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좌담 스플래쉬

“만화, 축제를 즐기다”란 기획으로 만화와 축제 전문가들의 글을 받았다.
박인하, 한상정, 정형탁의 앞선 글이 그것이다.
이어서, 만화축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좌담을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디지털만화규장각과 크리틱엠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진행한다.
(편집자 주)

만화축제 특집 좌담: 만화, 축제를 즐기다
때: 2015년 9월 4일
곳: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실

좌담에 함께 한 사람들
박재동(부천국제만화축제 조직위원장)
한창완(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김종옥(상명대 외래교수, 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사무국장)
장상용(부천국제만화축제 사무국장)
박건웅(만화가, 2014부천만화대상 대상 수상)
조희윤(카툰캠퍼스 대표)
사회: 이재식

 

이재식
안녕하세요. ‘만화, 축제를 즐기다’ 좌담회에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기획은 만화축제를 주제로 한 좌담인데요, 축제를 비롯해 우리 만화사의 기억할 만한 큰 전시나 이벤트 등은 토론 범위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만화 100년을 맞아 한 ‘만화100주년 전시회’입니다. 또 한국만화박물관과 서울 명동의 재미랑, 얼마 전 문을 연 둘리뮤지엄 등 만화 상설 전시 공간 등을 만화 축제와 관련해 말씀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분들 서로 잘 아실 텐데요, 개인적인 소개는 않고, 축제와 관련한 소개를 간략하게 하겠습니다. 박재동 선생님, 부천국제만화축제(이하 비코프, BICOF) 조직위원장으로 있으시죠. 어린이만화축제를 제안하셨고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축제(이하 시카프, SICAF) 태동 전부터 준비위원으로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창완 교수님은 1995년 시카프 초대 대회의 수석 큐레이터를 맡으셨습니다. 김종옥 선생님은 시카프에 사무국장으로 오래 참여하셨지요. 몇 년인가요? (김종옥: 9년입니다). 네, 오랫동안 시카프에서 일하셨고요. 장상용 선생님은 현재 비코프 사무국장으로 있으시죠. 축제 상설 조직의 첫 ‘전문’ 사무국장으로 봐주셔도 될 것 같은데요, 이전에 시카프 등 만화전시에 큐레이터로 참여하신 적 있으시고요. 박건웅 선생님은 지난해 비코프 만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셨는데요, 올해 비코프 특별 전시관을 직접 꾸미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조희윤 대표님은 만화전시를 오래 전부터 해오셨지요. 서울 명동의 재미랑을 기획하고, 집을 지으셨지요. 여러 분야의 전문가 선생님들 모실 수 있어, 토론이 기대됩니다. 저는 대화에 최소로 개입하는 것으로 진행을 돕겠습니다.

Web__MG_4349
박재동. 만화가, 부천국제만화축제 조직위원장

박재동
‘축제’라고 하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게 있는데, 시카프 행사 이전부터 살펴봐야 하고, 여기에 대해선 내가 말해야 될 것 같아요(이하 박재동 선생님은 좌담에서 평어체를 사용한 것을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살림. 편집자 주) 1994년에 우리만화연대(이하 우만연)가 아직 사단법인이 아닌 상태일 때 우만연에서 “만화전을 하자”라는 기획이 있었어. 만화전을 하자, 그것도 인사동에서 하자는 거였는데…. 그 전에는 만화 전시라는 게 없었어. 그래서 최초로 만화전시를 인사동 인데코 화랑에서 하자고 했어. 전시 제목은 “만화는 살아있다.” 그게 지금 축제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지. 그때 옛날 만화 원고들도 있고, 지금으로 말하자면 작가들의 ‘일상툰’이지, 카툰 같은 원고도 골고루 볼 수 있었어. 처음으로 볼 만한 전시 같은 게 이루어진 거지. 그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인사동에 그 화랑이 오픈한 이래 그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경우가 없었다고 해. 심지어는 2층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엄청나게 온 거지. 그때 대중의 반응이 너무 대단하니까 당시 문화관광부에서도 사람들이 왔어.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싶어서. 나중에는 차관도 오고 난리도 아니었어. 나중에 시카프를 담당한 사무관이 “만화가 이런 저력이 있는 줄 몰랐다”면서 놀란 거야. 그래서 우만연을 사단법인화를 하자고 했지. 왜냐하면 우만연이 사단법인이 돼야 같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거고, 정부 입장으로서는 믿음직한 만화계의 파트너가 필요했거든.

그때 (전시회를 보고) “아! 만화가 보통이 아니구나! 폭발력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한 거지. 그래서 문광부에서 “이것을 키워보고 싶다!”라고 생각을 한 거야. 그래서 그때 처음 시카프라는 걸 만든 거야. 코엑스에서 처음 시작을 했어. 인사동에서 처음 붐을 일으킨 것처럼 (코엑스로 옮겨진 후) 장소의 확대만큼이나 그 붐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게 된 거야. 왜냐면 ‘만화 전시회’, ‘만화 축제’라는 것이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어. “무슨 만화를 가지고 축제를 하냐?”라고 생각할 정도로 당시에는 익숙지가 않았다고. 그전에 만화라고 하면 뭔가 좀 어둡고 낮고 그랬던 것이 햇빛 아래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신선하기 짝이 없는 거야. 그때 만화가 ‘문화’이면서 ‘문화산업’이라는 인식이 생겼어. 그때 만화계가 단결했지. 만화가 천시 받고, ‘하위문화’로 인식되었던 것들에 대한 한이 다들 있었던 거야. 그래서 이것을 드러내놓고 ‘만화는 훌륭한 문화다’, 또 ‘문화산업이다’라는 걸 드러내놓고 싶었던 거지. 출판사 사장, 교수, 만화 원로작가, 관료들이 만화를 키워보자고 단결했어. 그때 당시 내가 지금 장상용 사무국장 같은 비슷한 일을 했는데, 당시에는 만화부스를 내면 대원이니 학산이니 다 와서 해야 했어. (부스에서) 장사한다고 돈이 남는 건 아니지. 애들이 와서 인건비 대비, 책을 많이 사는 것도 아니거든. 부스비도 내야 하고. 아무튼 속으로는 다들 별로 하고 싶지는 않은 거야. 적자거든. 그래도 “만화계를 위해서 해라.”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부스 비용을 내면서 오는 거야. 마지못해 하는 것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해야 안 되겠나.”라는 마음으로 했겠지. 어쨌든 그렇게 해서 수십만의 사람들이 미어터지도록 들어왔어. 사람들이 막 몰리고 있었는데 그 김이 빠지기 시작한 게 내 기억으로는 캐릭터페어가 분리되면서부터야.

캐릭터페어를 같이 했어야 했어. 축제란 사고 팔고, 주고받는 어마어마한 거거든. 구경만 하는 게 아니고 직접 만지고 사고 팔고 해야 되는데 그때는 잘 몰랐던 거야. 캐릭터페어를 사력을 다해서 잡았어야 했어. “같이 하자. 캐릭터도 만화의 일부 아니냐.”라고 했지만 결국 나가버린 거야. 근데 애들한테는 캐릭터페어가 더 재밌는 거지. 결국 경쟁이 되어버린 거야. 당시 시카프만 해도 젊은이들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 이번에는 무얼 할 건가, 작가부스는 누가 나왔나 하면서 팬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리고 그랬거든. 열기가 대단했지. 근데 해가 갈수록 이제 새롭지가 않은 거야. 축제가 진화를 하고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야. 한다고 했지만 만화축제가 더 이상 특별할 게 없었던 거지. 이제는 축제에 가지 않아도 만화를 볼 수 있으니까 축제에 오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점점 시카프도 힘이 빠지고 축소되고… 급기야는 예산도 떨어지고 힘겨워진 거야. 그런 만화축제의 모습을 지켜본 거지.

그 다음에 비코프가 있잖아. 근데 비코프는 시카프랑 달랐지. 시카프는 크게 시작을 했다가 점점 그 열기가 식어 갔던 거고, 비코프는 조그맣게 시작했어. 내가 볼 때 처음은 거의 학예회 수준이었지. 그랬는데 여기 부천은 점점 커져 온 거고. 그래서 만화축제에 대한 고민은 결국 “축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것들을 이제 앞으로 같이 얘기를 나눠야 되겠지. 만화는 늘 보지만 그것을 축제로 했을 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게 만들 수 있는가, 그런 고민을 치열하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와야 할 이유가 없는 거지.
특히 요즘 웹툰은 너무 쉽게 접하고 볼 수 있는데 웹툰을 전시하는 게 제일 어려워. 한국만화 100주년 전시도 내가 총괄했는데 거기에서 ‘만화의 현재’를 두고 웹툰을 전시하는 게 있었는데 전혀 새로운 게 아니었어. 웹툰은 늘 보는 건데 어떻게 전시를 해야 하는가, 이것도 정말 고민이야. 축제라는 건 사람들로 하여금 가고 싶게 만들고 오고 싶게 끌어야 하는 건데…. 이제 시카프와 비코프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이나 코믹월드 같은 걸 보면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어떤 것인가 논의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어.

 

축제좌담 경청

 

박건웅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까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 거기도 작가들이 좌판을 깔면서 시작을 했잖아요. 처음에 앙굴렘이라고 하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시골의 소도시에서 만화가들이 좌판을 깔았던 것이 축제의 시작이었는데, 이후 “만화축제를 했더니 다른 도시 사람들이 만화를 보러 오더라.”해서 시에서도 지원이 들어와서 결국 그 정도로 커지게 된 거죠. 시카프도 처음에는 작가들이 무엇이든 해보자는 시도로 행사를 만든 건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작가들은 뒤로 빠지게 되는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작가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게 되고 그 자리를 산업적인 부분들이 채우기 시작하면서 앙굴렘에서도 작가들이 소외되는 과정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축제의 기획에서) 작가 참여도가 줄어들고 기획에 참신도가 떨어지면서 사람들이 점점 오지 않게 되었다는 얘기가 들려오게 되는 거죠. 결과적으로 작가들이 주도적으로 행사를 참여하는 부분이 초창기보다 많이 미흡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박재동
내가 작가의 입장에서, 기획자의 입장에서, 또는 집행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초기에는 작가들의 참여가 굉장히 열성적이었어. 아까도 말했지만 그때는 만화가 억압당하고 천시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기를 모으자, 서로 돕자 하는 마음으로 모였다고. 작가들도 자기 일로 여기고 많이 참여도 하고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피곤한 거야. 전시 기획하는 쪽에서는 “이게 당신들(작가들) 일 아니냐? 그러니 당연히 공짜로 시간을 내서 와서 참여해야 하지 않냐?” 이런 인식이 있던 거야. 그건 내가 작가로서 불쾌했어. 작가들 다 바쁘거든. 바쁜데, 또 전시기획자로서의 입장에서는 좀 왔으면 좋겠어. (나는) 그런 두 가지 입장이 있지만 (집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태도가 있었어요. 초기에는 그게 통했지. 같이 말하고 기획하니까.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기획들도 새로울 게 없는 데다가 이들이 작가들을 대접하질 않는 거야. 작가를 존중한다든가, 모셔온다든가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거야. 기획자들은 “이거는 당신들(작가들)의 축제 아니냐.”라고 하지만 작가들은 그게 와닿지 않는 거야. “이게 내 축제다.”라는 느낌이 없는 거지. 나도 작가로만 있을 때는 비코프 이런 데 정말 할 수 없이 갔었어. 아무래도 만화계 선배인데 안 가면 좀 그렇잖아. 그래도 가능하면 안 가려고 했지. 왜냐면 새로울 게 없잖아. 내가 그랬는데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수 있지. 그래서 작가들에게 “이건 당신들 일 아니냐.”라는 태도는 위험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준다든지 대우를 잘 해준다든지. 아무튼 뭔가 있지 않으면… 오겠나?

박건웅
작가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게 돈을 많이 준다거나, 뭐… 인사 차리는 예우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작가들이 축제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랄까, 선택의 폭이 넓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굉장히 제한적이고 작가가 축제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한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가령 작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게 캐리커처잖아요. 자기 작품을 가지고 와서 판매하거나 본인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부스를 꾸미거나 창조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캐리커처 등, 굉장히 단편적으로 소재가 제공하고 있고, 이런 모습들이 관객들에게는 굉장히 지루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거죠.

박재동
이야기하다 보니까 뒤늦게 생각난 건데, 나도 가서 캐리커처나 그려줘야 한다면 골치 아프고 피곤하지. 하지만 누군가 (이벤트를 기획해서) “선생님. 이번에 팬클럽 몇 명이 행사에 와서 선생님이 오시는 걸 학수고대 하고 있다.”라고 한다면 오히려 안 가는 게 곤란하지 않을까? 작가에게 ‘당신이 오면 사람들이 올 것이다’ 이것이 아니라, 팬클럽 등을 미리 조직해서 팬클에게 ‘당신들이 직접 축제 기획을 해라. 약간의 지원을 하겠다.’하면 그럼 작가가 더 적극적으로 즐기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지.

박건웅
제가 말한 것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그런 아이디어들이 나와서 작가들이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구상하고,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지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거죠. 지난 10년 동안 작가가 중심으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갈수록 작가들은 뒤로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한창완
결국 작가 중심이 되는 기획이 없는 거죠. 제 생각은 그래요. 아이디어가 없는 거죠.

박재동
사실상 작가는 축제의 들러리로서 이용가치가 있는 거지(웃음). 정말 작가 중심으로 뭔가 생각을 해야 해.

조희윤
축제 조직위원회에서 기획하는 게 있잖아요. 거기에서 작가분들과 관계자분들께서 그런 아이디어를 모아서 기획하려고 이 조직이 구성되어 있는 건데 어쨌든 그 안에서 이런 ‘꺼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거잖아요? 사인회가 필요하면 거기에 맞는 작가를 섭외하고, 주제전시가 필요하면 거기에 맞는 작가를 초대한다거나, 해외 특별전시를 위해 작가나 콘텐츠 수급을 하는데요. 제가 왜 이 얘기를 하냐면 지금은 제가 만화를 가지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도 하지만 예전에는 기존의 기획 전시들을 진행하는 일을 비코프에서 했어요. 주제에 따라 진행하기 이전부터 “이번에는 이런 주제로 기획을 해보는 게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 단계서부터 (작가들과 관계자들이) 같이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우리는 항상 용역인 거예요, 한마디로. 정해져 있는 주제에 (예를 들어) “김동화 특별전이 내년이니까 조희윤이 와(서 진행 해).” 또는 “인터렉티브 관련 행사가 있으니까 여기에는 누구(가 담당해서 진행해라).”라는 식으로 전시 내용도 뭔가 이미 정해진 퍼즐판에 하나하나씩 사람을 끼워 넣는다는 느낌이 들었죠. 비슷한 뉘앙스로 작가들의 참여공간을 닫아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통로는 과연 있을까요. 작가분이 운영위원으로 있고 집행위원으로 있어 목소리를 내더라도 운영하는 가운데서는 이미 짜여 졌던 뭔가가 계속 있어왔던 거죠. 그 부분을 어떻게 우리가 열어놓고 (작가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모를 할 건지, 혹은 새로운 아이템에 대해 같이 해보자고 한다든지, 그런 (연결통로를 통해) 작가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발하는 동기가 된다는 거죠.

 

Web__MG_4493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한창완
지금 작가 얘기가 나오는데요, 축제에는 주체가 여러 개가 있습니다. 기획하는 사람도 있고, 참여하는 작가도 있고, 행사를 보러 오는 일반 대중들도 있고, 그리고 스폰 하는 기업도 있고요. 이게 각각의 주체가 다 있는 겁니다. 그 주체들이 각각의 역할을 제대로 돌아가면서 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지, 어떤 한 쪽에 편향되거나 그런 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재미있는 게 시카프 초기에 얼마나 작가를 우습게 봤는지에 대한 일화가 있는데, 그때 김진 선생님이셨나, 신일숙 선생님이셨나… 아무튼 사인회를 진행하는데 워낙 줄을 많이 서니까 동선이 막히는 거죠. 그때 코엑스에서 무슨 얘기를 했냐면 밖에 나가서 하라는 거예요. 근데 한여름이어서 코엑스 앞마당 뙤약볕에 (작가도 내보내고) 사람들이 줄을 200m를 서게 하는 바람에 난리가 났거든요. 작가가 와서 사인회 하는 것도 축제인데, 축제를 위한 동선을 만든다고 작가를 내쫓아버린 게 초창기의 인식이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아예 ‘만화축제가 왜 생겼는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아까 시작하면서 박재동 선생님께서 94년에 우만연에서 ‘만화는 살아있다’ 전시를 시작한 게 “만화가 이런 것도 있다, 당신들이 만화방에서 만화잡지에서 보는 만화 말고도 이런 것들도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 열악한 환경에서 인사동에서 전시를 시작했던 것으로 말씀하셨죠. 그때 문광부에서 만화라는 콘텐츠가 문화산업이라는 걸 인식을 하던 땐데, <쥬라기공원>이 자동차 회사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라는 연구결과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왔죠. 그래서 당시에 김영삼 대통령이 했던 말이 “우리도 스필버그 감독처럼 뭔가 부가가치가 높은 걸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했는데 당시에 수출 실적이 영화보다도 많았던 게 애니메이션이었어요. 하청을 많이 했으니까.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뭐냐? 그러다보니 만화를 하게 된 거예요.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구분이 안 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러면 “애니메이션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아, 그럼 축제를 합시다.”라고 해서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아이디어도 좀 얻고 기업들도 뭔가 붐을 조성을 합시다라고 해서 만들어진 게 시카프죠. 코엑스 한편의 조그만 공간에서 초창기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때 우리의 가장 큰 목적은 사람들이 만화를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천시하는데, ‘만화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사람들의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하는 생각이었죠. 그러면서 국가지원을 받았고요. 그런데 국가지원금만으로는 힘드니까 그러면 어디서 “스폰을 받아라, 시드머니를 받아라.”라고 해서 어쩔 수 없는 가장 돈을 많이 낸 기업의 부스가 중심이 되어서 축제를 진행했던 게 시카프의 초기 모습이었던 거구요. 게다가 90년대까지만 해도 시카프에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이 전부 통합되어 있었어요. 그렇지만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국가적으로도 캐릭터산업이 많이 커지면서 캐릭터페어가 따로 나가고, 영화도 따로 나가고, 게임도 또 따로 나가고. 그러다 보니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제외하면 사실 ‘만화’라는 콘텐츠만 가지고 전시를 하기에는 (기획의) 한계에 부딪힌 거예요. 이게 20년을 해왔다는 건 써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는 다 써먹었다는 소리거든요. 그러니 처음에는 신기해서 왔던 사람들도 “몇 년 가보니 그게 다 그거더라.” 라는 인상이 심어지게 된 거죠.

박재동
그게 우리도 계속 같이 고민하는 건데 사실 초기에 시카프도 그렇고 각 단체에게 부스 자리 내주고 ‘알아서 해라.’라는 게 초기 모델들이었지. 사실 우만연에서 한다고 해도 시작하려면 이사회 소집해야 하지. 모여서 이거 할까, 저거 할까, 뭐할까, 하면서 아이디어 모으는 게 쉬운 게 아니지. 이런 걸 열정적으로 하자는 사람 하나만 있어도 되는데 그런 게 아니면 다 자기 일로 바쁜데 진짜 모이는 거 자체가 너무 어려운 거야. (조희윤 : 결국 희생과 봉사를 필요로 하는 일인 거죠.) 그렇지. 그래서 결국은 노동력이 적은 설비로 가게 되는 거야. 근데 그게 생각처럼 안 되는 거고 그러다보니 시들해지는 거야. 그래서 지금 다시 생각해 보는 거지만 작가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공모를 받는 거야. ‘나는 이런 기획을 하겠다.’고 하면 ‘그것에 대해 어떤 지원을 해주마.’ 하는 절차가 오가고…. 이런 과정으로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조희윤
20년 세월 지나면서 우리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매년 같을 수가 있죠. 매년 무슨 전시를 하고, 컨벤션을 하고 똑같을 수 있지만 사실 매해마다 고민을 했을 거예요. 어떻게 하면 잘 보여줄 수 있는가 하는 걸요. 잘 생각해보면 그때는 시기적으로 안 됐지만 지금은 실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을 거라고 봐요. 예를 들면 그때 부천운동장에서 북페어 했을 때가 기억이 나는데, 당시에 출판시장도 막 엎어지면서 비코프에서 북페어, 북마켓을 한다고 했어도 결국 마니아 중심의 축제의 모습으로 자리를 굳히고 결국 북페어에 대한 아이템은 묻혀졌어요. 인디 출판을 중심으로 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북페스티벌이 있어요. 올해는 일민미술관에서 11월에 하기로 되어 있어요. ‘책성애자들’이 있는 거예요. 이 디지털 시대에 없는 유니크하고 독특한 책들을 비싸더라도 사고 싶고, 보고 싶고, 소장하고 싶어 하는 게 있거든요. 그 가운데 작은 서점, 작은 책방들도 다시 움직이고 있고요. 지금은 웹툰으로 많이 편중되었지만 작가들 가운데서도 직접 출판을 하거나 디지털 출판을 하는 꾸준한 움직임을 보이는 작가들이 분명이 있을 거예요. 그분들의 장을 다시 열어줄 수 있는, 출판사와 작가 간의 계약이 아닌 정말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내보일 수 있는, 지금도 꾸준히 열리고 있는 독립작가들의 특별 전시존 같이 작가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작품을 내보일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할 수 있겠다 싶어요. 혹은 20년 전에 나왔던 아이템 중에 재미있는, 실현 가능성 있는 기획을 되짚는 것도 어떨까요.

 

Web_Web__MG_4357
조희윤. 카툰캠퍼스 대표, 축제기획 전문가

 

박건웅
시카프에 참여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인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두 장르를 하나로 묶어둔 것이 매우 버겁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오히려 본인들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분리를 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요. 저도 예전부터 생각했던 게 두 장르에 대한 관객층이 다르다고 봐요. 이전에는 만화독자나 애니메이션 시청자들이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모두가 열광했다고 한다면 지금은 독자의 연령층도 달라지고 있다라는 느낌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는 축제를 좀 전문적으로 분리하는 과정을 거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자기 단번에 분리하는 것은 아니고 점차적으로.

한창완
지난주에 시카프 자문회의가 있었습니다. 당시 서울시 고위 공무원 한 분이 그 자리에서 지나가는 말로 했던 게 “서울프로모션플랜(이하 SPP)과 시카프를 합쳐 보지?”라고 한마디 하셨어요. SPP가 피칭데이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거랑 시카프를 합쳐라, 라고 얘기가 나온 거예요. 제가 그때 뭐라고 했냐면 “그거 원래 같이 하던 겁니다. 원래 합쳐서 하던 건데 분리한 겁니다. 그리고 시카프는 뭔가 합쳐서 할 행사가 아니라, 오히려 자꾸 분리시켜나가야 합니다.”라고 했어요. 애니메이션 영화제는 영화제대로 가고, 만화축제는 만화축제대로 분리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예전에 앙굴렘에 갔었을 때 어느 언덕 위에서 기차를 보면 기차가 멈춰 있으면 군중들이 (기차에서 내려서 축제가 열리는 방향으로) 엄청나게 몰려와요. 떼거지로. 그게 장관이거든요.
그리고 코믹콘 같은 데 가보면 미국 전체 오타쿠가 다 모이는 거 같아요. 거기에 모이는 인원의 20~30%가 코스프레하고 나타나거든요. 이제 사람들이 참여하는 축제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만화축제라고 하면 부모님들이 아이들 손 붙잡고 와서 보는 뭔가 소풍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면요. 이제는 키덜트들이 많이 늘어나서, 맥도날드에서 어린이세트에 캐릭터 장난감 끼워서 판다고 하면 그걸 사기 위해 직장인들이 줄을 서요. 다시 말하면, 캐릭터 상품을 좋아하는 이런 키덜트 그룹이나 마니아 그룹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겨서 그들과 작가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뭐냐면, 독자가 있어야 작가가 참여할 공간이 생기죠. 작가들끼리 모여서 작가들끼리 뭔가 하는 축제는 아닌 거 같아요. 독자와 만나는 공간도 있어야 하고, 작가들이 (평소에) 그림만 그리면서 살았으니까 서로 만나는 기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은 섞어놓지 말고 전문화시키고 특성화시켜야 되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시카프도 애니메이션 영화제도 분리시키고 만화축제도 서울시에서 컨셉트를 확실히 잡아서 마니아들이나 전문가들이 모이는 축제로 할 건지, 아니면 서울 광장에서 애들이 가족들과 즐길 수 있는 가족중심의 축제로 꾸밀 것인지, 그런 확실한 정체성이 없이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부천이 운영하는 만화축제와 서울이 운영하는 시카프는 확실히 구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Web_Web__MG_4370
김종옥. 전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사무국장,   상명대학교 외래교수

김종옥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1990년대는 잘 모르겠지만, 2000년대는 시카프의 저변을 넓히는 게 가장 중요한 거였어요. 아까 박재동 선생님 말씀하셨지만 당시 수출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게 애니메이션이었다지만 사실 그게 창작이 아닌 다 OEM이었어요. 그러니까 만화나 애니메이션, 솔직히 ‘만화영화’죠, 다 같은 거라고 본 거예요. 그래서 당시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이 어땠냐면 한국 작품에 대한 관심이랄까 애착이 전혀 없었어요. 그러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을 본 기업들은 있고요. 하여간 그렇게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으니까 이 저변을 최대한 넓혀서 어떻게 하면 그 인식을 바꿀까, 창작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을 변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거죠. 그러면서 2000년도 들어서면서 이게 산업으로 갔어요. 당시에 뭘 했냐면 출판사에서 만든 책을 코엑스의 우편서비스를 통해 공급해야하는 게 있었어요. 그 정도로 학생들이 행사에서만화책을 많이 샀어요.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에는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상품들을 거기서밖에 구할 수 없었어요. 그게 2000년도 초반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회사도 적자라고 우는 소리를 했지만 재미는 있었고, 거기에 나올 만했던 거죠.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보니 작가님들도 즐거웠던 거예요. 내 만화를 보러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오는구나, 그럼 내가 가줘야지 하면서요.그러면서 2000년도 중반으로 오면서 이제는 서점에서 만화책을 팔기 시작하고 여기저기에서 소규모로 대규모로 축제가 생기기 시작하니까 이 체질을 바꿔야 하는데 처음부터 컨벤션으로 시작한 그 체질을 (시카프가) 못 바꾼 거예요. 그러면서 2006년, 2007년 장소를 학여울로 바꾸면서 시카프는 점점 힘들어져 갔고요. 2005년도의 가장 큰 이슈가 뭐였냐면 시카프와 캐릭터페어를 합치는 거였어요. 그때 문광부에서 이 인프라에서 축제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 싶으니까 정부가 지원하는 유사행사와 합쳐서 시너지 있게 가자였거든요. 그래서 캐릭터페어랑 시카프가 만나서 합치라고 했어요. 그때만 해도 아직 캐릭터회사라든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많았을 때니까 좀 더 우리에게 (기득권이) 있었죠. 하지만 끝내 합치질 못했죠. 그러다 2007년에 판단을 잘못해서 학여울로 옮긴 사이에 캐릭터페어는 코엑스에서 자리를 잡은 거죠. 그러면서 2008년, 2009년 가면서 시카프는 ‘우리가 산업적으로 흐름을 타기에는 실패를 했다’, ‘이미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했죠. 그러면서 이 축제의 성격을 컨벤션 공간에서 어떻게 할까? 무엇을 바꿀까? 이걸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고, 그 연장선에서 남산으로 옮긴 것도 있거든요. 서울시에서 지원을 해줄 테니 남산 쪽으로 가면 안 되겠냐, 이런 것도 있었지만요. 그리고 운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항상 문제가 되는 게 피로도라는 게 있어요. 축제 참여에 의한 피로도. 작가들의 입장에서도 행사가 많으면 그거 다 쫓아다니고 언제 작품 할 시간이 나겠어요. 업체들도 그 행사마다 다 쫓아다니면 장사 언제 해요. 근데 해외에도 생긴 거예요. 작가들이 앙굴렘만화축제에 가야 하고, 업체들도 외부로 나가야 한다면 그에 맞게 시카프의 성격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고민했어요. 지역의 특색에 맞게 변하는 지역축제의 모습을 지향하면서 남산으로 옮겼지요, 지역주민들을 만나면서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축제의 비전을 좀 찾아보자 하면서요. 이런 식으로 시카프에서도 다시 실험적인 시도들을 하고 있는 거죠. 이제 올해로 (남산으로 옮긴 지) 3년 됐는데 아직까지는 들쑥날쑥하지만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일회성이라는 거예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축제와는 다르게 불안정한 기반으로 축제만을 위한 조직이라서 여기에 예산이라든가 이런 문제들 때문에 관의 입김이 굉장히 세요. 그러다보니 시카프는 늘 SPP와 같이 해왔어요. 이 산업마켓이라는 게 컨벤션 공간에서 남산으로 옮겨왔을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고민하고 있을 시기에 서울시에서는 ‘합쳐.’라고 얘기가 나온 거죠. 이제까지 같이 해왔다는 걸 모르는 거죠. 저는 한창완 선생님과 의견이 조금 다른 게, 시카프는 이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같이 움직여왔기 때문에 모든 것을 분리해서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하면 시카프는 이제까지 해왔던 것을 버리고 모든 것을 무에서 다시 시작해야 해요. 이제까지 시카프가 해온 역사와 전통이 있는데 그걸 살리려면 포맷이 다른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남산이라는 지역적 공간에서 어떻게 잘 어우러지게 만들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그걸 분리시키자는 게 아니라요.

이재식
네, 역시 만화축제의 시작은 시카프군요. 박재동 선생님께서 시카프 전에 인사동에서 있었던 ‘만화는 살아있다’ 전시회를 상기시켜주셨습니다. 한창완 선생님과 김종옥 선생님께서 시카프 초기의 모델과 지나온 과정에 대해서 생생하게 되짚어주셨고요. 기록을 보면 이렇습니다. 시카프가 1995년에 시작해 20년을 해왔고, 중간에 두 해를 건너 뛰어 19번 행사를 치렀습니다. 만화축제라고 하던 것을 2001년부터 공식 명칭에 ‘애니메이션’이 추가됐습니다. 초대 행사에 관람객이 15만 명이 모였고, 그 다음 해엔 무려 40만 명이 몰렸다고 합니다. 모토쇼 말고는 이런 규모의 관객이 모인 행사가 없다더군요. 마치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너무 오르면 거래를 정지하는 것처럼 입장객이 너무 많으니까 잠시 입장제한을 둬야했다고 합니다. 축제의 가장 강력한 콘텐츠는 언제나 작가였지 싶습니다. 작가 사인회가 있다고 하면 개장 전부터 100미터에 달하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관객들을 지켜봤습니다. 이후 시카프는 말씀하신 것처럼 변화가 있었습니다. 올해는 비코프에서 유료화라는 주목할 만한 시도를 했습니다. 큰 도전이고 적지 않은 변화라고 봅니다. 20년 역사에 대한 보다 냉철한 평가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에는 정부의 개입과 정책적 지원으로 시작했습니다. 반대로 정책적인 실패가 있었다는 진단도 있습니다. 시카프와 비코프, 우리 양대 만화축제가 정책적인 지원과 뗄 수 없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 축제가 시카프의 쇠락을 정책적인 실패로 볼 수 있는 것인지 평가를 부탁드리고 앞으로 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 부탁드립니다.

박재동
그 분리에 대한 말인데,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분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있잖아.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어른과 아이의 문제가 있어요. 원래는 부천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는 소풍 같은 축제가 콘셉트였어. 아이들이 많이 몰리면서 관객수가 엄청났거든. 특히나 대학생이나 젊은 층들이 많이 몰리면서 말이야. 그래서 나도 아이들의 손잡고 ‘하하호호’ 하는 축제에서 좀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고 이제 많이 성장했다고 봐. 우리도 이제 콘텐츠가 많이 깊어지고 그랬는데 그러다 보니 또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것과 소원해졌어. 그래서 앞으로 어린이 비코프가 있을 수도 있고, 아무튼 아이들이 뭔가 뛰어놀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은 거야. 예를 들어 앙굴렘만화축제에는 어린이 코너가 전혀 없어. 거기는 어른의 축제야. 현실적으로 보자면 어린이들이 갈 곳이 없는 거야.

박건웅
가족단위로 축제를 즐기러 왔는데, 엄마 아빠는 애들이 좋아할 줄 알고 데리고 왔는데 정작 애들이 좋아하는 게 없는 거죠. 어른들도 본인들이 좋아하는 건 아닌데 그냥 기왕 나왔으니까 보고 가자라는 식으로 둘러보고 가게 되는 거죠.

조희윤
시카프가 코엑스에서 남산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봤을 때는, 마치 진지하게 봐야 하는 전시 옆에 왁왁 소리 지르는 트램폴린이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럴 거면 아예 장소와 전시에 맞는, 관람객 타깃에 맞는 놀이공간을 만들자라는 생각이 있거든요. 이 실험에서 제가 가장 눈여겨본 건 이토준지 전시나 열혈강호 전시가 결코 아이들을 위한 전시는 아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제 관람객의 연령층 스펙트럼이 넓어졌어요. 특히 단편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에 영화제에서 틀어주는 건 실험적인 게 많아요. 하지만 장편애니메이션은 상업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있으니까 이것을 어떻게 하면 열린 공간에서, 적재적소에서 보여주고 엮어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한창완
초창기에 시카프는 유료전시였어요. 그래서 전체 수익의 반이 입장수익이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축제를 할 때마다 모험을 한 건데 전체 규모가 10억이었다면 국가지원은 5억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나머지 5억을 무턱대고 입장수익에 기댄 거죠. 그것도 기댈 수밖에 없었던 게 1회, 2회에 대박이 났으니까.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앞으로 비코프도 유료입장을 시작하면서 관객들로부터 오는 수익을 늘려가야 콘셉트 조정이나 기획에 대한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비코프도 부천시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거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부천시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부천시민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면 만들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작가그룹이나 기획자나 큐레이터들이 축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을 때 그 아이디어가 온전히 축제에서 설 공간이 아직 확립이 안 됐다는 거죠. 그게 자본의 독립이 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 20년을 해오면서 이제는 자생력을 갖출 시기가, 그 임계점이 왔다고 생각해요. 축제가 자본의 독립을 통해서 작가의 공간과 마니아들의 공간과 키즈존 등을 만들어 한다고 생각해요. 노키즈존이 너무 많다보니까 축제만이라도 애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 이거예요. 이제는 자율적인 방향성을 지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Web__MG_4523
박건웅. 만화가, 2014 부천만화대상 대상 수상

박건웅
자본의 독립이 중요한 말 같아요. 유료화를 통해서 축제를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는 게 좋은 거 같은데 저도 운영위원회에서 있다 보면 시에서 간섭이 너무 많다보니까.

박재동
내가 모르게 간섭을 했었어?

이재식
이 부분은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시카프도 민간 전문위원회로 운영이 되고 있고, 비코프도 전문 운영위원회체제로 운영됩니다. 박재동 선생님은 시카프와 비코프, 양쪽에 다 계셨는데, 실제로 그런 외부의 간섭이 심했던지요?

김종옥
박재동 선생님은 기억이 없으실 거예요(일동 웃음).

박재동
실무자들은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김종옥
왜냐면 박재동 선생님 앞에서 이번 축제 주제가 만화랑 맞니 안 맞니 할 수 있는 사람은 없거든요. 예를 들면 시카프가 10억의 예산을 시에서 받은 건 2003년인데요, 저는 2005년부터 참여했는데, 당시 실질적으로 시의 간섭은 거의 없었어요. 그 전에는 더욱 간섭이 없었을 것으로 예상되구요. 왜냐하면 그 당시에 작가그룹이나 애니메이터나 다들 (기가) 셌어요. 예를 들면 이현세, 박재동, 이희재 선생님 이런 분들이 “이번 주제는 이렇게 가야 한다.”고 한마디만 하시면 그 어떤 공무원도 “이번 주제가 왜 (이런 식이냐)”라고 반문할 수 없는 거예요. 아까 축제가 여러 축으로 움직인다고 하셨지만 시나 기관에서의 공적인 독립성은 이 공간 안에서 작가의 발언권이 얼마나 세느냐가 좌우를 해요. 지금이라도 시카프에서 많은 작가님들이 목소리를 내고 뭔가 움직이려는 모습이 보인다면 큰 그림으로 보면 (시에서) 크게 건들지는 않아요. 요즘은 관공서의 발언권이 굉장히 세졌거든요. 그렇기에 작가진과 회사들을 포함한 그룹이 축제운영의 실질적인 무게중심이 되는 추 역할인데 그 추가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단순히 목소리만 내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는 거예요. 솔직히 요즘 시카프에 대해 얘기할 때 거의 이렇게 말하거든요. “누가 요즘 시카프에 관심이라도 갖나?” 그때 시에서는 이렇게 말할 정당성이 생기는 거예요. “오죽했으면 작가들조차도 재미없어하겠냐. 바꿔라.” 그렇기에 두 개의 축이 필요한데 이슈가 되는 작가와 경험이 많은 작가. 이 두 축만 있다면 무게 중심을 이쪽으로 가져올 수 있는 거죠. 그렇게 되면 (시에서도) 함부로 못하죠. 이제까지 10년을 해왔는데 어떤 시기에 간섭이 들어오는가는 이제 자명하거든요. 주변의 관심이 떨어지면 간섭이 들어와요.
그럴 때 저희가 (원로 선생님들께) 부탁드릴 수 있는 건 시에 가서 한마디만 해주십사 하는 거죠. “이 행사가 어떤 행사인데 너희는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마라. 돈 지원해 주는 건 당연한 거다.” 이렇게 얘기가 들어가면 분위기가 바뀌어요. 자본의 독립도 중요하지만.

한창완
자본 독립의 성격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축제가 처음 시작할 때 관의 지원금으로 시작을 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죠. 그렇기에 큐레이터들의 자본의 독립을 위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거죠. 예를 들면 어떻게 하면 매년 큰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스폰서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가, 입장수익을 극대화 시키면서 스폰 수익을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거죠. 돈이 있어야 축제를 꾸려나갈 수 있으니까. 사실 코믹콘도 안정적인 행사가 된 게 다름 아닌 할리우드 자본이 들어왔기 때문인데 할리우드 자본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행사가 커진 거거든요. 지금 코믹콘에서 부스를 잡으려면 5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요. 유니버셜 스튜디오,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같은 데에서 안정적으로 백업을 해주고 있거든요. 그 말은 그 행사에서 기업들에게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줬다는 거거든요. 한국에서도 모바일게임이나 다른 업체에서도 뭔가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게 요즘 프라임타임에 나오는 광고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게임 광고예요. 그래서 모바일게임, 모바일 콘텐츠를 중심으로 해서 그들에게 안정적인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을 축제에 잘 버무릴 수 있다면 축제의 자본적인 독립이라는 게 훨씬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 거죠. 공적자금이 언제까지 들어올 거라는 장담이 없으니까.

김종옥
사실 공적자금이 투입이 된다라는 것이 충분히 그럴 만한 정당성이 있다고 봐요. 시민들의 문화적 향유를 위해 세금이 투입될 만한 공간이 된다라고 생각을 한다는 거죠. 그런 차원에서 공적자금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구요. 또 하나는 산업적인 문제에 있어서 잠시 ‘피로도’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실무자의 입장에서 얘기를 하자면 기업들에서도 돈을 벌려면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고 하잖아요. 기업의 입장에서도 시카프보다는 몇 배의 돈을 지불해서라도 코믹콘이나 앙굴렘에 나가는 게 더 이득인거예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나와 달라고 하는 것도 한두 번이잖아요. 그렇다면 이 축제가 문화향유에 대한 장으로서 세금을 받아내는 행위가 얼마나 당위성이 있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돼요. 기업들이 많이 참여를 해주면 좋지만 그게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시너지를 내기 때문에 참여를 한다고 하기 보다는 여기에 사람들이 많이 오고, 문화 향유를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니까 기업들이 참여를 하는 거예요. LG도 참여하고 삼성도 참여하고. 이런 공간을 만드는 쪽이 우리에게는 더 필요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건웅
저는 시카프를 보면서 ‘아, 이게 몇 년 더 지나면 코믹콘처럼 장르가 융화되면서 더 큰 행사로 발전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시너지 효과가 더 안생기고 오히려 장르가 충돌되는 지점이 보이더라구요. 그런 맥락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분리를 말씀 드렸던 거고요. 이제는 웹툰 장르가 거의 만화계의 주류를 형성하다시피 가고 있고 지망생들도 자기는 만화가가 아니라 웹툰작가할 거라고 말할 정도로, 지난 3년 간 만화계에서 웹툰 시장이 급성장하는 바람에 오히려 그 주류 문화를 선두에 세워서 축제에서는 웹툰 장르를 더 주요하게 다루는 것이 어떤가 생각도 하구요.

한창완
20년 전에 만화축제라는 게 어떤 국가의 정책적으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20년 동안 해오면서 만화에 대한 패러다임도 많이 바꿔놨고요. 또 아이가 만화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가 뜯어말리는 문화도 없어졌고, 이번에 대치동에도 만화학원이 생겼다고 하고요. 만화가라는 직업적인 것에도 희망하고 공감하는 것이 생겼고, 만화와 애니메이션과 게임이 어떻게 다른가도 사람들에게 인식을 시켰고, 그런 정도의 역할은 분명히 있었죠. 그럼 앞으로의 축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겠죠.
브랜드 웹툰의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드라마에서 화장품이 PPL로 들어가려면 적어도 5억에서 10억 정도는 줘야하는데 브랜드 웹툰은 적어도 8천에서 1억 정도를 주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가 있거든요. 기업들에서도 브랜드 웹툰을 많이 하고요. 그런 식의 (기업에서 돈을 내고 입점하는 형식의) 시스템이 축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는 거죠.

SONY DSC

이재식
올해 비코프가 유료화하면서 주목할 만한 데이터가 나왔다고 하던데요.

Web__MG_4553
장상용. 부천국제만화축제 사무국장

장상용
저는 유료화로 축제가 돈을 번다, 산업적인 가치다, 이런 게 아니라 축제라는 콘텐츠 안에서 만화가 사고 팔린다는 행위들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축제를 입장하면서부터 돈을 지불하고 만화 콘텐츠를 소유한다는 콘텐츠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축제 유료화가 가능하냐, 아니냐에 따라 해당 축제의 질을 판가름하게 되는 아주 중요한 지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언젠가 비코프가 앙굴렘 같은 축제가 되려면 유료화를 도입하는 이 단계를 넘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의 앙굴렘은 축제 운영권을 개인 회사에게 팔았는데요. 장사가 너무 잘 돼서 시와 축제위원회가 돈을 받고 운영권을 민간회사에 넘긴 상황인데, 그로 인해 내부에서는 분열이 생기고 있죠. 오히려 장사가 너무 잘 되는 게 문제가 되고 있고 이제는 운영하는 게 돈놀이가 되어버린 거죠. 자본의 과다유입으로 인한 내부분열이 너무 심하다는 얘기를 이번에 초청받아서 온 프랑스의 만화전문기자 로랑 멜리키안을 만나서 얘기를 해봤는데요. 내부분열이 너무 심한 나머지 각자의 공간에서 맡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화합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서로 도와주지를 않는 거죠. 그러다 보니 통일성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상태인데, 그것은 유료화라는 시스템이 완성이 된 단계에서 나오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하고 저희는 무료 축제를 유료 축제로 전환하면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만화를 즐기고 자율적인 마켓을 형성하는 단계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올해 유료화 시도를 했고 결과적으로는 2014년에 5천 4백만 원의 입장수익이 있었습니다. 2015년 전면 유료화를 시행하면서 9천 4백만 원으로 입장수익이 두 배 가까이 올랐고 유료 입장객도 2014년에는 만 2천 명에서, 2015년에 2만 4천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전체 관람객도 2014년에는 12만에서 2015년은 13만 명으로 늘었고 유료 관람객도 늘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처음부터 유료화에 대한 저항감을 우려해서 5천원으로 프리패스를 만들고 부분 입장으로는 2천원으로 저가로 설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이 5천원 입장권에 대한 저항감이 없더라구요. 아침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전부 5천원의 프리패스 줄에 있는 거예요. 즉 사람들의 생각은 “여기까지 와서 돈 주고 기왕 보는 거 5천원 주고 편하게 보겠다.”라는 것이 확인이 되었구요.

한창완
재미있는 건 만약 5천원 패스만 있었다면 저항감이 있었을 겁니다. 2천원 입장권 덕분에 저항감이 없어진 듯합니다.

장상용
그거에 대한 장치를 정말 고심해서 정했습니다. 5천원, 2천원의 선택마저도 저항감이 있을까봐 사전등록을 통해 사전등록한 사람들은 5천원 패스를 40% 할인된 3천원에, 2천원 입장권은 무료로 제공하는 장치도 마련을 했죠. 갑작스러운 유료화에 대한 저항감을 줄이기 위한 최대한의 장치를 했습니다. 내부에서도 수십 번의 수치 시뮬레이션을 통해 적정선을 찾아 요금을 책정했어요.

한창완
그런데 똑같은 콘텐츠를 봐도 돈을 내고 보는 사람의 입장과 안 내고 보는 사람의 입장은 다릅니다. 돈을 냈을 때에 콘텐츠를 즐기는 퀄리티가 확 올라가요. 본전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요. 실제로 입장료를 지불했을 때에 관람객들의 축제에 대한 충성도가 눈에 띄게 올라가거든요.

장상용
그런 의미에서 축제 유료화를 위해 가격적인 장치를 해둔 것도 있는데 저희는 콘텐츠의 유료화를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단 10원이라도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축제를 만든다면 그 콘텐츠가 지불한 돈에 맞는 혹은 그 이상의 가치가 되어야지 소유에 정당성이 부여되고 나중에 컴플레인이 없어지죠. 돈을 내고 보러 왔는데 축제가 형편이 없더라고 한다면 처음은 속일 수 있어도 그 다음은 없는 거죠. 그렇기에 유료화를 하면서 과연 볼 만한 콘텐츠들이 갖추어져 있는가를 굉장히 고민했어요. 시카프도 같은 고민을 했었을 테죠. 저희가 이름은 국제만화축제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국제적인 콘텐츠가 많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서 그런 국제적인 콘텐츠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콘텐츠들을 미리 확보해서 장치하고 <짐승의 시간> 같은 콘텐츠의 전시등도 생각했어요. 아무튼 이런 유료화를 하면서 내실 있는 콘텐츠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만화축제를 한다면서 개‧폐막식에서 조금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는데요. 그래도 만화축제를 위한 콘텐츠들을 보강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조희윤
가격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조건 5천원, 2천원이었나요?

장상용
축제의 입장이 곧 박물관의 입장과 같아지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박물관 고유의 가격정책을 따른 부분도 있습니다. 가족권이라든가 하는….

조희윤
제가 이번 비코프에 참여를 못해서 질문하는 건데요. 이번에 5천원권에 대한 리워드가 있었나요? 물론 전시들에 대한 프리패스라는 것도 있지만.

축제좌담 대치

장상용
네. 이번에 스탬프 투어도 실시를 했구요. 5군데의 장소에서 3단계에 걸쳐서 진행하는 투어가 있었습니다. 그 투어에서 주어지는 선물을 받으려고 수요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오히려 (수요가 넘쳐나서) 운영하는 데 힘든 부분은 있었습니다. 게다가 스탬프 투어도 유료화 되었기 때문에 1단계는 무료 관람객도 다 참여를 할 수 있지만 2단계는 2천원 전시입장권을 가진 관람객들, 3단계는 5천원 프리패스를 가진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가장 좋은 상품은 5천원권 구매자들에게만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 거죠. 1단계 상품은 사이다, 3단계는 만5천원 상당의 상품 등으로 차별화를 둬서요. 그리고 각 프로그램에도 유료화 시스템을 장착해서 팔릴 수 있는 프로그램과 없는 프로그램을 나눴어요. 예를 들어 만화 OX퀴즈는 전량 판매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5천원권 소지자들에게만 참여권을 드렸구요. 그렇게 프로그램에 대한 유‧무료를 나눠서 진행했죠.

조희윤
어차피 입장수익이라는 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관람객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였던 것 같고요.

이재식
그렇더라도 유료화의 주된 목적은 돈을 벌려고 하는 거 아닌가요?

조희윤
아니, 근데 그게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주목적은 아니죠.

김종옥
사실은 유료화는 돈을 벌려고 하는 게 맞죠.

장상용
확실한건 5천원을 낸 분들은 분명 5천원 그 이상의 가치를 소유하고 누리고 가셨습니다. 2천원을 낸 분은 거기에 맞는 가치, 그리고 무료로 관람하신 분들도 그에 맞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저희는 5천원을 구입하신 분들이 충분히 즐기다 가실 수 있도록 운영을 최대한으로 했습니다.

김종옥
유료 관람객의 수치는 매우 중요한 거예요. 올해 축제에 관람객이 몇 명 들어왔냐고 물었을 때 무료 관람객이라면 이것저것 덧붙여서 20만, 30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만 유료 관람객은 딱 데이터가 있거든요. 지난 행사에 2만이 왔는데 내년에 5만이 왔다고 하면 성장했다라고 판단을 하는 거구요. 돈도 돈이지만요. 반대로 관람객 수가 줄어들면 이 수치가 지난 행사에 대한 객관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거든요. 유료 관람객의 데이터는 그 전 해에 대한 평가도 되는 거구요.

박건웅
유료화했던 만큼 이 기회를 통해 다음 축제 때는 콘텐츠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요?

장상용
사실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에 대한 부담이 더 큰 게, 전년도 대비 더 많은 유료 관람객을 모으려면 그만큼 더 좋은 콘텐츠를 모아야 하죠. 그게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료화로 하는 건 모순이 있다고 봅니다.

박건웅
그러니까 축제의 유료화는 작가가 다음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인세를 미리 받듯이 (다음을 준비하는 비용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Web_Web__MG_4467

한창완
기왕 이렇게 유료화를 시작했다면 이 축제를 상설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1년 내내 조용히 있다가 축제 시기가 3~4개월 앞으로 다가와 갑자기 정신없이 준비하고 그런 게 아니라 앱(App)을 하나 개발해서 다음에는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정보를 잘 모아서 그들을 ‘비코프피플’같이 이름을 주고 그 집단 안에서 늘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1년 내내 우리가 만화에 관한 정보나 관련 정보를 제공해줘서 “아, 내년 축제에서는 이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겠구나!”라는 것들을 수시로 알려 준다면 축제가 1년 365일 돌아가게 되는 거죠. 그런 앱을 통해서 사람들은 축제가 기다려지고, D-day 하루에 하나씩 돌아가고… 그러다보면 사람들의 재방문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소문이 중요한 거니까요.

박건웅
앙굴렘에서는 축제 홈페이지에 간판의 스케치 과정부터 보여줘요. 그래서 축제일이 다가올수록 그 간판이 완성이 되는 거예요. 축제가 준비되면 될수록 간판도 디테일이 더해지는 거죠. 재밌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1년 내내 축제를 준비하고 있고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장상용
저희 비코프는 사전 비코프와 사후 비코프를 또 따로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본 행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5월에도 사전 비코프를 하구요.

박건웅
그런 기획이 있다면 이런 것도 가능하겠네요. 시민들에게 아이디어를 받아서 이번에 보고 싶은 작가가 누구인지 의견도 들을 수 있고 더 대중적으로 친근한 축제가 될 수 있겠죠.

한창완
(App 이야기로 돌아가서) ‘5천원으로 현장에서 사야 하는 프리패스를 4천원에 사려면 이 앱에 가입해야 한다’라는 조건을 걸어두면 사람들이 당연히 가입하죠.

축제좌담 논의

박재동
온라인 비코프를 늘 생각하고 있어. 우리가 예전에도 만화를 책으로 보다가 온라인으로 만화를 본다고 했을 때 반응이 “에이, 그게 뭐야. 장난이겠지?”라면서 시시하게 봤다고. 그랬는데 온라인이 완전 대세가 되어버린 거야. 지금은 앙굴렘이 세계 만화 축제의 메카처럼 되어 있지만 나는 우리나라가 메카가 되리라고 봐. 왜냐면 웹(WEB)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지. 하지만 프랑스도 그렇고 일본도 워낙에 책 문화가 탄탄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아쉬울 게 없는 거야. 아직도 웹을 좀 (우습게) 보고 있더라구. 일본은 이제 웹 기반의 연구를 좀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프랑스는 아직 약하고. 중국은 관심이 좀 더 있어 보이고. 하지만 우리나라가 웹 플랫폼은 가장 강력하고 앞으로 주류가 된다고. 우리나라 안에서는 이미 주류가 되어버렸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축제도, 요즘 아이들이 계속 스마트폰 들여다보고 있는 것 자체를 축제로 만들 수 있지 않나 싶어. 그래서 우리 축제가 와보고 싶은 축제라는 건 좀 이따가 얘기하기로 하고. 앱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가 지금 온라인 비코프를 노력하고 있어요. 노력하고 있는데, 이걸 더 활성화시켜서 독자들과 소통하는 장을 만들 수 있다고 봐요. 상시적으로 이번 주는 누구 작가를 만들고 다음번에는 추천 받아서 누구 작가를 만나고 오고. 그리고 응모나 이벤트를 열어서 아이들끼리 뭔가 올리기도 하고, 투표하기도 하고, 너희들끼리 즐겨라라는 식으로. 아줌마 만화대회 같은 것도 할 수 있고. 만화 못 그리기 대회도 할 수 있고. 까치 그리기 대회도 할 수 있고. 굉장히 많은 것들을 여기 오지 않고도 할 수 있다고. 예전에 어린이 만화그리기 대회를 한 적이 있어. 그걸 어디서 했냐면 어린이 대공원에서 한 거야. 거기에 자문위원으로 초청 받아서 갔는데 아무리 10년 전이라지만 대체 여기에서 하면 몇 명이나 오겠나, 이거야. 그날 어린이 대공원에 놀러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만화그리기 대회를 했던 건데 이게 무슨 전국 만화대회 마냥 제목을 지어놨으니 이게 말이 되나 싶은 거지. 그래서 차라리 공모를 해라, 전국적으로 공모를 해서 하라고 해도 이 행사 진행 측 사람들은 자기네들은 현장감을 중시한다는 거야. 직접 나와서 이 자리에서 그리는 게 중요하다고. 결국 흐지부지되어버렸지만. 지금 전국 공모전보다 더 좋은 건 온라인이잖아. 우리나라는 지금 온라인이라면 세계적이고. 우리 축제도 앱을 통해,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거야. 그걸 통해서 꾸준히 교습을 하고, 이벤트를 만들고, 작가 인터뷰도 하고, 이번에 작가 신작 뭐가 어떻게 나오고 있다는 걸 스케치를 방송처럼 내보내기도 하고, 또 질문 들어오면 답변 해주고. 그런 걸 통해서 쭉 이어오다가 여기서 오프라인 축제 기간에 다 모여서 시상식 같은 걸 한다든지 누구 팬클럽들은 여기로 모이라고 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충분히 결합할 수 있을 거라고 봐.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축제가 나가야 할 방향성은 꼭 이 장소에서만 특정 시기에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거지.

축제좌담 미소

한창완
저는 포스트 비코프 같은 걸 할 때 중국 쪽에 전시노하우를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시 자체의 노하우, 또는 전시 자체의 콘텐츠를 중국에 진출하는 것도 좋다고 보는 게 지금 중국이 페어, 컨벤션 산업에 눈을 떴지만 뭔가 할 게 없어서 만화축제 같은 것만 하면 대박이래요. 근데 중국 자체에 콘텐츠가 없으니까 한국 콘텐츠를 가져와줬으면 하는 성(省)들이 많고 그래서 비코프전시가 끝나면 그걸 고대로 옮겨다가 중국의 성 몇 개만 순회를 해도 돈을 뽑을 수 있다는 거죠. 또 다른 한류문화가 뭐가 되냐면 바로 이 컨벤션 문화라는 거예요. 한국이 잘 하는 전시 같은 것을 우리만 보고 있지 말고 동남아시아 시장이나 중국 시장에 푸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겁니다. 일회성으로 전시를 끝내지 말고요.

김종옥
초반에 시카프 같은 데서 앙굴렘 작가들을 컨택 하면 작품을 그냥 그대로 가지고 왔어요.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이 작가의 창작물이 전시가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되면서 돈을 요구하게 되는 거예요. 전시를 하려면 유료로 전시하라는 거죠. 그래서 유럽 작품을 우리가 한국에서 전시를 하려면 비용이 드는 것처럼 우리 전시가 중국, 동남아, 일본에 나갈 때 유료로 해볼 만한 거죠. 게다가 예산을 잡을 때 좀 다양한 스펙트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재동
순회전시가 정말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 비코프, 시카프는 여기 지역사람들만 즐기는 거지 저기 제주도나 경상도, 전라도 사람들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거야. 이게 가슴 아프지 않나?

김종옥
실제로 시카프는 순회전시로 돈을 번 적이 있어요.

박재동
아까 말한 중국처럼 예전에는 한국에서도 순회전이 필요했어. 축제가 물건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데이터란 말이야. 그러면 이 데이터를 너희가 사라. 필요하면 큐레이터를 붙여주든지, 아니면 여기 실무진들이랑 같이 해서 설치도 하고 같이 할 수 있게 해주는 거지.

조희윤
이 아이디어는 예전에도 계속 거론되어 왔는데 이거를 운영하는 실무자들도 힘들지만 전시를 해야 하는 그 지역사회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Web__MG_4425

김종옥
예전에 시카프에서는 직접 가서 했었어요. 김해, 서천 이런 데서 몇 천 만원씩 전시 예산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서울에서 전시가 끝나면 해당 지역으로 간다라고 해서 미리 돈을 받았어요. 시카프가 예산이 부족하니까 데이터만 보내는 것보다는 우리가 끝나면 가서 설치를 할 테니 예산을 달라는 식으로 처음부터 얘기를 하는 거죠. 그러면 전시를 애초에 기획할 때도 이동이 가능하게 하구요. 돈을 아끼기 위해서 떼기 편하게 만드는 거죠. 3천만원 예산 받아서 재설치하는데 그 돈을 다 쓰게 되면 안 되잖아요. 다시 떼어낸 걸 가지고 재활용도 하고 추가로 붙이기도 하고 손상된 건 버리기도 하고… 이렇게 예산 문제가 있으면 국제전시했던 콘텐츠를 지역으로 가져오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도 호응은 나쁘지 않았어요. 예산문제가 있어서 지속되지 못해서 그렇지.

조희윤
시도는 있었지만 이게 지속이 되어서 순회전시라는 포맷이 확립되기가 힘들다니까요. 심지어 서울에서는 100 정도의 전시를 했다고 하면 그걸 가지고 지방에 내려갔을 때 다시 조립해야 하지, 장소에 맞춰서 재구성하다보면 상대적으로 지역주민이 누릴 수 있는 범위가 낮을 수밖에 없어요. 지역에서는 시각예술보다는 공연예술에 더 움직이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전체를 동원해도 올까 말까 한 전시를 그나마도 축소해서 가지고 내려가면 공무원들은 서울에서 하는 전시를 가지고 내려가니까 우리도 서울이랑 뭔가 한다 하면서 좋아하겠지만 결국 관객들이 큰 만족도를 얻었는가는 의문이고 실무자들도 그 전시에 대해 얼마나 만족했는지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봐야죠.

박건웅
그럴 바에는 아예 지역에 맞도록 기획을 세분화해서 특정 전시를 지역순회로 돌리면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종옥
사실 만화축제를 독립적으로 진행한다기보다도 지역에서는 행사가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만화축제를 가져갈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서천시에서 문화행사를 몇 억을 들여서 해요. 거기에서 전시 부분은 만화를 추가해서 뭔가 같이 하고 싶은데 자체기획을 하기보다 서울과 협업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한 적이 있거든요. 아니면 어차피 국제적인 전시들이 준비되고 있으니까 지역에서 하고 싶은 전시를 사전에 기획해서 먼저 서울에서 전시하고 그 다음에 해당 지역으로 순회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지역단체도 처음부터 기획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죠. 하지만 조희윤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시카프에서 이 기획을 지속하지 못했던 이유는 축제위원회가 항상 단기 조직이잖아요. 그러다보니 후속조치에 대해서 인식이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제 시카프도 그렇고 비코프도 1년 동안 돌아가는 상시조직을 만든다고 들었어요. 제가 보기에는 이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을 해요. 거기에 해외까지 생각을 한다면 금상첨화죠.

이재식
‘지지 않는 꽃’ 전시가 그 예가 되지 않나요. 물론 특수한 케이스로 희귀한 사례지만, 수십 군 데서 전시 요청이 있어서, 전시물을 나누고 큐레이터를 새로 영입해야 했다고 들었습니다.
Web_Web__MG_4386

한창완
중국에서는 자본은 있으니까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다 지어놨죠. 하지만 그 공간을 채울 콘텐츠가 없는데다가 메이드인코리아에 대한 신뢰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일반 제조 제품에서 갖고 있는 신뢰도가 행사나 전시에도 똑같이 적용이 될 거라고 보는 거죠. 그리고 그쪽에서 돈도 돈이지만 상상 이상으로 한국만화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해주고 하니까 그 공간에서 우리 만화도 팔 수 있는 기획을 잘 만든다면 좋은 초석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종옥
사실 우리도 해외 축제에 많이 가잖아요. 보통 네트워크 측면에서라도 많이 가는데 그것뿐만이 아니라 축제 조직에서 우리가 실질적으로 수입이 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주고 작품에 대한 홍보도 되고 여러 가지가 된다면 좋은 케이스가 되는 거죠.

한창완
이번에 라인 웹툰이 갑자기 인도네시아와 대만 언어로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한국어로 서비스를 하다가 추가적인 언어로 인도네시아어와 대만어를 넣었거든요. 그런데 인기가 워낙에 좋아서 이미 라인 웹툰에서는 인도네시아에 가서 팬미팅을 했다네요?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는 콘텐츠도 다른 문화권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에 각 문화권에 맞는 콘텐츠 제작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조희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짚어두고 가야 될 화두라고 생각하는데요. 중국 진출도 좋고 비코프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획과 시도는 계속되어야 하고 글로벌화 하는 게 다 좋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시카프가 남산으로 가게 되면서 느낀 그 지역성, 그리고 부천이 만화도시라고는 하지만 과연 시민들의 의식이 얼마나 쫓아오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에서 어떻게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그 지역을 어떻게 특성화시켜서 콘텐츠로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시카프가 남산에 터를 잡고 나서 올해로 3년차가 되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재미로를 가보는데 참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차라리 남산의 그 옛 골목 그대로 놔두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도 상업인, 지역주민, 만화계, 서울시 간의 이해가 전부 맞아떨어져야 하는 부분이고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기는 하지만 어차피 옮기게 된 거 그곳에 자리를 잘 잡아야 될 텐데 하는 것도 있어요. 그리고 부천은 워낙에 상시 조직도 있고 ‘만끽’이라는 사전행사도 하신다고 들었지만 지역에서 움직이는 콘텐츠라는 점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그 지역의 주민들을 더 잘 돌볼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 그들이 홍보대사이거든요.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퍼지는 그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액션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앱을 만들고 전 세계에서 전국적으로 축제를 상시로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부천 시민들이, 또 서울 중구 구민들이 스스로 홍보대사가 되어서 지역축제에 대해 떠들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이야깃거리들을 좀 만들어줘서 축제에서는 작가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것처럼 지역에서는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내용들도 더 보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건웅
예전부터 생각했던 게 ‘작은 것이 정말 큰 것이다.’고 생각했거든요. 일본에서 보면 동네마다 작은 평화박물관이라는 것이 있다고 해요. 일본이 전국적으로 평화박물관이 많이 있는데 자기 동네에 평화박물관이 있다는 것만으로 동네에 정체성이 생기고 주민들이 많은 위안을 얻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마다 만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있는가를 생각해본다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재미로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봤어요. 그런 지역과 골목에 어우러져서 서울시의 소박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이 돼요. 그런 식으로 지역에 맞는 작은 전시라고 해야 하나, 그런 공간이 좀 많아져야지만 그런 것들이 나중에 쌓여서 나중에 큰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큰 전시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나중에 더 큰 무언가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조희윤
재미랑은 한정적인 건물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획을 바꾸고 의도적으로 제어할 수가 있어요. 근데 거리 도배를 해버리게 되면 그 도시나 역사성의 맥락이 (사라질 수 있다).

박건웅
조 대표님 말씀하신 대로 역사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천만 해도 골목마다 사연이 얼마나 재밌는 게 많아요. 길에 대한 이야기들이 옛날부터 내려온 전설이나 이야기를 충분히 만화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도 많죠. 지역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의 스토리가 나오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활용하면 되게 좋은 소재, 이야깃거리가 많은데 그런 것들과 만화가 충분히 결합을 많이 못했다고 생각이 들어서, 축제를 통해 만화 문화가 전 계층에 활성화되는 부분들로 가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희윤
지자체에서 하는 전통시장 살리기 운동 같은 것도 있잖아요. 그런데 거기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죠. 축제는 조직이 있어서 돌아가는 건데 사실 그 부분을 좀 더 유기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예를 들면 대장동에 ‘쑥개떡 할머니들’이라고 있어요. 부천에 이런 동네가 아직도 있는가, 싶을 정도로 시골스러운 마을이 있는데 거기 할머니들이 쑥개덕을 만들어서 시장에 파는 게 있대요. 그런데 할머니들이 스스로 캐릭터 같은 걸 만드셔서 축제에서 쑥개덕을 파시기도 하고 홍보하시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축제의 대상이 가족, 어린이, 전문가, 글로벌 다 있지만 부천 시민, 마을사람들의 존재도 잊으면 곤란하다고 봐요.

박건웅
그런 게 글로벌한 거죠. 작은 일이지만 그 콘텐츠를 살려내서 특색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면. 하지만 아직도 그런 부분들이 너무 부족하죠. 다들 너무 큰 글로벌 전시들에만 집중을 하니까. 다시 한 번 축제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 생각을 해보면 관객들이 그냥 받아만 가는 게 아니라 참여를 하고 이 만화축제의 주체로서 이제까지는 만화에 별 관심이 없었어도 만화를 조금씩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움직임들이 쌓이다 보면 만화를 더 이상 타자화시키는 게 아니라 본인과 일체화되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김종옥
사실은 남산으로 옮길 때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했던 게 그런 건데요. 부천은 굉장히 오랜 시간 공을 들이기도 했고, 워낙 넓잖아요. 그런데 남산은 명동의 번화가 맞은편에 있는 그 공간이거든요. 사실 그 공간에 문화공동체를 만들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서울의 중심지에 ‘만화로 공간이 생긴다’라는 측면을 부각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작가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직 더 실험이 필요하고, 시간이 더 있어야 한다고 봐요. 센터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아직 되지 못한 것들 중에서 크게 보는 건 작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지 않는다는 거예요.

회전_Web__MG_4379지역민의 이야기로 그 도로를 꾸미는 것 이전에-남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 만화계를 위한 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작가들의 이야기나 그들의 작업물, 창작품들이 그 공간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 공간을 설립할 때부터 가장 많이 부딪혔던 부분이 그거예요. ‘창작스튜디오부터 만들어라’, ‘작가들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라’ 그게 없다면 이 공간은 살지 못한다는 게 아직도 제 생각이에요. 하지만 서울시가 이 공간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박건웅
제가 남산의 애니메이션센터 건물이 과거에 어떤 건물인지 알았을 때요. 남산이 독재 시절의 유물 같은 흉흉한 분위기가 남아 있잖아요. 그 공간에서 만화를 통해 뭔가 평화와 관련된 건설적인 부분을 만들어 간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종옥
테마도 테마지만 남산은 서울 중구의 한 부분이잖아요. 그 부분을 만화를 소재로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강동구에 강풀거리 만들듯이 그런 게 아니라- 만화라는 콘텐츠가 하나의 터를 잡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러려면 그 지역의 이야기를 가지고 만화로 만드는 것이 아닌 뭔가의 테마를 가지고 작가들이 들어가서 터를 잡아가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터가 굉장히 많아요. 그 숲속에 있는 건물이 아직도 비어 있거든요. 이제 케이블카를 밑으로 내린다는 얘기도 있으니까 작가에게 창작공간으로 주어질 수 있게 해야 할 것 같고요. 박건웅 작가님 말씀처럼 그 공간에 테마를 만들 수도 있겠죠. 아무튼 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네가 작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박재동
나는 시카프를 청계천에서 여는 꿈이 있었어. 그 긴 청계천을 따라 밤에 등을 켜고 진열을 하면 굉장히 볼 만할 거란 말이야. 밤에 시원하니까 사람들도 많이 올 거고. 그래서 시 관계자들이랑 만나서 기획하고 얘기하니 끝에는 하라고 했지. 그런데 실제로 하려고보니 밤에 작품을 어떻게 간수하느냐 하는 문제들이 나오다보니 미뤄지고 그랬어. 밤에 뭔가 줄을 달아서 등이 멋지게 비추고, 배도 띄운다는 소리도 하고 온갖 소리는 다 했는데 말이야. 원화전시는 안 될 것이고 보안 문제 등에 부딪혔지. 이번에 우리가 부천에서 새롭게 시작한 게 만화열차야. 대곡역에서 출발해서 오는 걸로 시도를 해봤는데, 열차 하나만 만화 전용으로 해서 캐리커처랑 토크쇼도 했지. 시와 관광과와 논의해서 내년에는 만화 설국열차 하자고 했어. 7호선을 계속 도는 거야. 서울시 같으면 2호선으로 계속 돌아가는 거겠지. 그중에 열차 하나만 정해서 꾸미는 거지. 마지막 칸에 캐리커처나 사인회도 하는 걸로 지정해두고. 그때 만화열차가 언제 들어온다는 광고만 하면 그걸 타려고 애들이며 다들 나올 거 아냐. 부천은 7호선과 1호선이 지나가니까 축제에 대한 홍보도 되고. 그 다음에는 아직 계획 중인 게 있는데 서울 박원순 시장에게 얘기한 게 있어. 한국 지하철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지하철로 만들자고 했지. 각 역을 작가에게 줘서 박물관을 하든지 갤러리를 하든지 얘기를 하니까 시장님은 당장 하자고 하더라고. 아무튼 부천에는 역이 여러 개니까 그중 하나는 순정만화역, 카툰역, 하나는 SF역, 또 병맛역 해서 역마다 장르를 할당해서 부천시 전체를 꾸며보는 건 어떨까 싶어. 또 예전에 버스정류장을 만화로 하자고 말한 적이 있는데 실무자들은 괴롭겠지. 아예 그것만 전담으로 하는 사람을 둔다면 장 국장이 좀 덜 괴로울 거야. 아무튼 우리에겐 움직이는 공간도 있다는 거지.

한창완
한국만화산업이 커지고 문화가 다양해지다보니까 다양한 직종이 생기고 있죠. 웹툰 에이전트, 기획사, 프로듀서들이 생겨나듯이 만화축제 전문 큐레이터가 자리 잡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일반 회화전시 같으면 작품에서 5~6미터 뒤에서 봐야 하잖아요? 하지만 만화는 전부다 코앞에서 봐야 하기 때문에 미로형식의 전시밖에 되지 않죠. 다른 축제와 다르게 만화축제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나 전시에 대한 전문상식을 가지고 있는 큐레이팅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만화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전시 노하우나 작가들을 위한 공간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는 거죠. 그렇게 상설조직을 운영하고 전문성을 배가시켜서 만화에 대한 전문 큐레이팅이 축적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어요.

조희윤
어떻게 사람을 키워내죠? 수요가 없어요. 쓸 데가 없는 거예요. 시카프는 어떤지 모르지만 일반 미술 쪽에서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큐레이터들은 다 굶어죽어요.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던 내용이지만 힘들어요. 만화에 대한 전문지식인을 키워낼 수는 있다고 해도 결국 수요가 없어요. 공급은 있는데요.

한창완
말씀하신 부분은 큐레이터들이 너무 수동적이라서 생기는 문제라고 봐요. 항상 행사가 있어야 큐레이팅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이 행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재동: 지방 다니면서 전시회 만들고 하면서) 그렇죠. 만들어내야죠.

장상용
사실 만화 전문인력자라고 한다면 한계에 근접해 있는 것 같거든요. 무슨 얘기냐면 우리가 만화 일을 하면서도 내부의 풀이 너무 작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외부에서 다른 영역에 있던 사람들이 들어와서 같이 일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만화 내부에 있던 사람도 외부로 나가서 못해봤던 걸 해봐서 좀 더 다양한 모습들이 나와야 한다고 봐요. 만화 일에 전문인들이 생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여기서 더 도약을 하려면 외부와 좀 더 많은 접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국제전시에 무민이나 마스다 미리 같은 전시는 외부의 미술 큐레이터를 직접 데리고 와서 진행했어요. 만화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시는 분들이니 같이 만화에 대한 연구도 하면서 준비하게 했더니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다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표현적인 부분에서는 더 좋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면에서는 저희들이 만화 쪽에 좀 더 자극을 줄 수 있는 거고, 다른 영역에서 영감을 받아갈 수 있는 거고요.

박재동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은 만화는 스토리라는 거야. 그런데 그것을 비주얼적인 면을 중점으로 두니까 온 사람들이 보기에 근사하기는 하지만 뭔가 얻어가는 게 없어. 그런 맥락에서 이번 전시에서 영 전달되지 못한 게 있지.

김종옥
제 생각은 타 장르에서 만화 쪽으로 들어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만화 문화에 대한 이해는 없는데 워낙에 내부에 만화 큐레이터들이 없으니까 거기서 오는 문제들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시카프에서도 이런 경험이 많았는데요. 미술 쪽에서 경험이 있는 큐레이터들은 비주얼 쪽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써요. 이미지를 중시하다보니 작가의 어떤 면을 보여줘야 하며,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관객과 소통이 필요한 지점이 어디인지 짚어내는 것보다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만 생각해서 생기는 실패 사례들을 좀 많이 봤어요.
단기조직이니 할 말은 없지만 만화 전문 큐레이터가 정말 없어요. 그런데 외부의 큐레이터들은 일이 없어서 결국 다 접어요. 조 대표님께서 교육 쪽 일을 하시기는 하시지만 큐레이터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많이 없구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할 사람을 찾으면 또 없어요. 이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개인 큐레이터가 악착같이 적극적으로 다니면서 내 밥줄 안 끊기게 해야 하는 건데 그건 너무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는 거고, 실질적으로 전문 큐레이터를 양성할 수 있고 그들이 잘 먹고 잘사는 정도가 아니라도 안정적으로 자기실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우리 전체가 진작에 고민했어야 할 사안이라는 거죠.
키워놓으면 갈 데가 없다고 하는데 저는 찾으면 사람이 없어요.

장상용
말씀이 맞기는 한데 이건 좀 역량의 문제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외부에서 인력이 들어왔을 때 만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든지, 비주얼적인 면만 중시한다면 그 부분은 조직에서 컨트롤해줘야죠. 그래서 외부인력의 장점을 확실히 살릴 수 있고 기획적으로 뒷받침을 해줘서 나오는 결과까지 검수할 수 있으면 가장 좋죠. 하지만 실제로 진행하다보면 시간이나 예산이 부족하니까 맡겨두고 컨트롤이 안 되고…. 결국은 전체적인 그림을 어떻게 만들어가나 하는 문제가 있는 거죠.

김종옥
작가가 참여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이것이 내 전시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든다는 기획이 거기서부터 나와야 하거든요. 기획을 할 때 끊임없이 작가들과 소통하고, 아이디어도 내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관객들에게 작가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전시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실현되지 않는 것도 큐레이터의 몫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각 축제의 사무국장이나 팀장들이 컨트롤타워가 되어서 잡아주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전문적인 큐레이터에게 이 전시를 부탁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전문 큐레이터가 70~80%를 하고 나머지 20~30%를 컨트롤타워에서 잡아줄 수 있는 바탕이 돼야죠. 그리고 전시에서 할 애기가 정말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면으로 봤던 것들을 어떻게 전시에서 새롭게 보여줄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죠.

박건웅
(새로운 실험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답이 정해져있으면 재미가 없을 거예요. 초기 미술전시도 나열형식으로 했던 걸 고무적으로 실험을 해서 조형물도 만들어보고 입체적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만화전시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고 표준이 잡혀 있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 잡혀 있지 않은 부분이 재미있는 거죠. 앞으로 더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더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거고요. 웹툰 같은 경우에도 디지털 출력방식으로 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전시가 가능한 거거든요.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기기만으로 할 수 있는 방법도 있겠고 오히려 공간이 없이 가상공간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도 있겠고 아무튼 앞으로 시도해볼 것들이 많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이 듭니다.

박재동
웹툰이 제일 전시하기 어려웠어. 만화 전시에서 그림만 나열해줘도 별로 재미가 없고 어떻게 해도 새로울 게 없어서 어려움이 있는데 특히 웹툰은 더욱 그래. 책이라도 있어야 사람들이 만져볼 게 있는데 다 스크롤로 해서 봐야하는 것들이고…. 그래서 고민하던 중에 이희재 선생이 재밌는 얘기를 했어요. 작가가 작업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찍어서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종류의 전시도 가능하다고.

SONY DSC

박건웅
그리고 전문 큐레이터도 중요하지만 작가가 스스로 참여해서 전시를 준비하는 행위도 하나의 전시콘텐츠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번에 <짐승의 시간> 전시도 그런 의미에서 한 건데 서툴지만 그 전시하는 것조차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봐요. 하지만 이것이 비단 출판하는 작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웹툰 작가들도 본인들의 작품이 어떤 형식으로 전시되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는 항상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잘 모으면 작가들도 스스로 본인 캐릭터들이 어떻게 전시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져올 수 있을 거고, 어떻게 하면 오프라인에서 더 재미있게 사람들에게 선보일까 하는 그런 욕심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조희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거 같아요. 박건웅 작가님처럼 적극적으로 본인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한 땀 한 땀 전시에 임하는 작가님들도 분명 있겠지만 나는 모르겠다 식으로 나오신 분도 있거든요. 큐레이터들이 작품과 이미지를 다 고른 후에 해당 이미지를 고화질로 달라고 사정사정해야 겨우 받거나 심지어 본인 전시나 사인회에 관심도 없으셔서 안 나오시는 경우도 있고요.

박건웅
그래서 그런 참여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좀 있어요. 물론 전문 큐레이터에게 맡기는 식의 전시도 있지만 그림만 그리는 것이 작가가 아니라 이런 전시를 하는 행위들까지도, 장르가 다른 구역들을 넘나드는 것도 작가의 영역이기 때문에 다양하게 동영상도 만들어보고 하는 실험정신을 가진 작가들을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다는 거죠.

조희윤
웹툰 얘기가 나온 지가 벌써 2003년부터인데요. 웹툰의 전시 방식에 대해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이 굉장히 많았죠. 패드로 보여줘야 하는가, 대형 스크린으로 스크롤해서 보여줘야 하는가 말이 많았는데 사실 채널이 달라서 그런 거지 만화의 한 종류로 보는 거예요. 작품의 주제적 접근을 하거나 아니면 작가 한 명에게 괄목할 만한 이슈를 만들었다거나 하는 식의 내용적 접근으로 가야지, 형식적으로 ‘웹툰은 디지털’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이제 곤란하다는 거죠. 웹툰을 만화의 한 장르로 보고 그에 대한 내용적, 주제적 접근으로 연구를 하고 그 연구에서 전시거리가 나오는 거죠.

박건웅
형식적인 실험은 각 작가들이 이미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사운드를 넣는다거나 스크롤을 내리면 이미지에 변화가 생긴다거나 하는 기술적인 실험들은 이미 하고 있잖아요.

조희윤
이미 모바일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고 있죠. 하지만 그 몇 천편의 웹툰을 다시 분류해서 독자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어떻게 전시를 할 것이냐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재동
웹툰의 가장 큰 특징은 리플이라고 생각해. 리플의 내용 때문에 스토리에 변화를 주는 경우도 생기고.

마무리 모음 축제좌담

이재식
이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만화 축제나 이베트로 꼭 기억할 만한 사례나 우리 축제에 바라는 말씀 있으면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드립니다.

김종옥
전시라고 하면 두 가지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하나는 기존의 작품의 경우 원화전을 하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원화를 보여주는 건 관객으로서는 새로운 접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하나는 만화의 스토리를 공감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이전에 이두호 선생님의 머털도사의 한 장면을 공간으로 표현했던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평면으로 보던 만화의 한 공간에 자기가 들어가는 것 같은 전시였죠. 그런 것이 가능하려면 작품의 가장 핵심이 되는 장면을 작가와 함께 찾아야 하거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만화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만화전시가 계속 새로운 부분들이 개발되어야 해요. 축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10년을 축제를 해왔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어려우나 축제만큼 그 시기의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야 하는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가장 상상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 축제죠. 그렇기에 더욱 작가나 만화 관련업계 사람들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실무자로서 비록 죽어가는 행사라고 할지라도 이것이 우리의 상상력을 움직이는 중요한 장이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희윤
제가 쓴 논문 뒷부분에 제언이 있어요. 전시기획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전시기획의 패러다임과 실천전략에 대한 연구를 논문으로 썼는데요. 2000년대 이후 전시 동향을 바탕으로 해서 비코프, 시카프 위주로 연구한 게 있는데 통합미디어로서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구축이라든가, 축제 대상층에 대한 세분화라든가, 그들을 위한 킬러콘텐츠를 하나씩 담아내자는 거죠. 어린이와 마니아, 가족, 성인, 주부 등의 연령층을 타깃으로 하는 것과 에로 등의 장르적인 콘텐츠의 확장으로 축제의 분류를 어린이와 만화인 이렇게 이분법으로 하지 말고 더 다양하게 나누자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환경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라는 건데 디지털로 옮겨오면서 만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도 있죠. 그리고 교육기관에서 창작자들에 대한 양성 외에도 기획 관련이라든가 교육관련 또는 전시기획이나 스토리기획에 대한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각 대학에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허영만 전시나 100주년 전시 같은, 중국에도 진출하고 전국으로 순회전시도 할 수 있는 그런 블록버스터형 전시개발을 통해서 전시의 경쟁력들도 강화했으면 해요.

박재동
이런 학술적인 연구들도 대중들에게 노출을 해서 “만화에도 이런 연구들이 있구나.”라는 걸 알려야 할 필요성도 있지.

조희윤
2011년까지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데이터로 쓰기에는 괜찮지 않나 생각해요.

박재동
이런 논문 자체도 하나의 콘텐츠지.

박건웅
저는 만화전시를 본 적은 많이 없는데 다만 우리나라 전시에서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너무 주제가 단편적이에요. 어떤 소재가 있으면 소재전, 이런 식으로 하는데 물론 그런 단편적인 전시들도 있어야겠지만 전시라는 건 어떻게 보면 사회적 문제들을 비틀고 현 시대에서 가장 필요한 것들을 간질이거나 실험적인 새로운 주제를 제시해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요. 예를 들어 과거 학교에서는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라는 주제를 가지고 전시를 했었는데 각양각색의 상상력들이 나와서 다양한 전시가 되더라구요. 혹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이라든가, 그런 식으로 작가가 좀 더 상상력을 불러 일으켜서 이 시대에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적 접근을 하는 전시가 만화계에서는 오히려 없다는 생각입니다. 사회에 대한 풍자가 만화의 힘인데 글로벌화 되면서 그런 주제의식들이 좀 사라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런 것들을 발굴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기획전시들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장상용
축제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만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라는 명제가 있다면 콘셉트가 어떠하든 일단 재미있어야 할 것이고, 축제도 재미가 있으면 살 것이고, 재미가 없으면 죽겠죠. 거기에서 좌우되는 것은 참여자들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참가하느냐인데요. 이번에 <짐승의 시간 전시>에서 박건웅 작가님은 풀타임으로 출전을 하셨죠. 아침부터 저녁까지 5일 동안이요. 사실 몰래몰래 뭐 하고 계시나 살펴보러 가고 그랬는데 어느 날은 폐장 직전의 시간까지 전시실 안에 고문실을 재현해둔 곳에서 매대를 놓고 책을 판매를 하는데요. 누가 팔아주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팬들이 책값을 물어보고 할인이 되는가 물었더니 단칼에 안 된다고 정가에 판매를 했죠. 할인이 안 된다고 하면서도 판매를 하는 그 부분이 너무 좋아 보였어요. 여러 사람이 고문실까지 오면 직접 이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 설명도 해주고 심지어는 진로상담까지 해주는데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질문을 하면 하지 말라고까지 얘기하고요. 작가가 직접 안내할 뿐 아니라 부끄러워하지 않고 판매도 한다는 것이, (박건웅 : 저 많이 팔았어요. 한 50권 팔았어요) 그러니까! 이런 코너들이 있을 때 축제가 재밌어진다는 거죠. 그 전시를 꾸미는데 몇 천 만원의 예산이 들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살아있는 코너들이 얼마나 있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예를 들어 시민들의 참여도 중요한데 스탬프 투어 같은 경우에도 한 코너에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일대가 마비가 되는 일도 있었고요. 작년에는 코스어들이 2,000명 정도 모였다는 거에 의의를 뒀다면 이번에는 코스어들에게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역할을 다 줬어요. 이 사람들이 스스로 참여자로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계기를 주니까 확실히 살아 움직이는 부분이 있었어요. 앞으로 그 사람들을 내년, 내후년에 조직화할 것인가는 앞으로의 과제인데 작가든 기획자든 제작자든 관람객이든 그 축제에 얼마만큼 재미있게 참여하고 볼거리가 살아있는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생명력이 없는 축제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안에 들어와서 보니까 뭔가 살아 움직이고 꿈틀거리는 것이 축제 전체의 분위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개별의 코너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하나에서라도 만족감을 줄 수 있다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유료화도 같은 맥락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재동
만화의 30년 뒤의 일을 예상한다고 했는데 그건 난 잘 모르겠어. 그러나 지금은 만화를 만화가만 그리지만 30년 뒤에는 만화가 모든 사람들의 언어가 될 거라고 생각해. 의사표현의 수단이 될 거야. 카톡 같은 메신저를 보면 말풍선처럼 되어 있어. 캐릭터(이모티콘)가 있지. 이미 만화는 우리 생활 속에 들어가 있어. 그래서 30년 후면 사람들이 어지간해서는 짧은 스토리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옛날에는 수필도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 지금은 어지간한 사람은 다 쓰듯이 30년 후의 만화도 그리 될 것이고 축제도 좀 다르게 진행될 거라 생각해. 처음에 부천에서는 어떻게 하면 작가들이 올 수 있을까, 서울 사람들이 올 수 있을까, 세계에서 올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앙굴렘에 우리가 돈 들고 갔듯이 이번에는 세계에서 돈 들고 사람들이 왔다고 들어서 너무 기뻤어. 앞으로도 가보고 싶은 축제, 참여하고 싶은 축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코스프레 하는 아이들 얘기도 들으면서 너무 부러웠어. 오라고 초대한 것도 아닌데 저희들끼리 와서 저희들끼리 노는 게 말이야. 2천 명이나 됐으니, 장난이 아니지. 예전에는 아이들이 하는 코믹월드도 여기에서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고. 일단 서울에서 너무 멀고, 이런 행사는 좀 몰래 불온한 맛에 하는 게 있는데 관에서 주최를 하는 거면 또 그런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 아무튼 이랬으면 좋겠어. 작가들도 오지 말라고 해도 오는 축제, 뭔가 자발적으로 해보고 싶은 축제, 뭔가 있을 것 같은 축제, 이런 것이 이루어지면 참 좋겠어.
Web_Web__MG_4469

이재식
만화 전문큐레이터를 육성해야 한다고 한창완 선생님께서 당부하시고 조금 일찍 일어나셨습니다. 박재동 선생님께서 바라는 ‘오지 말라고 해도 오는 축제’, 비코프와 시카프가 그렇게 됐으면 합니다. 내년이면 스무 번째를 맞는 우리 만화축제가 어른으로 당당하게 걸어오는 모습 생각합니다. 만화축제 토론에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