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위로가 행복한 미래를 위한 응원이 될 수 있다면: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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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를 그리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작가

<단지>는 제목과 동명인 단지 작가가 가족과 겪고 있는 어긋난 감정들에 관한 사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단지는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와 남동생과 함께 살아오면서 매우 불합리하고 무정한 삶을 살았노라고 고백한다. 이제 그 아픈 속내는 비밀스러운 일기장으로부터 빠져나왔으며, 독자들은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한다.

<단지>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는 매우 개인적인 일이며,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조명하고 있다. 더구나 토대는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써왔던 일기장에 기대어 있기에 그것의 객관성이나, 이야기의 완결성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는 일기장에 적힌 세밀한 감정들을 이미지로 전달하며 장면의 공감능력을 배가시켰다. 그것은 작가가 직접 경험했던 일들이기에 감정을 이미지로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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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는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소재 상으로 일상툰과 구분하기 어렵다만, 일상툰이 보편적인 가족애를 그리고 있다면, <단지>는 특정한 가족사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일상툰이나 그 밖의 콘텐츠들에서 파생된 ‘가족’의 개연성은 소소한 부딪힘이 있더라도 화해와 사랑으로 귀결되는 행복이다. 그러나 <단지>에서 묘사되는 가족은 정형화 된 ‘대개 그러리라고 생각되는 성질’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기에 <단지>는 매우 낯설게 다가온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야기란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비정상이 된 상태를 정상으로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므로 가족 소재의 이야기는 비정상적인 상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새엄마, 새아빠, 폭력, 이혼 등 정형화된 가족의 이미지와 상반된 요소들이 가족 이야기의 조건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보았을 때 단지가 꺼낸 가족사는 더 이상 생경한 것이 아니게 된다. 그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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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경험을 옮겨 그린 것이기에 장면마다 감정의 몰입이 극대화된다.

<단지>의 낯섦은 그것이 진짜라는 작가의 고백,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는 듯한 말 걸기에서 드러난다. 웹툰은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픽션임을 가정하지만 <단지>는 논픽션이라는 사실을 작품 내부에서 작가가 직접 밝힌다. 작가가 털어놓는 대사 외에도 일기장을 통해 전해지는 세세한 감정들은 그것이 꾸며낸 이야기일 것이란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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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근래의 웹툰이 스마트폰이라는 매우 개인적인 디바이스를 통해 소비된다는 점에서 <단지>는 독자와 교감하기에 적합하다. 개인적인 디바이스를 통해 작가가 자신을 드러내며 독자에게 말을 거는 방식은 덧글 없이도 공감에 대한 답변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작가와 독자와의 사이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즉,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오는 현실감은 오히려 이야기의 개연성에 강하게 관여하면서 독자를 몰입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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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는 가족의 이해보다 작가 자신의 행복을 위한 여정이 되길 응원한다

지금까지 <단지>는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며 그와 같은 상처를 갖고 있는 독자에게 위로를 주고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작가가 밝혔듯이 <단지>는 작가 자신의 한풀이 웹툰이다. 그러나 그가 받은 많은 관심과 사랑은 더 이상 <단지>를 작가 개인의 한풀이 만화에 머물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단지>는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이 작품을 보고 위로받은 독자에게도 같은 의미이기에 결말은 매우 중요하다. 무조건적인 가족과의 화해를 끌어내 보편적인 가족의 개연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혀 중대하지 않다. 다만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일은 매우 절실하다. 이것은 단지 자신의 이야기이며, 삶과 연관된 것이고, 이것을 지켜보는 독자들이 많으므로 그가 어떠한 과정 안에 있던 행복해져야 한다. 비밀을 공유한 독자들은 단지의 행복을 응원하고 있으므로.

홍난지

만화가 왜 재미있는지를 그럴 듯하게 설명하려고
공부하다 보니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명이 아니라 진짜 만화박사가 되기 위해
아직도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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