그런 편견을 비껴가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섞여 있으려 노력하는 겁니다. 왜냐면, 오타쿠스러운 마음, 이른바 덕심이라고 하는 건 인식해서 되는 게 아니라 어느 대상에 관해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것 때문에 어쩔 줄 모를 만큼 빠져들고 대상을 즐기기 위한 방식으로 온 신경과 시야가 맞춰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증상만 보면 마치 첫사랑의 마음과 많이 닮아 있는데 그럼에도 겉에서 볼 때 달라 보이는 까닭은 그 대상이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속의 캐릭터기 때문입니다. 내 애인이 화면에서 나오질 않아요! 내지는 첫 키스는 액정필름맛! 같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혀를 찰 사람들이 눈에 훤하다면, 안 들키고 하려고 하는 거죠. 어차피 회사 다니고 애인 사귀고 적당한 때 혼인해서 자식 새끼 낳고 기르며 늙어간다-라는 굴레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애어른 할 것 없이 잔소리 어택이 들어오는 마당인데 심지어 그 벗어난 원인이 가상 세계라면 재미 없는 사람들에겐 어차피 이해가 아예 안 돼요. 근데 그런 사람들이랑 부대끼고 살아야 하니까, 적당히 포장을 하는 겁니다.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는 오덕들은 그런 점에선 나름대로 호구지책을 잘 마련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차피 사회성을 포기한 건 오덕이 아니라 해도 욕 먹는 거고요. 이거 중요합니다. 그 사람들은 정확히는 오덕이라서 욕 먹는 게 아니라 그냥 꼴보기가 싫어서 욕 먹는 거거든요. 원빈이 만화 좋아해봐요 그런 소리 나오나. 그게 아니라도 어차피 자기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텐 당신은 그런 거 안 갖고 있죠? 같은 질문을 선의라고 던지는 거고. 알량하죠. 딱 그런 겁니다. 어차피 그런 수준인 사회에서 적당히 맞춰가면서 자기 즐길 거리를 포기하지 않는 타협점이 일반인 코스프레입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그냥 오덕인 걸 안 감추고 할 거 다 하면서 사회성도 드러내는 경우가 되겠죠. 이 경우 자기 취향을 밖으로 드러내면서 편견도 맞받아칠 정도의 멘탈을 보여줍니다. 요즘은 이런 경우도 늘고 있죠. 어차피 그런다고 오덕질 안 할 것도 아니고, 숨겨 가면서 해도 어차피 알 사람은 다 알 거고. 사실 작품 속의 오덕민은 딱히 감추진 않고 오덕이냐 물으면 인정하는 캐릭터입니다. 현수 친구 시은이의 경우는 아예 고딕 롤리타 차림을 일상복으로 하고 다니고요.

근데 일코를 하든 안 하든 오덕질에 관한 편견이라고 하는 건 분명하게 상존하고 있습니다. 사회성 없을 거야. 외모 별로일 거야. 옷도 후줄근할 거야. 집에 처박혀서 만화나 애니나 보고 게임이나 할 거야 그 나이 먹고. 오타쿠의 형성 과정이나 문화적 배경 같은 걸 일일이 설명하려면 한도 끝도 없거니와 만화나 애니, 게임에 관한 험담이야 그냥 무식한 이야기려니 치더라도, 사회성에 관한 부분은 사실 이 편견 가운데에서도 굉장히 많은 걸 만들어내요. 특히 뭐에 해당하냐면, 연애요.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성간의 일반적인 연애. 이른바 보통의 연애. 혼인이나 임신은 좀 나중의 이야기고, 일단 연애요. 연애는 정말 사회성의 끝판왕이죠. 정말 완전히 다른 남끼리 만나서 함께 하자고 약속하는 거잖아요.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일정 이상의 호감을 지니고 말이죠. 심지어는 서로 몸을 섞을만큼 친밀해질 가능성까지 내포한 관계입니다. 뭐 이견이 좀 있을 수 있고, 제가 프로이트 추종자도 아니긴 한데 전 연심이라고 하는 것에 성적인 요소가 끼치는 영향이 없다고 전혀 생각을 안 합니다. 근데 어쨌든 오덕, 오타쿠에게 내려지기 십상인 사회성 없음이란 선고는 이런 종류의 관계가 불가능한 족속이라는 판단을 근거로 합니다.

오덕, 덕후에 관한 세간의 불쾌감 중 일부는 사실 바로 이 지점들에 닿아 있어요. 외모에 관한 불쾌감이야 매우 1차원적이라 치자면, 좀 더 나아가서 불쾌감의 원인을 찾으면 동성애자들을 향한 편견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이른바, ‘섭리를 벗어난 자들’ 같은 거죠. 정상적이라면 마땅히 제 때 이성을 만나 열심히 애를 생산해야 할 터인데, 그러지를 않는다. 이런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나이가 들었는데 연애를 안 하면서 만화나 애니나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단순히 상대를 단순히 애 같다고 욕하는 게 아니에요. 세상의 섭리를 부정한 대상을 향한 마땅한 질타라고 여기고 있는 겁니다. 어찌 보면 일베 애들이 국가와 자기를 일체화해서 나라의 안위에 해를 끼친다 여기는 대상을 찾아다 공격하고 다니는 거랑 딱히 다를 바 없는 꼴인데, 편견 치고는 굉장히 묵직하죠. 그래서 ‘오덕’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는 것도 그렇지만, 심지어 ‘오덕의 연애’라고 하면 애초에 그냥 소재가 독특하네 내지는 오덕들 이야기네 하고 웃어 넘길 수 없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 소재를 잘못 다루면요. 가상 세계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들이 손붙잡고 사회로 나오는 개과천선 이야기나 뭔가 천사 같은 사람에게 구원 받아서 밝은 사회로 나오는 이야기, 사회 부적응자끼리의 동물원 원숭이 교미 쇼 같은 분위기가 되게 마련이거든요. 한 마디로 사회 부적응자라고 하는 전제는 일단 있는 거예요. 아니 실제로 그런 부류 사람들이 있고, 분위기가 독특하며, 부적응자 같은 행태를 보이는 걸 부정은 안 하는데요. 실제로 그런 부류 사람들 때문에 저도 피곤한 경우도 있어요. 대화가 정말 잘 안 되니까. 근데 오덕은 그렇게 몇가지 특성으로 구분지을 수 있을 만큼 명확한 집단이 아니거든요. 사람 수만큼 취향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로 분류될 수 있습니까. 이건 ‘여성’을 ‘김치녀’나 ‘김여사’로 규정하는 게 얼척 없는 것랑 마찬가지에요. 이런 시선 안에서는 오덕은 그냥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몹시 이질적인 어떤 무언가죠. 종이 다른 무언가에요.

그래서 오덕을 소재로 삼는 작품이 일정 이상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선결 조건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오덕을 동등한 사람으로 다룰 것인가”입니다. 아무리 오덕의 특징들을 희화화하더라도 동물원 원숭이로 만들지는 않을 것. 하물며 그들의 연애를 다룬다면, 교미쇼로 만들지 말 것. 일본 만화 중에서는 바로 이 지점을 굉장히 잘 지켜 개성 있는 인물로 창조해낸 작품이 대학 오타쿠 동아리를 무대로 한 「현시연」이 있죠. 심지어 현시연 작가인 키오 시모쿠 씨는 이 작품의 패러렐월드 격인 「스파티드 플라워(Spotted Flower)」에서 현시연의 인물들과 매우 닮은 인물들을, 그것도 원래 작품에서는 상상도 안 갈 인물들을 부부로 만들어놓고 임신을 시켜놓은 상태로 이야기를 전개해서 꽤나 재밌는 양상을 만들고 있긴 하죠. 심지어 주요 소재가 성욕이니 더 재밌습니다. 그리고 저는 「현시연」에 완전히 비견할 만하다-라고 하기보다, ‘한국의 오덕들’을 매우 잘 묘사해낸 작품으로 이 「오덕후 이야기 – 보통 연애, 다들 하고 계십니까」를 꼽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시연」이 오타쿠 그 자체에 관한 고찰이 돋보인다면 「보통 연애, 다들 하고 계십니까」는 정말 우리나라를 무대로 한 오덕 이야기를 매우 실제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고 할 만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물들 각자가 개성 있고 현실감 있는 인물로서 그려지고 있습니다.

현수가 연애를 않는 이유는 그저 ‘2D 캐릭터만 좋 아서’ 같이 단순하게 제시되고 있지는 않죠. 동인지까지 그린다는 건 오덕질 가운데에서도 사실 최상위 클래스의 열정과 노력과 비용을 쏟아야 하는 일인데, ‘좋아서’라는 이유라기보다도 ‘좋아하는 감정을 자기의 창작물을 팔아냄으로써 남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만족감과 성취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수는 자기 나름의 주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서 동인녀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죠. 꼭 이를 위한 재원 마련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회사 생활도 나름대로 충실히 해 나가면서요. 물론 현수는 자신이 보통의 연애를 할 수 있을까에 관한 두려움을 계속 안고 있습니다. 물론 연애란 게 필요조건이 아닌 충분조건이니 무조건 해야 하는데 못해서 자괴감을 느끼는 건 아닙니다. 그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픈 자신이 마음 속에서 아직 클 뿐입니다. 그런 현수의 앞에 우연인 듯 우연 아닌 인연으로 등장한 안경남 오덕민은, 마치 사고처럼 사귀었다가 헤어졌고 그 이후 서로 어떤 종류 인간인지를 알아차리게 되지만 그로 말미 암아서 오히려 접점이 생깁니다. 물론 남자 오덕과 여자 오덕의 취향에는 매우 큰 거리가 있지만, 왜 얼마 전에 일본에서 외국인 나가라는 극우파 시위 앞에서 오덕들이 모여서 내 건 펼침막에 이런 게 있었죠. OTAKU NO BODER! 오타쿠에게 경계란 없다! 오덕에게 경계란 없는 겁니다. 아니 농이 아니라 정말로요. 취향차는 분명 몹시 크지만 그걸 존중할 수 있어야 오덕입니다. 그래서 덕민이 정말 중요한 대사를 중간에 한 번 날립니다. 이해가 안 될 뿐이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라고요. 그 경계를 무효화시키는 상대란, 오덕에겐 굉장히 소중한 존재죠. 대체로, 오덕이 아닌 사람에게는 물론, 같은 오덕인 이성에게조차도 이해 못 받게 마련인 게 오덕들의 딜레마거든요.

아닌 게 아니라 여성 오덕들의 경우 사람 간의 위상, 위치를 소재로 한 역할극을 만들어내는 데에 주목한 끝에 실제 동성애는 아니지만 남성과 남성 구도로 엮어낸 섹슈얼리티 판타지 장르인 BL을 탄생시켰고 남성 오덕들의 경우는 미소녀의 온갖 구성 요소에 취향을 적용해 코드화한 모에라고 하는 개념에 자극 받습니다. 양쪽 모두 섹슈얼리티를 어느 정도 담보한 유사 연애 감정이지만 이해받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죠. 한쪽에선 어떻게 여자 몸을 부위별로 나눠가며 놀 수 있어! 변태! 그리고 다른 한 쪽에서는 어떻게 남자끼리 붙여놓을 수 있어! 변태! 이런 마당이니 그러면 그게 변태 같은 거니까 그만두고 날 사랑해! 라든지 그만 두고 저 사람을 사랑해야겠다!로 가거나 어차피 글러먹었어 하면서 땅이나 파거나!로 가면 우스워질 텐데 이 작품은 그 지점에서 같은 수준의, 이해는 못해도 나쁘다고는 생각 않는다고 말할 줄 아는 진성 오덕을 배치해 놓습니다. 그것도 제법 훈남. 아무리 봐도 작가분 취향인 듯도 싶은데 안경남이죠. 왜 그러냐면 다음 작품 남자 주인공도 키 훤칠한 안경남이거든요. 미소년 같은 캐릭터는 의외로 조연급이고요.

어쨌거나 그러한 현수와 덕민 사이에는 이렇게 접점이 생기고, 현수를 향한 덕민의 마음이 드러나고, 현수는 늘 망상 속에서 남남 커플링만 해 온 마당에 눈 앞에 다가온 연심 앞에서 당황해 합니다. 재밌는 건 그 마음이 상대를 향한 연심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인데요. 덕심의 구동원리가 현실에 적용되는 형태로 그려집니다. 아까 제가 뭐라고 했나요. 덕심이라는 게 인식해서 되는 게 아니라 어느 대상에 관해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것 때문에 어쩔 줄 모를 만큼 빠져들고 대상을 즐기기 위한 방식으로 온 신경과 시야가 맞춰지는 것을 뜻한다고 했죠. 그 레이더가 상대를 향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소위 말하는 덕통사고인거죠. 매우 알 수 없는 타이밍으로, 매우 생뚱맞은 계기로. 하지만 강렬하게 말입니다. 오덕들에게 연애란, 오덕임을 포기하고 탈덕함으로써, 또는 휴덕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게 아니라 덕으로서 덕스럽게 발현합니다. 여기서 조건이 있습니다. 그런 자신을 오롯이 인정하고 납득해주는 상대가 나타난다면 말입니다. 현수와 덕민이 진짜로 연애를 시작하는 과정은 바로 이 점을 보여줍니다. 오덕은 탈덕해야 연애가 가능한 족속이 아니라, 덕으로서 덕스러울 수 있게끔 해 주는 상대를 만나면 가능하다는 거죠. 사람이 아닌 자여, 사람을 만나 사람이 되어라!가 아닙니다. 너를 오롯이 너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동류를 만나면 되느니라, 입니다. 저는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굉장히 높게 치고 싶습니다. 사회부적응자 갱생기가 아니라 서로가 각자 자신을 유지하며 만나는 상대가 될 수 있음을 그려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양쪽 다 나름대로 사회인으로서요.

뭐 물론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습니다. 언젠가 방송에서 다룰 작품인데, 이 작품을 그린 한송이 작가의 차기작인 「김영자 부띠끄에 어서오세요」 쪽이 감정선이나 심리 묘사 측면에선 한층 더 영리하고 농밀하게 전개됩니다. 세 권이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서 하고픈 이야기가 좀 많았던 게 아닐까 싶은 부분도 없지 않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보통 연애, 다들 하고 계십니까」는 그저 독특한 컨셉이 아니라 사실은 정말 쉽지 않았을 소재를 들고 개그 감각과 소재 활용의 균형감을 자랑하며 나름의 전개를 진행해 나갑니다. 결국은 ‘남녀간의 러브 스토리’라는 점에선 뻔할 수도 있는데, 이 바닥의 불분율이죠?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를 철저하게 인물 관계 안에서 관철해 나가면서 오덕스러운 대사와 설정들을 잘 버무려 내고 있습니다. 오덕 소양이 있는 분이라면 정말 바닥을 구를 만한 대사들도 많은데, 오덕이 아닌 분들이라면 그와 함께 상대 또는 남의 ‘취향’에 관해 생각해 볼만한 거리를 제공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이 작품 보면서 내내 저 자신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는데요. 앞서도 말했지만 저희 부부 자체가 진성 오덕과 동인녀 조합입니다. 아내는 제 첫 인상이 최악이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덕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연애를 시작하게 됐고, 혼인도 하게 됐습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저야말로 작품 속 주인공인 현수처럼 연애를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었어도 저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에 시간 쓰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20대를 보냈거든요. 20대 말까지 그러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참, 이 작품 이야기가 남 이야기 같지 않더라고요. 둘 다 오덕이고 심지어 아내가 동인지를 그리던 사람이고 BL을 좋아하는 입장이다 보니 작품에 꽤나 이입이 될 수밖에 없더랍니다. 그런 저희 부부가 둘 다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습니다. “덕은 덕끼리 만나는 쪽이 행복하다”. 아니면, 한쪽이 덕이 아니라도 덕을 이해할 수 있다면 괜찮습니다.

놀랍게도, 그게 안 되는 경우가 참 많더라고요. 게임 개발자인데, 혼인을 하고 나니 집에서 좋아하는 게임을 못하게 해서 회사에 나와 게임을 하게 되더라. 아내가 만화 보는 걸 이해 못하더라 등등 말입니다. 연애는 충분조건이지 필수 조건은 아니니 연애를 하십시오, 이렇게는 말하진 않을 텐데요. 현수처럼 “내가 보통의 연애를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렇게 답하고는 싶습니다. 그럴 수 있는 상대를 만나면 됩니다-라고요. 조금은 늦어도 괜찮습니다. 여담인데 아내가 만화 동아리 출신이었는데 그 동아리에는 “동아리 내에서 혼인 못하면 평생 솔로다”라는 저주 아닌 저주가 있었다더라고요. 덕은 덕끼리 혼인해야 한다는 뜻이었다던데 실제로 동아리 내에서 혼인한 사례도 많았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일지도요?

자 오늘은 이렇게 「보통 연애, 다들 하고 계십니까」를 소개해 보았습니다. 덕심과 현실의 연심이 무슨 병립할 수 없는 무언가가 아님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어요. 오덕이 아니어도 재미난 러브코메디로 읽기 딱 좋은 작품이니 즐겨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책은 현재 교보문고와 인터파크 정도에서 구할 수 있고 다른 곳에선 이북으로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속 배경에 한양문고나 지금은 없어진 상파울로를 비롯해 홍대의 만화 명소들이 등장하는 게 정말 반가웠습니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게 모르게 이런 장소들에서 위안을 받곤 했죠. 코믹팩토리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만화 행사 모습도 한 때 동인지를 거의 꾸러미로 사들고 다녔던 입장에서 참 반가운 모습입니다. 어떤 대상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온 힘을 다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가끔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 마음만으로 100% 출력을 내지 않아도 좋아하는 걸 좋아할 수 있단 사실을, 이 작품이 알려주네요.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작품이 남겨주는 최고의 교훈이자 주제를 다시 한 번 읊으면서 오늘 이 시간 마칠까 합니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모두 만골만골한 한 주 보내십시오. 서찬휘였습니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이자 만화정보저널 사이트 '만화인' (http://manhwain.com) 운영자. 글쓰기와 만화를 좋아하던 프로그래머 지망생이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만화와 얽힌 글을 쓰면서 만화 정보를 묶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짜고 있다. 자생한 1.5~2세대 한국형 오덕으로 덕업일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츄럴 본 프리랜서. 칼럼, 연구, 비평, 강의, 방송, 캘리그라피 등 만화와 관련해서는 오는 의뢰 안 막는 자판기형 용병의 삶을 구가 중이다. 최근엔 열심히 애 아빠로 클래스 체인지 시도 중. 봄이야,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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