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와 ‘서비스 컷’은 속구가 아니다_ <스페이스 차이나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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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SNS 상에서는 ‘팬티 노출’이 문제다. 하나는 타인을 성적인 목적으로 몰래 촬영하는 범죄행위인 ‘몰카,’ 또 다른 문제는 웹툰 <스페이스 차이나드레스>(이하 <스차드>)에서 ‘서비스 컷(1)’을 이유로 등장한 ‘판치라(パンチラ)(2)’ 문제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려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네이버에서 지난 화요일에 완결 된 <스차드>에 한정해서 논의를 진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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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차드>는 복잡한 경위로 출발했다. 시작은 원작자 최봉수가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연재한 <스차드>다. 이를 잡지 <월간 찬스>에서 원현재의 작화로 연재 됐고, 이후 <네이버 웹툰>에서 동시진행 되었다. 이처럼 원작자나 스토리 작가가 따로 있는 경우, 제작공정은 원작자는 콘티(3)를 짜고 작화가가 원고로 만든다. 이 과정을 편집자가 관리하며, 원작자나 작화가가 각각 가지고 있는 작품에 관한 아이디어, 의도, 방향성 등의 의견도 종합하는 의사소통도 담당한다.

이번 ‘판치라’ 문제의 큰 원인 중 하나는 이 의사소통에서 발생한 갈등이다. 처음 시작은 원작자 최봉수가 “내가 판치라를 등장시키지 않기를 원하는 데도 불구하고, 편집자가 서비스 컷을 이유로 계속해서 판치라를 등장시켰다.”라는 주장이다. 나는 이 글에서 책임소재나 ‘판치라’ 등의 ‘서비스 컷’ 자체를 논하기 보다, <스차드>의 패러디나 서비스 컷이 그다지 세련되지 못했다는 점을 다루고 싶다. 결론을 미리 이야기하자면 서비스 컷이나 패러디는 ‘속구’가 아니라 ‘변화구’여야 한다. <스차드>는 그러지 못했다.

 

‘패러디’ 그리고 ‘서비스 컷’
<스차드>의 세일즈 포인트는 시원스러운 액션, 다양한 패러디, ‘서비스 컷’, 그리고 중간중간 체인지업으로 흐름을 변속하는 개그다. 그 중 패러디와 서비스 컷에서, 우리나라의 다른 서사 장르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 드러난다.

재미를 느끼는 공식 중에는 ‘흐름의 변화’와 ‘기억의 환기’가 있다. ‘흐름의 변화’는 독자가 기대하고 있는 흐름의 장면에서 빗겨난 장면이 등장하면 웃음이 발생한다. 음악으로는 후렴구나 비브라토처럼 높낮이나 속도가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기억의 환기’는 독자가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유행어나 성대모사는 이 공식을 기반으로 한 웃음이다(4). 스차드는 이 두 공식을 사용한다. 중간에 끼어들어 흐름을 변속하는 개그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패러디가 각각 해당한다.

내가 문제로 삼는 것은 패러디로, ‘판치라’ 문제도 결국 패러디와 마찬가지 알고리즘으로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본래 이 둘은 서로 다른 맥락의 것이었으나, 상업화를 거치며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국내에는 이 상업화를 거친 뒤 들어와 개념이 뒤섞여버렸다. 자세한 사항은 지면 관계상 생략하고 간략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이 점을 짚으면 <스차드>를 이해하는 틀을 얻을 수 있다.

 

연출 의도마저 굴절시키는 변화구
‘판치라’는 본래 굴절된 에로스에 기인하는 것으로, 본래는 ‘해프닝’에서 비롯했다. 여성과의 접점이 적은 오타쿠 청년들은 <슈퍼 전대>(5) 시리즈를 보면서, 발차기를 하다 우연히 보인 팬티에 흥분하고는 했다(6). 판치라는 이처럼 “본래 성적인 의도가 있지 않은 장면에서, 맥락과는 동떨어진 해프닝으로 성적 기호가 틈입 하는 것”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일부러 팬티를 보여주는 것은 의도성이 있기에 판치라가 아닌 것이다(7). 한편 비슷한 시기, 만화에서 패러디 수법은 마니아 독자에서 작자로 전환되었다. 작자는 자신과 마찬가지인 마니아 독자에게 자기표현하기 위해 패러디를 수법으로 들여왔다. 본래의 스토리의 맥락과는 동떨어진 ‘마니아의 교양’이 기호로 틈입 하면서 특정한 기억을 환기시켜 재미를 만드는 것이다.

이 때 사용한 기호 중 하나가 성적 대상화 기호였고, 판치라는 그 중 하나였다. 패러디 수법에 사용한 판치라 등의 성적 대상화 기호가 주는 재미는 “본래 스토리의 맥락에서 주는 서사의 재미”에 플러스 알파로 “서비스”하기에 ‘서비스 컷’이라 부르게 되었다. 본래 해프닝이었던 판치라는 자기표현이라는 목적 하에 의도적으로 만화에 등장했으나, 초기에는 감추어진 암호로 등장했다. 야구로 비유하면 ‘변화구’다. 속도 만이 아니라, 타자를 속이려는 의도로 궤도를 굴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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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스차드> 1화의 한 장면으로, 저자 혹은 캐릭터의 자의식으로 굴절된 판치라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판치라의 의도는 사라지고 속구 판치라만이 남는다. 가운데 사진은 1화 바로 몇 컷 아래으로, 굴절은 사라진다. 이후 오른쪽 사진처럼 4화 표지처럼 속구 판치라가 일종의 ‘세일즈 포인트’로서 적극적으로 등장한다.

 

문제는 상업적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알아보기 쉽게 ‘서비스 컷’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서사 자체의 재미와 별개로, 서비스 컷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독자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낸다. 상업적인 수법은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가 목적이다. 이 순간 패러디 수법은 본래의 개성을 잃는다. 누구나 다 아는 패러디는 패러디가 아니라 조건화다. 내용과 관계없이 기호적 형식으로 인해 재미를 만든다. 손 쉽고 상업적인 방법임에는 분명하나, 세련된 방법이 아니다. 야구로 비유하면 ‘속구’다. 숨김도 굴절도 없다. 타자는 속구임을 뻔히 안다. 남은 것은 오직 던지고 받는다는 형식과 얼마나 빨리 던지느냐는 양적인 기준만이 남는다.

 

속구로 끝나버린 아쉬움
<스차드>에서는 상업화 된 패러디 수법, ‘속구’ 만이 보인다. ‘흐름의 변화’와 ‘기억의 환기’를 손 쉽게 일으키기 위해 독자가 모두 아는 조건화-패러디를 집어넣는다. 게다가 ‘서비스 컷’이나 ‘판치라’는 의도를 가지고 성적 대상화를 하는 것이기에, 변화구로서 특정한 의도로 그 표현을 의식해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슈퍼 전대>의 판치라와 만화의 판치라는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다. 전자는 해프닝이나, 후자는 해프닝을 재현해 재미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만화는 작가가 그림을 컨트롤 하는 예술이기에, 어떤 것을 그리고 어떤 것을 버릴 지에 의식적/무의식적 의도가 반영되게 마련이다. 나는 <스차드>의 패러디나 서비스 컷에서 자기표현으로 굴절된 ‘변화구’가 느껴진다면, 작가성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스차드>는 직구다. ‘독자가 좋아하니까’ 라는 이유로 제공되는 의무적인 서비스다. 반대로 그렇기에 독자의 지지를 얻고 장기 연재로 이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단순한 자기 표현을 넘어 고객을 위한 상품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한 것이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서비스란 본래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생각하지 못한 호의를 받는 것이고, 겉 보기에는 감추어진 것이다. 그래야만 ‘서프라이즈’, 감동이 벌어진다. <스차드>에서 그러한 ‘의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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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에서 유래한 용어로, “스토리 자체에는 연관이 없으나, 독자에게 서비스로 삽입한 컷’이라는 의미다. 주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전시하는 장면이 대부분이다.
2. 판치라는 일본어로 “팬티가 살짝 (보인다)”를 의미하는 “판티가 치랏토(パンティーがチラッと)”의 줄임말이다.
3. 만화를 만들 때 구도나 대사, 컷 나누기 등 스토리와 연출을 미리 설계한 것.
4.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졸저 <스토리 트레이닝: 이론편>, <스토리 트레이닝: 실전편>을 참조하기를 바란다.
5. 국내에서는 <파워 레인저> 등 <~레인저>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6. 여기서는 지면 문제로 언급만 하겠으나, 본래 ‘판치라’는 ‘몰카’ 등과 마찬가지로 전혀 성적인 의도를 보이지 않는 맥락에 성적 기호나 욕망이 끼어드는 현상으로, 본질적으로는 극단적인 성적 대상화, 격물화에 해당한다.
7. 이는 ‘판모로(パンモロ)’라고 해서, “팬티가 대놓고(보인다)”라는 “パンティーがモロに”에서 유래하는 말이다.

손지상

소설가, 만화평론가, 칼럼니스트, 번역가.

주요 출간:
단편집 [당신의 苦를 삽니다], [데스매치로 속죄하라 - 국회의사당 학살사건], [스쿨 하프보일드], [일만킬로미터 너머 그대. 스토리 작법서 [스토리 트레이닝: 이론편], [스토리 트레이닝:실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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