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dcast016

 

16회 핵심 요약

 

11월 2주차 베스트셀러 차트
11월 2주차

만골남의 선택
손장원의 「달이 내린 산기슭」

이벤트 참여(문자)
010-3001-7506

팟빵 링크: http://www.podbbang.com/ch/9914

아이튠즈 링크:  https://itunes.apple.com/kr/podcast/manhwagollajuneun-namja-mangolnam/id1033727933?mt=2

 

방송 전문 보기
만골남016

 

만화 골라주는 남자, 만골남 M씨!
안녕하세요, 만화 골라주는 남자, 만골남 서찬휘입니다. 며칠 비가 내리더니 간만에 가을다운 하늘이 나왔습니다. 노랗고 붉게 물든 낙엽이 이제 길을 가득 채우고 있네요. 이 정취가 지나가면 겨울이 오겠죠. 저는 여름과 겨울보다는 봄과 가을을 좋아하는데, 가을도 이제 지나가고 있다 보니 벌써부터 얼른 봄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희 아이가 태명이 봄이인데, 이제 곧 나올 예정이거든요. 그 봄도 이 봄도 곧 무사히 찾아와주길 바랄 따름입니다.

자. 이렇게 날이 추워지고 있는 지난 주말엔 폭우가 내렸습니다. 남부는 오랜 가뭄으로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는데 서울 바닥에선 대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끈적한 물이 하얗고 맵게도 내렸습니다. 폭우 피해 입으신 분들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아울러 이 겨울 같은 나날이 얼른 지나가길 바랄 따름입니다. 끝나긴 하겠죠 그래도.

자. 방송과 관련해서, 덕밍아웃이라는 서브컬처 팟캐스트를 운영하시는 더쿠라 님께서 만골남 M씨를 방송 중에 소개해주셨더라고요. 더쿠라 님이 만골남 M씨 쪽에 이런 덧글을 남겨주셨습니다.

방송 잘 듣고 있습니다!
저는 평소 팟캐스트들끼리의 연대에 적극적이고자, 이번 저희 방송 33화에서 만골남을 강력 추천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만골남과 서찬휘 님 방송을 애청했으면 합니다! 주위에 많이 많이 알리겠습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서찬휘 님과 만삭이신 아내분의 건강 조심하시고요,
이번주 금요일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번에 팟캐스트 ‘덕밍아웃’ 33회 ‘더쿠라의 추천 팟캐스트’ 서브컬처 편에서 만골남 M씨를 소개해주셨는데요. 다른 방송들과 함께 소개해주셨는데, 만골남 M씨와 관련해서는 1시간 13분 30초부터 1:18:28초, 거의 5분에 달하는 분량으로 소개해주셨어요. 1회 송곳, 2회 7층, 4회 보통 연애 다들 하고 계십니까, 11회 푸른 알약, 12회 수짱 시리즈 편을 특히 추천해주셨습니다. 반드시 사회 이슈와 엮어서 소개하려는 건 아니지만, 어떤 만화든간에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는데요. 그 지점을 잘 말씀해주셨습니다.

말씀마따나 잘 준비된 방송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사실 처음엔 준비 덜 하고 그냥 마구 이야기하는 걸 녹음하고픈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힘들어서요. 매주 A4 10장씩은 쓰는 상황이다 보니 하면서 힘이 너무 들더라고요. 1회 때 말한 것처럼 힘을 빼고 가려고 했는데 혼자서 진행하는 방송에서 그렇게 가려 하니 말하고자 하는 바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아서 지금 형태로 정착하긴 했는데… 많이 준비하지 않고 더블 DJ 선에서 그 때 그 때 나오는 말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과 힘 빡 줘서 준비하는 것을 병행하고픈데, 역시 그 또한 재원 마련이 관건입니다. 일전에도 말한 것 같은데 저는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움직이기 어려운 속물이랍니다.

이 타이틀로는 이번 편까지 해서 다섯 회가 남았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지만 만드는 사람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 계속해서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에도 리뷰 방송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정보 전달 쪽에 관심이 많은데, 리뷰도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있죠. 아이 낳고 다시 돌아올게요.

그럼 전하는 말씀 들으시고 이어서 지난 주 베스트셀러 차트 들으시겠습니다.

만화 골라주는 남자 만골남 M씨는 만화 비평 전문 웹진 크리틱엠에서 제작합니다. c r i t i c m .com, 크리틱 엠.

 

지난 주 베스트셀러 차트
11월 2주차

지난 주에 어떤 만화책이 가장 많이 팔렸는지를 살피는 만화 베스트셀러 차트입니다. 이 차트는 YES24, 알라딘,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의 50위권 만화 분야 베스트셀러 차트를 기준으로 산출해낸 국내 유일 국내 최초의 통합 만화 베스트셀러 차트입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차트는 11월 둘째주차입니다.

10위입니다. 몇 주 만에 다시 10위권으로 진입해 들어온 청춘 만화 아오 하 라이드 13권. 사키사카 이오. 완결권이네요. 책 설명이 “열심히 발버둥치며 힘껏 달려온 청춘 스토리 드디어 완결”이라는데 청춘은 역시 닥치고 달리기라는 인상이 있는 듯도 하죠.

9위는 역시 청춘물의 끝장을 보여주는 은수저 13권. 아라카와 히로무. 소여사님은 아르슬란 전기 신간은 언제 내실는지 목 빼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8위는 오무라이스 잼잼. 6권. 조경규 작가님. 6권은 시리즈 최대 분량으로 나온다고 하는군요. 560쪽 반양장. 신간이 거의 11개월만에 나오는데 그럴만한 분량이라는 느낌이군요.

7위는 어제 뭐 먹었어 10권. 요시나가 후미. 6위는- 저희 단골 카페 주인 아저씨가 좋아하는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이네요. 믹스 7권. 뭐 여전한듯 여전하지 않은 여전한 것 같은 아다치 표 만화. 하지만 또 믿고 보기도 하는 아다치 미츠루 표 만화.

5위는 슬램덩크 오리지널 박스판 6~10권 세트. 이노우에 타케히코. 뭐 추가 설명 필요 없겠죠. 그리고 공동 2위 두 편과 4위가 모두 원펀맨입니다. 4위 원펀맨 1권. 공동 2위가 원펀맨 5권과 원펀맨 6권. ONE과 무라타 유스케. 그리고 1권이 원피스 79권. 오다 에이이치로. 에이 원피스 천하가 얼른 깨지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좋아한대도 1당 독재는 재미 없어요.

지금까지 만화 베스트셀러 차트였습니다.

 

만골남의 선택
만골남이 열여섯 번째로 고른 작품은 손장원 작가의 「달이 내린 산기슭」입니다.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에 연재되어 완결됐기 때문에 웹툰으로만 알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만, 원래는 학산문화사의 만화 잡지 찬스플러스에서 연재됐던 출판만화입니다.

잡지 연재 만화가 웹툰 연재란과 동시 연재되는 사례야 최근 좀 늘고는 있습니다만, 이 작품의 경우는 동시 연재가 아니라 작품이 잡지에서 연재 중단됐다가 한참이 지난 시점에 웹에서 다시 공개가 됐다는 점이 차이가 있는데요. 일단 이 작품이 겪은 기구한 여정은 조금 이따가 설명하기로 하고 먼저 스토리부터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오원경입니다. 전국을 떠도는 지질학자로, 산에서 화석을 캐 교재로 팔거나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충북 단양에 들른 그는 느닷없이 벼락을 만납니다. 벼락은 절벽을 치고, 그 겨를에 돌이 무너져 내립니다. 원경은 이를 치우려 하다가 돌 옆에서 공중에 떠 있는 한 소녀를 봅니다.

자신을 ‘흥월리층’이라 밝힌 소녀는 다름아닌 그 일대 지층의 정령입니다. 하지만 흥월리층이라는 지층 이름은 수 년 전 지질조사를 다시 해 영월 쪽의 지층으로 대체되며 사라진 상태죠. 이름 잃은 지층의 정령은 다시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던 원경에게 소녀는 느닷없이 “날 안내하라”고 말합니다. 세상 구경을 시켜달라고 한 건데요. 돌아갈 곳을 잃은 지층의 정령 소녀와 사연이 좀 있어 보이는 지질학자 아저씨의 담담하고 색다른 여행길, 그 끝에서 소녀는 또 다른 안식처를 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 전에 소멸하게 될까요.

「달이 내린 산기슭」은 그 스스로 지질학 박사학위를 지니고 있는 작가가 전공을 살려 그려낸 작품인데요. 그렇다고 저처럼 화석이라고 해 봐야 암모나이트나 삼엽충, 공룡 몇 종 정도를 알까 싶을 만큼 전문 지식 전혀 없는 사람도 읽는 데에는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작품은 지층을 비롯해 지질학적인 요소에 인격을 부여해 인간과 함께 같은 시기, 같은 시대를 숨쉬며 살아가고 있는 자연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남성형 정령들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소녀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독자들 사이에서 지층 모에화라는 반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모에라고 하는 개념에 관해 일일이 설명하자면 그것만으로도 아예 몇 회차 강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간단히 정리하면 ‘취향 코드의 집합’입니다. 1차적으로는 ‘미소녀’를 이루는 온갖 조형 요소들. 그러니까 머리카락 모양이나 눈매, 가슴크기, 얼굴형, 옷차림, 주요 악세서리나 소품 등을 조각조각 파편화로 나누고 이를 조립함으로써 특정 취향에 해당하는 인물을 조형해내는 걸 ‘모에’라고 합니다. 싹틀 맹이라는 한자를 일본식으로 읽어 모에라고 하는데요.

취향이 사람별로 다 다르므로 모에는 결국 사람 수 곱하기 그 사람이 각기 지닌 취향 수만큼 많게 마련인데, 이를 코드화, 파츠화할 수 있게끔 정형화하는 경향이 있어 모에가 극단화하면 생김새가 몹시 엇비슷해지는 단점이 있지요. 2차적으로는 작화를 통해 드러난 미소녀 뿐 아니라 연령과 성별, 외모와 성격을 불문하고 캐릭터 전반에 해당하는 취향 코드로 발전되어 가고, 실제 사람의 목소리나 생김새로도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모에를 여성을 향한 성적 대상화라고만 이야기하는 단계는 이제 좀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3차적으로는 그조차도 이제 의미가 특정화하지 않고 그냥 귀엽다, 예쁘다는 감상을 일컬을 때에도 이 표현을 그냥 쓰곤 하죠. 묘하게 ‘섹시하다’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 근간에 취향을 저격하는 요소를 향한 성적 페티쉬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만, 어쨌든 모에화라고 하는 건 어느 대상을 모에한 코드로 조형해냈다는 말이 됩니다. 인격이 없는 대상이나, 아니면 원래 실존했던 인물을 모에화했다라고 하면 대체로 상대를 ‘예쁘고’ ‘귀여우며’ ‘일정 부분 정형화한 캐릭터’로 만들어냈다고 보면 대충 맞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층 모에화라고 하면 다시 말해 지층을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들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겠고요. 일부 남성형 캐릭터를 제외하자면 이 작품은 확실히 우리나라에서 모에화라는 면에서는 한 획을 그은 작품이란 점은 분명합니다. 자연을 인물로 만들어 냈으니까요. 의인화와는 좀 다르긴 합니다만.

근데 이 작품이 단지 모에화로만 화제를 모은 건 아닙니다. 모에화는 소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고, 오히려 이 작품에 눈이 가는 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입니다. 작품에는 재밌게도 눈에 띄는 악역 하나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로맨스도 없어요. 절단신공이 발휘된 것도 아닙니다. 작품을 이어가면서 작가가 지질학 박사다운 지식 자랑을 내비친 적도 없고 드라마를 극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회차 내에서 애들을 돌아가면서 고난에 빠트리거나 하지도 않아요. 근데, 그럼에도 묘하게 가슴 따뜻하면서도 애절하고 안타까운 감상을 만들어냅니다.

이게 정말 읽으면서 신기했는데요. 이유를 생각해 보니 다른 극적 요소를 마구 집어넣지 않더라도 작품을 굳건하게 끌고 가는 비극 아닌 비극이 하나 있더라고요. 바로 오원경과 함께 주인공인 지층 소녀 흥월리가 오래지 않아 소멸할 운명을 타고 났다는 점입니다. 시한부죠. 그리고 그 운명을 만든 원인이 어디인가가 드러나는 과정이 뒷배경에 깔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심지어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알아서 아는 이도, 직감적으로 아는 이도 있지만요. 그럼에도 대뜸 슬픈 전개로 빠지거나 하지도 않고, 인물들이 꾸준히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시한부니까 불쌍해서 돌봐준다, 라는 차원으로 빠지지도 않고, 끊임없이 ‘그럼에도 지금 이 시간을 함께 쌓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독자로 하여금 혹시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대로 보내진 않겠지 하는 기대를 살짝 품게는 하는데, 인물들 각자는 또 담담해요. 그 감정 조절이 또 절묘합니다. 애들이 왁자지껄하게 싸우거나 하지 않아도 배경 설정과 시간의 흐름만으로 이렇게까지 드라마틱한 구성을 만들어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정말 신인이 맞나 싶을 정도였죠. 그림 자체가 탄탄하냐 하면 그렇지만은 않다 하겠습니다만, 이 작품의 내용을 보여주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근데 이러한 부분과 더불어서 제가 좀 놀란 부분이 있다면, 이만큼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관해 ‘자연보호’ 같은 구호를 내걸지 않고도 잘 조명해낸 작품이 또 있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큰 산의 산신령과 달리 새로 형성된 정령이 나타나는 까닭을 작품은 도로를 내기 위해 산 한 가운데를 갈라내면서 산이 둘로 나뉘었기 때문으로 이야기합니다. 흥월리 – 월리라 불리는 정령 소녀가 떨어져 나오게 된 원인은, 흥월리층이 지질조사를 다시 하면서 영월 쪽 지층으로 편입돼 그 이름을 잃었기 때문이죠. 산을 나누는 것도 인간, 자연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자연은 그 이름을 안은 채 인간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작품은 인간이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형상화하고 힘을 받는 자연지물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그러니까 자연을 보호하자-라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아요. 다만, 이름을 부여하고, 조명하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바꾸는 과정의 중심에 인간이 서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작품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윽박지르지는 않지만, 그 과정을 행하는 종의 어깨에 걸린 무게를 문득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작품 속에서 오원경이 월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느끼는 일말의 감정들은 단지 불쌍해서, 측은지심으로서가 아닙니다. 읽으시면 아시게 될 부분이지만,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해 생각을 안 할 수 없게 합니다. 이 점이 정말 독특했어요. 자기 멋대로 느낀 책임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일말의 감정도 없진 않을 겁니다만 그와 함께 자기 행위와 그 결과에 관한 인과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죠. 어느 만화에서도 나온 말이고 이 작품에서도 비슷한 대사가 나오기는 합니다만, 모든 일에 우연은 없습니다. 필연이 있을 뿐. 그게 인과죠. 그리고 이를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리켜 저는 종으로서의 염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인간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인과에 관해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에화라든지 그런 부분에 좀 가려져서 그렇지, 이 작품은 이 무게를 말한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훌륭한 작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을 때면 지율 스님 생각이 납니다. 천성산을 고속철도 노선이 가로지르게 되어 터널 공사를 하게 되자 도룡뇽 보호를 앞세워 다섯 차례 단식을 벌였던 비구니 스님 이야기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무슨 공사장만 지나면 뻑하면 국고를 몇 조나 탕진했다며 쌍욕지거리를 구구절절 쏟아붓는데요. 어떻게 사람이 그 정도 단식을 할 수 있느냐 분명 사기다 이런 소리도 하고. 실제로 공사 지체로 발생한 손실이 조 단위가 아니고 145억 정도라는 점은 정정 보도가 나긴 했습니다만, 뭐 그런 건 상관 없고 일단 국가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 때문에 죽일놈의 땡중년이네 뭐네 하는 겁니다. 내가 내는 세금 손실을 냈다는 건 부차고요. 이런 사람이 아버지라 죄송합니다만, 이런 사람이 한둘도 아니었죠. 관건은 그거죠. 국가적인 큰 공사에 시민들은 군말없이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할 의지가 있는가. 일련의 희생이 희생으로 받아들여지기는 하는가, 그렇다면 이 사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지율 스님이 도롱뇽을 앞세워 단식을 하고 소송을 걸어 연거푸 지는 과정이 그냥 국가에 관한 쓸데없는 반기인가, 아니면 이것을 얻기 위해 너희가 희생시키려 하는 게 무엇인가를 알리는 과정인가.

네. 결국 해야 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관해서 환기하는 과정은 일이 클수록 더욱 크게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집행 주체들은, 그 과정을 감내해야만 합니다. 결국 해야 한다 하더라도, 그 희생에 따른 책임은 지고 가야 하는 겁니다. 세금은 그러라고 내는 거고 권한도 그러라고 주는 거고, 그럴 수 있으니까 대의제 체제가 성립하는 거겠죠. 오원경이 월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느끼는 일말의 감정들이 무엇과 닮아 있는지, 작가의 의도와는 또 별개로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확장되면, 인간이 인간으로서 매일 같이 희생시키고 있는 여러가지 생명들에 관한 생각까지도 연결됩니다. 과연 우리는 매일 같이 잡아먹고 있는 식재료들에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요. 이 지점을 건드리는 만화로는 아라카와 히로무의 「은수저」가 있는데, 저는 「달이 내린 산기슭」을 보시고 무언가를 느끼신 분이라면 「은수저」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청춘들 이야기로서뿐 아니라 축산을 통해 기르고 도축하여 고기를 만드는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생각할 여지를 많이 던져주는 작품이기도 해요.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편의는 그저 당연하게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고기들도, 잘 뚫린 도로도, 그런 지점에서는 일맥상통합니다. 거기에 생명이 있습니다. 다른 걸 기대하는 게 아니죠. 그걸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관한 태도를 기대하는 겁니다. 동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사람에게도 함부로 대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적인 자연보호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인정한다면 최소한 그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관한 생각은 해야 하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사회의 절반을 넘긴다면 그 사회가 사람 개개인을 어떻게 대할지는 불보듯 뻔해집니다. 그래서 사람 개개인이 괴로운 거죠. 지금요.

자. 그럼 아까 언급했던 「달이 내린 산기슭」과 얽힌 일화를 소개해야겠습니다. 제가 아까 기구한 여정-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이 작품은 2011년 학산문화사 9회 통합공모전에서 우수상으로 당선된 「산」이란 작품을 장편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2012년 장편으로 연재가 됐고요. 흑백으로 연재되어 단행본 1권이 2012년 4월에 나왔습니다. 당시 잡지에서는 “당신과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치유계 판타지” “루리웹 역사상 최고 추천수의 우수만화 「여름이 지나간 자리」의 손장원 작가가 보내는 치유의 메세지”란 문구와 함께 책 광고도 실었어요. 그리고 『찬스 플러스』 2012년 9월호에 다음 호에 계속이라고 나왔습니다만, 『찬스 플러스』 2012년 10월호에는 작품이 느닷없이 실리지 않았고, 아무 전조도 없이 ‘지난 호가 마지막회였다’라는 문구만 적혀 있었습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었습니다. 단행본은 1권까지만 나온 상태였죠. 작가는 2권도 내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죠.

그렇게 멈춰 있던 작품이, 손장원 씨가 네이버 베스트 도전, 다음 웹툰 리그 등에 작품을 다시 올리면서 독자들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재연재할 기회가 생길 때까지’를 전제로 무료 공개를 시작했습니다. 무료로 공개됐다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기야 했지만, 문제는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이었고 어떻게 중단됐는지를 아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게 팬서비스로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습니다. 결국 2013년 5월 10일 손장원 씨는 다음의 웹툰리그 공간에 “다읍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다”는 공지를 올림으로써 문제를 일단락짓고 우리는 정식 연재 웹툰으로 완결된 「달이 내린 산기슭」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작가 입장에서는 나름대로의 승부수를 성공시킨 건데요. 연재할 때 학산문화사 로고가 박히는 걸 보면서 권리는 여전히 안 놓았구나 했는데, 결국 1권 분량까지만 컬러 버전으로 출간한 다음에 완결권은 2015년이 다 가고 있는 지금까지도 내고 있지 않습니다.

학산문화사가 만화계에서 여러 역할을 해 온 건 맞지만, 무슨 일이 있었든간에 자사에서 연재를 시작했다면 독자를 향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자사가 데뷔시킨 신인이잖아요. 연재 중단 과정도 아무런 전조조차 없이 그냥 끊었고, 작가가 승부수를 띄우고서야 연재가 재개됐고, 그렇게 완결이 됐는데 완결권은 또 안 내주고 있습니다. 이건 아니지 않나요. 부디, 완결권을 내 주면 좋겠습니다. 전 이 책만 원래 판본과 웹툰판 해서 두 권이에요. 뒷권 내 주세요. 지금도 목 빼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금이 뭐냐는 질문에 삥 같은 거야-라는 답이 돌아오는 개그가 있었습니다. 돈 나가는 거 싫죠. 하지만 단순히 의무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나라라고 하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져야 할 책임을 일정 부분 분담하고 그에 따른 보장을 받기에 세금을 냅니다. 어쩌면 자연과 인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달이 내린 산기슭」이 무작정 자연보호를 외치진 않지만, 인간이 부여한 이름으로 힘을 받고 인간의 구분에서 사라짐으로써 힘을 잃는 모습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란 무엇인가를 생각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또한 길을 새로 냄으로써 새로운 산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그것을 보완하는 방법이 없지 않음도 이야기하죠.

자연 위에 인간이 살아갑니다. 그리고 인간은 자연에 힘을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연이 힘을 잃으면 인간에게도 좋지 않을 수 있겠지요. 최소한 우리 인간이 자연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자연 위에 살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가는 데에 일말의 부담과 책임감을 지고 가려는 마음가짐. 그건 일말의 세금 같은 감정들입니다. 그 감정을 조금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작품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주에 17회차에서 뵙겠습니다. 모두 만골만골한 한 주 보내십시오. 서찬휘였습니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이자 만화정보저널 사이트 '만화인' (http://manhwain.com) 운영자. 글쓰기와 만화를 좋아하던 프로그래머 지망생이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만화와 얽힌 글을 쓰면서 만화 정보를 묶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짜고 있다. 자생한 1.5~2세대 한국형 오덕으로 덕업일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츄럴 본 프리랜서. 칼럼, 연구, 비평, 강의, 방송, 캘리그라피 등 만화와 관련해서는 오는 의뢰 안 막는 자판기형 용병의 삶을 구가 중이다. 최근엔 열심히 애 아빠로 클래스 체인지 시도 중. 봄이야,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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