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데뷔 10년 차. 출판만화 시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박경란 작가는 웹으로 무대를 옮겼다. 웹툰으로는 신인작가.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순정 웹툰 <이미테이션>으로 카카오페이지에서 매주 수요일을 책임진다. <이미테이션>은 연예계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두 남녀의 로맨스를 가장 달달하고 로맨틱하게 그리고 있다. 그렇다. <이미테이션>은 사랑을 그린다. 사랑을 그리는 박경란 작가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작가 사인 모습

2007년 제2회 학산문화사 통합공모전 순정부문 우수작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그때 당시에 게재된 인터뷰를 보니 만화가의 꿈은 중3때부터 꾸기 시작했다고 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중3때는 그냥 만화를 좋아하는 정도였다. 해보고는 싶은데 본격적으로 뭘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었다. 만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때였다. 수능 끝나고 원하는 대학을 못 간 상황에서 친구가 좋아하면 그래도 해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해서 시작하게 된 거다.

대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면 만화 동아리를 들어갔던 것인가.

대학 동아리는 아니고, 친구 언니가 있었던 곳에 들어갔다. 거기서 종이는 어떤 걸 쓰고, 펜터치는 어떻게 하는지 등 다양하게 배웠다. 따로 화실을 얻어 원고를 하거나 조그마한 학생회관을 빌려서 전시회를 했었다. 회지도 냈었다.

예전에는 만화를 그린다고 하면 집안의 반대가 심했었다.

나도 그랬다. 장난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편견이 있으니까. 아버지랑도 많이 싸웠다. 밥도 안 먹었다(웃음). 학교도 공대여서 관련도 없고, 멀기도 해서 대학을 그만두고 만화를 그리겠다고 했다. 결국 대학교 2학년 때 자퇴했다.

대학을 그만두고 만화를 그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었나.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그냥 해야겠다고 했던 것 같다. 대학을 다니면서 공대를 졸업하면 뭘 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그런데 그 길도 마땅히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왕 하려면 자기가 재밌는 거 하는 게 나으니까 대학을 그만두고 만화를 그리게 되었다.


공모전에 당선된 후 단편도 여럿 하고, < M.A.X >(4권 완결)도 했다. 지금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이미테이션>을 연재 중에 있다. 출판만화와 웹툰, 두 시스템을 경험해본 자로서 비교해 본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제일 큰 차이는 편집부가 있느냐 없느냐인 것 같다. 출판만화를 했을 때는 나보다 만화를 체계적으로 오래 한 사람들이다 보니 나에게 많은 피드백을 주었다. 그게 신인시절에는 되게 좋았다. 내 단점이나 콘티에서의 미흡한 점을 많이 잡아줬다. 그러나 그것이 시간이 지나니까 단점이 되었다. 내 스토리를 잃어버리게 됐다. 지금은 자율적으로 할 수 있어서 좋다.

표지_mix

그럼 요즘 같은 시대에서 편집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작가가 댓글을 보고 흔들리지 않게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인인 경우에는 스토리가 늘어질 때 스토리의 방향성을 같이 고민해 주거나, 힘들어하면 적절히 쉴 수 있게 말이다. 편집부가 있어서 좋은 건 날 것 그대로의 독자 의견을 그대로 접하지 않고 중간에 커트해 주는 거다. 독자 의견을 편집부에서 받아서 필요한 것만 전해주는 게 제일 좋았다.

마하 정면

<이미테이션>의 주인공인 마하를 통해 어떤 걸 보여주고 했나.

마하는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사람을 만나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단단해지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남을 따라 하면 안 되는데 따라 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 잘못을 스스로든, 주변 도움을 받아서든 자신의 개성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걸 보여주고 싶다. 물론 개성을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므로 마하가 그것을 성공할지 어떨지는 앞으로 계속 봐주시길 바란다.

댓글을 보면 실제 연예계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이 있다.

TV를 많이 보고, 기사도 많이 검색했다. 이번에 나왔던 숨바꼭질도 모델이 됐던 런닝맨을 엄청 봤다. 그리고 아이돌 나오는 건 다 챙겨봤다. 연예계 생태계를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다 봤던 것 같다. <이미테이션>이 끝나면 한동안은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웃음)
그렇다고 해도 실제 연예계 종사자를 알고 지내거나,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기에 한계가 있다. 그 부분은 추측이나 상상으로 덧붙였기 때문에 현실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셨으면 좋을 것 같다.

얼마 전에 서울 지하철역에 <이미테이션> 스크린도어 광고가 걸렸었다.

실제로 보지 못 해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예전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지하철 광고판에 만화를 광고해서 굉장히 놀라웠다. 근데 한국에서 그 주인공이 <이미테이션>이 되니 무척 신기했다.

 

스크린도어
사진 제공 김진아

스크린도어_미화

<이미테이션>을 연재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시즌1 37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하가 처음으로 연기하면서 울었던 화다. 무척 어려웠고 중요했다. 마하 인생에서 소리 내면서 우는 게 유년기 빼고는 처음이어서 더욱 그랬다. 입까지 벌리면서 엉엉 울어서 그리기도 힘들었다.

 

012_mix

예전 인터뷰에 어떤 만화를 그리고 싶냐는 질문에 연예인이 주인공인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마침 지금 연재 중인 <이미테이션>이 딱 그렇다. <이미테이션>이 끝나면 앞으로 어떤 만화를 그리고 싶은가.

계획하고 있는 건 차원이동, 회귀물이다. 클리셰한 소재이지만 재밌게 그리고 싶다. 따지고 보면 <이미테이션>도 클리셰한 만화다. 전통순정만화 클리셰를 좋아한다. 아마 앞으로도 소재만 달리해서 그릴 것 같다.

 

이미테이션 단행본 표지들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 마디.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언젠가 2016년을 떠올리면 그때 추억으로 <이미테이션>이 한 조각으로 남아 있으면 한다. 지금은 성인이지만 예전에 그렸던 만화를 보면서 중학생 시절을 보냈다는 메시지가 가끔 온다. 옛날에는 가볍고 스트레스 푸는 만화면 됐는데 그런 메시지를 받고 나니까 욕심이 생기더라.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기억에 남는다면 정말 최고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