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골남 8

 

8회 핵심 요약

 

9월 3주차 베스트셀러 차트
만골남 9월 3주차

만골남의 선택
진루엔 양의 「의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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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001-7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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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골남08
만골남 M씨 #8, 진루엔 양 「의화단」 – “모든 전쟁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

안녕하세요. 또 한 주만에 만화 골라주는 남자 서찬휘입니다.

제가 지난 주에 은주의 방을 소개하면서 버릴 걸 버려야 한다니, 방송 마치고 집 정리를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니 하는 이야기를 했었죠. 그리고 벌써 한 주인데 어쩌고 있느냐-라고 하면, 일단 아이를 키우기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집안을 다 뒤집고 있는 상황입니다. 책장도 책도 옮기고 이제 책상도 들어내고 가구도 집기도 중고로 내보내고 애가 좀 크더라도 키가 닿지 않을 높이로 가구들을 새로 사고…

저도 저인데 이제 출산을 앞두고 있는 아내의 경우 운영하던 천연 원석 악세서리 쇼핑몰도 곧 휴식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제작 도구나 재료인 원석들을 모조리 따로따로 싸서 정리하고 버릴 것들을 분리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원석이나 황동선 같은 재료들이 아기가 집어삼키기 딱 좋은 크기라서 그대로 진행할 수가 없다는 판단인데요.

워낙에 자잘한 크기다 보니까 일일이 정리하기도 힘이 드는 마당에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고, 게다가 제가 원석 종류를 거의 볼 줄을 모르다 보니 섣불리 손을 댈래야 댈 수도 없더라고요. 하지만 끝내 정리를 해 놓고 버려야겠다 마음 먹은 것에는 미련없이 손을 털어내는 아내 모습을 보면서 새삼 실감했습니다. 아. 나는 아직도 쓸데없는 미련이 많구나. 버릴 걸 버려야 새걸 들일 수 있구나. 다시 한 번 이런저런 반성을 해 봅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면 은주의 방을 다시 한 번 봐야 할 것 같네요.

참. 은주의 방과 관련해서 방송 중에 이야기하려다가 지나친 부분이 있는데 AS 삼아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이 작품이 참 좋은데 다만 책과 관련해 아쉬움이 좀 큽니다. 이건 송곳의 단행본에 관해 이야기했을 때와는 정 반대의 감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웹툰이 책으로 나올 때에는 그 작품이 인기작이어서 나온다는 것 외에도 모니터와 책의 차이도 반영한 편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은주의 방의 경우는 네이버북스에서 결제를 해서 웹툰 형태로 보시는 편이 낫겠다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시즌2가 단행본이 나올 때에는 그런 부분이 좀 해소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럼 전하는 말씀 들으시고 이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만화 골라주는 남자 만골남 M씨는 만화 비평 전문 웹진 크리틱엠에서 제작합니다. c r i t i c m .com, 크리틱 엠.

 

“지난 주 베스트셀러”
만골남 9월 3주차

네. 지난 한 주 가장 많이 팔린 만화책들엔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 보는 베스트셀러 시간입니다. 10위 권을 살펴볼 텐데요.

먼저 10위는 명탐정 코난 86권. 공동 8위는 길트 플레져의 배드 컴퍼니와 원피스 77권. 7위가- 꽤 오랜만입니다. 진격의 거인 17권. 공동 5위가 원펀맨 3권이랑 목소리의 형태 6권. 4위가 혀노 작가의 남과 여 1권. 3위가 열혈강호 67권. 2위가 원피스 78권. 그리고 슬램덩크 오리지널판 1~5 박스세트가 1위입니다.

차트 변동이 좀 있네요. 일단 1위가 된 슬램덩크 오리지널판 1~5권 박스세트는, 옛날에 대원에서 처음 슬램덩크 단행본을 냈을 때 판본으로 다시 낸 겁니다. 사골도 이런 사골이 없습니다. 저는 사실 옛날 오리지널 판본에 완전판을 다 갖고 있어서 이후 프리미엄판 나왔을 때에도 또 사긴 싫어, 그랬는데 이젠 오리지널판까지 나온 마당이라니 이거 진짜 어째야 하나 고민이 되긴 하네요. 놓을 자리가 없어서 아마 이거까지 사긴 어렵지 않으려나 싶습니다.

터줏대감 격인 원피스와 열혈강호를 지나치면 네이버 인기 웹툰인 죽음에 관하여를 시니 작가와 공동 작업하던 혀노 작가의 솔로 데뷔작인 남과 여 1권이 나옵니다. 4위인데요. 원래 작가분이 죽음에 관하여 연재 시작 직전까지 네이버 베스트 도전 게시판에 올리던 만화라고 하네요. 여하간 58화 분량으로 완결돼 있습니다.

목소리의 형태 6권이 차트에 새로 진입해 들어왔고, 원펀맨 3권을 지나면 역시 새로 진입해 들어온 진격의 거인 17권이 보입니다. 이 작품도 이제 화제성이 좀 무뎌질 만도 한데 여전히 나오고 있군요.

8위를 한 길트 플레져의 배드 컴퍼니는 미국 쪽에 출간돼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인디즈워즈의 프리퀄 격인 작품입니다. 인디즈워즈는 탐미적인 그림 덕에 팬층이 많은 시리즈죠. 공동 8위는 원피스 77권. 10위는 명탐정 코난 86권입니다.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차트였습니다.

 

#만골남의 선택
만골남의 선택, 여덟 번째 시간에 골라 온 만화는 진루엔 양의 「의화단」입니다.

「의화단」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900년을 전후해 중국에서 일어났던 의화단 운동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실제 일어났던 역사에 작가가 창작한 캐릭터들을 풀어넣은 작품인데요. 일단 실제 역사를 모르면 이 작품의 배경을 이해할 수 없으니 먼저 간단히 소개를 하겠습니다.

1800년대는 산업혁명 이래로 그야말로 서구 열강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원료를 찾고 물건을 팔 대상을 찾아 다니던 시기입니다. 그러던 열강들에게 중국은 매우 큰 먹잇감처럼 보이고 있었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열강 앞에서 중국은 영국과의 아편전쟁, 일본과의 청일전쟁을 연거푸 짐으로써 그야말로 종이 호랑이 신세로 전락하고 있었습니다. 아편전쟁에서 지면서 배상금에다 홍콩 땅까지 영국에 빼앗겼고, 청일전쟁에서 지면서 조선에 관한 영향력까지 잃었거든요. 일본에 빼앗겼던 랴오둥 반도는 러시아랑 프랑스랑 독일이 반대해서 돌려받았지만 말이죠.

나라가 휘청거리는데 수습은 커녕 혼란상만 더하고 크리스트교 선교사들까지 들어와 중국인의 전통과 가족관계를 배격하고 다닌다-라고 인식되면서 민초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청나라가 일본과 충돌하기 시작하면서는 각 지역마다 자위를 위한 집단이 조직됐는데, 그 중 하나가 백련교 계열의 비밀결사인 대도회였습니다. 백련교는 중국 송나라 시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불교 계통의- 좀 많이 옆길로 샌 민간 종교였고요. 그리고 대도회는 18세기 말부터 청나라에 반란을 일으켜 온 집단입니다. 그 대도회의 한 분파로서 의화권이라 알려진 결사가 있었는데, 이들은 권법과 봉술을 수련하며 주문을 외우면 신통력을 발휘해 총알도 피할 수 있다고 믿었고 서유기의 등장인물들이나 관우와 같은 신격화한 대상을 자기 몸에 받아들여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술 수련과 종교가 결합돼 있는 형태였기 때문에 처음엔 의화단 운동을 권비의 난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서양인들에겐 권투선수 같아 보였다 하여 영문 명칭을 Boxer Rebellion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처음엔 양귀, 서양 귀신들이란 뜻이죠. 다시 말해 침략자인 서양인들과 더불어 만주족 왕조인 청나라를 몰아내는 데에 목적을 두고 반 서양, 반 크리스트교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에, 그동안 외국인들에게 수탈당하거나,전통을 침해당해 자존심을 긁혔거나 자연재해로 난민이 됐거나 한 평민들이 가세하면서 세가 크게 부풀었습니다. 이들은 처음엔 관군과도 부딪쳤는데, 1898년 무렵부터 조정의 주도권을 잡았던 서태후를 비롯한 반 외세 보수파가 대도회 의화권 일파에게 “힘을 합쳐 외세를 몰아내자”고 제안을 합니다. 그 때부터 이들은 이름을 의화단이라 하고 ‘부청멸양’, 다시 말해 청을 도와 서양 것들을 멸한다-를 외치게 됩니다. 이들은 크리스트교인들을 살해하고 교회를 불태우는가 하면 서구 열강이 수탈을 위해 설치한 철도 등의 기반시설을 때려 부숩니다. 그리고 외국 공관도 부쉈죠.

농민, 평민, 난민들을 중심으로 20여만 명 이상으로 수가 불어난 의화단은 1900년 4월 톈진을 점령했고, 영국과 프랑스, 미국, 독일은 청나라에 “2개월 안에 얘들 진압 못하면 우리가 직접 밟겠다”고 최후 통첩을 합니다. 1900년 5월엔 의화단이 베이징까지 치달았는데, 열강들이 서태후에게 물러나라는 요구를 전하자 서태후는 화가 나서 의화단을 베이징으로 들이는 한편 외국인을 모두 죽이라 명했습니다. 선교사와 공사관 요원들, 그리고 의화단원들이 가양귀자, 다시 말해 가짜 서양귀신들이라 부르던 중국인 크리스트교인들이 공사관과 대성당에 포위됐죠.

하지만 오래지 않아 1900년 6월 일본과 러시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까지 합세한 8개국 연합군이 톈진을 공격했고, 서태후가 “쟤들 반란군이니까 진압할 거야, 하긴 하는데 중간에 너네 선교사랑 크리스트교인들 보호 못했으니까 책임질게, 우리가 알아서 진압한다니깐?”이라고 뻘뻘거리는 걸 싹 무시하고 베이징까지 쳐들어옵니다. 연합군이 오자 서태후는 시안으로 쌩하니 내뺐고, 연합군은 주인 없는 베이징을 그야말로 탈탈 털어 약탈했습니다.

별다른 지휘자도 없이 오로지 미신에 기반해 총알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던 의화단원들은 주인이 도망간 땅에 남아 총화기 앞에 그야말로 ‘학살’을 당하게 됩니다. 흩어진 의화단원들은 소규모 항쟁을 이어가긴 했다지만, 여러 나라에게 유린당한 청나라는 이로써 사실상 열강들의 땅따먹기 놀음판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윽고 청나라는 적극적인 의화단 토벌로 열강의 신임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한 기회주의자 위안스카이가 신해혁명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쑨원의 중화민국과 손잡고 황제를 폐위시킴으로써 멸망하게 됩니다. 상황 수습하라고 보냈더니 오히려 나라를 엎은 셈인데요. 이 때 쫓겨난 황제가 선통제 푸이인데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더 참고로 말하자면 이 위안스카이는 20대 때부터 조선에 주재하면서 총리교섭통상대신으로서 꽤 오만하게 굴었다 하죠. 한자를 우리식으로 읽으면 원새개. 나중엔 쑨원 뒤통수를 치고 황제가 될 것을 자처하는 대형사고를 치기도 합니다. 했던 짓이나 말년이나 우리로 치면 이승만이랑 꽤 비슷한 인물이네요.

만화 「의화단」은 이러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뭐 물론 제목부터가 의화단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겠습니다만, 요는 이걸 어떻게 다루었느냐겠죠. 으레 이러한 역사를 앞에 둔다고 하면 의화단원을 주인공으로 하여 외세에 맞선 민초들의 분투기로 그릴 것인가, 아니면 서양인의 눈으로 볼 때 무식한 이교도들에게 피습당한 크리스트교인들의 고통으로 그릴 것인가. 또는 제국의 마지막을 조명하는 정치 드라마로 그려낼 것인가. 여기서 만화 「의화단」이 주목할 만한 건, 초점을 어느 한 개인 또는 한 편에 두지 않았다는 점과, 나쁜 침략자와 정의로운 저항자 구도가 아니라 들이닥친 현실 앞에서 양갈래 선택지에 선 중국인 소년과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밀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두 선택지가 이 작품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두 권으로 구성돼 있는 이 작품의 표지는 한 권이 소년의 얼굴 반, 그리고 다른 한 권이 소녀의 얼굴 반 해서 합쳐지는 형태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를 합쳐 놓으면 이어지게끔 구성돼 있는데요. 1권 격인 소년의 전쟁 편이 ‘전쟁을 겪은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면 2권 격인 소녀의 전쟁이 ‘모든 전쟁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첫 번째 권이 의화단을 이끌고 서양 귀신으로 지칭되는 서양인들과 그들의 종교에 귀의한 중국인들인 가양귀자들을 공격하고 다니는 소년을 그리고 있다면 두 번째 권은 같은 시간축과 사건들 속에서 첫 번째 권 소년이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바로 그 가양귀자 가운데 한 명인 소녀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두 권은 같은 역사를 배경으로 지니고 있지만 주인공이 서로 다른, 서로 독립된 이야기입니다.

의화단 사람들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중국의 신화 속 인물 또는 신의 반열에 오른 인물을 받아들여 그 힘을 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소년 바오는 그 가운데에서도 중국의 틀을 세웠다 할 수 있는 진시황을 받아들인 것으로 등장합니다. 경극을 좋아하고 서양인들에 불만을 품었던 소년은 대도회 소속이었던 주홍등이라는 청년에게서 무예를 배웠고, 그가 서양인들을 치러 갔다 오히려 죽어 돌아오자 복수를 위해 칼을 듭니다. 주홍등이 알려준 도사는 형들의 보호와 주홍등의 복수를 위해 칼이 필요하다는 바오에게 신안을 열어주었고, 그 때부터 바오는 진시황의 현신이 됩니다.

바오는 때론 머뭇거리면서도 진시황이 이끄는 바를 구현합니다. 오로지 중국을 위해, 죽이고 태우고 부수는 것. 진시황이 누굽니까. 중국 대륙을 통일하여 처음으로 황제임을 자임한, 말 그대로 첫 황제. 그래서 진시황이죠. 그리고 만리장성은 둘째치고- 분서갱유를 일으킨 장본인이죠. 학자 오지게 죽였고, 책 오지게 태웠죠. 오로지 중국을 위해서요.

또 다른 주인공 소녀는 이름이 ‘넷째’입니다. 4월 4일에 태어나 불길하다면서 할아버지가 이름도 지어주지 않은, 사실상 집에서는 내놓은 자식입니다. 태어난 순서를 따서 그냥 ‘넷째’가 된 소녀는, 그래도 가족들에게 애정을 받고 싶어 노력해 보지만 결과는 실수로 집안에 모신 토지공 상을 부수는 결과로 나옵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소녀에게 “마귀”라고 소리지르죠. 졸지에 마귀 취급을 받은 소녀는 얼굴을 일부러 마귀처럼 일그러뜨리고 다니게 되는데, 엄마는 소녀를 용한 점쟁이에게 데려가 고쳐달라고 하죠. 거기서 소녀는 처음으로 십자가를 만나고, 이듬해 장터에서 서양 선교사가 토지공 상을 박살내는 걸 보면서 자신도 저런 마귀가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실수였지만 저들은 자기 의지로 토지공 상을 부수었습니다. 소녀는 그 모습에 자신도 제대로 마귀가 되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소녀는, 세례를 받고 네 번째 태어난 아이일 뿐이라던 넷째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선택한 이름을 지니게 됩니다. 세례명은 비비아나. 넷째는 그때부터 비비아나로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신부님을 따라 자신에게 이름조차 주지 않았던 가족과 마을을 떠납니다. 소년 바오에게 진시황이 있었다면 소녀 비비아나에게는 잔다르크가 있었습니다. 비비아나는 영국에게 침략당했던 프랑스의 소녀 잔다르크의 환영을 만난 이래 잔다르크의 출정에서부터 마지막까지를 자기의 여정 속에서 보게 됩니다.

작품은 두 권의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끌고 가면서도 중간 중간 겹치는 부분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바오와 비비아나는, 비비아나가 아직 ‘넷째’이던 시기에 장터에 가던 길에서 마주칩니다. 마귀라는 소리를 듣고 마귀 표정을 짓고 있던 소녀에게 소년은 경극 속 인물인 듯하다면서 멋대로 연심을 품었죠. 그 때엔 물론 그 뿐이었지만. 또, 비비아나가 마귀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된 사건은 신부가 토지공 상을 우상이라며 부순 일입니다. 그 광경을 바오도 한 쪽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진시황을 몸에 들인 바오가 의화단과 세를 불리며 진격해 오던 때, 비비아나는 잔다르크처럼 하느님의 여전사로서 첫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결심합니다. 둘은 그렇게 하여 의화단과 연합군이 맞붙은 베이징에서 조우합니다. 소년에게 소녀는 멋대로라고는 하나 첫사랑의 대상이었지만 죽여야 할 대상이고, 소녀에게 소년은 소녀 자신이 막바지에 마주한 깨달음을 전해야 할 마지막 사람입니다.

그렇게 둘의 운명이 같은 사건 같은 역사 앞에서 교차하는 가운데, 의화단 운동은 이미 결론을 알고 있다시피 서태후의 도주와 함께 20만에 달하는 거대한 시체더미를 만드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작품은 이 소년 소녀의 시선을 서로 다른 축으로 놓고 넓게 전개시킴으로써 당시 중국 민중들이 맞닥뜨렸던 거대한 물결의 세기를 실감케 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한 쪽에 가볍게 정의를 부여하지 않고, 또 한 편으로 양쪽을 쉽사리 양비론을 동원해 비하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소년 바오와 소녀 비비아나는 각기 진시황과 잔다르크에 자신을 투영하고 있지만 둘이 중국과 서양을 각기 대변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바오를 표상으로 하는 의화단 운동은, 바오와 의화단원간의 대화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실제로는 짜임새와 목표를 분명히 갖춘 정치 개혁 운동이 아니었습니다. 구성원들 가운데 글을 읽을 줄 아는 인물도 거의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작품의 주인공 바오부터가 문맹이고, 그들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대상은 크리스트교 관점이 아니라도 일단 미신 그 자체였습니다. 애초에 권법을 수련하고 신적 존재를 숭배하면 총포도 막아낼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닥돌, 닥치고 맨몸 돌격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만큼 단순무식한 발상이었지요.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모습을 ‘야만적인 중국인들’로 놓지 않고 그들의 모습의 반대편에 비비아나와 잔다르크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비비아나가 환영으로 만난 잔다르크 또한 사실은 신앙의 힘만으로 들고 일어난 프랑스 작은 마을의 소작농 딸네미였거든요. 오직 신앙심 하나로, 계시를 받았다는 마음 하나로 영국에 맞선 작은 소녀였습니다. 잔다르크가 어떤 인물이고 하니,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신의 뜻으로 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입니다.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 귀족 일부가 샤를 6세의 아들을 임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잉글랜드 쪽에다가 왕권을 넘기려고 하고 있던 차였는데 잔다르크의 활약으로 샤를 왕세자가 무사히 샤를 7세로 등극할 수 있게 됐거든요. 그리고 샤를 7세는 왕위에 오르고 나서는 잔다르크를 성가시게 여긴 나머지 적극적으로 방치함으로써 결국 적에게 사로잡혀 불타 죽게 만들었습니다. 어째 구도가 많이 비슷하죠? 권력자의 뒤통수로 죽었다는 점 말이죠.

바오에게 씌인 진시황이 오로지 하나된 중국이란 기치만을 위해 자기의 문화도 사람도 죽일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 오로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만을 쳐다보고 달려들어 상대를 깔아뭉개고 든 열강들의 행태는 진시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비아나가 본 환영 속의 잔다르크는 어떤가요. 잔다르크의 활약과 죽음은 다름아닌 프랑스판 의화단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바오와 비비아나라는 두 중국인이 1900년의 중국 베이징에서 마주한 현실은, 동양 대 서양의 충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단지 어느 한 쪽의 야만성과 어느 한 쪽의 선진성이 부딪친 것이 아닙니다. 각자가 추구한 정의의 모습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지, 그리고 서로가 보고 있지 않은 점은 무엇이었는지- 작가는 이렇게 진창 속에 같이 빠져 싸울 때엔 몰랐던 면을 사건이 일어난 지 백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끄집어내 올려놓고 묻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저 어느 한쪽이 정당했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양귀를 없애 민중을 구하겠다던 바오는 중국 문화의 정수들이 담긴 큰 도서관을 자기가 마음을 두었던 여성과 함께 태워 없애고 말았습니다. 이 꼴에 정당성이 있지는 않죠. 우리나라도 천주교가 자생할 당시에 많이 겪은 문제기도 하지만, 전통에 관한 몰이해를 드러내며 포교 대상을 무지몽매한 이교도로 몰아세우는 것에도 정당성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작품은 당시 서구 열강의 식민지 건설 붐에도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작품속에 독일 공사가 중국인들을 악랄하게 비하하는 말을 대사로 담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 모두는 자기 나름대로의 정의로 임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게 맞다고, 그게 옳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면서요

그래서 이 만화가 그리고 있는 건 단지 당시 왕조를 비판하는 내용도, 침략자 서양을 악독하거나 나쁘지 않다는 식으로 그리는 내용도, 중국인을 무식하게 그리는 내용도 아닙니다. 작가는 일관되게 묻고 있는 겁니다. 두 번째 권에 해당하는 소녀의 전쟁 부제가 딱 그겁니다. 결국 이 두 권 전체를 꿰뚫는 키워드기도 하죠. “모든 전쟁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 이 키워드를 ‘그러니까 어느 쪽이나 다 똑같아’로 빠트리지 않고, 담담하게 이미 일어난 역사 속에서 서로가 아예 품을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 무엇이었는가,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가를 말하는 데 사용한 건 분명 작가의 큰 역량입니다.

바로 얼마 전 촬영을 다 마쳤다고 하는 디씨코믹스 쪽의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예고편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와요. JUSTICE HAS A BAD SIDE. 정의는 나쁜 면을 지니고 있다. 저는 이 표현이 이 만화 「의화단」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정의의 양면성을 경계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옳은 일을 행한다는 명목으로 생각지도 못한 폭력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균형의 붕괴가 많은 분쟁과 잡음을 만들어내고 또 많은 작품에 영감을 주기도 하지만, 정작 우리가 TV 속에서, 은막 속에서, 지면 속에서 붕괴 당하고 있는 당사자가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요.

 

이 작품을 지은 진루엔 양은 중국계 미국인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늘 이방인의 입장에 서 있었던 경험이 녹아 있습니다. 당장 비비아나의 경우도 전통으로 말미암아 이름조차 얻지 못했던 소녀였고, 그 전통에서 벗어남으로서 이름을 얻을 수 있었죠.

다만 작품을 읽으면서, 와 이렇게도 역사에 접근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과 더불어서 “그럼에도” 당한 입장에선 그렇게만 생각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어서 약간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를테면, 일제강점기 시기의 일본과 한국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두고도 비슷하게 접근할 수 있을까요? 의화단을 소재로 관용이나 정의의 화해라는 키워드를 끄집어낸 건 대단하지만 서구 열강의 침탈은 1900년대를 살던 중국인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울화였을 겁니다. 그 시기 당사자들에겐 ‘그 시기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었고 청나라의 무능이 더 컸다’라고 간단하게 정리할 수는 없겠죠. 작품이 뽑아내고자 한 키워드에서 배울 것은 많습니다만, 역사를 움직일만큼 큰 요인 앞에서 대상 모두를 다 동등한 거리로 쳐다볼 수 있는 입장에 서 있을 수 있을까는 여전히 좀 의문입니다. 역사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에 관해서 이 작품이 무거운 숙제를 던져주네요.

의화단을 보면서 몇 년 앞서 조선에서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탐관오리의 수탈에 시달리고 서양 세력의 등장에 불안해하던 민중들이 마음을 두던 종교가 기반이 됐고, 농민이 주가 되어 들고 일어났고, 결국 큰 세를 이루었음에도 다급한 조정을 구워 삶아 진압에 참여한 일본군에게 무력의 차이를 보이며 도륙당했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이 시기를 제대로 다룬 만화가 정극으로 한 번 등장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이번 주 방송 여기서 마칠까 합니다.

모두 만골만골한 한 주 보내십시오. 서찬휘였습니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이자 만화정보저널 사이트 '만화인' (http://manhwain.com) 운영자. 글쓰기와 만화를 좋아하던 프로그래머 지망생이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만화와 얽힌 글을 쓰면서 만화 정보를 묶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짜고 있다. 자생한 1.5~2세대 한국형 오덕으로 덕업일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츄럴 본 프리랜서. 칼럼, 연구, 비평, 강의, 방송, 캘리그라피 등 만화와 관련해서는 오는 의뢰 안 막는 자판기형 용병의 삶을 구가 중이다. 최근엔 열심히 애 아빠로 클래스 체인지 시도 중. 봄이야,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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