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dcast005

 

 

5회 핵심 요약

 

8월 마지막주차 베스트셀러 차트

8월 4주차베스트

만골남의 선택

톰 골드의 「골리앗」

이벤트 참여(문자)

010-3001-7506

 

팟빵 링크: http://www.podbbang.com/ch/9914

아이튠즈 링크:  https://itunes.apple.com/kr/podcast/manhwagollajuneun-namja-mangolnam/id1033727933?mt=2

 

방송 전문 보기

만골남05
“만화 골라주는 남자, 만골남 M씨!”
다시 한 주 만에 만화 골라주는 남자 서찬휘 인사 올립니다. 빗소리가 시원하다 못해 우렁차죠? 며칠 가을스러운 하늘을 보여주더니 방송을 녹음하기 하루 전이었던 9월 2일엔 차 천장을 뚫을 듯한 기세로 천둥을 동반한 비가 쏟아졌습니다. 이제 기온이 뚝하니 떨어지기 시작할 듯하니 모두 옷 잘 챙겨입고 다니시길 바라겠습니다.

자. 지난 3회차에 「새벽의 연화」를 소개했더니 「새벽의 연화」 팬 분들이 많이 공유해 가셨는데요. 개중에 재미난 글귀가 보이더라고요.

“BJ님이 학 설명하시는 거 듣고 눈물날 뻔 함(주륵)”
“보답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등 뒤에 서있는…대충 이렇게 설명하셨는데 진짜 울컥”

아 저도 이제 ‘BJ’라고 불리는군요. 예전엔 DJ나 CJ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어쨌든 자키죠 자키. 핫핫. 어쨌거나 이 분이 말씀하셨던 부분을 다시 한 번 들어볼까요.

“그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연화의 포지션인데요. 도망쳐 나온 떠돌이 공주라는 비극적인 설정만 보자면 비련의 여주인공이고, 용들에게 보호받는 입장이고- 물론 보호는 받는데, 그저 보호 받기만 할 것 같잖아요. 근데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나가는 과정을 보면 자신의 지위나 계급에 얽매여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이 작품에서 대부분의 주변 인물이 연화를 이름으로 부릅니다. 스스로가 공주라는 사실에 얽매이지 않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단 한 사람만 빼고요. 학 말이죠. 보디가드였고, 연화를 이제는 원수가 된 수원에게 맡기고 자신이 그 등 뒤를 책임지려 들었던 입장인 만큼 지금의 학은 연화를 수원과 그의 나라 모두에게서 지켜야 할 사람이자, 그 모두가 연화와 그 아버지를 잊는다 하더라도 연화가 공주였음을 기억할 유일한 사람입니다. 주인과 종복의 관계이자, 그 어떤 마음도 보답받지 못하고 보답을 바랄 수도 없는 위치에 서 있음에도 그 등 뒤에 늘 있을 사람이죠. 그래서 이들의 파티는 신화 속 존재들이 함께 하는 운명적인 결합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느슨하고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화는 학을 포함해서 모두를 동등하게 대하고 스스로도 동등한 입장에서 절대 보호받으려고만 하지 않고, 몸을 사리지도 않습니다. 아버지가 금지했던 무기를 잡으면서까지 자기가 남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일하게 자신이 공주였음을 기억해 줄 학에게만은 마음 깊이 의지를 하면서, 남 앞에서는 자기 발로 서 있으려 애씁니다”

네. 울컥하셨다는 말씀을 보면서 학을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 분을 비롯해 새삼 「새벽의 연화」 팬분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활동하시더라고요들. 작품 캐릭터들에 그렇게 올곧게 버닝할 수 있는 마음이 참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 「오덕후 이야기 – 보통 연애 다들 하고 계십니까?」를 소개했는데. 제가 하고팠던 이야기를 하나 놓쳤더라고요? 요즘 왜 이리 건망증이 심해졌나 모르겠습니다. 「보통 연애 다들 하고 계십니까」를 그린 한송이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김영자 부띠끄에 어서오세요」인데요. 두 작품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바로 채색의 유무입니다. 「김영자 부띠끄에 어서오세요」가 한송이 작가님의 첫 총천연색 만화인데요. 아마도 연재지였던 『윙크』가 앱 버전으로 바뀌고 하면서 총천연색을 도입한 듯합니다. 근데 사실 선의 섬세함이나 작화의 밀도 면에서는 전작인 「보통 연애 다들 하고 계십니까」 쪽이 확실히 좀 더 높습니다. 제가 흑백 만화에 익숙한 세대라서 그런 건가, 색 원고에 거부감이 있어서 그런 건가를 한참을 고민해 봤는데요. 그렇다기보다는 공정에 들여야 하는 물리적인 시간 문제로 보입니다. 작가분이 솜씨가 떨어지거나 그런 게 아니고, 사실 이 문제는 웹툰들 상당수가 겪는 문제기도 하죠. 연재 주기나 비용 등을 보자면 그래픽적인 만족감은 일정 부분 포기하고 가야 하는 게 현실이니까요.「김영자 부띠끄에 어서오세요」를 보고 그 감성이 마음에 드셨던 분은 「보통 연애 다들 하고 계십니까」도 꼭 한 번 보시면 좋겠습니다. 감정의 섬세함이나 이야기의 전달력은 신작 쪽이 매끄럽습니다만, 흑백 원고가 주는 정갈하고 밀도 높은 이미지의 맛은 전작 쪽이 좋더라고요.

「김영자 부띠끄에 어서오세요」는 나중에 제가 아내와 진행하기로 한 가칭 「알파카와 판다의 어른 만화방」 팟캐스트에서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조금 더 어른의 사정스러운 이야기들을 만화 속에서 끄집어내 다뤄 볼 예정이니까 기대해주시고요. 만골남 M씨는 좀, 많이 얌전하죠. 네.

그리고 한 가지 알릴 게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만화 저널·정보 웹진 만화인(http://manhwain.com)이 2015년 9월 1일부터 『제1회 만화인 만화 칼럼·심층 기사 공모전』을 엽니다.

만화인 주최로 열리는 『만화 칼럼·심층 기사 공모전』은 만화를 조명하는 다양한 방식 가운데 ‘칼럼’과 ‘심층 기사’에 주목합니다. 이 공모전은 2015년 9월부터 월례로 열리고요. 매달 25일 자정에 그달치 응모를 마감하고 매달 말일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왜 칼럼이냐? 평론이나 리뷰가 아니고 아니고?라 하실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칼럼과 심층 기사는 만화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다양한 이슈, 뉴스, 시장 상황, 환경 변화에 주목하는 글쓰기입니다. 리뷰어가 작품을 대중적으로 소개하고 평론가가 작품과 작가의 창작 세계를 읽어내기 위한 통찰과 시선을 제공한다면 칼럼과 기사는 대중들이 판 자체나 판을 둘러싼 시류, 상황을 읽어내기 위한 관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만화인은 이 공모전을 통해 만화를 다루는 방식이 다양해지기를, 그리고 만화판이 좀 더 생산적으로 시끄러워지기를 기대합니다. 평론은 크리틱엠이 알아서 잘 해 갈 것이고, 리뷰 공모전은 웹툰인사이트가 만들어갈 겁니다. 칼럼은 만화인이 가져갑니다.

만화를 소재로 한 저널적인 글쓰기에 많은 만화 문사들의 거센 도전 바랍니다. 주최자는 총 상금과 부문을 늘리는 데에 힘쓰겠습니다.

제1회인 9월 공모전의 응모 기간은 2015년 9월 1일 0시~25일 24시입니다. 수상자는 2015년 9월 30일 발표하고요. 키보드 누를 힘만 남아 있다면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만화인닷컴에 게시판이 마련돼 있는데요. 상단 메뉴에서 들어오시면 보이는 게시판에 등록된 글만 인정합니다. 분량은 온라인 문단 구분용 빈줄 제외하고 A4 3장 안팎이고요. 이 공모전은 제목에서처럼 칼럼과 심층 기사 두 성격 가운데 하나를 고르시면 되는데 칼럼은 필자의 공정한 주관이, 심층 기사는 주제를 말하기 위한 사실 관계의 배치와 필자의 의도가 잘 드러나야 합니다. 객관에 완전히 매몰되거나 사실관계만 늘어놓은 나머지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잃거나, 또는 의도에 악의가 있거나 하면 안 되겠지요.

심사는 제가 하고, 월 1회 한 명을 수상자로 뽑습니다. 제일 중요한 상금은 30만 원입니다. 크게 자랑할 금액은 아니죠 물론. 상의 권위는 상금 크기에 비례함을 잘 압니다. 이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A4 한 장에 10만 원꼴로 책정된 셈인데, 업계에서 통용되는 원고료가 A4 한 장에 7만 원 꼴이긴 합니다. 그보단 많다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늘려가겠습니다. 그리고, 전 회 수상자 차회 수상 가능하고요. 수상 시 수상한 글의 만화인 메인 페이지 게재권을 계약합니다. 외고의 경우, 계약서를 쓰고 글을 싣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 업계에 만연한 후진적인 구습인데요. 그걸 깨 보려고 합니다. 일면 귀찮더라도 절차를 지켜가는 과정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수상자와는 계약을 통해 글을 메인 페이지에 게재하겠습니다. 저작권은 당연히 저작자에게 있습니다.

많은 응모 바랍니다. 그럼 전하는 말씀 들으시고, 지난 주 베스트셀러 코너 들으시겠습니다.

만화 골라주는 남자 만골남 M씨는 만화 비평 전문 웹진 크리틱엠에서 제작합니다. c, r, i, t, i, c, m .com, 크리틱 엠.

 

“지난주 베스트셀러”

지난 주 제일 많이 팔렸던 만화책이 뭔지 살펴 보는 지난 주 베스트셀러 시간입니다. 이 차트는 YES24, 알라딘,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의 50위권 만화 베스트셀러 차트를 기준으로 산출해낸 국내 최초 통합 만화 베스트셀러 차트입니다.

8월 4주차베스트

8월 다섯째 주차는 순위 자체에만 변동이 있을 뿐 8월 넷째 주차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냥 구성 자체는 같네요. 일단 지난 주 8위였던 나츠메 우인장 19권이 9위로 한 계단 내려왔습니다. 6위였던 명탐정 코난 86권이 나츠메 우인장 19권과 함께 공동 9위. 8월 하순에 나온 니세코이 신간인 16권이 8위고요. 제가 사랑해 마지 않는 새벽의 연화 17권이 공동 6위에서 7위로 한 계단 내려왔습니다. 5위에는 지난주와 같이 밤을 걷는 선비 12권이 올랐고 공동 5위로 십이야 1권이 올라와 있습니다. 밤을 걷는 선비는 드라마도 이제 거의 막바지입니다.

십이야 2권이 4위, 취미로 히어로 노릇을 하는 한 방 사나이 이야기인 원펀맨은 신간이 나왔네요. 3권이 3위. 그림은 참 좋은데 호흡이나 내용 전개가 이렇게까지 찬사를 받을 만한가 싶은 구석은 있어서 보면서 계속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동 1위는 원피스 78권과 열혈강호 67권이 차지했습니다. 지난 주와 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오늘부터 신령님 21권과 원피스 77권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원펀맨 3권과 니세코이 16권이 차지했다는 점 정도입니다. 차트의 경직 상태가 조금 오래 가는 듯도 싶은데요. 뭔가 변동이 많아야 재밌는데 말이죠. 특정 작품들만 계속 잘 팔린다는 게 좋지만은 않습니다. 원피스 78권과 명탐정 코난 86권은 나온지가 벌써 두 달째란 말이죠. 조금 더 다채로워지면 좋겠다는 감상이 드는 8월 다섯째 주 차트였습니다.

차트하곤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인데, 신간 이야기하다가 생각이 난 게 하나 있습니다. 9월 2일자로 얼마 전 이름을 바꾸고 새로 출범한 피너툰의 마케터 분이 “사비를 털어 진행한다”라면서 트위터 리트윗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내건 상품이 서울문화사에서 8월 말 출간된 「남자 엉덩이 그리는 법」이었습니다. 상품도 마케팅 진행자분도 트위터 이벤트를 하려면 이런 걸 해야 해!라는 약 기운이 묻어나는 듯해서 재밌습니다. 책 자체도 최근에 봤던 국내 출시 만화 교본 가운데에선 가장 눈길이 가는군요. 다만 조금 더 세분화한 교본들도 들어오면 좋겠습니다. 전 그림도 못 그리면서 왜 이리 만화 교본들을 보면 가슴이 두근대나 몰라요.

지금까지 지난 주 베스트셀러 차트였습니다.

 

“만골남의 선택”

네. 다시 만골남의 선택 시간입니다. 만골남이 다섯 번째로 선택한 만화는 톰 골드의 「골리앗」입니다. 네. 그 골리앗 이야깁니다. 성서에 나오는 그 골리앗 말이죠. 다윗한테 돌팔매 한 방에 골로 간 그 덩치 큰 군인 말입니다. 워낙에 유명한 인물이라서, 아마 성서 속 인물 가운데 인지도로만 치면 적인데도 탑 10 안에 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대체로 물리력으로 비교할 수 없는 상대에 맞서는 형국을 일컬을 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하곤 합니다. 물론 다윗이 우리편이고 골리앗은 적이라는 구도죠. 덩치 큰 사람을 일컫는 표현으로도 잘 쓰이고 있긴 합니다만 말이죠. 서장훈 씨나 최홍만 씨 정도가 골리앗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덩치를 지니고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영국 만화가 톰 골드의 「골리앗」은 이 가운데에서 다윗이 아니라 골리앗에 초점을 맞춘 만화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비유 대상으로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인데, 사실 골리앗이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관해서는 성서에서도 그리 서술이 돼 있지 않습니다. 적이니까 그럴 수도 있는데, 나와 있는 면모로는 그냥 덩치 크고 무시무시한 적일 뿐이고 협박을 일삼다가 죽은 인물일 뿐이죠.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표현이 관용어처럼 쓰이듯 다윗의 용맹함을 부각하기 위해 따라붙는 악역처럼 나오는데, 하물며 크리스트교 계열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면 말 그대로 협박하다가 돌 맞아 죽은 악역 A 이상의 감상은 없을 겁니다. 그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화라니 뭔가 미묘하지 않나요? 대체 작가는 골리앗에게서 무엇을 봤을까요?

작품을 소개하기 앞서서, 크리스트교 계열 종교인 여러분께는 복습이 될 수 있겠고 아닌 분들에게는 예습하는 의미에서 골리앗이 어떤 인물인지를 소개하겠습니다. 골리앗은 구약성서의 사무엘서 상권 17장에 비교적 짧게 등장하는데요. 이 부분을 알아야 이 작품의 맥락을 알 수 있죠.

구약성서 사무엘서 상권 17장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키가 270cm쯤 되는 거인이 불레셋 진영에서 나와서 나랑 일기토 한 번 뜨자, 못하겠냐 야 이 등신놈들아~ 매일매일 40여일이나 아침 저녁으로 얼러대는 통에 이스라엘 군대가 임금부터 병사들까지 몽땅 덜덜 떨면서 저놈 잡으면 상 주겠노라 누구 없느냐 그랬는데, 베들레헴에서 양 치던 이새 할범네 8형제 중 막내인 다윗이란 꼬마가 나와서 저 놈이 누군데 하느님을 모독하냐며 내가 저 놈 죽이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형들에게 뭘 모르는 놈이 쌈박질 구경하러 나선다고 구박 받고 그러는데 이 당돌한 꼬마는 또 우씨 걍 물어본 건데 내가 뭘?이러고 또 이 사람 저 사람한테 가서 물으면서 저노무시키가 뭔데 우리 하느님 욕하는 거냐고 그러죠. 그 소리가 이스라엘 첫 임금인 사울 귀에 들어가고, 사울이 애를 불러다 놓고 야 니가 어떻게 저 큰 놈을 이기겠냐 하니까 다윗이 하느님이 빽이라능 보내달라능 걱정하지 말라능 그러죠. 그래서 못 이기는척 갑옷 입혀주고 그러니까 그것도 귀찮다고 홀랑 벗어놓고는 용맹하게 가서 돌팔매로 거인의 이마를 한 방에 박살내고 목 잘라 죽였노라-는 이야기입니다. 야훼 하느님이 우리 빽이니까 너 죽고 너네 다 짐승 밥 됐어!라는 협박은 별첨으로 남습니다.

심플하죠? 구조는 참 간단한데, 성서에 나오는 다윗은 다들 상대도 안 된다며 말리는 싸움에 기꺼이 끼어들어 맨몸과 돌팔매 하나로 적을 무찌른 영웅이고 골리앗은 그런 다윗에게 쓰러진 불레셋의 전사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봤던 성서 관련 서적들에서 골리앗은 정말 인간 같지 않을 만큼 무시무시한 인상으로 그려져 있어요. 피에 굶주린 악귀. 그런 골리앗을 갑옷 하나 입지 않은 다윗이 쓰러뜨렸다는 거죠. 그건 하느님의 가호 덕이니까, 그러니까 하느님을 믿자. 뭐 대체로 교회 주일학교 같은 데에선 그런 식으로 교리 공부가 흘러가긴 하는데요. 이후 이스라엘의 왕이자 구세주 예수의 조상이 되는 다윗의 용맹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톰 골드의 「골리앗」은 이러한 성서 구절의 흐름을 빌리면서 초점을 다윗이 아니라 오롯이 골리앗에게 맞춥니다. 그리고 그 골리앗의 모습에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골리앗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부여합니다. 제 아내가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내뱉은 첫 마디는 심지어 이랬습니다!

 

“골리앗~ 우리 귀여운 골리앗 아저씨를 죽였어~ 왜 죽였어~ 다윗 이 나쁜 놈~”

 

네, 이 만화에서는 골리앗이 엄청 귀엽게 나옵니다. 과연 베어 계열 남자가 득세하는 시대라고 할까요. 귀여운 곰 같은 순둥이에, 심지어 전사도 아닙니다. 행정병이에요 행정병. 그것도 제법 유능한 행정병. 전투에 나가는 것도 싫어하고, 칼 쓰기는 뒤에서 다섯 번째일 정도로 서투르고, 전투보다는 행정 처리에 능한 병사였습니다. 다만 좀 덩치가 클 뿐이죠. 그런데 어느 날엔가부터 느닷없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밤낮으로 소리를 지르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그 이후로 골리앗은 주어진 대본에 맞춰 다음과 같이 소리지르죠. 나는 가드의 골리앗이다. 블레셋인들의 전사다. 너네 중 한 놈 골라서 내게 보내면 싸울 것이다. 날 죽일 수 있다면 우리가 너희 종이 될 것이고 내가 그를 죽이면 너네는 우리 종이 될 거다.

싸움을 싫어하고 덩치만 무진장 클 뿐인 골리앗에게는 정말 생뚱맞기 이를 데 없는 명령이었는데요. 어째서 그런 명령을 받게 됐는지 골리앗은 알 길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대장이 외치라고 건네 준 대본을 보고 자신을 전사 운운하는 대목에 얼이 빠져 잠시 기절할 정도죠. 상황은 알면 알수록 어이가 없습니다. 자신이 입게 된 오 천 세겔, 약 57.5kg쯤 되는 의례용 갑옷은 조각이 뚝뚝 떨어지고, 방패막이라고 붙여준 꼬마 병사는 이래저래 얼이 빠져 있습니다. 근데 해야 하는 건, 적을 위협하는 대사를 외쳐야 하는 일입니다. 그야말로 대 이스라엘 방송이죠. 요즘 우리나라도 북한 쪽에다가 다 끝장보자 오늘 밤 미쳐보자 빵야빵야빵야 하며 노래 틀잖아요. 그런 거 시킨 겁니다.

대장은 그런 골리앗에게 말합니다. “핵심을 놓치고 있군, 골리앗. 자넨 전사처럼 보여. 자네가 할 일은 그저 ‘전사처럼 행동’하는 거야. 그러면 적은 우리 앞에서 몸을 움츠릴 거야. 실제 싸움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이건 정신력 싸움이야” 누군가 싸움을 걸어오면 어쩌냐는 질문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날 믿어 골리앗’ 하지만 사실 대장은 자기들 임금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쪽 사람 둘만 희생시키면 이 고착상태를 끝낼 수 있다. 임금이 불가능하다며 말을 끊으려나 하니 이번엔 플랜B를 내세웁니다. 군인 한 명과 한 벌의 맞춤 갑옷과 창, 검, 방패만 있으면 된다. 불레셋 쪽 임금은 그건 또 허락했습니다.

희생시킬 허수아비는 둘에서 하나로 줄었지만 대장의 계획은 명확해 보입니다. 저 거대한 몸집으로 방패만 되면 공격을 위해서든 도망을 치기 위해서든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겁을 확실하게 줘서 적이 물러나주면 좋고, 아니면 이놈 하나만 죽으면 그만이다. 어쨌든 대책은 되잖아요? 골리앗은 대 이스라엘 스피커로서 활용되면 그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골리앗이 전사가 아니든 칼을 잘 쓰지 못하든 이런 건 별 문제가 못 됩니다. 보이기로는 어쨌든 굉장히 크니까요. 후방에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온갖 소문들이 나돌기 시작합니다. 골리앗은 보기만 해도 물건을 태울 수 있고 낙타를 맨주먹으로 때려잡고 바위를 씹어먹고 거시기도 엄청 크다. 뭐 이런 거요. 심지어 병사들은 곰하고 거인하고 싸우면 누가 이길까로 내기해보고 싶다고 얼러대기까지 합니다.

그러든 말든 골리앗은 상관이 시킨대로 합니다. 어느 순간엔가부터는 체념도 하고, 어느 순간엔 군인들이 도박용으로 붙잡았던 곰이 도망치는 모습을 보며 붙잡으려 들지도 않습니다. 도망치는 곰을 바라보는 골리앗은 마치 부러워하는 듯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골리앗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인간이 아닌 곰이었다면 하는 생각을 품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대장은 적당히 희생양을 세워놓은 주제에 40일째 되니 성과를 내라고 골리앗을 윽박지르지만, 정작 골리앗은 시킨 대로 할 뿐입니다. 그리고- 안개 저 편에서 다가온 한 소년의 돌에, 죽습니다. 그렇게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성서에서 기술한 대로 완성됩니다. 강대한 협박자 골리앗이 하느님을 빽으로 둔 비무장 소년 다윗에게 죽어 목이 잘림으로써 말이죠.

사실 성서를 잘 보면 골리앗에 관한 서술은 정말 그냥 협박자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뭐 그럴싸한 무용을 보여준 것도 없고 그냥 키가 어마어마하고 무게가 엄청난 갑옷을 걸치고 묵직한 창 하나 들고 방패지기 하나 앞세워서 소리지른 게 전부입니다. 작가인 톰 골드는 이러한 골리앗이 사실은 마음 약하고 감수성 풍부한 행정병이었으며, 전황의 고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군부가 버리는 말로 선택한 병사라는 설정을 붙입니다. 그 어디에도 별다른 설명이 없던 골리앗에게 설득력이 생기는 순간입니다. 이 작품에서 골리앗은 무기와 방패를 들고 나와 누구 몇을 썰어다 놓고 어디 한 번 날 죽여봐라 이죽이는 것도 아니고, 목소리 잘 들리는 곳에 가서 매일매일 정해진 소리를 지르고 있었을 뿐이고, 입고 있던 갑옷도 의례용에 지나지 않습니다. 첩자일지도 모를 할아범도 죽이지 않고 도망가는 곰도 그냥 멀찌감치 바라만 봤을 뿐인 순둥이죠.

대장은 말도 안 되는 작전으로 성과를 기대하지만 될 리가 없고, 골리앗은 결국 버리는 말 답게 죽어나자빠집니다. 뭐 사람을 제대로 썰어 보지도 못한 채 돌 한 방에 퇴장했던 성서의 골리앗보다는 버리는 말 취급 당해서 버리는 말 답게 죽었다는 쪽이 그래도 성서 내 인지도 탑 10 안에 들만한 인물에게 붙을 만한 스토리 아닐까 생각됩니다. 원래 그만한 인지도 치고는 설명도 없어서 그냥 피에 굶주린 악역 A 정도 취급이다보니, 이렇게 약간만 비트는 것만으로도 골리앗이 굉장히 인간미 넘치고 안쓰러운 초식남이 되더라고요. 그 통념을 배반하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은 엄청나게 재밌어집니다. 인물 묘사도 굉장히 입체적이고 깊어집니다. 보편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법이 아주 멀리 있는 무언가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고 할까요.

근데 저는 이 만화를 보며 골리앗이 안쓰러워지는 것과 더불어 씁쓸해지는 대목이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다름 아닌 대장 때문인데요. 대장은 덩치 큰 군인 하나 희생시켜 적당한 전시 효과를 얻으려 합니다. 그리고 자기의 알량한 목적을 위해 골리앗의 등을 왕명을 명목으로 떠밉니다. 후방에서는 별의별 소문으로 골리앗을 포장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원작 만화보다는 영화 쪽 이야기긴 한데요. 제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삼았던 퍼스트 어벤저 편에서 약한 몸뚱이 탓에 입병을 거절당하다 슈퍼솔져 실험의 피험체가 되어 강대한 힘을 얻게 됐지만 정작 정치가는 당장의 쓸모가 마땅찮았던 그를 선전 도구 정도로 활용하려 듭니다. 영웅의 이미지를 활용한 사기 진작용 캐릭터로 전락한 셈이죠. 이 만화 「골리앗」에서의 골리앗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대해 보이는 육체를 지니고 있지만 사실은 문서작업에 특화한 유능한 행정병 골리앗은 상관의 필요에 따라 선전 도구로 활용됩니다. 불레셋은 전쟁이 한창이라면서 골리앗을 이스라엘군 앞에다 세워다놓고 임금 생일 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을만큼 엉망진창이죠.

골리앗은 말 그대로 만들어진 전사, 만들어진 영웅입니다. 그가 이스라엘군 앞에서 살아서 버티는 한 대장은 실적을 자랑할 수 있고 사람들은 강한 거인의 비호 아래에 안심할 수 있죠. 캡틴 아메리카에 빗대 말하자면 캡틴 불레셋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위치입니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가 힘을 내보일 기회를 얻으며 일말의 회의감을 벗어던지고 진짜 영웅이 될 기회를 잡았던 데 비해서 캡틴 불레셋은 그럴 기회를 잡지 못합니다. 작가가 아무리 골리앗의 본래 모습을 상상하려 한들, 결말까지 바꿀 수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골리앗을 죽인 건 다윗입니다. 하지만 골리앗은 이미 죽음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몸이 크다는 이유로 버리는 말로 선택당했으니까요. 그러니까 사실 이 작품에서만은 골리앗을 실제로 죽인 건 대장입니다. 목적과 자기 실적을 위해서라면 버리는 말 정도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나쁜 정치의 일면인 셈입니다. 다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건, 정치가 나쁜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언제나 나쁜 정치를 하는 게 나쁜 거죠. 나쁜 정치는 늘 애먼 사람을 기꺼이 죽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 무슨 칭호를 붙인들 죽은 자만 불쌍하죠.

그래서 이 작품에 한해서만은 골리앗의 죽음이 굉장히 애처롭습니다. 안타깝네요.

네, 오늘은 이렇게 톰 골드의 「골리앗」을 살펴 보았습니다. 채 100쪽이 안 넘는 그래픽 노블이고, 내용이야 다윗과 골리앗의 골리앗 이야기다 보니 결말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작품입니다. 골리앗은 다윗에게 돌 한 방에 쓰러지고 목 잘려 죽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하느님의 위대함으로 포장돼 있는 성서 속 이야기에서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골리앗의 정체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자기 진영에서 이용당하고 버려진 말이고, 말 도 안 되는 선전의 주인공이 되어 몹시도 강대한 이미지로 포장되었다가 들판에서 쓸쓸하게 죽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알고 있습니다. 설령 골리앗이 다윗에게 죽지 않았던들 아무도 자기편에서조차 골리앗의 본래 모습이나 마음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요. 또한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성서에 기록된 대로, 다윗에게 죽어 목이 잘린 시점에서 골리앗은 불레셋의 흉포한 병사 A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작가인 톰 골드가 그러하였듯이, 어쩌면 우리에게는 겉으로 드러난 구도에 얽애이지 않고 본질을 보려 하는 태도가 필요한 게 아닐까요. 그런 생각이 자꾸 드는 작품입니다. 짧은데도 몇 번이고 곱씹게 되고, 단순한 그림임에도 자꾸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 정말 마음으로 권하면서 이번 방송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만골만골한 한 주 보내십시오. 서찬휘였습니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이자 만화정보저널 사이트 '만화인' (http://manhwain.com) 운영자. 글쓰기와 만화를 좋아하던 프로그래머 지망생이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만화와 얽힌 글을 쓰면서 만화 정보를 묶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짜고 있다. 자생한 1.5~2세대 한국형 오덕으로 덕업일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츄럴 본 프리랜서. 칼럼, 연구, 비평, 강의, 방송, 캘리그라피 등 만화와 관련해서는 오는 의뢰 안 막는 자판기형 용병의 삶을 구가 중이다. 최근엔 열심히 애 아빠로 클래스 체인지 시도 중. 봄이야,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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