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세계로 초대합니다_ <양말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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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신비한 것을 환상적이라고 표현한다. 환상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표현된 콘텐츠를 인식하는 것으로 가짜가 추구하는 사실적 감각을 접하면서 만들어진다. 즉, 우리는 그것이 허구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우리가 스스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며 환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환상은 눈으로 지각할 수 없는 형상을 느끼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하였으나 이미지로 환상을 구현하는 것이 일반화되며 다양한 콘텐츠에서 나타나게 되었는데,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되고 있는 <양말도깨비>는 특히 아름다운 이미지를 선보일뿐만 아니라 신비한 세계를 밀도 있게 그리며 환상을 제공한다.

<양말도깨비>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루어진 사계의 섬 중 봄꽃 마을에 살던 소녀 박수진이 마을을 떠나 함박눈 마을에서 생활하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다른 마을에서 한층 더 성장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며 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그녀 혼자 떠나 온 것이 아니라 그녀의 가방에 있던 ‘양말도깨비’도 함께였다. 양말도깨비는 양말을 먹고 사는 도깨비로, 인간에 의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그녀는 어느 날부터 양말이 한 짝씩 사라진다는걸 깨닫고 책에 나온 방법대로 양말 도깨비를 잡아 ‘믕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함께 생활하게 된다. 이렇게 <양말 도깨비>는 수진이가 양말 도깨비를 비롯하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마을에 적응하면서 따뜻함이 가득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이다. <양말 도깨비>는 양말을 먹고사는 도깨비라는 특이한 설정과 다양한 인종에 대한 설정이 나타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사랑스럽고 독특하게 그려지는 이미지에 더욱 눈길이 가는 작품이다.

만화에 등장하는 양말 도깨비는 양말을 먹고 사는 도깨비이다. 수진은 양말이 한 짝씩 없어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며 양말 도깨비에 대한 정보를 찾게 되는데, 수진이가 문헌에서 찾은 양말 도깨비의 이미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무서운 도깨비의 모습 그대로이다. 게다가 양말 도깨비를 등장시키기 전 어둠 속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만 들려주는 연출은 양말 도깨비에 대한 무서움과 두려움을 키우며 상당히 악(惡)하게 생긴 캐릭터를 예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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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가 잡게 된 양말 도깨비는 우리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하얗고 둥그스름한 얼굴에 작은 몸과 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 양말 도깨비의 모습은 귀엽다는 말로만 표현하기에 아까울 정도로 사랑스럽다. 여기에 수진이가 머무르는 집을 관리하는 카트린에게 애완동물이라며 소개해 주기 위해 강아지의 모습으로 변장을 시켰을 때는 강아지처럼 구는 것을 보여주며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이러한 표현은 이 생물체가 도깨비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만들 뿐만 아니라 수진이가 지어준 믕이라는 이름이 매우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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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환상성은 믕이 외에 빅풋들과 카트린 등 다양한 인물들에게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빅풋은 몸집이 굉장히 크고 푸른 종족들이다. 이들은 함박눈 마을의 원주민으로 추운 지역에 사는 종족들답게 파란 피부를 갖고 있다. 인간의 모습이지만 파란 피부를 갖고 있는 이들은 어색해 보일 수 있지만 풍성하고 하얀 수염으로 산타 할아버지를 연상시키며 포근함을 선사한다. 이러한 새로운 종족의 묘사는 카트린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데, 카트린은 개구리를 모티브로 하여 미(美)로 판단하자면 예쁜 것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개구리의 작은 체구와 반질거리는 피부 대신 큰 눈과 입술을 포인트로 그리며 존재감을 부여하고, 조금 큰 덩치로 반전을 만들어내며 개구리 종족을 색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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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들의 환상성은 수진이가 머무르는 함박눈 마을의 정경과 함께 더욱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함박눈 마을은 언제 어디서나 꽃을 배경으로 할 수 있는 봄꽃 마을과 비교했을 때 아름다움을 나타내기에는 다소 부족한 곳이지만 그에 맞는 특징을 선보이며 환상을 만들어 낸다. 함박눈 마을은 첩첩으로 쌓인 집들이 마을을 만들고 있는데 고래 가스를 이용하여 따뜻함을 유지하는 곳이다. 이곳은 해가 들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불빛을 켜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표현으로 인해 우리는 불빛이 만드는 몽롱한 환상에 붙잡히게 된다. 봄꽃 마을이 싱그러운 따스함을 보여주었다면 함박눈 마을은 어둠을 밝히는 희망과 같은 빛으로 아름다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 밖에도 <양말 도깨비>는 칸의 연출과 세심한 소품의 표현으로도 지속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넝쿨과 꽃을 두른 칸의 표현은 마치 크리스마스의 리스처럼 보이는데 이러한 연출은 캐릭터들에게도 종종 사용하며 행복한 캐릭터를 상상하게 만든다. 거기다 꽃이 그려진 회중시계와 알록달록한 이불, 뜨개로 만든 소품들, 앙증맞고 귀여운 양말의 향연까지 보여주는데, 심지어 독자들은 고양이 족인 리라가 사과의 의미로 수진이에게 준 멸치까지 귀엽다고 표현할 만큼 눈을 현혹시킨다.

이렇게 <양말 도깨비>는 독특한 설정과 이미지로 사실이 아닌 허구의 세계임을 인식하게 만들지만 세세하고 꼼꼼한 표현으로 작가가 구현한 환상적인 세계에 빠져들게 만든다. 때문에 작가가 그려내는 새롭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작가가 만든 세계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게 만드는 동화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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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만으로 참을 수 없어서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연구의 길을 걸을수록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더 없어지는 아이러니를 겪고 있는 1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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