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와라이 웃음 방정식 = 긴장 × 완화

by -
0 393

 

오와라이의 이론화: 논리가 웃음을 낳는다

논리가 웃음을 낳는다. 언뜻 떠올리기에 웃음은 기괴한 행동을 하고 엉뚱한 짓을 하기만 하면 되지, 논리 같은 게 굳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뇌는 자신의 예측과 벌어진 상황이 다를 때 이러한 실패를 제대로 기억해 다음에 대처하려고 한다. 상황에 대처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때 감정이 부산물로 일어난다. 이 과정을 예기 실패(expectation failure)라고 부른다. 웃음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예측을 위한 ‘논리’가 필요하다.(1)

오와라이의 경우 크게 두 가지 이론의 조합으로 ‘네타(ネタ)’가 탄생한다. 여기서 네타란 본래 씨앗을 의미하는 타네(種)에서 유래한 말로, 특정 업계의 전문인들이 속어로 말을 뒤집어쓰던 과거 습관에서 유래한다. 현재 네타에는 신문기사나 소설, 영화 등 다양한 작품의 소재, 코미디언이 가지고 있는 개그나 콩트 혹은 만자이 작품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2) 네타 만들기를 이론적으로 접근한 데에는 매뉴얼의 필요성도 한몫했다. 과거에는 야쿠자모노 답게 스승 밑에 제자로 들어가 잔심부름을 하며 어깨너머로 재주를 익혔으나, 게닌이 소속된 거대 기획사가 독자적으로 게닌을 양성하는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3) 양성소에서 배우는 이론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긴장과 완화, 또 다른 하나는 서파급 구성이다.

 

오와라이 방정식 = 긴장 × 완화

(_뤳뀽_끷뀿_먤뀿_ⓤ꼱_╇넽) _뗡뀳_뗡뀴_끷뀫_뗡뀿 06-01
긴장과 완화 이론을 만든 2대 카츠라 시자쿠. 생전에 “동쪽의 신쵸(志ん朝) 서쪽의 시자쿠”라 불릴 만큼 칸사이의 카미카타 라쿠고(上方落語)를 대표하는 라쿠고카였다. 카미카타는 칸사이를 의미한다.

긴장과 완화는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도 이야기한 바 있는 웃음 이론으로, 긴장이 이완되면서 방출되는 에너지로 웃음을 설명한다. 오와라이에서 긴장과 완화를 이론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일본의 라쿠고카(落語家) 2대 카츠라 시자쿠(桂枝雀)다.(4) 특히 그는 기준이 없이 이름만 붙여 11 가지로 난잡했던 기존의 라쿠고 결말부인 사게(下げ) 혹은 오치(落ち)를 두 종류 웃음과 네 종류 유형으로 압축해 분류했다.

1. “에이, 바보 같아(そんなアホな)” 웃음: 긴장-비일상-자극-웃음. 우리나라에서 최근 등장한 ‘병맛’과 통하는 구석이 있다. 

1.1. 반전(どんでん) 결말: 완화→긴장. 관객이 논리적으로 예측한 결말이 끝에 가서 뒤집혀 긴장을 일으키며 끝나는 결말이다.

1.2. 기괴(変) 결말: 긴장. 일본어로 ‘이상하다’와 ‘우습다’는 오카시이(おかしい)로 같다. 우리말로는 ‘우스꽝스럽다’와 비슷한 어감으로, 마지막에 갑작스럽게 이상한 결말로 방향을 틀어 웃음을 만드는 결말이다.

2. “아하, 그렇구나(なるほどな)” 웃음: 완화-일상-안심-웃음. 납득하면서 느끼는 안심감과 이완이 해당한다. 

2.1. 해결(謎解き) 결말: 긴장→완화. 관객이 논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수수께끼(謎)가 풀려(解き) 납득게 만들어 재미를 유발한다.

2.2. 맺음(合わせ) 결말: 완화. 서로 다른 이야기의 흐름이 한 곳에서 만나 납득하게 만들어 재미를 유발한다.

 

긴장과 완화는 오치 외에도 콩트나 만자이의 역할 분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콩트의 후리와 코나시, 만자이의 보케와 츳코미, 더블 액트의 스트레이트맨과 바나나맨은 각각 긴장과 완화에 대응한다. 콩트에서는 후리가 설정에 맞춰 무리한 요구를 해 긴장을 만들고, 코나시가 이를 수행해 완화를 만든다. 만자이에서는 보케가 엉뚱한 말을 하면 츳코미가 이를 지적하고 반응해 완화를 만든다.

(_뤳뀽_끷뀿_먤뀿_ⓤ꼱_╇넽) _뗡뀳_뗡뀴_끷뀫_뗡뀿 06-02
게닌 콤비 <야성폭탄>의 보케 담당 카와시마 쿠니히로(川島邦裕). 작곡, 연주, 미술 등 다양한 예술적 재능과 보케 능력으로 동료 게닌에게 천재라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부조리함과 넌센스, 과격한 폭력묘사, 화장실 유머 등 극도로 긴장을 높이는 스타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린다.

한편, 시자쿠는 긴장이 과하면 불쾌감을 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너무 과한 긴장은 긴장을 해소되기를 기대하더라도 상황 자체를 견디지 못하게 만든다. 논리 형성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본 개그 망가 중 일부가 받아들여지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있다. 간혹 오와라이 게닌 사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으나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게닌도 있는데, 마찬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1080
좌: 우스타 쿄스케의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속 한 장면. 후리/보케인 재규어와 코나시/츳코미인 사케토메가 한 컷에 담겨있다. / 우: 보케와 츳코미가 한 화면에 들어있는 또 다른 예, <궁극 초인 아~루>의 한 장면이다. 여기서 츳코미는 즛코케의 형태로 나타난다.

개그 망가에서는 보통 네타가 콩트처럼 후리와 코나시의 상호작용으로 흐름 있게 진행되다, 절정 부분에 가면 만자이처럼 보케와 츳코미로 나뉘어 상호작용의 회전을 높인다. 이때 중요한 기법 중 하나가 절정에서 보케와 츳코미를 한 컷에 담아 그리는 것이다. 한 컷에 두 역할의 상호작용을 담아 맺음 결말에 들어간다.(5)

 

일본 전통 엔게의 기본 개념: 죠하큐

죠하큐(序破急)큐는 일본 전통 음악 등 다양한 엔게와 무예에 공통되는 개념이다. 서서히, 완만하게라는 의미의 죠(序), 갑작스럽게 흐름이 변화하는 하(破), 그리고 급작스럽게 결말을 맺는 큐(急)의 흐름을 말한다. 칼을 뽑아들 때, 노래를 부를 때, 작곡할 때 등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나타내는 기본 개념이다. 또한 긴장과 완화는 죠하큐의 하와 큐에 각각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완화(죠)→긴장(하)→완화(큐)의 흐름이다.

서사(스토리)는 정보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특정한 서사를 전달하는 콩트, 라쿠고, 만자이 등 오와라이 엔게는 죠하큐의 구성을 따른다.

01

엔게에서의 역할과 서사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흐름을 합치면 다음과 같은 그래프가 나타난다.

noname01

이 과정에서 기승전결도 생겨난다.

02

긴장을 끌어올리는 것이 후리/보케의 역할이고 긴장을 끌어내리는 것이 코나시/츳코미의 역할이다. 여기서 말하는 긴장은 일상적인 상식과 벗어난 정도를 말하며 단순한 감정의 전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부록: 개그 망가에 자주 등장하는 오와라이 업계 용어

그 외에도 오와라이에는 우리나라에서 그냥 수입된 다양한 업계 용어가 있다. 이를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천연(天然, 텐넨): 텐넨보케의 준말. 일반적인 상식과 엇나간 발언이나 행동을 자연스럽게 해 그 자체로 보케가 되는 사람을 말한다. 착각이나 무지로 인해 계산하지 않은 행동으로 웃음의 긴장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자기도 모르게 안경을 쓰고 안경을 찾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경우를 이른다. 콩트의 달인이자 1980년대 중반까지 오와라이의 정점에 섰던 하기모토 킨이치(萩本欽一)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스베루(滑る): 미끄러진다는 뜻으로 개그나 보케가 먹히지 않고 실패하는 상황을 말한다. 우리나라 번역물에서는 흔히 “미끄러진다”라는 식의 직역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다.

캬라(キャラ, 캐릭터): 우리나라에서는 특정한 개성을 의미하나, 개그망가를 포함한 망가의 경우 보통은 보케, 츳코미 등 역할분담을 이르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남들에게 츳코미 당하기 쉬운 이지라레캬라(いじられキャラ, 괴롭힘당하는 캐릭터) 등이 있다.

 

======================================================

1. 물론 전 세계 코미디에 공통되며 모든 웃음을 설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웃음을 만드는 논리는 수용자 각각이 살아온 경험에 의존하는데 문화마다 생활환경이나 경험이 다르기에 완전히 공통되는 논리는 생리적 공통점을 다루는 소위 화장실 유머로 한정되고 만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면서 웃음을 만드는 논리의 공통점을 찾고 이를 고유한 특정 문화권에 적용할 때 작은 범위의 이론은 충분히 가능해진다. 또한 웃음의 공통점은 심리구조에 의존하기에 추상적인 수준에서라면 다룰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또다시 낯짝 두껍게 광고하자면 졸저 <스토리 트레이닝: 이론편>과 <스토리 트레이닝:실전편>, 그리고 도올 김용옥의 <아름다움과 추함>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더 깊은 논의가 궁금한 분은 참고하기를 바란다.

2. 마술이나 수수께끼에 숨겨진 비밀도 타네라고 부르는데, 비밀을 밝히는 행위를 “밝게 비춘다, 드러낸다”라는 뜻의 아카시(明かし)를 붙여 타네아카시(種明かし)라고 부른다. 여기서 유래해, 영어로 스포일러(spoiler)를 “들키다”라는 뜻의 바레루(暴露る)를 붙여 네타바레(ネタバレ)라고 한다.

3. 대표적인 양성소는 1982년부터 요시모토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에서 만든 요시모토 종합 예능학원(New StarCreation, 통칭 NSC)로 상당수의 게닌을 배출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4. 칸사이 지방 라쿠고를 대표하던 라쿠고카로 라쿠고와 오와라이를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너무 심한 지적 활동으로 신경쇠약에 걸려 깊은 우울증 병세를 앓았고, 59세 자살한다.

5. 이는 성룡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유투브 채널 ‘every frame of painting’을 운영하는 영화감독 토니 주(Tony zhou)는 성룡의 액션을 분석하며, 그가 코미디와 액션을 결합하는 데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액션과 리액션이 한 프레임에 담겨 개그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손지상

소설가, 만화평론가, 칼럼니스트, 번역가.

주요 출간:
단편집 [당신의 苦를 삽니다], [데스매치로 속죄하라 - 국회의사당 학살사건], [스쿨 하프보일드], [일만킬로미터 너머 그대. 스토리 작법서 [스토리 트레이닝: 이론편], [스토리 트레이닝:실전편]

글 전체보기