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기묘하고 따뜻한 동화_ <묘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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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진전>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댓글 하나가 기억난다. “이 웹툰은 한번 보긴 어려워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 묘진전은 극의 전체를 장악하는 큰 스토리는 없지만, 서사의 힘이 강한 웹툰이다. 묘진을 중심으로 가지처럼 엮여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지점에 오면 멈출 수 없는 몰입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묘진전>이 가진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묘진전>은 오니와 천계 그리고 인간세계를 오가는 묘진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동양적인 느낌의 그림체와 차분하지만 집중할 수 있는 내레이션 방식의 전개는 마치 음성지원이 되는 한 편의 영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일까? <묘진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웹툰의 느낌보단 한 편의 전래동화를 읽는 것 같다. 웹툰의 전체적인 컬러는 다소 어두운 색체를 가지고 있는데 그 배경 속에서 간간히 보이는 빛의 화사함은 힘든 삶 속에서도 놓지 말아야 할 한줄기 희망처럼 느껴진다.

<묘진전>은 기존에 있는 우리나라 전설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실제로 구전되어 오는 전설의 이야기가 아닌 재창조를 통한 퓨전 웹툰에 가깝다. 반지의 제왕이나 공각기동대와 같은 전설을 모티브로 한 영화, 애니메이션의 성공을 필두로 우리나라에서도 전설을 콘텐츠화 시키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구전되어 내려오는 전설을 이용한 원석 발굴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을 위해서는 묘진전과 같은 전설의 재창조가 신선하고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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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진전>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캐릭터의 힘이다. 한쪽 눈이 없는 나쁜 남자 묘진을 비롯해, 그와 엮여 있는 3인의 인물이 등장한다. 무표정한 얼굴에 시크할 만큼 무뚝뚝한 주인공 묘진은 여성 네티즌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특히 <묘진전>의 영화화를 바라는 네티즌들의 가상 캐스팅 목록에 톱 배우들의 이름이 언급될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묘진의 아들 산이, 욕망의 끝을 보여주는 진홍, 원한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막만까지 이들에겐 완벽한 선도 완벽한 악도 그 어느 것 하나 또렷하게 경계 지어지지 않는다. 단지 본성의 ‘악함’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환경이 그들을 어둠 속으로 던져 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음습하고 어두운 오니에서 벗어나 천계의 아름다운 태양을 보겠다는 갈망이 차가운 묘진을 만들었고, 자신이 가진 욕망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불안이 악랄한 진홍을 만들었다. 묘진을 친부라 믿은 산이의 그리움과 사랑이 증오를 만들었고 진홍의 질투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진 막만의 원한이 그녀로 하여금 저주를 품게 했다.

묘진과 그를 둘러싼 캐릭터들의 긴 여정은 결국 어둠 속에서 빛을 잃지 않기 위해 무던히 싸워 얻는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옛날 옛적으로 시작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와 같은 전래동화 속 교훈은 없지만, <묘진전>에서 풀어내는 잔혹함들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도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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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경쟁 사회 속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혹은 자신이 만든 목표를 위해 타인에게 상처와 희생을 강요하고 그 결과 희생당한 누군가는 또 다른 증오와 원한을 갖게 되는 것이 묘진전이 보여주는 이야기와 비슷한 것 같다. 그것은 곧 또 하나의 힘이 되어 우리가 소중하게 지켜온 것들을 파괴함으로 끝내 반복되는 희생을 만들어 낸다. 어둠이 짙게 깔린 현실의 냉정함이 작가가 풀어낸 천계와 오니 그리고 인간세계가 우리의 현실에 반영된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둠 속을 살 수 있는 것은 ‘사랑’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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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진전>의 결말에 가까운 4부에서는 묘진과 막만의 굿을 통해 그동안 자신들이 저지른 살생의 용서를 빌고자 한다. 막만은 자신이 가진 증오와 원망이 결국 악취를 풍기는 추한 괴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마지막 희망이자 소망인 묘진의 안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꽃비가 되어서야 묘진에게 닿을 수 있었던 막만은 비로소 달래라는 자신의 이름을 찾는다.

마지막 회를 1회 정도 남긴 시점에서, <묘진전>의 결말이 기대된다. 마치 실타래처럼 서로 엉켜 있는 주인공들의 원한과 증오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화해와 용서마저도 묘진의 캐릭터처럼 무던하고 담백하게 이끌어나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묘진전>을 애정 하는 나의 작은 바람일까? 작가의 말처럼 기묘하지만 잔인한 결국에 따뜻한 그들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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