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단과 편견의 오와라이 (2) 시바이 (芝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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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몸으로 행하는 엔게: 시바이 (芝居)

이전 연재에 이어, 망가에 영향을 준 오와라이 장르를 골라 독단으로 체계를 잡아 분류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 분류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특정 오와라이 장르나 형태가 어떻게 개그 망가에 영향을 주었는가를 이야기하기 위한 기초작업이다.

무대에서 행하는 예능을 나는 크게 연극을 의미하는 시바이(芝居)와 말만 사용하는 와게(話芸)으로 나눈다. 이번 글에서는 시바이를 다룬다.

시바이의 대표 장르는 콩트(conté)가 있다. 본래는 프랑스어로 산문 예술형식 중 하나다. 단편 소설보다 짧은 분량 속에 인생에 대한 유머•풍자•기지가 담는 게 특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엽편(葉篇), 장편(掌篇)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오락을 위주로 하는 가벼운 대중 연극인 희극적인 경연극(輕演劇)을 가리켜 콩트라고 부른다. 분량에 따라 크게 요시모토 신희극(吉本新喜劇), 콩트, 쇼트-콩트로 나눈다.

 

개그 망가의 토대가 된 요시모토 신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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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신희극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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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사회현상으로 개그 망가의 기존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현재의 형태로 바꾸어버린 [꼬마 경찰]
가장 긴 요시모토 신희극 은 일본의 거대 예능사무소 요시모토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2007년 9월까지 요시모토 흥업)에 소속된 게닌 20~30여명이 연기하는 경연극이다. 게닌 각각이 가진 개그를 중심으로 엮은 슬랩스틱 넌센스 콩트로, 희곡 작가가 연출을 겸하며, 보통 3막 구성에 50분 정도 길이다. 스토리 보다 개그를, 연기 보다 캐릭터성을 중시하나, 2막에 연애 등 진지한 플롯이 진행되고, 3막에서 플롯이 개그로 해소된다.

요시모토 신희극은 강렬한 캐릭터와 개그로 진행되는 콩트라는 점에서 개그 망가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칸사이(関西) 오와라이의 특징인 샤베쿠리(しゃべくり)와 도츠키(ど突き), 그리고 즛코케(ズッコケ)가 현저하다. 샤베쿠리는 ‘수다스럽다’는 뜻으로 칸사이 지역색으로 꼽힌다. 도츠키는 ‘때리다’라는 뜻으로 슬랩스틱 코미디의 일환으로 자주 상대방을 때리는 모습을 보인다. 상대방이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하면 바로 머리를 때리거나 발로 차는 등 때려서 반응 하는 경우가 칸사이 지역색이 강한 오와라이에서 흔히 보인다. 즛코케는 ‘넘어진다’는 뜻으로 누군가가 개그를 하면 거기에 반응해 다 같이 무대 위에서 넘어지는 시늉을 한다.

개그 망가는 요시모토 신희극에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 개그 망가에서 강렬한 캐릭터의 개그와 다른 인물의 도츠키 혹은 즛코케 반응은 그 자체로 기본문법이다. 그 중에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공언한 개그 망가로는 1970년대 일본에서 사회현상을 일으킬 만큼 인기를 얻은 슬랩스틱 개그 망가 <꼬마경찰(がきデカ)>이 있다. 작가 야마가미 타츠히코(山上たつひこ)는 요시모토 신희극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개그 망가는 종이 위의 콩트

쇼트-콩트는 수 초~수십 초 정도의 짧은 콩트로 우리나라 예능방송의 즉흥 상황극이나 <개그 콘서트>에서의 짧은 콩트와 유사하다. 만자이(漫才) 등 다른 양식에도 도입되는 경우도 많다.

콩트는 보통 2~3인이 15~25분 정도 길이로 보이는 경연극으로, 의상, 화장, 도구, 세트 등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본래 유래는 1950년대 초반 스트립 극장이라 불리는 유흥업소에 경연극 배우가 막간 여흥으로 보이던 간단한 연기와 상황극이다. 그래서 길이가 길어질수록 연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연극 무대뿐 만이 아니라,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오래 전부터 콩트를 주요 내용으로 삼아왔고, 개그 망가에서는 플롯을 구성하는 전범으로 삼았다. 본래 개그 망가는 종이 위에서 벌이는 콩트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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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망가에서 볼 수 있는 콩트 구조의 예. [개그 만화 보기 좋은 날]의 한 장면. ‘쇄국 중이던 일본에 미국 제독 페리가 흑선(黒船)을 타고 와 개국을 요구했다’가 설정, 부관 콘티 대위가 ‘후리’, 사령관 페리가 ‘코나시’가 된다.
콩트는 설정을 바탕으로, 후리(フリ, 흔들다 혹은 상대를 향해 던진다)와 코나시(コナシ, 해낸다)의 상호작용으로 진행된다. 설정은 특정한 상황을 말한다. 설정을 바탕으로 후리는 코나시에게 무리한 요구를 밀어붙인다. 보통 ‘괴롭히거’나 ‘결점을 지적’한다. 코나시는 후리의 무리한 요구를 수행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를 한다. 이때 발생하는 분위기와 스토리를 세계관 으로 부른다.

콩트 구조가 두드러지는 작품은 후지코 F. 후지오의 <도라에몽>이다. 미래에서 온 로보트가 신기한 도구를 준다는 게 설정, 무리한 요구를 하며 도구를 달라고 하는 노진구(노비 노비타)가 후리, 이에 대응해 도구를 주고 사건에 휘말리는 도라에몽이 코나시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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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상

소설가, 만화평론가, 칼럼니스트, 번역가.

주요 출간:
단편집 [당신의 苦를 삽니다], [데스매치로 속죄하라 - 국회의사당 학살사건], [스쿨 하프보일드], [일만킬로미터 너머 그대. 스토리 작법서 [스토리 트레이닝: 이론편], [스토리 트레이닝:실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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