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림! 40년 공력이 전자판을 긁었다! 스스슥… 스스슥…_장태산 <몽홀>

by -
0 752

용호취의 <권법>! 복면엑스의 <프로레슬링>! 테무친의 <몽홀>! – ‘남성적 선’

 

무협극화(武俠劇畫)의 거두(巨頭)! 장태산(張泰山)!
이라고, 무협지를 패러디해 시작한다만 나 자신은 ‘무협지’와도 소위 ‘대본소 극화’와도 인연이 적다. 내가 장태산을 기억하는 것은 잡지 ‘보물섬’에 연재되던 <나간다 용호취>와 ‘아이큐 점프’에 연재되던 <스카이 레슬러>의 그림이다. <나간다 용호취>에서는 “가화삼보(嘉禾三寶)” 성룡, 홍금보, 원표의 영화를 보며 느꼈던 운동감을 ‘정지’된 만화에서 느꼈고, <스카이 레슬러>에서는 근육에 깃든 힘을 느꼈다.

1

그림. 내가 기억하는 장태산의 만화는 ‘선’이고 강렬한 구도의 ‘그림’이다. 장태산의 선은 예전부터 붓이나 펜으로 필압을 강하게 주거나, 그림자를 붓으로 넣는 기법으로 힘과 양감을 전달한다. 철이 지났을 지는 몰라도, ‘남성적’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어울린다. <정무문>의 결말에서 슬픔에 찬 이소룡이 이를 악다물자, 턱 근육이 꿈틀대는 바로 그 느낌이 장태산이 그리는 선에서 뿜어져나온다. <몽홀>에서도 남성적인 선이 돋보인다. 붓과 펜으로 종이에 그리는 방식에서 태블릿과 라이트펜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필압은 여전히 강하고 구도는 더욱 강렬해졌다.

 

검(劍)을 일자(一字)로 긋자 일만세(壹萬勢) 함대(艦隊)와 창해(滄海)가 일도양단(一刀兩斷)하였다! – ‘무협적 낭만주의 서술’
또 다른 특징으로는 무협식 서술방식이다. <몽홀>은 전통적인 무협지의 서술방식(영탄법, 단언투의 해설 등)을 이용해 서사를 뒷받침한다. 무협은 서양의 낭만주의와는 또 다른 형태의 남성적인 낭만주의 장르다.

스크린샷 2015-09-17 오후 1.27.10
칸과 칸 사이에서, 서사의 외부 정보를 무협지의 문체로 해설한다

낭만주의란 거대한 자연처럼 크고 완벽한 것에 도전하는 개인의 독자성과 이성을 뛰어넘는 남성적 의지를 그리는 사조다. 인터뷰에서 그는 존 웨인의 <정복자 징기스칸(The Conquerer)>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나는 존 웨인의 팬이고, <정복자 징기스칸>을 소장하고 있는데, <몽홀>이 그리는 몽골은 <정복자 징기스칸>에서 할리우드적인 낭만으로 그리는 몽골보다 훨씬 가혹하기에, 더욱 ‘낭만’적이다. 치밀하고 묵직한 선으로 그린 <몽홀>이 가혹하고, 강하고, 거대할수록 몽홀(몽골)에 도전하는 ‘테무친’의 삶도 낭만적으로 변해간다.

 

화면지상(畫面像)의 거구(巨軀)가 잔영(殘影)도 없이 허공(虛空)을 답보(踏步)했다! – ‘한국적 게키가 연출’
또 다른 연출 상의 특징은 ‘게키가(劇畫)’적 연출이다. 일본의 게키가는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 액션영화와 아메리칸 뉴 시네마에 영향을 받은 스타일로, 대표적인 특징은 ‘롱 테이크’다.

고전 할리우드 영화의 스튜디오 방식은 철저히 계산해 컷을 나누고, ‘몽타주’해 흐름을 만든다. 이 방식은 스토리 보드도 마찬가지로, 현재의 일본 망가를 비롯해 한국의 만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웹툰은 스토리보드처럼 세로로 스크롤해 가며 영상을 재구성하는 몽타주 방식의 흐름을 따른다. 롱 테이크는 큰 그림을 ‘스크롤’해 직접적인 팬 효과를 노리는 식으로 구현한다. 반면 1960년대의 ‘새로운 영화’는 저예산, 스튜디오 방식이 주는 영상의 인위성 거부 등을 이유로 롱 테이크로 연속적인 흐름을 다용했다. 화면의 변화는 단속적인 컷이 아니라 줌이나 팬으로 이루어진다.3-13-2

3-3
줌 인(Zoom-in), 틸트(Tilt) 등을 사용하는 카메라 워크의 예

일본의 게키가는 연속동작이나, 줌, 팬 등의 카메라 워크를 의식하는 방식으로 롱 테이크를 표현해왔다. <몽홀>에서도 게키가적 연출이 자주 보인다. 그러나 장태산은 만화의 기법인 간략화된 선, 동작의 비약 등 만화 기법에도 능해, 이케가미 료이치의 어색한 액션, 코지마 고세키의 과도한 연속동작 등 일본의 게키가의 대표적인 단점을 극복한다.

 

웹툰 독자와 작가의 스펙트럼 확대를 기대하며
분명 <몽홀>은 자생적으로 최적화된 웹툰의 ‘스타일’과 ‘대상독자’가 다른 흐름에서 온 외부요소다. 그러나 최적화된 체계는 이질적인 외부요소와 만나 진화한다. <몽홀>의 세 가지 특성은 웹툰 시장 외부에 있는 독자를 끌어오는 또 다른 동인이 되어 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몽홀>이 성공적으로 연재를 이어간다면, 기존의 다른 흐름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해온 작가들의 진출도 늘 것이다.

조금 익숙치 않은 감각 속에 변화의 씨앗이 잠들어 있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손지상

소설가, 만화평론가, 칼럼니스트, 번역가.

주요 출간:
단편집 [당신의 苦를 삽니다], [데스매치로 속죄하라 - 국회의사당 학살사건], [스쿨 하프보일드], [일만킬로미터 너머 그대. 스토리 작법서 [스토리 트레이닝: 이론편], [스토리 트레이닝:실전편]

글 전체보기

SIMILAR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