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티사르의 자동차> _전통과 종교에 억압받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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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티사르의 자동차>는 예멘 여성의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가의 문제의식과 주제는 명확하다. 그것은 우선 예멘사회에서 고통받는 여성의 모습을 폭로하고, 더 나아가 보편적인 차원에서 여성 억압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02

<인티사르의 자동차> 여주인공은 외출할 때마다 눈을 제외하고 온몸을 가리는 ‘니캅’을 입는다. 니캅은 이슬람 사회의 여성 억압 상징으로서 특히 작품 내 여주인공의 실내복과 대비되면서 여성 억압 이미지가 극대화된다. 실내에서 민소매를 입은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이슬람 여성의 모습과 달리 편안하고 자유롭다. 하지만 주인공의 민소매 복장은 제한된 공간에서만 가능한 것이며 무엇보다 가부장제의 우두머리인 아버지와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예멘 여성에 대한 규제는 복장만이 아니다. 그녀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지 못한다. 사소한 ‘복장의 자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사회가 이보다 크고 넓은 자유를 허락할리 없다. 예멘 여성들은 직장을 구할 때도, 여권을 발급받을 때도, 자신의 후견인 ‘왈리’ 허락 없이는 어떠한 것도 가능하지 않다. ‘왈리’란 남편, 아버지, 형제, 삼촌같이 가족 중 남성으로, 여성들은 이 관습을 통해 왈리, 즉 남성에 종속된 삶을 살아야 한다.03

 

여성 그리고 종교인으로서의 정체성
예멘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야만스러운 사회가 되었을까? 예멘 여성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 원인은 서구 사회의 생각과 달리 ‘이슬람 종교’가 아닌 예멘 사회의 ‘관습과 전통’때문이라고 말한다. 니캅의 경우도 코란에는 니캅을 요구하는 구절은 없으며, 이것은 이슬람교와 상관없이 근대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특정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모든 진실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구성원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사회의 관습에 포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티사르의 자동차>의 여주인공 역시 그렇다. 그녀는 이슬람 종교가 여성 억압의 원인이 아니라 단언한다. 그리고 대신 예멘 사회의 관습과 전통만이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여주인공 말처럼 ‘종교’와 ‘전통’이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세속주의 국가가 아닌 종교가 사회를 지배하는 국가에서. 결국 <인티사르의 자동차> 이야기는 이슬람 종교의 여성 억압적 속성을 과소평가했거나 아니면 스스로 종교 검열을 거친 것이며, 그래서 이 작품은 이슬람 여성의 문제를 온전히 짚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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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신자로서의 그녀의 면모는 다음 에피소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그녀는 “착한 이슬람 신자와 과격 이슬람 신자를 구분하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두 영역의 구분이 쉽지 않다. 그녀는 마호메트 풍자가들이 처벌받기를 원하지 않으며, 그것은 몇몇 광신도의 입장일 뿐이라 말한다. 하지만 에피소드가 흘러가면서 그녀는 표현의 자유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며, 심지어 과격한 광신도의 입장을 경우에 따라 지지하고 싶다고 말한다. 전통을 비판하던 그녀의 예리한 지성이 종교 문제에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녀의 이러한 태도는 예멘 전통의 문제점과 함께, 한편으로 여성 억압과 이슬람 종교의 실제 상관성을 논외로 치더라도, 의도치 않게 세속화되지 못한 이슬람 사회의 모순을 보여준다. 그녀의 생각처럼 “서양 사람은 이슬람 사람처럼 ‘코란’이나 ‘예언자 초상화’같이 신성한 것은 없다.” 그것이 바로 이슬람 국가와 다른 근대화된 세속국가의 차이이며, 이슬람 국가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지점이다.

남성들의 부정적 시선에도 당당하게 운전하며, 자신의 삶을 구속하려는 아버지의 대해 더욱 강해질 것을 결심하는 주인공. 하지만 그녀의 강인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에 희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작품 말미에 그녀는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강제적으로 일을 그만둔다. 단지 품행이 바르지 못하다는 소문 때문에. 역경을 이겨내던 개가 결국 처참하게 죽는 만화 속 장면처럼,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좌절된 삶일 가능성이 높다. 여성 억압이 전통으로 옹호되는 전근대적인 사회. 그리고 이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세속화되지 못한 사회. 한 글자, 한 글자 글을 채워 넣는 지금 이 순간에도, 중동 여성들은 이 거대한 두 가지 모순과 힘겹게 싸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