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은 왜 ‘영화는 나랑 안 맞아’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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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적으로 만화원작 영화가 느는 이유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불과 몇 년 전 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마블 코믹스의 ‘어벤져스’ 멤버의 이름은 만화 좀 본다 하는 사람이나 대강 아는 정도였다. 현재는 연이어 개봉해 성공을 거둔 영화 덕분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만화 원작 영상작품이 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할리우드의 경우, 제작비 조달 문제다. 과거와 현재는 영화 제작 방식에 변화를 겪었다. 과거에는 영화 스튜디오가 영화를 제작하고 자금을 조달했다. 투자자가 시나리오를 이해하는 능력이 있어, 오리지널 시나리오라도 내용을 인정받으면 영화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현재는 스튜디오 체제가 무너졌고, 영화에 문외한인 투자자는 시나리오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이미 알려진 만화 캐릭터를 영화화하는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영화화의 주인공. 이제 누구라도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는 공식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화가 어떤 이야기이고, 어떻게 OSMU(One Source Multi Use)를 해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지를 설득해야만 한다. 이를 위한 조건이 다음과 같다.

    1) 원작이 있을 것 (=투자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 캐릭터가 강할 것 (=상품화가 쉽다.)
    3) 독립된 중심사건이 있을 것. (=1편 분량에 담을 수 있다.)
    4) 흥행 시 속편 제작이 가능한 것 (=지속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킨다.)
    5) 인기 있는 배우를 캐스팅할 것. (=배우의 관객동원력에 의존한다.)

    미국의 코믹스는 캐릭터에게 강하게 의지하는 한 편, 전체적으로 큰 중심사건을 두고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방식이며, 역사가 오래되어 속편을 제작할 자원도 풍부하다. 할리우드가 코믹스에 의존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사정이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본의 경우도 스튜디오가 무너지고 여러 회사가 동시에 출자하는 ‘제작위원회’ 방식을 취하다 보니, 기존에 알려져 있는 작품을 발탁하는 편이 훨씬 쉽고 유리하다. 그래서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웹툰 원작 영화가 흔들리는 이유
    “포털사이트 장편 웹툰의 70%는 이미 판권이 팔렸다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영화화 성적이 좋지 않아 실제 제작이 들어간 작품은 얼마 안 된다.” 이런 뜬소문이 있다. 이 소문이 진실인가 거짓인가가 문제가 아니다. “웹툰이 왜 영화로 만들기 어려운가?”가 가장 큰 문제다.

    가장 큰 원인은 웹툰과 영화는 서사구조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스토리만 좋으면 팔린다.”라고 흔히 말하지만, 스토리는 다 같은 스토리가 아니다. 마치 개도 고양이도 원숭이도 모두 척추동물의 속성을 공유하지만, 고양이와 원숭이가 엄연히 생태가 다른 것과 같다. 서로 다른 구조의 장르를 “스토리”라는 이름으로 억지로 변환시키려고 하다가 ‘체한’ 것이, 웹툰 원작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라고 나는 주장한다.

    졸저 <스토리 트레이닝>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부분인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르냐고 한다면 플롯의 양이 다르다. 여기서 플롯이란 “사건의 변화”를 말하며, 등장인물 간의 상호작용이 곧 사건이기에, 작품의 길이와 인물 수는 플롯과 비례한다.

    장편 연재 웹툰과 2시간 장편 영화는 같은 장편이라고 하더라도 작품의 ‘분량’과 이에 비례해 ‘플롯량’이 완전히 다르다. 영상으로 플롯을 전달하려면 중요한 정보를 일일이 극화(dramatize) 해야 하며, 연속성이 있어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구체적으로 2시간 장편 영화의 경우, 플롯의 단위라 할 수 있는 시퀀스는 8~15개 사이다. 반면 활자는 추상도가 높아 설명의 형태로 쉽게 전달되고, 불연속적이라 유기적 연결이 느슨해도 된다. 장편 영화의 플롯량(8~15 시퀀스)는 소설의 경우 중·단편소설에 해당한다. 게다가 장편소설의 경우 분량 제약이 없어 얼마든지 플롯이 늘어날 수 있으며 중심사건 보다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소설의 경우, 인물이 적고 중심사건이 확실한 중·단편소설이 장편영화로 극화하는 편이 훨씬 탄탄하고 ‘영화적’이다.

    장편 연재 웹툰의 경우 활자와 영상의 중간에 위치한다. 연출은 영화처럼 시각적 자극인 그림을 이용하나, 플롯량이나 전달 방식은 활자와 유사하다. 장편 연재 소설의 특성 상 장편소설과 유사한 플롯을 보인다. 한 화마다 플롯이 완결성을 가지면서, 인기가 있는 만큼 연재가 계속되어 플롯이 상당히 많다. 이를 2시간 영화를 위해 8~15개의 시퀀스로 압축하고 각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불연속성도 문제가 된다. 웹툰의 ‘그림’과 ‘칸’은 불연속적으로 느슨하게 연결되며, 특히 포털 사이트에 연재되는 경우 스크롤 해서 ‘훑어보는’ 특성 때문에 더욱 활자와 유사한 속성을 보이게 된다. 개연성이나 디테일이 부족해도 일종의 몽타주처럼 독자의 상상력으로 보완되어 직접적으로 의미를 전달한다. 영화는 그렇지 않다. 전달방식에 연속성이 있기에, 시간을 들여서 정보를 극화해 전달해야 하고 화면 안의 정보량도 압도적으로 많아야 한다. 플롯마다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 플롯량은 반비례해 줄어든다. 따라서 각색이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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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과 영화의 구조적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강풀 원작의 영화다. 강풀의 많은 작품이 영화화되었으나, 그 자신이 “나는 영화와 맞지 않다.”라고 말할 만큼 영화 흥행 성적이 좋지 못하다. <아파트>는 전국 64만 관객이었고, 그 뒤로도 많은 작품이 100만을 넘지 못했다. 2011년 비로소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160만 명, 2012년 <26년>과 <이웃사람>이 200만 명을 겨우 넘겼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긴 호흡으로 진행되고 등장인물도 많아, 장편 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다. 차라리 비슷한 서사구조인 드라마가 훨씬 잘 변환될 것이다.

    웹툰 원작 영화는 그 외에도 <다세포 소녀>, <더 파이브> 등 많은 작품이 있으나, 대부분 성적이 크게 좋지는 않다. 서사구조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거나, 배우의 관객동원력이나 웹툰의 인기에만 의존한 것이 원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로,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흥행에 성공하는 반면, 영화는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대안은 무엇인가?
    웹툰의 영화/드라마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가장 먼저 선결문제가 서사구조를 의식한 각색이라고 나는 믿는다. 장편연재 웹툰을 영상화 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유사한 서사구조를 보이는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드라마가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고,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영화의 서사구조에 맞게 중심사건을 압축하고 캐릭터 숫자도 줄여, 플롯량을 줄이고 각색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임장감(reality)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파악하기 어렵다. 얼마나 유기적 연결을 중시할지, 어떤 것을 중심 사건으로 만들지, 이 사건을 바탕으로 어떤 인물을 채택하고 배제할지, 이 모든 과정을 통해 플롯을 선별하게 되고, 연출에 필요한 디테일을 정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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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파트>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 이런 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는 경우도 많고, 서사 구조에 대한 연구 보다는 각 장면의 연출에 더 집중하는 면이 많아 웹툰의 각색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 문제는 단순히 영상화를 위한 각색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이야기를 웹툰으로 옮기거나, 혹은 웹툰이 장기 연재가 아니라 다른 형태의 서사를 취할 경우에도 대두되는 문제다.

    미국은 이 문제를 전문화, 성문화 과정을 거쳐 극복했다. 할리우드는 과거부터 시나리오와 연출이 각각 전문가가 담당해 왔다. 영화 스튜디오뿐 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도, 시나리오를 최대한 간결하게 압축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많은 작가가 공동작업하고 있으며, 공동작업을 위한 ‘시스템화’가 이루어져 있다. 또한 각 편마다 흑백영화 시절의 ‘연작 B영화(Serial B Movie)’처럼 전체적인 연결은 남겨둔 채, 각 영화마다 중심사건을 중심으로 플롯을 완결하는 등 2시간 영화 구조에 맞추기 위해 플롯을 줄이는 작업에 힘을 기울인다.

    개인적으로 서사 구조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여기고 있으나 아직까지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 이 글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기를 바라는 요청이기도 하다.

     

    손지상

    소설가, 만화평론가, 칼럼니스트, 번역가.

    주요 출간:
    단편집 [당신의 苦를 삽니다], [데스매치로 속죄하라 - 국회의사당 학살사건], [스쿨 하프보일드], [일만킬로미터 너머 그대. 스토리 작법서 [스토리 트레이닝: 이론편], [스토리 트레이닝:실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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