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하며 변하지 않는 일은 바로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사실이라 말을 누군가에 들은 기억이 난다. 그만큼 인간이라면 언제가 경험해야 하는 현실이 바로 죽음이다. 과연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 이런 질문을 자식의 입장에서 본 작품이 바로 <우리 딴 얘기 좀 하면 안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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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라즈 채스트 (Roz Chast)와 영문판 표지

 

뉴욕 브루클린에서 자란 작가 채스트는 코네티컷으로 이사를 가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다. 브루클린에서의 유년시절이 싫었던 작가는 독립하고 결혼을 하면서 부모님이 살던 브루클린의 옛집에는 10년간 거의 발길을 끊게 된다. 하지만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나고자 하는 욕구에 휩싸여 방문한 부모님의 집에는 정리가 전혀 되지 않은 노인들의 삶이 있을 뿐이었다. 이후 작가는 부모님의 짐을 치우고, 그들의 삶을 어떻게 정리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또한 건강했던 부모님은 노쇠로 다치게 되고, 부모님을 위한 요양원, 간병인, 호스피스 등의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서 이 모든 것들을 자식의 입장에서 그려나간다. 그 사이 사이 러시아 이민자인 조부모의 힘겨운 삶,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부모님의 애틋한 사랑, 그리고 작가 본인의 유년시절, 엄마와의 관계 등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가 부모님의 투병과 죽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003삶과 죽음이라는 대명제는 국적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지만, 이외의 사회적 시스템은 각 국가의 차이가 꽤나 크기 때문에 작품에 나오는 많은 것들이 낯설 수 있다. 특히 의료보험 체계 같은 것은 우리나라의 시스템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점들이 작품을 읽는데 조금은 어려울 수 있으나 부모님의 죽음이 결코 로맨틱할 수 없다는 것을 – 금전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자식으로서 감당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와 유사한 사회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일본만화에서는 이런 점들은 좀 편안하게 다가오는 편이다. 다양한 노년 문제를 청년 노인복지사를 통해 특유의 일본적 만화 문법 으로 풀어낸 <헬프맨!>,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옆에서 돌보는 이야기인 <페코로스, 어머니를 만나러갑니다.>, 노년의 사랑을 다룬 만화 <황혼유성군>등이 있다. 채스트의 작품이 미국에서의 노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부모와 자식사이의 삶과 죽음의 문제라는 점에서는 국적을 초월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 작품이 다른 노인 문제를 다룬 작품과 차별이 되는 점은 엄마와의 화해 시도에 관해서이다. 과거의 교육법으로 딸을 가르쳤던 엄마한테 상처를 입었던 채스트는 죽어가는 엄마와 화해를 시도한다. 하지만 그 시도는 의미 없이 끝나고 작가는 그 슬픔을 담담히 텍스트로 표현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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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을 나섰다. 모든 것이 평안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나는 ‘그곳’의 세련된 로비를 가로질러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내 차로 걸어갔다. 차에 올라타서 나는 울었다. 뱃속부터 울려나오는 흐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내가 느낀 슬픔이 너무 깊어서 나 스스로도 놀랄 지경이었다. 화도 나 있었다. 어째서, 엄마는 나를 더 잘 알려고 노력하지 않은 거야?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모녀 관계에서 우리가 서로를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만약 존재했더라면 –만약에 말이다- 그 기회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는 것을.”(p.208)

그렇게 화해에 실패한 채스트는 결국 부모님을 보내게 되고, 그들의 유골을 드레스룸에 보관하게 된다. 아직 부모님을 묘지에 안치할 만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드레스 룸의 문을 열 때마다 보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골함을 보면서 그들의 계속 추억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부모를 잃은 자식의 슬픔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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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났으면 언젠가는 죽는다. 내 부모를 어떻게 잘 보낼 것인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삶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인가. 나와 내 가족들은 죽음 앞에서 서로 어떤 감정의 앙금들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인가. 작가가 자신의 부모님과의 이별 과정을 그려내는 작품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나와 나의 가족을 둘러싼 죽음을 고민하게 된다. 그것이 이 작품이 호평을 받은 이유일터이니, 꼭 한번 일독하길 권한다.

백수진

만화를 좋아라 했고, 아직도 좋아라 하고있고, 앞으로도 좋아라 할 1인. 너무 좋아하해서 만화관련 기관에서 일을 하고, 만화와 미디어로 공부도 하고 있는데, 결과는 아직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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